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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전문가들을 통해  해외 공연예술계의 주요 동향 및 이슈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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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공연계, 2000년대를 정리하며 2010년대를 예감한다 I
영국 공연계, 2000년대를 정리하며 2010년대를 예감한다 I
작성자 : 정명주 2010.02.24 유럽 > 영국

글: 정명주 (런던대학 골드스미스 콜리지 연극학과 박사과정)


2000년대는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의 대폭적인 발전과 함께 구글 등의 인터넷검색포탈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시대를 이루었다. 또한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네트워킹 웹사이트, 그리고 유투브, 마이스페이스 등을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사회 전반의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에 개혁이 일어났던 시기였다. 이러한 인터넷 문화 속에 자신을 광고하는 ‘셀카’ 활동이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기도 했고, 다방면으로 개인이 인터넷 및 방송매체를 통해 대중에게 노출되는 기회가 증가하면서, 2000년대의 공연계에는 관객이 ‘참여’하는 프로그램, 나아가 ‘누구나’ 스타를 꿈꿀 수 있는 시대를 이루었다.


TV 오디션으로 국민스타가 된 <사운드오브 뮤직>의 코니 피셔


TV 매체를 통한 스타 발굴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일반인이 출연할 수 있는 각종 TV 방송프로그램이 유행했고 이는 공연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옵저버지에서 선정한 2000년대의 대표 TV 프로그램, ‘빅브라더(Big Brother, 채널 4)’는 일반인들이 출연하여 지정된 공간에서 함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이다.  낯선 사람들끼리 모여 24시간을 카메라가 장치된 공간에서 살아야 하는 실제상황은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만들어냈고, 시청자들은 타인의 삶을 몰래카메라를 통해 지켜보는 재미를 즐겼다.


매회 시청자가 최고 인기 출연자를 전화투표로 뽑게 하는 시청자의 참여 유도를 통해 ‘빅브라더’는 프라임타임을 장식하는 최고 인기 TV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까지 ‘빅브라더’는 세계적으로 70개국에서 방송되었으며 매 시즌이 끝날 때마다 시청자가 선발한 인기멤버는 연예계의 새로운 스타로 등장했다.  이외에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TV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2004년부터 시작된 ITV와 사이먼 카웰 제작의   ‘엑스펙터(X Factor)’, ‘브리튼즈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 등은 무명오페라가수와 거리 힙합 댄서들을 국민스타로 만들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2009년 출연자였던 수잔 보일의 경우, 출연 직후 유투브 클릭수가 수천만 번에 달하는 기록적인 인기를 얻으며 그야말로 하루 밤새 무명의 중년 아줌마에서 세계적인 스타로 떠올랐다.


무용계에서도 TV 매체를 통한 스타들이 속출하면서 유례없는 무용장르의 대중화를 기록한 10년 이었다. 2004년부터 BBC에서 시작한 볼룸댄스경연대회 ‘스트릭틀리 컴 댄싱(Strictly Come Dancing)’은 유명 연예인과 전문 댄서들이 출연하여 왈츠, 차차차에서부터 자이브, 살사에 이르기까지 화려한 춤실력으로 승부하게 함으로써 천만명이 넘는 시청자를 확보하며 국민적인 댄스열풍을 일으켰다.   이러한 TV 매체를 통한 손쉬운 스타만들기는 영국의 공연제작자들에게 마케팅 기회로 이용되어, 앤드류 로이드 웨버, 매킨토시 등 공연계의 큰 손들이 TV 제작자와 공동전선으로 각종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스타들을 만들었다.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BBC가 시작한 뮤지컬 오디션 시리즈, ‘마리아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How Do You Solve A Problem Like Maria? 2006,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어떤 꿈이라도(Any Dream Will Do, 2007, 뮤지컬 <조셉과 어메이징 테크니컬러 드림 코트>)’,  ‘무엇이든 할 거야(I’ll Do Anything, 2008, 뮤지컬 <올리버>)’ 등은 시청자들이 투표로 선발한 우승자, 코니 피셔, 리 메드, 조디 프랭거를 국민 스타로 만들었고, 이들이 출연한 웨스트엔드 뮤지컬 프로덕션은 매진사례를 기록했다.


TV 매체를 통한 스타 발굴

2000년대 영국예술계에서는 관객의 ‘참여’가 가장 뜨거운 화두였다. 공립박물관 및 미술관이 모두 무료로 오픈하였고, 공연계에서는 국립극장을 필두로 하여 10파운드 할인티켓을 제공하면서 극장의 문턱을 낮추었다.


