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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전문가들을 통해  해외 공연예술계의 주요 동향 및 이슈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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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의 현주소
일본의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의 현주소
작성자 : 기무라 노리코 _ 한일연극교류협회 전문위원 2010.06.30 아시아 > 일본

일본의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의 현주소


글: 기무라노리꼬 (프리랜서 공연기획자)

일본에서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Artist in Residence, 이하 AIR)가 미술을 중심으로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의 일이다. 하지만 일본 최초의 AIR는 외국기관에 의해 1987년에 이미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때 오스트레일리아 카운실(Australia Council)이 호주의 아티스트에게 도쿄에서 체재할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1992년에는 프랑스 정부도 ‘아시아의 빌라 메디치’(Villa Medici)로 도쿄에 빌라 쿠조야마(Villa Kujoyama)를 짓고 매년 본국에서 아티스트를 파견했다. 최근에는 2009년 호주 정부가 에치고 츠마리 아트 트리엔날레(Echigo-tsumari Art Triennale)에 ‘오스트레일리아 하우스’를 오픈했고 캐나다의 퀘벡주정부 역시 같은 해 도쿄 롯폰기힐즈의 레지던스를 임차, 퀘벡주의 아티스트를 파견하고 있다. 이렇듯 일본의 AIR는 해외 정부에 의한 아티스트 지원이 선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P01 아키요시다이 국제 예술촌

한편 일본의 독자적인 AIR의 시초가 된 것은 1993년에 타마지역의 도쿄도 이관 백주년 사업의 일환으로 실시된 ‘히노데초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사업이다. 이 사업은 초등학교가 있었던 부지에 스튜디오와 주거공간을 갖춘 시설을 설립, 국내외의 아티스트 네 명을 초청해 6개월에 걸쳐 체재하게 한 프로젝트였다. 그 후 오픈한 AIR 시설로는 1998년 개관한 야마구치현의 ‘아키요시다이예술촌’, 2000년 오픈한 아오모리시의 ‘국제예술센터 아오모리’가 있다. 그밖에 1999년에 개관한 후쿠오카시의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2005년에 오픈한 도쿄도의 ‘도쿄원더사이트 아오야마’ 등 일본의 AIR는 지자체의 주도에 의해 발전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NPO 등 민간단체에서 운영하는 AIR프로그램도 늘어나면서 AIR는 일본 각지에서 다양한 장르, 사업, 스타일로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의 조사에 따르면 지자체를 포함해 현재 약 30개의 단체가 정기적인 AIR 사업을 통해 국내외에서 아티스트를 공모, 초청하고 창작을 위한 장소나 시간을 제공,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AIR는 1666년 프랑스 왕립아카데미가 로마에 빌라 메디치를 매입, 프랑스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로마상’(Prix de Rome)을 수상한 자국의 아티스트들을 유학시킨 데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의 프로그램은 세계 제일의 예술도시였던 로마에서 창작활동에 전념하면서 최첨단의 예술을 접하며 자신의 표현이나 기술을 함양하고 전 유럽에서 모인 지식인이나 왕후귀족과 국제적인 인맥을 쌓는, 미래가 촉망되는 예술가를 키우는 시스템이었다. 타국가나 타문화 속에서의 예술활동은 예술가에게 귀중한 성장의 기회가 된다. 발생단계부터 AIR는 아티스트가 창작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과 장학금을 제공하고 정보나 인적 네트워크를 넓힐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었던 것이다.

정보나 사람의 이동이 급격히 가속화된 20세기 후반, 세계 각국에서 비엔날레나 트리엔날레 등의 대형 국제미술전이 열리게 되었고, 그와 더불어 어떤 특정한 사회적 맥락과 환경 안에서 의미를 갖는 장소특정적(site-specific) 작품이나 설치작품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향 속에서 그에 맞는 창작활동 지원 시스템이 요구되었고 AIR는 세계 각지로 확산되게 되었다.

그럼, 무용과 연극장르에 기반해 AIR 사업을 펼치고 있는 단체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아키요시다이 국제예술촌 _ 야마구치현

http://www.aiav.jp/

아키요시다이 국제예술촌(재단법인 야마구치문화진흥재단 관리)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건축가 이소자키 아라타가 설계했으며 스튜디오, 콘서트홀, 갤러리, 야외극장을 갖춘 메인동과 생활공간이 되는 숙박동을 갖추고 있다. 일반적인 공공시설과는 달리 산에 둘러싸이고 마을과 떨어진 곳에 입지,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특징이 있다. 자체사업으로 신진예술가를 체재하도록 하여 창작활동을 지원함과 동시에 예술가와 지역이 교류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AIR사업은 미술, 음악, 연극, 무용 장르를 대상으로 하며 ‘레지던스 서포트’와 ‘레지던스 펠로우’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있는데, 1998년 개관 시부터 2006년까지 지원한 예술가는 미술 68개 팀, 무용 6개 팀, 사진 3명, 음악 12명, 기타 2명 등이다.

