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ATA[Trend|theApro.kr]]> http://kor.theapro.kr ko Thu, 25 Apr 2019 00:59:00 +0900 theApro <![CDATA[위기를 기회 삼아 도약하는 여러 가지 방식에 대하여]]> 위기를 기회 삼아 도약하는 여러 가지 방식에 대하여
[동향] 프랑스 현대 서커스 부흥기


서커스, 라는 단어에 으레 떠올리게 되는 몇몇 이미지들이 있다. 붉은 천막극장, 기묘한 신체곡예를 펼쳐 보이는 중국인 곡예사들, 저글링이나 공중그네같이 다분히 고전적인 장면들 말이다. 우리에겐 이런 기억을 흔쾌히 전복시킬만한 경험이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최근 약 15년 사이, 이런 전통적인 서커스 형식을 탈피한 현대 서커스가 유례없는 전성기를 맞고 있다. 각종 거리예술축제를 비롯해 어느 극장, 어느 공연예술축제를 가든지 어렵지 않게 서커스 공연을 접할 수 있고, 심지어 무용, 연극, 퍼포먼스, 시각예술 등 여러 예술 장르에 걸쳐 대담하고 기발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중세유럽 때부터 약 두 세기에 걸쳐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프랑스 서커스는 20세기 후반(1970년대)부터 사양산업으로 전락하기 시작하여 대중의 관심을 잃음과 동시에 다수의 곡마단이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보았다. 위기를 맞은 서커스 종사자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연극, 무용 등 서커스와 결합 가능한 다른 장르에서 새로운 영감을 받아 작품 창작을 시작했고, 이는 곧 보다 자유로운 형식의 현대 서커스가 출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비슷한 시기(1983년)에 캐나다에서 창단된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또한 전통서커스 쇠퇴에 따른 새로운 움직이었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서커스의 위기가 비단 프랑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프랑스는 이 ‘서커스의 위기’를 국가 차원에서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이다. 

전통서커스의 위기 이후 40여 년이 지난 지금, 프랑스의 서커스는 교육, 창작, 발표, 지원, 유통, 연맹, 조합 등의 분야에서 예술가와 기관 및 정부가 전범위에 걸쳐 상호 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상생하고 있다. 전통서커스의 위기를 감지한 예술인들이 여타장르와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형식을 모색한 것이 작은 태동이었다면, 이를 성장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체계적인 시스템과 안정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태동의 중심, 국립서커스예술센터

1985년에 설립된 국립서커스예술센터(Centre National des Arts du Cirque, CNAC)는 프랑스 현대 서커스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프랑스 문화통신부 산하의 고등교육기관으로, 서커스 전문가를 양성하고 배출하는데 가장 큰 목적을 두고 있다. 현재 프랑스의 현대 서커스 및 현대공연예술을 주도하고 있는 다수의 예술가가 국립서커스예술센터 출신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 막강한 영향력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프랑스 공연예술계에서는 ‘새로운 서커스(Le nouveau cirque)’ 혹은 ‘현대 서커스(Le cirque contemporain)’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이 표현이 현대무용안무가 조셉 나주(Josef Nadj)가 1995년 국립서커스예술센터에서 발표한 < Le Cri du Caméléon >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무시 못 할 여담으로 남아있다.

CNAC 2016 ©CNAC

파리 라빌레트 극장에서 열린 현대 서커스 단체 Galapiat Cirque의 < Chateau Descartes > 공연 ©Christophe Raynaud de Lage

CNAC 2016 ©CNAC



파리 라빌레트 극장에서 열린 현대 서커스 단체 Galapiat Cirque의 < Chateau Descartes > 공연 ©Christophe Raynaud de Lage

