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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전문가들을 통해  해외 공연예술계의 주요 동향 및 이슈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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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무대예술기획자 회의 2
아시아 무대예술기획자 회의 2
작성자 : 기무라 노리코 _ 한일연극교류협회 전문위원 2010.06.01 아시아

아시아공연예술제작자회의 in 말레이시아(2)



 

글: 기무라노리꼬 (프리랜서 공연기획자)

 
 
지난 글에서는 회의 모습을 스케치했다. 이번 글에서는 그 후, 구체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공연예술제작자네트워크회의’와 ‘아시아공연예술제작자회의’ 각각의 역할을 정리하고 두 회의의 앞으로의 비전과 함께 국제공동제작을 위한 실질적인 과제에 대해 전하고자 한다.




한마디로 ‘아시아’라고는 하지만 이를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유라시아대륙에서 유럽 이외의 지역을 ‘아시아’라고 총칭하며,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서아시아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지역에는 53개국이 있고 공용어로 사용되는 언어만도 13개 이상이다. 보통 별 생각 없이 ‘아시아’라는 말을 쓰지만 새삼 생각해보면, 각각 다양한 역사와 정치, 사회, 문화적 배경과 상황을 안고 있어 네트워크로 한데 묶는 것이 실은 간단한 일이 아닐 것이다. 또한, 공연예술 분야만을 예로 들자면, ‘프로듀서’ ‘컨템퍼러리’ 등의 개념에 대한 해석 하나도 다양해서 공통인식을 구축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차이든 공통점이든 ‘아시아’라는 범위 안에서 묶을 수 있는 것에 기초하여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은 이들 회의에 참가한 사람들의 욕구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공연예술에 관련된 사람들은 왜 네트워크를 원하는 것일까. 국가라는 틀을 넘어 “아시아의 컨템퍼러리 아트란 무엇인가를 고찰하고 싶다”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싶다” “서로에게서 배울 점이나 공유할 점의 작품에는 뭐가 있는지 알고 싶다” 등등 회의에 참가하는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이 네트워크의 창설에 참여한 아시아연극창조연구센터의 마츠이 켄타로 씨의 말이 가장 적확하게 네트워크의 존재의미를 말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마츠이 씨는 “공연예술에 종사하는 우리들은 이미 다양한 기회로 만나왔다. 다만, 한편으로 만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사이에는 큰 거리, 혹은 단절이라는 것이 있다. 그 점이 우리의 공동작업이나 만남이 보다 크고 깊어지지 못하게 하는 장애가 아닐까. 단순히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일시적으로 작업하거나 산발적으로 열리는 회의나 아트마켓 같은 곳에서 우연처럼 만나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는 이런 장애를 뛰어넘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공동작업 내지는 각자의 국가에서 공연예술 발전이라는 것을 원활히 이뤄낼 수 없지 않을까. 그 때문에 우리에게는 모두가 한층 더 심층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혹은 서로를 배울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세계화의 영향이랄까,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이 예전에 비해 쉬워진 반면,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점도 있지 않을까”하고 이야기한다.
아시아 내에서의 교류나 콜라보레이션이 시작된 것은 90년대 초반부터다. 한국과 일본의 경우 역시 90년대 이후에 공연예술을 통한 양국의 왕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아시아 안에서 가장 빨리 경제력과 국제성을 갖춘 일본이 주도해 온 측면은 있지만, 20년 정도가 지나면서 한국, 중국, 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들도 적극적으로 문화예술을 통한 아시아와의 관계를 추진해 왔고, 현재는 상호주의에 입각한 관계로까지 발전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해외에 관심을 갖고 국제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프로듀서나 아티스트는 어떠한 기회에서든 만나는 일이 많아졌고, 콜라보레이션도 2개국 간, 다국가 간 등 다양한 형태와 방법론으로 이루어져 오고 있다. 하지만, 20년 남짓한 관계를 축적해온 현재, 경험의 축적과 동시에 거기에서 파생된 문제를 안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필자 개인의 경험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경우, 일본과 한국을 대상으로 양국을 알고 이해하려는 교류공연부터 다양한 형태의 콜라보레이션에 참가해왔지만, 앞으로의 양국에 의해 만들어질 공연예술의 모습에 혼란을 느끼기 시작했고, 코디네이터나 프로듀서로서 어떠한 방향성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몇 년간 해왔다. 그런데, 장르나 맡는 역할, 경험은 다르지만 아마도 아시아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레이시아에서의 ‘아시아공연예술제작자회의’를 통해 느꼈다. 이러한 문제와 아시아 공연예술의 미래를 모색하고 공유하는 네트워크 만들기는 20년이라는 토대 위에서 필연적이고 타당한 시기에 시작된 것이리라.

