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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오화 수 _ 타이베이문화재단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디렉터
야오화 수 _ 타이베이문화재단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디렉터
작성자 : 신민경 _ 독립기획자 2011.09.05 아시아 > 타이완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
[Who&Work] 야오화 수 _ 타이베이문화재단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AIR) 디렉터

예술가가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작업실을 임대해주고, 경우에 따라, 숙소까지 지원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스는 시각예술에서 시작되었다. 다양한 장르를 지원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스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시각예술 단일 장르와 비교하면 아직도 그 숫자는 많지 않다. 2001년에 개관한 타이베이 아티스트 빌리지(Taipei Artist Village: TAV)가 시각예술 뿐 아니라, 공연, 문학, 미디어아트, 기획 등 다양한 장르를 수용하는 국제 예술가 창작 레지던스를 표방했을 때, 세계 예술계의 관심이 집중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이 한 건물에 상주하다보니, 레지던스를 마친 후에 자연스러운 협업으로 발전하는 사례가 늘면서 타이베이 아티스트 빌리지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AIR(Artist In Residence)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고 있다. 타이베이문화재단은 타이베이 아티스트 빌리지의 성공으로 지금은 총 3개의 국제 예술가 창작 레지던스를 운영 중이다. 2008년에 타이베이 북쪽의 양명산에 그라스 마운틴 아트 빌리지(Grass Mountain Arts Village)를 개관했고, 2010년부터 타이베이 남쪽에 트레저 힐 아티스트 빌리지(Treasure Hill Artist Village)를 운영하고 있다.

2004년, 시각예술 기반의 큐레이터에서 타이베이 아티스트 빌리지의 책임자로 부임한 야오화 수(Yaohua Su)는 창조적인 프로젝트와 안정적인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타이베이문화재단의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를 총괄하는 디렉터로 승진할 수 있었다.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이 함께 활동하면서 서로의 창작 에너지를 높일 수 있는 국제 예술가 창작 레지던스 운영 시스템을 발전시킨 장본인이다. 지난 7월, 타이베이 아티스트 빌리지에서 야오화 수를 만나 대만의 아티스트 레지던스와 최근 예술계 동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Q: 타이베이 아티스트 빌리지의 모습이 5년 전에 방문했을 때와 비교해서 많이 변한 것 같다.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A 아시아의 다른 도시에 비해 대만은 변화의 속도가 빠르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도시에서 예술을 한다는 것은 도시 재개발의 광풍을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이 지역은 타이베이 기차역 앞이지만, 시의 주요 관청이 모여 있어 개발 제한에 묶여 있었다. 근대에 지어진 일본식 가옥들이 보존되어 있어 특별한 풍경을 만들었다. 하지만, 타이베이 기차역의 주차 공간 부족으로 그 가옥들을 밀어내고, 대형버스 주차장을 만들어 버렸다. 그 후, 타이베이 아티스트 빌리지에 머무는 해외 예술가들은 밤마다 버스의 소음과 공해에 시달리고 있다. 예전에는 인근 주택에 살던 주민들이 오가는 길에 자연스럽게 타이베이 아티스트 빌리지 안에 들어와 예술가도 만나고, 커뮤니티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거의 대부분이 다른 동네로 이주했다.

거대한 주차장 반대편으로는 타이베이시가 개발 중에 있는 화산문화지구(Huashan Cultural District)가 있다. 버려진 와인공장을 연극, 퍼포먼스를 하던 예술가들이 점거(squat)했던 공간을 대만시가 민간 투자를 받아 여러 개의 공연장과 갤러리, 디자인샵들이 입주한 문화공간으로 재개발한 지역이다. 장기적으로 타이베이시와 타이베이문화재단은 화산(Huashan)과 타이베이 아티스트 빌리지를 잇는 문화지구를 만들 계획을 추진 중이다.

2001년, 타이베이 아티스트 빌리지가 일본식 근대 가옥과 오래된 관공서 건물 사이에 들어섰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10년 사이에 많이 달라졌다. 이 변화를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도시 속의 아티스트 빌리지는 도시 변화를 어떤 식으로든 수용하고, 적응해나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듯이, 타이베이 아티스트 빌리지는 북쪽과 남쪽에 2개의 국제 예술가 레지던스를 추가로 운영하고 있다.