[레지던스 서포트] (원칙적으로 2.5개월)
- 조건 : 신진예술가로 창작 및 체류 중 의욕적으로 지역과의 교류활동에 참여해야 하며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야 함.
- 지원내용 : 항공비(아티스트의 재주지 기준액), 창작활동비(기획내용에 따라 차등지원), 창작스튜디오 제공, 체재비(기획내용에 따라 차등지원), 주거시설(숙박동), 전문적인 인적 서포트, 성과발표 기회 제공
- 응모방법 : 아티스트에 의한 직접 응모(웹사이트에서 모집요강 확인 가능)

[레지던스 펠로우] (1-4주간)
- 조건 : 타 기관의 지원이나 기금을 수혜 받아 체재하되 특히 예술촌에서의 리서치나 제작이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술가, 연구자 및 과거의 레지던스 아티스트. 렉처나 워크숍 등 형식에 상관없이 공개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함
- 지원내용 : 창작스튜디오 제공, 주거시설(숙박동), 전문적인 인적 서포트, 공개프로그램 기회
- 응모방법 : 아키요시다이 국제예술촌 담당자의 조사에 근거한 후보자 선정


도쿄 원더사이트(TWS)
http://www.tokyo-ws.org/

재단법인 도쿄도역사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도쿄원더사이트는 도쿄의 새로운 아트플랫폼으로서 2001년에 개관한 이래 도쿄도의 공모전인 도쿄원더월(Tokyo Wonder Wall)과 연계하여 신진예술가 육성, 지원하는 한편 장르를 뛰어넘어 예술가의 창작적 교류를 도모하는 장으로서 설립되었다. 국제적으로 활약하는 아티스트의 전시회, 현대음악 소개, 전통예술과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아티스트와 미술애호가에 의한 클럽나이트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2005년에 ‘도쿄원더사이트 시부야’ 오픈에 따라 국제적인 아트 허브로서 활동영역을 넓혔고, 2006년에는 제작프로세스를 중시하는 체재프로그램을 실시하여 보다 국제적이고 창조적인 교류활동의 장으로서 기능하도록 ‘도쿄원더사이트 아오야마’를 오픈했다.

레지던스 대상은 미술, 무용, 연극, 음악, 건축, 디자인 등으로 전시회나 콘서트 등의 프로젝트 실시를 목적으로 하는 ‘프로젝트 레지던스’, 장래의 전시회나 콘서트 등을 위한 리서치, 혹은 학술연구를 목적으로 한 ‘리서치 레지던스’, 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이벤트 등의 프로그램에 스튜디오 시설을 대여하는 ‘이벤트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있으며 체재기간은 최장 3개월이다.

- 조건

  • 컨템퍼러리 예술활동에 종사하는 크리에이터(장르 불문)
  • 원칙적으로 최장 3개월, 체재기간의 3분의 2 이상 체재가 가능해야 함
  • 건강상태가 양호하여 제작, 생활에 관한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함.
  • 일상회화 정도의 일본어, 혹은 영어가 가능해야 함.
  • 제작 성과로서 기간 내에 작품을 발표하고 전시 및 철거까지 책임져야 함.
  • 예술가의 작품해설, 렉처 및 워크숍 등 교류프로그램을 실시해야 함.
  • 프로그램 종료 후 도쿄원더사이트 자체 규정에 맞는 보고서를 제출해야 함.
  • 체재 중 숙박 및 스튜디오 시설 이용에 있어서는 도쿄원더사이트의 규칙을 준수해야 함.

- 선정기준

  • 활동실적이 인정되고, 장래의 활약이 기대되는 크리에이터
  • 레지던스의 경험을 장래 활동에 활용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자
  • 레지던스 체재 중 다른 크리에이터와의 상호이해나 교류를 심화할 수 있다고 인정되는 자
  • 체재기간 중 도쿄원더사이트의 프로그램 추진을 위한 홍보활동 등에 협력할 수 있는 자
  • 사이트 혹은 파견처에서 진행되고 있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
  • 도쿄도의 문화예술활동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자

- 지원내용 : 항공비, 창작활동비, 창작스튜디오, 체재비, 주거공간 제공. 전문적인 인적 서포트 및 성과발표 기회 제공. 활동기록집의 작성 및 배포 등 지원내용은 프로그램에 따름.