국립서커스예술센터는 서커스학교나 관련 대학에서 학위를 취득한 이들을 중심으로 입학을 허가하고 있는데, 입학 후 예술직업학위(DMA)를 수여하기까지 총 3년간의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서커스에 대한 전문적인 관점을 갖추면서 동시에 무용, 연극, 음악, 무대미술 등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키우는 것을 1년 차 기초 과정으로 두고 있다. 2년 차와 3년 차엔 각각 공연단체에서의 인턴십과 전문 예술가와의 협업을 통한 작품 제작 및 발표가 진행된다. 이 창작 결과물은 센터와 오랜 협력관계를 맺어온 파리의 라빌레트 극장(Théâtre Paris-Villette)이나 샹파뉴 아르덴(Champagne-Ardenne) 주, 오슈의 시르카 페스티벌(Festival de cirque actuel de CIRCa - Auch) 등에서 공연관계자 및 평단 그리고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공개되는 기회를 가진다. 공연에 따라 여타 극장의 시즌 프로그램이나 페스티벌에 공식 초청되기도 하고, 학위 취득 후 작품을 더 발전시켜 새로 발표하는 경우도 있다. 즉, 공연단체 인턴십을 통해 해당 단체에 소속되거나 작품발표를 통해 데뷔하는 등 졸업 후 자연스레 공연예술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프랑스 국립서커스예술센터(CNAC) ©Emmanuel Chaussade

프랑스 국립서커스예술센터(CNAC) ©Emmanuel Chaussade

흥미로운 것은 국립서커스예술센터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교육기관 및 연합단체, 극장, 축제 등만 살펴보더라도 프랑스 현대 서커스를 지탱하고 있는 핵심구조나 분명한 상호관계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국립서커스예술센터는 프랑스의 200여 개 단체 및 교육센터 등이 가입한 프랑스서커스학교연합(FFEC)이나 유럽서커스학교연합(FEDEC)과 긴밀하게 협력하여 국내외 서커스 예술교육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서커스 견습생 및 아마추어 교육을 담당하는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차세대 전문가를 육성하고, 보다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또한, 프랑스 및 유럽의 서커스・거리예술 네트워크 기관들(Circostrada, Cccirque, Gnac 등)에도 소속되어 예술가 초청 및 학술행사 등 여러 기회를 제공받기도 한다. 더불어 앞서 잠시 소개한 것처럼 서커스축제나 거리예술축제, 극장과도 연계해 신진 예술가 발굴 및 창작 공연 유통 등을 동시에 꾀하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국립서커스예술센터는 현재 국립무용센터(CND) 및 국립현대무용센터(CNDC) 등의 무용 관련 기관이나 연극학교와 디자인학교 등 여러 장르의 전문교육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데, 이는 현대 서커스가 인접 장르와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 왔던 지금까지의 궤적과 앞으로의 기대 방향을 가늠해보게 한다. 

지원과 생산, 유통의 과정에서

당연한 말이겠지만, 창작품이 빛나는 순간은 단연 관객과 함께하는 때일 것이고, 그래서 더 많은 관객을 꾸준히 만나는 것이야말로 작품의 생(生)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다. 프랑스 서커스・거리예술 국립지원센터 오르레뮈르(Hors les Murs)에 의하면, 프랑스에는 약 420여 개의 서커스 극단이 존재하는데, 이 중 40여 개 단체를 제외한 대다수 서커스단이 현대 서커스로 분류되는 창작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서커스 공연의 특성상 4~5명의 적은 단원수로 운영되는 단체가 많기는 하지만, 대부분 지속적인 창작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대다수의 극단은 프랑스 문화통신부(Ministère de la Culture et de la Communication)와 국립지원센터, 지자체 등 공공기관을 통해 예산을 지원받고 있는데, 연간 최소 1천5백 유로(약 200만 원)부터 최대 45만 유로(약 6억 원)까지 공연의 규모와 성격에 따라 예산이 결정된다. 프랑스 문화통신부의 2012년도 자료에 따르면, 서커스 공연단체 중 절반 이상이 공공지원기금을 통해 작품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한다. 참고로, 프랑스의 서커스단체가 창작 및 공연을 위해 지출하는 연간 평균금액은 공공지원금을 포함하여 약 10만 유로(약 1억5천만 원)정도이다. 지원의 다수는 앞서 언급한 서커스・거리예술국립지원센터인 오르레뮈르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오르레뮈르는 1995년 프랑스 정부에 의해 설립되었는데, 기관명에서 알 수 있다시피 서커스와 거리예술 장르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원은 연구, 교육, 창작, 공연, 축제, 아카이빙 등 전 범위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지원의 수혜대상 또한 예술가, 창작단체, 축제기관 및 연구기관 등으로 다양하다. 위에 사례로 언급한 국립서커스예술센터나 프랑스서커스학교연합 등 서커스 교육기관 및 연맹에도 상당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 서커스・거리예술 국립지원센터 오르레뮈르 홈페이지 ©Hors les Murs

