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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반세기 역사의 춘천마임축제, 거듭나기 위한 산고
사반세기 역사의 춘천마임축제, 거듭나기 위한 산고
작성자 : 강일중_공연 칼럼니스트 2013.03.26 아시아 > 한국

사반세기 역사의 춘천마임축제, 거듭나기 위한 산고
[피플] 유진규_춘천마임축제 예술감독


'위기감'.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에게는 숙명처럼 늘 붙어 다니는 단어다. 공연예술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전혀 반길 것도 아닌데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흡사 친한 친구라도 되는 것처럼. 춘천마임축제의 유진규 예술감독도 그 불청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춘천마임축제의 역사는 사반세기. 이제 안정도 될 법한 나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많은 난관들이 축제의 근간을 뒤흔들어 대고 있다. 자금조달의 문제, 축제 공간 확보 난, 프로그램 차별화의 어려움, 주변의 몰이해 등등. 그야말로 악전고투 중이다.

오는 5월19일부터 시작되는 올해 행사는 5억원의 예산으로 해결해야 한다. 지난해에 비해 무려 1억5천만원이 줄어든 규모다. 더 심각한 것은 축제 공간 문제. 춘천마임축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난장 프로그램 공간을 결정하는 것도 막판까지 큰 진통을 겪고 있다. 이런 위기가 처음으로 닥친 것은 아니다. 1989년 독특한 장르의 공연예술제로 축제가 처음 시작된 이래 그간 국내 최우수축제의 하나로, 또 영국 런던마임축제 , 프랑스 미모스마임축제와 함께 세계 3대 마임축제로 해외에서까지 이름이 널리 알려진 마임축제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위기는 끊임없이 있었다. 그런 일들은 오히려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식을 더욱 부추겼다. 돌이켜 보면 위기상황에의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대처로 새로운 도약의 전기가 마련된 것도 사실이다.

축제의 인기를 크게 높이는데 기여한 무박3일의 발광난장 <미친 금요일>, 해방난장 <도깨비 난장> 같은 프로그램이 모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라는 위기의식 속에서 잉태된 것들이다. 어쩌면 위기를 성장의 발판으로 뒤바꿔놓는 힘이 유진규 감독의 DNA 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올해 25회 째의 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유진규 감독을 지난 5일 축제 사무국이 있는 춘천시 효자동의 축제극장 몸짓에서 만나 축제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들어보았다.


춘천마임축제 2013 포스터

Q: 올해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을 꼽을 수 있나?
A: 축제가 시작됐을 때부터 예술감독을 맡아 왔는데 올해가 가장 힘들다. 춘천시에서 지원하는 금액이 계속 줄고 있고, 올해는 전체 예산을 5억원으로 잡아 꾸려나가야 한다. 시에서는 "자립하는 쪽으로 가라"고 하는데 상업축제라면 몰라도 순수 공연예술축제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안되는 얘기다. 춘천마임축제가 지난 25년간 춘천시와 시민들에게 유·무형으로 제공했던 것들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거다. 여러 축제의 평준화와 (행정편의 위주의) 형평성 논리가 춘천마임축제의 가능성을 사라지게 하고 있다.

Q: 시민들이나 축제 참가자들을 중심으로 후원금을 받는 프로그램도 있는 것 같은데?
A: '마중물'이나 '팔로우 1000' 같은 소액후원제도가 있는데 캠페인 차원이지 실제 축제 재정에 기여하는 정도는 아니다. 시민들이 적은 돈을 기부하면서 함께 즐기는 것에 도움이 되는 정도다. 자립구조로 가려면 기업체 협찬이 이뤄져야 한다. 지역방송과 공동으로 기업협찬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는 있는데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자금 조달에 기여하는 것은 입장수입과 기업체 협찬인데 올해도 최소한 지난해 수준인 2억원 또 그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진규 춘천마임축제 예술감독
Q: 축제 공간의 문제는 왜 생겨나게 됐나?
A: 무엇으로부터도 훼방 받지 않는 자연공간에서 밤을 새워 공연을 즐기며 젊음을 발산하는 난장 프로그램은 춘천마임축제의 핵심이다. 처음에 고슴도치섬에서 난장을 벌이면서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는데 그곳을 리조트로 개발한다고 해서 밀려나 최근 춘천 시내 어린이회관 일대에서 난장을 벌여왔다. 그 어린이회관이 얼마 전 팔려 KT&G 춘천 상상마당이 된다. 현재 공사 중이라서 축제 공간으로는 쓸 수 없다. 대안을 찾다가 남이섬을 선택했다. 우리가 물색한 공간은 숲과 잔디밭과 물 밖에 없는, 또 밤에는 배가 끊겨 자연을 만끽하며 무박3일의 난장을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춘천시가 문제를 제기했다. 남이섬은 춘천 땅이지만 가평군 경제권에 속한다. 축제로 인한 경제적 이득이 춘천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에서는 시내의 성암경기장이나 미군이 주둔했던 캠프 페이지 지역에서 하라고 한다. 그러나 거기를 난장의 공간으로 하려면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데 현재의 예산으로는 불가능하다. 특히 캠프 페이지에서는 민원이 생길 가능성 때문에 할 수 없다. 예전에 고슴도치섬에서 난장을 할 때도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아파트 주민들이 "시끄럽다"고 민원을 제기했는데 캠프 페이지는 도심에 있는 거라서 틀림없이 민원이 생긴다. 축제 공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레 이사회가 개최된다. (3월7일 있었던 이사회에서는 축제 공간 문제가 결론이 나지 않았다).