- 응모방법 : 국내외의 공공기관, 문화재단, 개인 등의 추천 혹은 도쿄원더사이트의 지명 및 공모

재팬 컨템퍼러리 댄스 네트워크(Japan Contemporary Dance Network, JCDN)_교토
http://www.jcdn.org/

전국 각지의 무용과 관련된 사람들이 느슨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새로운 움직임을 창출해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JCDN. 다양한 사업 중 해외교류와 두 종류의 AIR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 가지는 ‘일-미 안무가 교환 레지던시 프로젝트’로 미국 뉴욕의 댄스 씨어터 워크숍(DTW), 재팬소사이어티, 필라델피아, 보스톤 등과 공동으로 2002년부터 일본과 미국에서 각각 2-3인의 안무가를 선정, 개최지에서 1-2주간 정도 체재하도록 하여 안무가 간, 지역 댄스커뮤니티, 관객과의 교류 기회를 만들어 일미 간의 새로운 무용교류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각지의 특색을 살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 한 가지는 ‘국제 크리에이티브 레지던시 프로젝트’로 아티스트가 살고 있는 나라에 교환 체재하여 상호 국가의 풍토, 문화를 체험함으로써 상대를 보다 깊이 이해한 후 공동으로 작품을 제작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해외 아티스트는 일본의 문화나 현대사회를 접하면서 체류하고 자신이 희망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다.

그 외에 2010년부터 신설된 ‘무용작품 크리에이션’과 일본 순회공연 프로젝트 ‘춤추러 가자!!Ⅱ’도 어떤 의미로는 AIR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댄스프로덕션 서포트 프로그램’과 ‘리저널 댄스 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이 있는데 양쪽 모두 작품 제작의 일정 시기를 개최지 혹은 주거지 이외의 지역에서 체류하며 집중하여 작품을 제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한 그 과정에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몇 가지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최종적으로 제작한 신작을 ‘춤추러 가자!!Ⅱ’의 순회공연을 통해 보다 완성도를 높이게 된다.

P02 큐나사카 스튜디오

큐나사카 스튜디오(급경사 스튜디오) _ 요코하마
http://kyunasaka.jp/

급경사스튜디오는 요코하마시가 제창하는 ‘문화예술 창조도시정책’을 추진하는 거점의 하나로 공연예술의 창작을 지원하는 환경정비와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폭넓은 예술활동 거점, 지역과 아티스트의 교류 거점을 목표로 2006년에 개관한, 크고 작은 5개의 스튜디오를 보유한 연습시설이다. 운영과 관리는 요코하마시와 NPO법인 아트플랫폼이 하고 있는데, 연극, 무용의 연습실 부족 상황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자 저렴한 가격으로 장기간 공간을 제공, 창작환경을 정비하고자 한다.

급경사스튜디오는 AIR의 정의를 ‘체재 제작’으로 해석, 세가지 AIR사업을 하고 있다. 첫번째는 스튜디오를 장기(1주일 이상, 최대 2개월)로 이용하는 경우 장기할인을 적용하여 아티스트를 지원함과 동시에 시설을 공연예술 인큐베이터로서 활용하는 사업이다. 두번째는 ‘레지던트 아티스트 제도’로 연습실 무상제공과 우선적 사용을 인정한 특정 아티스트와 공동으로 작품을 만드는 사업이다. 현재 요코하마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연출가, 무용수 4명이 레지던트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마지막은 ‘급경사 국제교류레지던스 사업’으로 2007년부터 매년 해외에서 아티스트를 초빙, 체재제작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이스라엘과 아르헨티나의 연출가, 그리고 한국에도 잘 알려진 독일의 리미니 프로토콜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 왔다. 이들 사업은 기본적으로 급경사스튜디오의 디렉터에 의해 아티스트를 선정하며 일반공모는 하지 않는다.

급경사스튜디오의 담당자는 "우리들이 레지던스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 기존의 AIR와 같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연습공간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추진해 왔다. 레지던스의 효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장기간 이용하는 아티스트와 시설스태프 간의 신뢰관계가 쌓이고 제작면이나 기술면에서 적절한 서포트를 함으로써 충실한 창작활동을 벌일 수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체재기간 중 워크숍이나 토크세션 등, 창작프로세스를 공개하는 것도 동시대 아티스트나 관객에게 유용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 역시 다양화되고 있는 AIR의 한가지 유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공연예술과 관련한 AIR의 대표적인 예를 소개했는데, 최근 주최단체나 지원단체인 지자체나 기업의 재정난 등 문화예술계 전반의 각종 난제는 AIR사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일본에서는 공연이나 전시 등의 성과발표를 하지 않고 오히려 제작 과정을 중시하며, 지역민과의 체험이나 경험을 공유하는 AIR가 성과가 중시되는 행정적 평가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려워 쉽게 이해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AIR를 담당하는 전문적 인력의 육성도 급선무다.

하지만, 최근의 경향 중 하나는 지역사회에 밀착한 AIR가 다양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티스트가 어느 지역에 거점을 두고 창작활동을 하면서 지역주민과 교류하는 목적의 AIR가 지역문화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다음 글에서는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는 지역에서의 AIR사업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기고자프로필

기무라 노리코 _ 한일연극교류협회 전문위원
기무라 노리코는 프리랜서로 연극 및 무용의 한일간 교류를 위한 코디네이터이자 번역자로 활동하고 있다. 한일연극교류협의회 전문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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