프랑스 국립서커스예술센터(CNAC) ©Emmanuel Chaussade

지원기관에 의한 직접지원방식 외에도 공연단체는 극장 시즌 프로그램 초청, 서커스 관련 축제 초청 및 공연 등을 통해 예산을 보충하고 공연 및 투어 계획을 수립한다. 현재 프랑스에는 공식적으로 약 350개의 서커스 및 거리예술 축제가 존재하는데, 그중 서커스만을 대상으로 하는 축제가 약 60개 이상이다. 최근에는 여러 극장의 시즌 프로그램에서도 현대 서커스 공연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었는데, 이는 곧 서커스 공연단체에 주어지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극장 시즌프로그램이나 유수의 페스티벌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프랑스 국내 순회공연을 하는 경우도 종종 목격되는데, 순회공연의 경우 프랑스 문화통신부에서 이동경비나 무대설치비 등의 추가 보조금도 지원한다. 이는 프랑스 현대 서커스라는 새로운 예술 장르를 보급 및 전파하는데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순회공연이 결정되는 경우, 각 도시의 국립극장을 중심으로 공연이 확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순히 숫자를 열거하는 것만으로는 프랑스 현대 서커스의 위상이나 규모를 체감하기 쉽지 않지만, 적어도 하나의 특정 공연 장르 안에 그 형태와 목적에 따른 다양한 지원이 존재하고, 예술가들에게 많은 공연기회가 주어지고 있다는 점은 알 수 있다. 특히, 일반인과 전문인을 대상으로 하는 각각의 교육기관 및 연합이 존재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매년 주목할 만한 새로운 단체나 작품이 발견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주목받는 어느 예술가의 여정이 가리키는 것

요안 부르주아(Yoann Bourgeois)는 현재 프랑스 공연예술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 리옹댄스비엔날레(Biennale de la danse de Lyon), 파리가을축제(Festival d’Automne à Paris), 파리여름축제(Paris Quartier d’Été) 등 대표적인 현대공연예술축제에 빠짐없이 초청되어 그의 신작뿐 아니라 데뷔작 및 지난 공연들을 연이어 무대에 올렸고, 평단 및 관객 반응 또한 매우 뜨거웠다. 요안 부르주아는 때에 따라 안무가나 무용수로 불리기도 하고, 곡예사 혹은 포괄적인 의미의 퍼포먼서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는 서커스와 무용의 경계를 완전히 무너트린 독자적인 형태의 공연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는 그가 지나온 예술 여정이 오롯이 응집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현대무용수이자 곡예사 요안 부르주아 ©Sylvain Frappat

현대무용수이자 곡예사 요안 부르주아 ©Sylvain Frappat

요안 부르주아는 프랑스 동부의 쥐라(Jura) 주에서 태어나 자랐고, 브장송(Besançon)에 위치한 플럼서커스학교(現 브장송서커스학교, Ecole de cirque de Besançon)에서 서커스 기술을 익혔다. 높은 곳에서 아래로 하강하거나 현기증을 일으키는, 중력에 반응하는 다양한 신체상태에 흥미를 느끼고, 이후 국립서커스예술센터에 진학하여 이를 보다 심도 있게 연구하면서 작품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그는 국립서커스예술센터(CNAC)를 다니는 동안 국립현대무용센터(CNDC)에서 교류수학을 하며 현대무용을 동시에 익혔는데, 학위를 취득한 뒤엔 국립안무센터(Centre Chorégraphique National de Rillieux-la-Pape, CCNR)에서 마기마랑컴퍼니(Compagnie Maguy Marin)를 만나 4년간 무용수로 활동했다. 뒤이어 현대무용수 마리 퐁트(Marie Fonte)와 함께 아틀리에 작업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2010년에 요안부르주아컴퍼니(Compagnie Yoann Bourgeois)를 설립하는 계기가 된다. 