여기서 ‘공연예술제작자네트워크회의’와 ‘아시아공연예술제작자회의’ 각각의 역할을 설명하도록 하겠다. 필자 자신도 실은 이 두 회의의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 다소 혼돈스러웠고 시간이 걸렸다. 왜 같은 멤버가 참가하는 회의가 두 개로 나뉘어 있을까, 이 두 회의의 차이는 무엇일까.
‘공연예술제작자네트워크회의’는 인도네시아, 한국,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일본 등 8개국의 프로듀서, 혹은 공연예술 관계자 14명이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토론을 시작으로 도쿄에서 창설했다. 하지만, 네트워크 구축만을 목표로 하게 될 경우 본래 ‘창조의 수단’이어야할 네트워크가 그 자체만을 목적으로 하는 네트워크로 변질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네트워킹을 위해 폭넓은 국가, 지역의 프로듀서가 모인 ‘공연예술제작자네트워크회의’와 함께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공동작업을 검토하기 위한, 보다 적은 인원에 의한 포럼의 장이 필요하다고 판단, ‘아시아공연예술제작자회의’를 만들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이 두 회의는 두 개의 자동차 바퀴로서 상호보완적이고 유기적으로 기능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에 말레이시아에서 첫 번째 ‘아시아공연예술제작자회의’가 개최되었으며 이번 회의의 목적은 다음의 세 가지였다. 첫째, 기존의 많은 콜라보레이션은 아티스트가 주체가 되어 기획되어 왔지만, 프로듀서 네트워크라는 특성을 살려 프로듀서의 관점에서 아이디어를 낸 국제공동제작의 길을 모색하는 것,
둘째, 앞으로 타 지역에서도 개최하게 될 ‘아시아공연예술제작자회의’의 모델케이스를 만드는 것,
셋째, 한 국가, 한 지역 내에서의 또 다른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
이러한 세 가지 목적으로 열린 토론의 내용을 ‘공연예술제작자네크워크회의’에 반영시켜 보다 구체적이고 장기적으로 각각의 욕구와 필요에 맞는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한쪽 바퀴로써 시동을 건 것이다.
안타깝게도 첫 번째 공동제작의 모색은 구체적인 형태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각각의 경험을 바탕으로 공동제작을 추진할 때의 생기는 다양한 문제점과 고려사항을 논의했다. 우선은 재원(자금)의 문제다. 국제공동제작은 비용 소요가 큰데, 아시아 각국은 아직 경제 격차가 커서 상호주의적인 재원조성이 어렵다. 아시아라는 틀 안에서 재원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견도 있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언어다. 아시아 53개국에서 사용되는 공용어는 13개 이상의 언어, 거기에 그 국가, 지역별로 독자적 언어도 존재한다. 가령 영어를 (공동작업의) 공통언어로 할 경우, 영어를 할 줄 아는 것이 국제공동제작에 참가할 수 있는 아티스트의 조건이 되어버릴 염려도 있다. 언어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과 함께 언어에 숙달하고 공연예술의 특성을 아는 인력(통역 등)의 양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각 나라별로 제작문화와 시스템의 차이를 이해하고 어떻게 공유할지, 연극의 경우 작품의 내용에 관해서도 언급되었다. 특히 일본과 동아시아나 동남아시아는 전쟁, 식민지 지배 등의 과거를 안고 있어 그러한 것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공동제작에 이르는 길을 모색하기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몇 가지의 문제점을 공유할 수 있는 유익한 토론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타 지역에서의 2차 아시아공연예술제작자회의 개최에 관해서는 회의 후 성과가 확인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회의에 참가했던 멤버들이 각국에 돌아가 개최방법을 모색하여 현재 오키나와, 서울, 싱가포르 등에서의 개최가 검토되고 있고, 벌써 5월에는 말레이시아에서 소수가 참가하는 브레인스토밍을 진행한다는 반가운 소식까지 전해졌다. 한국은 이미 아시아를 리드하는 문화국가다. 필자는 서울뿐 아니라 각 지역에서 이러한 회의가 개최되어 많은 아시아인들과 만날 기회를 만들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회의 개최 논의와 함께 야후 그룹스(http://groups.yahoo.com) 웹사이트에 ‘Asian Producers'라는 온라인 모임도 만들어졌다. 현재 51명이 멤버로 등록하여 정보를 교환하거나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툴로서 이용하기 시작한 것 외에 앞으로의 회의 개최 시기나 추진방법, 의제와 형식, 콜라보레이션에 관한 아이디어 등이 온라인상에서 논의되고 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꼭 등록해서 네트워크를 넓혀주시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한 국가, 한 지역 내의 네트워크는 ‘아시아공연예술제작자회의’ 개최 자체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 말레이시아 회의의 경우 주변국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에서도 많이 참가하여 먼 개최국까지는 가지 못해도 인접국가일 경우 함께 참가하여 네트워크를 넓힘과 동시에 ‘공연예술제작자네트워크회의’에도 의견을 반영시키는 기회가 되고 있다. 또한 오픈으로 진행된 회의에는 프로듀서는 물론 아티스트도 참가해 다양한 입장의 이야기를 듣고 그 나라의 상황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렇게 ‘공연예술제작자네트워크회의’와 ‘아시아공연예술제작자회의’가 상호보완적이고 유기적으로 활동을 계속해 나간다면 아시아의 공연예술 관계자가 필요로 하는 실질적인 네트워크의 형성이 실제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다양한 아시아가 갖고 있는 깊은 인연이 공동작업으로 결실을 이루고, 이를 통해 새로운 아시안 컨템퍼러리 퍼포먼스가 탄생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기고자프로필

기무라 노리코 _ 한일연극교류협회 전문위원
기무라 노리코는 프리랜서로 연극 및 무용의 한일간 교류를 위한 코디네이터이자 번역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일연극교류협의회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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