정부와 예술지원기관인 아츠카운슬이 내건 ‘모두를 위한 예술’이라는 슬로건 하에 공립극장들이 전국민을 상대로 ‘새로운’ 관객 찾기 운동을 벌였다. 니콜라스 하이트너가 지휘하는 국립극장은 할인티켓과 함께 다양한 가족관객을 위한 대중적인 연극 시리즈를 선보였고, 극장 로비에는 공연 전후로 각종 미니 콘서트 등 무료행사가 증가했다.  여름시즌 국립극장 앞마당에는 ‘Watch This Space’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거리극과 서커스, 코미디, 음악회가 펼쳐졌다. 바비칸극장의 로비에서도 유럽의 거리극단과 뮤지션들이 무료공연이 선보였다.  저녁공연이 끝나고 나면 극장 한 구석에 DJ가 음악을 틀어주는 무료 댄스타임이 국립극장, 바비칸극장, 로열오페라하우스의 로비에서 이루어졌다. 젊은 관객의 리드로, 용감한 중년의 관객들이 와인 몇 잔의 힘을 빌어 춤에 가세하기 시작하면 극장 로비는 나이트클럽과 같은 활기가 넘쳤다.


일반 청소년이 출연하여 폭력적인 십대를 있는 그대로 그려
화제가 된 벨기에 극단, Ontroerend Goed의 공연


일반인이 참여한 무대

또한, 장애인을 포함한 일반인의 예술활동참여가 어느 때 보다 장려되었고 이는 아츠카운슬의 추가 지원을 통해 가속화되었다. 영국의 장애인 무용단, 칸두코(Candoco)는 휠체어를 탄 무용수들의 감동어린 공연을 선보이며 무용계의 스타로 떠올랐고, 장애인 밴드 하트앤소울(Heart & Soul)과 집 없는 걸인(homeless)들이 만든 극단 카드보드시티즌 (Cardboard Citizens)이 국내의 인기를 발판으로 해외공연을 떠났다. 세계적인 안무가 피나 바우쉬의 무용공연에는 65세 이상의 일반인이 출연하여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고 (), 한 떼의 청소년을 무대에 올려놓고 서로 싸우고 때리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벨기에 극단 온트로에렌드 고에드(Ontroerend Goed)의 작품, <우리가 누군지 지금 딱 한 번만 얘기해 줄 테니까 입 닥치고 들어(Once and for all we're going tell you who we are so shut up and listen), 2008>와 관객과의 일대일 스피드 데이팅을 시도한  <인터널(Internal) 2009> 은 에딘버러 프린지축제의 최고 화제작이 되었다.


관객 참여공연 - 펀치드렁크극단

또한 기존 공연장을 벗어난 공간맞춤(site-specitic) 공연들이 늘어났고, 관객의 간접적 참여를 유도하는 연극, 즉, 객석에 가만히 앉아 공연을 보는 기존의 관람형식을 탈피하여 관객이 공연장을 돌아다니며 배우를 찾아 다니게 하는 ‘산책(Promenade)연극’이 크게 유행했다.

2000년 무용학교인 라반센터의 졸업생들이 주도하여 창립한 펀치드렁크(Punch Drunk) 극단의 산책연극은 방학 기간 중, 빈 학교 건물을 이용한 소박한 프린지작품 <벗꽃동산 2000>, <슬립 노모오(Sleep No More - 원작 <맥배스> 2002>로 시작해서 2006년 <파우스트>에 이르면서 국립극장의 제작지원을 받는 메인스트림연극으로 발전했고, 에드가 앨런 포우의 <붉은 죽음의 마스크(The Masque of the Red Death) 2008>로 최고 인기극단으로 떠올라, 2009년 말 옵저버지가 선정한 2000년대 공연계 최고 화제극단으로 선정되는 데 이르렀다.


마치 놀이동산의 ‘귀신의 집’에 들어갈 때처럼, 관객들을 서너 명씩 나누어 들어 보내면서, 서로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게 하얀 마스크를 쓰게 하는 이 극단의 공연들은 등장인물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관객들이 방문하는 컨셉이다.  공연장 내의 수 십 개의 크고 작은 방은 설치미술전시에 가깝게 시대상황에 맞게 장식되어있고, 관객들은 내키는 데로 등장인물의 안방과 거실, 마을 카페, 식당, 세탁소 등을 방문할 수 있다.  돌아다니다 힘들면 카페에서 연주자들의 음악과 노래를 들으며 앉아 쉬어도 그만이다.  극장 등장인물들은 그런 카페를 비롯한 주요 공간에 한 두 번씩 나타난다. 즉, 관객들은 극의 상황 속에 극의 일부로서 존재하기 때문에, 극 전체를 한눈에 볼 수는 없다. 언제나 자기가 놓은 상황과 각도에서 부분적인 그림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punchdrunk1 산책(Promemade)연극으로 인기를 얻은 펀치드렁크 극단의 괴기한
무대장치