그의 간단한 이력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요안 부르주아는 무용과 서커스의 경계를 구분 짓지 않고 오히려 확장하는 방식으로 두 장르의 접점을 찾아내 그 고리를 연결해낸다. 서커스는 중력의 힘을 거스르는 것을 가장 기본적인 메커니즘으로 삼는데, 그는 그가 오랫동안 매력을 느껴왔던 중력에 의해 하강하는 상태, 중력에 최대한 버텨내는 상태 등 중력이나 구심력 같은 힘의 기본적인 원리를 이용하는 것을 작업의 근본으로 삼는다. 그리고 그 상태 위에서 행위자를 춤추게 만들거나 혹은 춤추는 것처럼 보이도록 연출한다. 뿐만 아니라 그는 작가나 드라마터그와 함께 공연을 창작하는데, 작가가 해석해내는 신체언어 혹은 드라마터그가 읽어내는 공연의 맥락이나 의미 등을 창작과정에 주요하게 반영한다. 요안부르주아컴퍼니의 단원이 곡예사, 현대무용수, 안무가, 드라마터그, 작가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의 최근작이자 대표 작품 < Celui qui tombe >는 이 같은 방식으로 한 명의 작가와 드라마터그, 그리고 여럿의 무용수 및 곡예사와 함께 창작한 공연인데 ‘현대 서커스의 정수’라는 찬사와 함께 프랑스 및 유럽 투어공연이 빼곡하게 잡혔다. 그의 작품은 연극적이며, 마치 춤추는 듯이 보이는, 그러나 서커스의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또 하나의 새로운 공연인 것이다. 

요안 부르주아의 < Celui qui tombe > 공연 ©Géraldine Aresteanu

요안 부르주아의 < Celui qui tombe > 공연 ©Géraldine Aresteanu

요안 부르주아의 독특한 배경이나 작품의 특징은 바로 프랑스 현대 서커스가 새롭게 부흥하기까지 일궈왔던 배경과 똑 닮아있다. 전통서커스의 위기를 극복할, 타 장르와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스타일의 창출, 전문교육기관에서의 교육 및 교류수학, 그로 인한 현장 예술가들과의 협업, 그리하여 결과적으로 자기 언어나 창작방식을 찾아내는 것 말이다. < Celui qui tombe >가 유럽의 대표적인 현대무용비엔날레인 리옹댄스비엔날레의 지원 및 제작으로 초연되었고, 곧바로 전국의 국립극장 및 축제에 연이어 초청된 점 또한 활발하고 적극적인 지원 및 유통 시스템의 단면을 보여준다.

현대 서커스 단체 Compagnie XY의 < Il n’est pas encore minuit > 공연 © Compagnie XY

현대 서커스 단체 Compagnie XY의 < Il n’est pas encore minuit > 공연 © Compagnie XY

서커스의 위기를 곧 기회로, 그리고 그 기회를 현대 서커스 전성기라는 결과로 만들어내기까지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시스템 아래 막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프랑스 정부의 노력을 보면서 ‘지속가능한’이라는 말의 무거운 책임감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리고 그 시스템의 가장 근간에는 예술가들의 움직임이 있었다는 것 또한.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움켜쥔다고 했던가. 지푸라기라고 생각하고 손에 쥔 것이 실은 동아줄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별도리가 없지 않은가, 일단은 안심하고 하늘이 보일 때까지 열심히 타고 올라갈 수밖에.  

ⓒKAMS



◈ 참고
・[Les chiffres clés des arts du cirque & des arts de la rue 2010], #1 , juillet 2010, études & recherches, Hors les Murs.
・[Les Outils Du Cnar Culture - Secteur Culturel : subventions ou marchés publics?], janvier 2012, Hors Les Murs.
・[La Guide Pratique à la création d’entreprise], Novembre 2012, Le Ministère de la Culture et de la Communication.
・[Aide à l’itinérance des cirques 2016], [Aide à la création 2016], Le Ministère de la Culture et de la Communication.
・[Présentation globale du Cnac], Centre National des arts du Cir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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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대만의 사운드아트, 매개와 촉진을 통한 확장으로]]> 대만의 사운드아트, 매개와 촉진을 통한 확장으로
[동향] 대만의 사운드아트