타이베이 아티스트 빌리지

마운틴 그라스 아트 빌리지




Q: 10년 동안, 타이베이 아티스트 빌리지가 일관되게 지키고자 한 가치가 있는가? 변하지 않은 것이 있을까?

A 외부 환경이 바뀌고, 사업장도 3곳으로 늘어났지만, 개관 초부터 지켜온 ‘공동체’(village) 정신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아티스트 빌리지를, 한자로 촌(村), 영어로 ‘빌리지’라고 부르는 이유는 ‘동일한 고향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고, 일하는 마을 공동체’를 예술을 통해 재현하고자 하는 철학이 담겨져 있다.

타이베이 아티스트 빌리지에서 지하철 역 방향으로 내려가다 과일 주스를 파는 할머니가 있다. 그 분은 거대한 주차장이 들어선 자리에서 반평생을 살았다. 집이 헐리고, 재개발되면서 어쩔 수 없이 동네를 떠나게 되었지만, 이웃과 친구들을 잊을 수 없어 매일 이 동네에 오는 것이다. 할머니에게 과일 주스를 파는 것은 이곳에 올 구실이다. 주스는 신선하고 맛도 좋아 나도 출근길에 종종 들러 사 먹고, 할머니와 담소도 나누고 한다. 관공서 앞에 작게 매대를 만들어 과일 주스를 팔면서 아직 떠나지 않은 이웃들과 수다를 떠는 것이 그 분의 낙이었는데, 환경 미화를 이유로 관공서 경비들이 나와 그분을 쫓아내려고 한 적이 있다. 타이베이 아티스트 빌리지 스태프들과 예술가들과 함께 관공서를 찾아가 그러지 말라고 설득했다. 날씨가 궂어도 불편한 몸을 이끌고 찾아오는 할머니와 같은 분이야말로 도시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이고, 그것이 타이베이 아티스트 빌리지가 말하는 ‘일상 속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결국, 관공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어 할머니는 계속 고향을 찾아오고, 이웃들과 수다를 떨러 온다.


Q: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에 대해 자세히 얘기를 듣고 싶다. 도심에 있는 타이베이 아티스트 빌리지, 양명산에 있는 그래스 마운틴 아트 빌리지(Grass Mountain Arts Village)는 성격이 많이 다를 것 같다.

A 제일 먼저 문을 연 타이베이 아티스트 빌리지는 타이베이 시내 중심에 있다. 타이베이 시의 관공서 건물을 개조했기 때문에 작업실이나, 갤러리를 만들 때, 충분한 깊이와 너비를 확보할 수 있었다. 타이베이 기차역 앞에 있어 외국 예술가들은 이동의 편리성을 거주와 작업에 있어 큰 장점으로 꼽았다. 13개의 개인 작업실, 갤러리, 무용 연습실, 피아노 연습실, 암실, 영상편집실, 밴드가 공연할 수 있는 라이브 카페, 대강당 등을 갖추고 있어 어떤 장르의 예술가도 원하는 작업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거주 예술가끼리, 또는 인근의 주민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양명산의 마운틴 아트 빌리지는 조용하게 창작에 전념하고 싶은 예술가를 위한 작업공간으로 어울리는 공간이다. 통나무집을 개조한 작업실이 제공되고, 근처에 장개석 비서 관저가 있어 여기를 찾은 사람들과 함께 가끔 숲속에서 작업 결과를 발표하는 기회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이곳은 타이베이문화재단에서 다른 용도로의 변경을 구상 중이어서 장기적으로 운영될 것 같지 않다.


Q: 가장 최근에 개관한 트레저 힐 아티스트 빌리지(Treasure Hill Artist Village)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고 들었다. 여기는 어떤 차별점이 있는가?

