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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통해 생각을 나누는 건 상당히 멋진 일이다”
“연극을 통해 생각을 나누는 건 상당히 멋진 일이다”
작성자 : 김지현_월간 한국연극 기자 2013.04.23 아시아 > 한국

“연극을 통해 생각을 나누는 건 상당히 멋진 일이다”
[피플] 이대범 춘천국제연극제 예술감독


1993년, ‘연극을 통한 인간의 이해와 협동, 그리고 교육’을 주제로 시작한 춘천국제연극제가 다시 한 번 전환점에 섰다. 당시 서울을 제외한 전국의 유일한 국제적인 연극제였던 춘천국제연극제는 국제아마추어연극협회(IATA)와 손잡고 3년마다 아마추어 연극인들을 위한 교류의 장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2002년 국내외 연극 환경의 변화와 높아진 참가 열기에 힘입어 연례행사로 자리매김한 데 이어 2008년 사단법인으로 운영체제를 전환하며 안정기에 돌입했다. 그런데 올해 춘천국제연극제가 지역의 대표적 공연예술축제 세 개와 연합해 열다섯 번째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그 중심에 선 춘천축제위원회 위원장이자 춘천국제연극제 예술감독 이대범을 만났다. 연극은 가장 소중한 사람과 봐야 하고, 가장 소중한 사람은 가족이기에, 극장에 갈 때면 늘 아내나 딸과 함께한다는 그의 신념이 춘천국제연극제에 곱게 물들고 있었다.

춘천을 상징하는 콘텐츠 제작을 꿈꾼다

이대범, 춘천국제연극제 예술감독

Q : 연극 인프라가 서울, 그 안에서도 대학로에 밀집된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연극인들이 있다. 춘천의 연극 환경과 지역 극단의 춘천국제연극제 참가율은 어떤가?

A :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지역에서도 연극 활동이 활발하다. 지자체 등의 후원이 지속적이지 않다는 게 문제다. 그래도 춘천은 사회적기업으로 활동하는 극단 도모극단 Art 3 Theatre(아트쓰리씨어터) 등이 지역 문화 창달을 주도하고 있다. 극단 연극사회, 굴레, 혼성 그리고 여성 극단 마실 등도 매년 두 차례 정도씩 꾸준히 공연을 한다. 춘천국제연극제는 참가 극단을 공모로 선정하는데, 춘천을 비롯해 강원도에서 한두 극단씩은 꼭 참가하도록 길을 열고 있다. 또한, 지역 연극 활성화를 위해 2년 전부터 새마을금고와 희곡대상 공모를 한다. 수상작은 지역 극단을 중심으로 제작해서 다음 해 개막작으로 무대에 올린다.

거울공주평강이야기 ⓒCITF 비밥 코리아 ⓒCITF

Q : 지난 12월에 춘천축제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올해부터 춘천인형극제, 춘천고(古)음악제, 춘천국제연극제가 춘천마임축제가 한 달간 차례로 열리게 됐다. 시의 제안이 있었나?

A : 축제 통합 노력은 오래전 관(官) 주도로 한 번 있었다. 당시에도 모토는 ‘춘천은 축제 중’이었다. 시간이 지나 그 자료를 검토하다 필요성을 느꼈고, 축제 단체들이 자발적으로 모였다. 그런데 이미 각 축제의 사업 계획이나 사업비 편성이 끝났을 때라 올해는 개최 시기만 통합했다. 공연 프로그램은 각 단체가 중심이 되어 구성하고, 춘천축제위원회는 별도 예산이 편성되는 내년부터 네 단체의 더 나은 활동을 위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계획이다.


Q : 기대하는 성과는 무엇인가? 혹시 네 축제 단체가 함께하는 콘텐츠 제작도 계획하고 있나?

A : 전국에 유사 축제가 많아져 경쟁력이 떨어진데다 워낙 저예산 축제들이라 단체마다 개별 활동에 어려움이 있었다.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 공연 단체 간 교류가 활성화에 따른 인력풀 구축도 가능하리라 본다. 흔히 춘천을 ‘문화의 도시’라고 하는데, 그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라도 축제 통합이 필요했다. (서울춘천고속도로, 경춘선 준고속열차 ITX-청춘, 복선전철 개통 등으로) 교통 여건이 굉장히 나아졌다. 좋은 공연이 있다면 서울 관객들도 부담 없이 보러 올 수 있다. 춘천을 상징하는 킬러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는데, 한 단체가 나서기엔 버거운 작업이었다. 그렇기에 함께 만들어보자는 합의도 느슨하게나마 이루어진 상태다. 시 또한 재정적 뒷받침을 약속했다. 춘천의 신화나 문화를 담으면서도 지역을 뛰어넘는 보편적 정서, 철학을 지닌 작품을 만들 생각이다.

패러다임의 변화 속 인간의 고민을 담아내야

2012 개막공연 러시아 전통 춤 ⓒCITF

Q : 외국 극단 초청이나 작품 공모 등은 상당한 준비 기간이 필요할 텐데, 개최 시기를 앞당기면서 어려움은 없었나?