사운드아트는 여전히 낯설고 해석과 접근에 있어 의견이 분분한 대표적인 분야가 아닐까 싶다. 사운드아트는 실험음악 등으로 불리며 그 배경과 과정에서 구분 점을 만들어 내기도 했으나 넓은 관점에서는 장르와 무관하게 소리를 주요 매체나 재료로 하는 예술작업을 통칭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대만에서 진행된 2차 아시아 프로듀서 플랫폼 캠프(Asia Producers’ Platform CAMP)에 참가하면서 사운드아트 현장의 주요 단체 및 아티스트들과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는데, 관심사가 맞물리는 부분이 많아 즐겁게 리서치를 진행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이 각자의 취향과 상황을 온전히 담아내는 활동을 펼치고 있어 개인적으로 사운드아트에 대해 이해하고 있던 것보다 더 다양한 상징적 흐름을 볼 수 있었던 점이 흥미로웠다. 대만의 사운드아트 리서치를 위해 인터뷰를 진행했던 주요 단체와 아티스트들을 상대적인 특징 중심으로 소개해 보겠다.



4명의 시각예술 작가들이 시작한 Lacking Sound Festival(失聲祭)은 사운드아트 행사로 상징성을 획득한 이후, 새로운 운영주체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뉴미디어아트를 전공한 아주 젊은 2명의 작가에게 바통을 넘겼고, 기존보다 조금 더 이상적인 기운이 덧입혀져 꾸준하게 기획되고 있다. 이 페스티벌은 소리와 행위, 또는 결과이자 방법으로서의 악기(기성 악기, 또는 소리를 위해 제작된 고유한 형태의 구조물)가 유기적으로 치환되는 과정을 사운드아트로 보고, 설정된 개념과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현장으로서의 페스티벌을 제안한다. 이는 소리를 작업의 전체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소리가 전달하지 못하는 기록이나 결과로서의 커뮤니케이션에 상당한 가치를 부여하는 페스티벌의 태도를 반영한다. 또한, 이러한 경험을 공유하는 단계를 통해 사운드아트에 대한 기호를 획득한 특별한 소수(관객, 또는 잠재적 아티스트)의 확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왼쪽 위) Junichi USUI 臼井淳一 x Olifa Hsieh 謝瀞瑩 ©Lacking Sound Festival/오른쪽 위) Marc Vilanova & Chi-Hsia Lai ©Lacking Sound Festival/왼쪽 아래) Sangatsu ©Lacking Sound Festival/오른쪽 아래) 林其蔚 Lin Chiwei ©Lacking Sound Festival

왼쪽 위) Junichi USUI 臼井淳一 x Olifa Hsieh 謝瀞瑩 ©Lacking Sound Festival
오른쪽 위) Marc Vilanova & Chi-Hsia Lai ©Lacking Sound Festival
왼쪽 아래) Sangatsu ©Lacking Sound Festival
오른쪽 아래) 林其蔚 Lin Chiwei ©Lacking Sound Festival

Kandala Records는 improvisation/noise/avant-garde 음악을 대상으로 한 넷-레이블이다. 주로 사운드작업의 결과물을 CD-ROM/CD-R 또는 FLAC/MP3로 발매하거나 공연을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직접 아티스트를 만나고 논의해 함께 활동하기도 하고, 관련 음악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가 자료를 보내오면 선정 작업을 거쳐 결과물을 발표하고 유통하기도 한다. 대만의 사운드아트 씬이 넓게 형성되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개별 활동과 함께 다른 주체에서 진행하는 행사와 결합하거나 협력하는 등의 작업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Kandala Records는 주요한 아티스트와의 연계를 통해 이러한 흐름을 촉진하는 상징적 포지션을 획득하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한 운영자 Yo-Sheng ZHANG(張又升)은 원래 밴드로 7년여간 활동하다가 음악적 지향점의 변화와 함께 사운드 아티스트로 전환한 케이스다. 현재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과정에 집중하고 있어 Kandala Records가 직접 기획하거나 앨범을 발매하는 등의 주요 활동은 잠시 유보하고 있지만 다른 기획행사와의 협업은 꾸준하게 참여 중이다. 