A 트레저 힐 아티스트 빌리지는 타이베이 근현대의 역사와 아픔을 갖고 있는 곳이다. 장개석 국민당이 대만에 들어와 새로운 국가를 성립할 때, 전쟁 때문에 중국 본토에서 같이 온 군인들이 버려진 산을 개간해 집을 지었다. 그들과 후손들이 하나의 촌락을 만든 것이다. 10년 전, 새로운 도시 개발 계획을 세운 정부에서 땅의 소유권을 주장하면서 마을 사람들과 충돌하게 됐다. 공권력이 투입되고 긴장 사태가 길어지자, 몇몇 행동하는 예술가들이 동네 주민들과 함께 점거 시위를 벌였다. 연이어 폭탄 테러까지 발생해 정부와 주민 모두 큰 피해를 입었다. 정부는 이주를 원하는 주민들에게 새로운 주거지를 제공했고, 동네에 남기를 원하는 주민들은 그들의 사망 전까지 체류를 허가하게 되었다. 예술로 이 상처를 치유하고, 새로운 아티스트 빌리지를 이곳에 만드는데 주민과 정부가 서로 합의했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지역 리서치와 새로운 레지던스 모델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2010년, 주민과 예술가들이 공존하는 말 그대로의 새로운 ‘빌리지’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트레저 힐 아티스트 빌리지는 동네 주민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기 위해 거주 예술가들과 스태프들을 제외한 외부 관람객의 입장 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이주한 주민들이 쓰던 집을 개조한 17개의 작업실과 연습실, 갤러리, 공연장들이 있다. 하나의 건물 안에서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타이베이 아티스트 빌리지와는 달리, 하나의 마을을 사업장으로 하는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이기 때문에 여러 형태의 프로젝트가 시범 운영 중이다. 지역과 공공미술에 관심이 많은 해외 예술가들이 3개월에서 6개월까지 체류할 수 있는 창작 레지던스(Treasure Hill Public Art Artist Studio), 독립예술가 또는 창작그룹이 작업실 겸 대안공간으로 운영하는 마이크로 로프트(Micro Lofts), 대만 국내 예술가들의 작업실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인 레지던스(Project in Residence), 마을의 역사적 흔적과 예술가 작업실을 방문하는 가이드 투어(Public Art Work) 등을 운영하고 있다.


트레저힐 아티스트 빌리지 입구

트레저힐 아티스트 빌리지가 세워지기 이전 도시계획을 반대하는 점거 시위 때 예술가와 주민들이 함께 그린 벽화




Q: 아티스트 창작 레지던스와 관련해 대만 예술계의 최근 화두는 무엇인가?

A 예술과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에 대한 얘기가 많다. 불어에 기원을 둔 영단어, 엔터프리너쉽, 기업가정신을 대만에서 여러 의미로 해석하다 보니,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 대만은 지금, 정부의 도시개발 계획과 문화산업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려는 민간투자가 결합하면서 문화지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가까이에 화산문화지구가 운영되고 있고, 담배공장을 개조한 롱산(Longshan)이 새로운 문화지구로 개발될 예정이다. 최근에 개관한 트레저 힐 아티스트 빌리지도 창작 레지던스 외의 기능을 갖추어야 되지 않겠냐는 얘기가 들린다.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아니다. 나도 답을 찾는 중이다.


Q: 타이베이 아티스트 빌리지는 초창기에 한국과의 교류는 활발한 편이었는데, 요즘 들어 대만-한국 예술가 교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유가 있는가?

A 타이베이 아티스트 빌리지를 비롯해 타이베이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의 총 3곳은 매년 6월에 다음해의 참가 신청을 받는다. 국적과 장르를 불문하고,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외국에 기관 대 기관의 안정적인 파트너십이 있을 경우에 홍보와 신청이 활발한 것 같다. 한국의 경우, 과거에 쌈지스페이스와 광주시립미술관, 서울프린지네트워크와 함께 일을 했었다. 하지만, 예술도 사람의 일이라서 그런지, 함께 일을 고민하던 기획자가 기관을 떠나니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어졌다. 아쉬운 일이다. 하지만, 한국 예술가의 신청은 꾸준히 있는 편이고, 올해도 다섯 명 안팎이 다녀갔다.


Q: 가까운 미래에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A 가을에 도쿄로 출장을 가는데, 인천을 경유할 생각이다. 인천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인천아트플랫폼에 대만 예술가 한 명이 레지던스에 참여한다. 그 친구의 작업실도 구경하고, 인천아트플랫폼과 타이베이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간에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려고 한다.


관련 링크:

| 타이베이 아티스트 빌리지  바로가기

신민경 _ 독립기획자

신민경은 현재 공연예술 기반의 독립기획자로 활동 중이며, <단편소설 극장전-서울1964년겨울코끼리개는맹수다> <33인의 스튜디오>의 프로듀서이다. 영국 워릭대학교와 암스테르담대학교에서 에라스무스 문더스 공연예술국제교류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이전에는 서울프린지네트워크, 예술경영지원센터, 의정부음악극축제에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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