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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 타레가에서 돈키호테를 만날 수 있을까?
[축제/마켓] 피라 타레가에서 돈키호테를 만날 수 있을까?
작성자 : 유병진_독립기획자 2012.09.25 유럽 > 스페인

피라 타레가에서 돈키호테를 만날 수 있을까?
[포커스] 스페인 피라 타레가 (Fira Tàrrega)


마드리드에서 바르셀로나는 남미보다 멀다!

서울을 출발하여 파리에서 바르셀로나행 비행기로 갈아타자, 승객들은 태양에 그을린 갈색의 서양인들로 모두 바뀌어 있었다. 바르셀로나에서 버스를 타고 타레가를 향하는 고속도로에 접어들자, 태양 빛이 가득한 조금은 삭막한 지중해 기후의 들녘이 펼쳐졌다. 타레가는 바르셀로나 서쪽 약 120km 떨어진 카탈로니아주의 작은 지방도시다. 카탈로니아는 바르셀로나를 포함한 스페인 북동쪽의 자치주이며, 스페인어와 함께 이 지방의 고유 언어인 카탈루냐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스페인어’는 스페인 통일을 주도한 카스티야와 아라곤 왕국, 즉 마드리드의 언어이다. 이 두 언어는 어족은 같지만, 카탈루냐어를 스페인어의 방언으로 치부하기에는 발음뿐 아니라 단어의 쓰임 까지 달라, 바르셀로나 같은 대도시가 아니라면 서로 소통되지 않는다고 한다. 바스크 지방처럼 독립을 위한 무장 투쟁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카탈로니아 지방도 독립의 열망이 크다는 것을 바르셀로나와 타레가의 가정집들에 걸려있는 카탈로니아 깃발에서 알 수 있었다.

시골 마을은 축제의 공간으로

타레가에 도착했을 때, 이곳은 아직 조용한 시골마을이었다. 다음날 저녁, 개막 공연이 시내의 한 공원에서 열리며 축제가 시작되자, 관객들이 타레가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축제기간동안 타레가의 골목들은 마치 이곳이 ’명동’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파로 넘쳤다. 낮에는 타레가의 주민들과 멀리서 축제를 즐기러온 카탈로니아의 시민들이, 늦은 밤과 새벽은 젊은이들과 유럽을 유랑하는 히피들이 골목을 점령했다. 일상공간이 축제공간으로 전이되는 것을 목격하니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타레가의 축제기간의 밤

타레가에 도착하기 전, 피라 타레가는 전형적인 ’거리예술축제’의 하나라고 오해하고 있었다. 사전에 프로그램북을 보며 관람계획을 세울 때, ’IN’ 공연의 70%이상이 유료 공연이었다. 유료공연 중 일부는 야외 가설극장이나 건물의 옥상 등 퍼블릭과 분리된 야외에서의 공연들이었지만, 적지 않은 수의 작품이 실내의 극장 무대의 작품이었다. 실내 극장공연은 전형적인 연극 공연들이 많았지만, 서커스를 기반으로 하는 작품과, 어느 현대공연예술축제에서 만날 것 같은 다원적인 작품들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실내 공연들은 70% 이상이 유료관객들로 채워진다고 한다. 거리에서 극장까지, 서커스에서 미디어 퍼포먼스까지 언뜻 백화점식 프로그래밍이 아닐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런 다양함속에 프로그램들을 관통하는 방향은 보였다. 그 작품이 어디서 왔건, 다수의 작품들 속에서 남부 유럽 특유의 ’낙천성’과 인생에 대한 ’긍정’과 ’희망’이 보였다. 때로는 비통한 현실을 보여주지만, 인생을 비관하지 않는 찰리 채플린의 영화가 주는 ’Sweet Sorrow’를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극단 몸꼴의 ’리어카 뒤집어지다’가 공식작품으로 성당 앞 광장에서 공연되었다. 거리의 서커스에 익숙한 관객들이 어찌 볼까 궁금했다. 관객들은 작품의 드라마가 충분히 전달됐는지는 미지수 이지만 수많은 관객이 자리를 뜨지 않고 한 장면 한 장면을 진지하게 관람했다.

개막 공연

시민을 위한 축제, 전문가를 위한 마켓

지금까지는 한명의 여행자로서 또한 공연을 즐겨 찾는 열혈 관람객으로서 피라 타레가를 바라본 모습니다. 공연예술관계자로서 피라 타레가를 평가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피라 타레가는 1981년 축제로 시작되었고, 2007년부터 프로페셔널을 위한 마켓이 동반 개최되기 시작했다. 피라 타레가는 프로페셔널들에게 친절한 플랫폼이다. 프랑스의 거리극 축제와 비교하여 볼 때, 우선 영어로 소통이 가능하고, 마켓행사를 통해 방문하는 프로페셔널들이 손쉽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하며, 네트워크와 교섭을 위한 부스운영 및 다양한 네트워크 행사가 제공된다.