산책(Promenade)연극
이러한 산책연극은 무용과 연극, 설치미술을 혼합한 크로스오버 형식의 신체극으로서 극장을 벗어난 공간, 학교, 창고 등에서 공간맞춤(site-specific)의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연극계에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펀치드렁크의 인기로 메인스트림 연극으로 입성하게 된 산책연극은 드림씽크스피크 (DreamThinkSpeak)극단의  , <파라디소 (Paradiso)> 등을 바비칸센터에서 제작하면서 연극계 내에서의 인지도를 얻었고, 매년 에딘버러프린지축제를 통해 보다 다양한 방식의 변종공연들이 소개되었다. 관객들의 눈을 가린 채 재판장으로 끌고 들어가는 형식으로 카프카의 <심판>을 선보인 신생극단 벨트업(Belt Up)은 데뷰공연으로 단번에 화제의 극단으로 떠올랐고, 이상한 사람들(배우들)이 운영하는 ‘호텔’에 방문하여 기이한 경험을 하게 하는 연극 <호텔>, 식물원에 설치해 놓은 각종 조명, 음향을 즐기며 정말로 야밤 공원산책을 하도록 만든 설치미술 &음향공연 <파워 식물 (Power Plant)> 등 은 2009년 에딘버러 최고의 화제작으로 손꼽혔다.  이렇게 관객의 관람방식을 변화시키는 방식의 산책연극의 영향은 유럽의 메인스트림 극단들의 공연을 통해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루마니아의 대표 연출가 실비우 푸카레트는 에딘버러 격납고에 마련된 <파우스트>의 대형무대를 통해 관객들이 제 발로 걸어 다니며 지옥의 세계를 경험케 했고, 덴마크의 연출가, 이보 반 호베는 <로마비극>이 펼쳐지는 바비칸대극장의 무대를 관객들이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거나 앉을 수 있도록 연출하여,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바로 옆에 앉아 그들을 은밀한 대화를 훔쳐들을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작품들은 작가중심의 연극을 극단중심으로 변화시키고, 작품의 내용을 관객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주관적으로 관람내용과 위치를 취사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유의지를 제공한다.  더불어 보다 대중적인 접근으로 고전연극을 재해석하며, 텍스트보다는 신체언어와 공연의 환경을 통해 작품을 전달하는 사뭇 보편적인 접근을 시도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산책연극들은 다양한 연령과 다양한 배경의 관객들을 새로이 흡수하며 연극관객의 폭을 넓혔고, 연극적인 경험을 놀이에 가까운 새로운 엔터테인먼트로 확대하는데 기여했다.


지방극장의 활성화

‘참여’라는 화두는 지방극장의 활발한 장려로까지 이어졌다. 문화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예술경영 컨설턴트, 피터 보이든이 제출한 보고서 <영국 지방의 제작극장의 역할과 기능(Roles and functions of the English Regional Producing Theatres, 2000. 5)>을 통해 지원금 증가만이 지역극장을 살리는 길임을 강조되었고 이에 아츠카운슬은 500억원(£25m)에 달하는 지방극장 추가지원금을 마련하였다. 


이를 통해, 가디언지의 마이클 빌링턴이 지적하였듯이, 수 십년 동안 잠잠했던 지역극장들이 ‘눈에 보이는’ 발전을 이루었다. 값싼 연극티켓과 우수 제작공연이 관객을 불러온 것이다. 셰필드의 마이클 그랑다지, 리버풀에 젬마 보디네츠, 노쓰햄튼에 루퍼트 굴드 등 재능 있는 연출가들이 우수연극을 연달아 내놓으며 지역극장의 제작작품들이 웨스트엔드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또한 웨스트요크셔플레이하우스는 <배드 걸즈 2006>, <비밀의 정원 2009> 등 비롯한 우수 신작뮤지컬을 만들었고, 윈드밀극장의 배우가 직접 음악을 연주하는 뮤지컬 <스위니 토드 2006>는 웨스트엔드를 거쳐 미국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했다.


<영국 공연계, 2000년대를 정리하며 2010년대를 예감한다 II>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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