Kandala Records의 재미있는 지점은 Private donate/Micro-payments/Membership을 기반으로 활동에 필요한 재정적인 배경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정부의 지원정책에만 의존하거나 사업 수익을 통해 재투자하는 형태가 아니라 사운드아트와 다양한 경로로 연결된 소수 소액 투자자와 기타 여러 작은 후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인터뷰 중인 Lacking Sound Festival(좌)과 Tao CHIANG(蔣韜)(우) ©류성효

인터뷰 중인 Lacking Sound Festival(좌)과 Tao CHIANG(蔣韜)(우) ©류성효

Tao CHIANG(蔣韜)은 또 다른 유형의 아티스트다. 그는 연극을 전공하고 극단 작업을 하며 그 과정에서 소리와 관계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그가 운영하는 프로젝트팀 Against-Again의 작업 내용에서 확인되는 부분인데, 음악 또는 사운드아트가 극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로 역할을 자청하여 전체적으로 극과 폭넓게 상호이해를 형성하는 것이 흥미로운 실험으로 보여진다. Tao CHIANG은 개인적으로 밴드 활동을 하기도 했고, 최근에는 일렉트로닉 기반의 음악 활동을 다른 뮤지션과 함께하고 있는데, 개인적 음악 활동의 영향도 작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언제나 극단 활동을 중심에 배치하고자 하는 태도가 느껴졌다. 

Tao CHIANG은 또한 기존 악기로 연주나 작곡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리를 만들어 내는 장치를 개발하고 내러티브를 부여하며 그것 자체를 하나의 완성된 작업으로 인지하는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종종 드러나는 작업에서의 위트도 그의 작업을 인상적으로 기억하는 동기가 되는데 그가 제작한 모바일 사운드 키트에 ‘존’이라는 이름을 부여하고 구조물(Cage) 안에서 센서와 컨트롤러로 작동하는 작업을 ‘존스 케이지’라고 명명함으로써 사운드아트에서 존 케이지의 상징성을 유쾌하게 연계하기도 한다. 

그의 활동 유형 특징과 상징성을 압축하자면 한마디로 Theater Director와 Musician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는 아티스트, 또는 인터뷰에서 그가 직접 한 말 “I made music and theater, but not musical theater”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P Festival에서 공연 중인 晨曦光廊-Sun Of Morning(좌), Balmorhea(우) ©Hwchensfotostudio

P Festival에서 공연 중인 晨曦光廊-Sun Of Morning(좌), Balmorhea(우) ©Hwchensfotostudio

White Wabbit Records_KK(葉宛青)는 음악콘텐츠 유통의 대안으로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레코드숍 오너이자 뮤지션이다. 대학 시절 초기부터 음악콘텐츠를 유통하는 일에 관심이 많아 직접 숍을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에이전시, 또는 레이블 운영과 같은 업무를 추가하며 끊임없이 생산적 비즈니스를 고민한다. 이러한 생산적 비즈니스의 결과로 최근 실행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P Festival이다. P Festival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피아노 페스티벌이다. 공연의 중심에 피아노가 위치하며, 클래식한 피아노 외에 건반으로 구성된 악기를 포함한 다양한 구성이 모두 대상이 된다. 이 페스티벌이 사운드아트의 영역에서 거론되는 이유는 공연의 형태와 장소, 음향 설치방법 등에서 실험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도입한다는 점 때문이다. P Festival은 익숙한 듯하지만 흔하지 않은 피아노 중심의 공연이라는 유니크한 전략을 설정하고 이를 통해 브랜딩이 가능한 영역을 효과적으로 확보하는 성공적 도전이 되었으며, 앞으로 좀 더 탄력적인 프로그램 구성을 위해 퍼포먼스와의 결합에 관한 구체적 구상도 시작하고 있다.