Q: 예산과 공간 확보의 어려움이 프로그램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A: 축제를 돈 갖고 하는 것은 아니라는 신념을 갖고 있다. 다만, 춘천시가 나서서 먼저 그렇게 얘기하면 참기 힘들다. 일단 예산이 5억원으로 확정된 만큼 거기에 맞게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해외팀의 공연은 최소화됐다. 높은 명성을 가진 현대무용단인 벨기에 세드라베무용단(Les ballets C de la B)의 <늙은 왕(The Old King)>이 극장 공연으로는 상징적으로 한 편만 소개된다. 야외공연도 스페인 캄차카 극단의 <이민자> 하나만 초청했고, 불꽃놀이를 잘 하는 일본팀과 함께 해외공연단체는 세 팀만 불렀다.




;Q: 원래 요즘에는 춘천마임축제가 국제교류 분야는 좀 뜸하지 않나?
A: 그렇다. 예산의 축소 흐름과 맞물리는 것이기는 하지만 최근 수년간 프로그램 기획의 원칙은 국내팀 공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한동안 우리도 해외팀을 많이 초청하고, 국내팀도 해외로 많이 나갔다. 그러나 우리가 해외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축제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자각이 들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나 여러 축제들에서 많은 해외작품들 들여오지 않느냐. 우리 식의 축제를 만드는 것이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했다. 도심에서 물 퍼붓고 세 시간 물 난장을 벌이는 '씻김난장'으로서의 <아!水라장>도 그렇게 생겨났다. 거기에 해외팀이 굳이 붙을 일이 없다. 우리가 살 수 있는 것은 이것저것 널려놓는 것 보다 집중화다. 춘천마임축제의 특성은 난장이다. <아수라장>과 무박3일의 <미친 금요일> 난장과 <도깨비 난장>이 살아야지 축제도 산다.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일반축제 보다는 카니발 성격의 축제다.

Q: 넌버벌 공연이 늘어나면서 마임축제라는 특성이 예전에 비해 약화됐다는 느낌도 있다.
A: 우리 축제가 초기 10년 동안은 마임의 확산에 큰 역할을 했다. 대학에 마임 과목도 생겨났고, 마임이스트들이 강의도 많이 했다. 그런데 마임이라는 장르 자체가 해체가 되고 마임만 갖고 축제를 한다는 것이 한계가 왔다. 요즘에는 또 모든 축제들이 거리축제, 넌버벌 방향으로 가고 있다. 하이서울페스티벌도 그렇고, 부산연극제도 넌버벌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마임도 넌버벌이다. 우리가 다른 축제와 같이 간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 그래서 극장 공연이나 야외에서의 무대 형태 공연은 이제 하지 않으려 한다. 극장 공연이 거리로 단순히 옮겨지는 것 같은 공연은 이제 안 한다. 남들이 하지 않는 틈새 영역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유진규감독

Q: 틈새 영역으로서 이번에 새로 시도하는 프로그램도 있나?
A: 유랑마을 축제라는 걸 한다. 이번 축제기간 중 개막일 다음날인 20일부터 4일 동안 하는 건데 남사당놀이를 떠올리면 된다. 남사당패가 어떤 마을에 들어가려고 하면 대포수가 마을 대표랑 협상을 시작하지 않느냐. 어떻게 놀고, 어떤 먹거리를 얻고. 그런 과정을 거쳐 동네에 들어가 주민들과 하룻밤을 놀고, 그 다음은 다른 동네에 가서 한 판 놀고. 일종의 떠돌이 축제다. 어떤 동네에 가서 주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그런데는 안 들어간다. 그렇게 나흘을 논 후 남이섬으로 들어가는 거다. 일반적인 축제는 너나 할 것 없이 하는 것이니 지금까지 생각으로만 가능했던 것을 실제 해 보기로 한 것이다.

Q: 흥미롭고 유익한 얘기 잘 들었다. 마임이스트로서의 개인활동도 궁금하다. 지난해 마임이스트로서 데뷔한 지 40주년 기념공연을 가졌었는데 올해도 개인 작품 활동을 병행할 것인가?
A: 축제가 상황이 안 좋아서 내 개인공연은 손을 다 놨다. 지원금도 신청하지 않고. <방> 시리즈도 3년째 해 왔는데 올해는 접었다. 대신 <몸>이라는 작품을 지난해부터 시작했는데 10분짜리로 짧은 거라서 부담이 별로 없어 그건 생각 날 때마다 발표할 계획이다. 그게 쌓이면 하나의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편집자주 : 이 인터뷰는 지난 3월5일 춘천에서 진행됐다(3월12일 더아프로 영문자 게재). 춘천마임축제측은 인터뷰에서 밝힌대로 장소문제로 갈등하다 춘천 외곽의 남이섬에서 2013년 축제를 개최한다고 발표했고, 이후 춘천 도심내에서 축제를 개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춘천마임축제 이사회간의 갈등은 축제 개최 장소를 '남이섬'이냐, '춘천 도심'이냐를 놓고 25년간 전통을 유지했던 축제의 존립에 대한 위기에까지 이어졌다. 이에 지난 7일 있었던 임시 이사회(이사장 김진태 국회의원)에서 유진규 감독은 급기야 사의를 표명하기도 했으나 이후 교착상태에 빠져있던 춘천마임축제는 협의 끝에 올해 축제를 어린이회관에서 열기로 최종 결정됐다고 19일 발표했다.

강일중_공연 칼럼니스트
강일중은 연합뉴스를 통해 연간 130편 가량의 무용·연극 분야 공연리뷰 기사를 직접 찍은 공연사진·영상과 함께 내보내고 있다. 문화예술 관련 저서로 <공연예술축제를 만드는 사람들>(2009, 연극과인간)과 <뉴욕 문화가 산책>(2005, 연극과인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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