 

피라 타레가의 부스 운영




국제교류를 위한 플랫폼으로서 피라 타레가를 접근 할 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봤다. 우선은 해외의 작품을 국내에 들여오는 입장과 국내의 작품을 이곳을 통해 진출시키려는 입장의 두 측면에서의 평가이다. 물론 전자의 측면은 이미 충족되었지만, 우리의 관심은 후자에 더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다시, 해외 진출을 전제로 한 교류의 측면에서 던진 질문은 다음의 세 가지이다. 첫째, ’스페인 공연예술계와 접촉이 가능한가?’ 둘째 ’유럽 거리예술계의 주요 관계자들을 만날 수 있는가?’ 마지막으로 ’남미를 포함한 범 스페인어권과 접속이 가능한가?’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아직은 물음표라는 점, 아직은 긍정적인 판단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축제로서 피라 타레가는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소구하는 축제이다. 동시에 개최되는 마켓 또한 시민들에게 소구되는 작품을 제공하는 자와 제공받으려는 자들에게 맞춰질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마켓의 ’상품’의 콘텐츠를 결정하고, 이곳을 찾는 프로페셔녈의 성향을 결정한다. 피가 타레가는 거리예술 중심의 마켓이다. 또한 언어와 문화의 문제가 있다. 피라 타레가는 카탈로니아 주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카탈로니아의 공연예술가들을 프로모션 하는 것이 마켓의 1차적인 목적이다. 거리예술에서 비언어 작품의 비중이 높다고는 하지만, 많은 작품이 카탈루냐어로 공연되고, 스페인의 다른 지역과, 그리고 주류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남미의 국가들과 활발한 교류를 이끌어 내는데 한계점이 있다. 정복전쟁의 시절 아메리카로 배가 출항하던 곳이 남부 세비야 지역이었기 때문에, 남부 카스티아어가 남미 스페인어의 원류가 되었다고 한다.

극단 몸꼴의 <라이카 뒤집어지다>

경제위기로 활력을 잃다.

마켓 등록자 명단을 받아 들었을 때, 명단 속에 카탈로니아 이외 지역의 델리게이트가 매우 적다는 것에 놀랐다. 부스가 설치된 마켓에 마주앉아 작품을 문의하는 모습을 많이 목격할 수도 없었다. 물론 이는 지금 스페인이 격고 있는 경제위기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경제가 회복되고, 축제와 마켓이 다시 활력을 되찾는다고 하더라도, 피라 타레가가 스페인과 남부유럽과 남미를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진출이라는 숙제와 교류라는 과제

하지만 이러한 평가는 마켓에 대한 요구수준을 매우 높게 두었을 때의 것이다. 이러한 물음은 다만 실체를 파악하고 이곳을 통해 어떤 교류가 가능한가를 판단하기위한 분석일 뿐이다. 공연예술에 있어 하나의 마켓이란 플랫폼이 광범위한 권역진출을 가능케 하는 ’원스톱 서비스’가 되어 줄 수는 없다. 피라 타레가의 마켓 범위는 보는 각도에 따라 ’한계’로 해석될 수도, 이 마켓이 갖는 ’특수성’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적어도 한국의 거리 축제들이 프로그램을 찾기 위한 수입시장의 역할을 하고 있고, 아직 우리의 거리예술 작품제작이 활성 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페인의 돈키호테 같은 예술가와의 공동워크숍이나 공동작업의 파트너를 찾기 위한 자리가 될 수 있다. 국제교류를 지나치게 ’진출’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강박이 있지는 않았을까 한다. 문화의 개별성과 다양성이라는 밑거름을 통해 예술가들의 국제교류는 꽃피는 것일 테니 말이다. 타레가의 관객들이 낮선 몸꼴의 공연을 진지하게 지켜봐준 것처럼, 피라 타레가가 우리의 거리예술과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을지 아직 조금 더 진지하게 여유를 갖고 지켜볼 일이다.

기고자프로필

유병진_독립기획자

유병진은 서울프린지네트워크와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일했다. 공연에 대한 관심에서 삶에 대한 관심으로 생각과 좌표를 넓혀가고 있다. 현재는 소일거리를 하며 게으르지만 생산적으로 살아가는 방법들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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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kor.theapr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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