A : 춘천국제연극제는 보통 9월 말이나 10월 초에 개최했기에 부담이 가장 컸다. 그래서 올해는 극단 도모에 위탁을 했다. 프로덕션은 아니지만, 전문적인 기획력을 갖춘 단체다. 외국 극단 섭외는 보통 아비뇽페스티벌 등에서 열리는 아트마켓에 가거나 자체 네트워크를 이용해왔다. 올해는 알고 지내던 단체들과 접촉해야 할 것 같다. 네 극단 정도 초청할 계획이다.


Q : 국제연극제이기에 매년 참가국 수나 국외 극단 및 작품에 대한 외부의 관심도 남다를 거다. 국제 교류에서 중시하는 건 무엇인가?

A : 예산 문제로 참가국 수가 줄어들면서 ‘국제’라는 말을 달고 가야 하는지 내부에서 고민한 적이 있다. 초창기처럼 국제아마추어연극협회와 함께하면 극복할 수 있겠지만, 아마추어 극단들의 수준을 검증하는 게 쉽지 않았다. 물론 그들을 폄하하는 건 아니다. 점점 높아지는 관객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검증된 극단을 불러와야 한다. 비행기 표만 주면 초청이 가능했던 시절도 있지만, 이제는 개런티도 지급해야 한다. 자연스럽게 참가국 수가 줄었다. 또 상대적 배우가 적은 작품, 초청비가 덜 드는 작품을 위주로 초청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참가국 수를 늘리기보다 참가국을 특화해 국제연극제 취지를 살리기로 했다. 재작년은 러시아 연극이 주제여서 그에 대한 심포지엄을 열어 학술 교류도 겸했다. 앞으로 일본 연극, 남미 연극, 북미 연극, 동유럽 연극 등을 주제로 삼을 계획이다.


Q : 지금까지 초청한 외국 작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무엇인가?

A : 동유럽이 붕괴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그곳의 연극 수준은 매우 높다. 폴란드 극단이 와서 인간의 소외와 기계 문명, 환경 문제 등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던 게 기억난다. 극장을 떠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 연극이었다. 반면에 요즘 대학로 공연들은 관객을 유인하기 위해 지나치게 연극에서 일탈한 경우가 많다. 실컷 웃다 나오면 그 순간은 통쾌할지 몰라도 뭔가 허전하다. 그보다는 나올 때 머리가 무거운 연극,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연극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동유럽의 시도들이 좋다. 가치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 사람들이 느끼는 고뇌, 궁핍 속에 밀어닥친 현대 문명 등에 대한 고민이 묻어난다.


춘천국제연극제 참가자들과 함께 한 이대범 예술감독

Q : 매년 5월이면 부산국제연극제,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등 전국에서 각종 공연예술축제가 열린다. 춘천국제연극제만의 특색은 무엇인가?

A : 춘천국제연극제는 ‘공부하는 연극제’, ‘가족과 함께하는 연극제’를 지향한다. 작품의 질을 높이면서 꾸준히 학술 행사를 열어 전문인들이 제자들을 데리고 오는 축제를 만들고자 한다. 자체적으로 창작 인력도 기르고 전문적인 기획 인력도 양성하면서 100년 가는 축제를 만드는 게 목표다. 나중에 ‘춘천국제연극제 아카데미’라면 반드시 가서 공부해야 하는 곳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또 그동안 다양한 슬로건을 내걸어왔는데, 항상 가족과 관련한 것이었다. 예술은 어떻게 향유하는지도 중요하고, 연극은 가족과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매학기 두 편의 관극평을 내게 하면서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가서 오래 남을 추억을 만들라고 말한다. 보통 남자친구나 여자친구를 떠올리는데, 가장 소중한 사람들은 가족이다. 가족 단위로 연극을 향유하는 것을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는 게 목표다. 요즘 가족의 위기, 가정의 위기라는 말도 나오는데, 그런 면에서 춘천국제연극제의 사회적 역할을 찾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Q : 이대범 예술감독에게 춘천국제연극제는 무엇인가? 연극은 어떤 의미인가?

A : 2009년부터인가 조직위원으로 참여했다가 3년 전부터 예술감독을 지내고 있다. 예술감독을 권유받았을 때,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하는 게 좋겠다고 말했었다. 연극인이지만, 무대에서 작업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교에서 글 쓰는 사람이니까. 그런데 학계에 있는 사람이 맡아보는 것도 좋겠다고 해서 하게 됐다. 춘천국제연극제에 춘천 극단들의 참가율이 높지 않기에 그걸 개선하고, ‘춘천’이라면 떠오르는 공연 콘텐츠를 지역 연극인들과 함께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조직위원과 예술감독을 해왔다. 춘천국제연극제는 사람들이 모이는 판이고, 연극은 소통의 통로라 생각한다. 사람들은 판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연극을 통해 그들과 생각을 나눈다. 연극을 통해 생각을 나누는 건 상당히 멋진 일이다.

김지현_월간 한국연극 기자
김지현은 월간 한국연극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diario204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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