인터뷰 중인 White Wabbit Records와 류성효 프로듀서(가운데) ©류성효

인터뷰 중인 White Wabbit Records와 류성효 프로듀서(가운데) ©류성효

Sandra Tavali Wuan-chin LI(李婉菁, 이하 Sandra)는 음대 교수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불가피하게 음악수업을 수용해야 했던 어린 시절을 딛고, 주체적 삶의 형태로 음악을 받아들이는 일련의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주고 있는 뮤지션이자 작곡가, 강사, 프로듀서이다. 클래식 음악을 공부한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컴퓨터 음악으로 학위를 받았다. 대만으로 돌아와서는 개인소유 가능한 노트북과 같은 보편적 장비를 통해 사운드아트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기계적 학습이 아닌 능동적 표현의 영역으로 공유하는 학습을 실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직업적 특성으로부터 고유한 소리를 추출할 수 있는 여러 사람이 잠재적 사운드 아티스트로서 무대에 등장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Sandra는 좀 더 입체적으로 사운드와 음악 모두를 스스로의 삶 안에 장착하고 있다. 앞서 설명한 활동 외에도 대만의 가장 유명한 메탈 밴드의 멤버이기도 하며, 일본의 래퍼를 초대해 오페라 가수와 함께 무대에서 배틀을 하는 형식의 기묘한 공연을 만들어 내는 등 기획과 연출에서도 재능을 보여준다.

인터뷰 중인 Sandra Tavali Wuan-chin LI ©Sandra

Sandra가 활동 중인 밴드 CHTHONIC ©Sandra

인터뷰 중인 Sandra Tavali Wuan-chin LI ©Sandra Sandra가 활동 중인 밴드 CHTHONIC ©Sandra

마지막으로 Nicole’s Creative Artists Agency(尼可樂表演藝術, 이하 NCAA)를 소개한다. NCAA는 클래식 음악에 기반을 두고 다양한 형태의 예술적 실험과 비즈니스를 동시에 실행하고 있는 젊은 단체다. 공연기획 및 콘텐츠 제작, 아티스트 에이전시라는 주요한 활동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대만뿐만 아니라 해외를 포함한 아티스트 연계 활동을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예술적 실험을 보여주는 Taiwan International Improvised Music Festival(이하 TIIMF)을 기획하고 있기도 하다. TIIMF는 기존 음악의 표기법과는 다른 즉흥과 아방가르드 음악을 대상으로 행사를 기획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창조의식 생성과 예술 활동에 대한 욕구 충족, 다른 결로 인지되는 감성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독립 프로듀서로 활동하면서 ‘아시아 프로듀서 플랫폼 캠프(APP CAMP)’에 참가하여 얻은 여러 가치와 경험은 예상보다 훨씬 인상적이었다. 프로듀서의 역할과 가치에 관한 고민을 나누는 것에서 시작해 프로젝트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고, 이 글을 통해 소개하는 대만의 사운드아트 리서치와 같은 지역 이해의 소중한 계기를 만나기도 했다. 리서치 이후, 자연스럽게 관련 활동을 하는 한국의 사운드 아티스트들을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 따라 왔다.

NCAA의 Taiwan International Improvised Music Festival 포스터 ©Taiwan International Improvised Music Festival

Sandra가 활동 중인 밴드 CHTHONIC ©Sandra

Kandala Records의 Asia Noise Connection 포스터 ©Kandala Records NCAA의 Taiwan International Improvised Music Festival 포스터 ©Taiwan International Improvised Music Festival

대만 사운드아트 씬의 주요한 아티스트, 단체, 행사를 리서치하는 과정에서 최종 대상을 컨택하고 준비했던 Yung-Hung Wang(Taiwan), 함께 리서치를 진행한 Annette Shun Wah(Australia), Christine Eping Huang(China), Junko Uemura(Japan)가 내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동의한 바대로 실험적 예술활동에서 특히 강조되는 것은 매개와 촉진일 것이다. 이 점은 한국의 사운드아트 씬에도 그대로 적용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프로듀서에게 생각은 다만 생각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다짐도 덤으로 주어졌다. 새로운 창작자에 대한 갈증과 협업을 통한 동기 부여, 관객을 확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것이 익숙한 사운드아트 세계에서 국내 아티스트들에게도 필요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관심과 지원, 매개자가 필요하다.

ⓒKAMS



◈ 참고자료 및 관련링크

- Lacking Sound Festival
- lsf.taiwan@gmail.com
http://lsf-taiwan.blogspot.com
https://www.facebook.com/LSF.Taiwan

- Kandala Records(旃陀羅公社)
 - kandalarecords@gmail.com
- 5 Fl., 166, Fu-Yang Street, Daan, Taipei 10676, Taiwan
https://www.facebook.com/kandalarecords
http://www.kandalarecords.tw
https://vimeo.com/kandalarecords/videos
http://www.discogs.com/label/193528-Kandala-Records

- Tao CHIANG(蔣韜)
https://www.facebook.com/tao.chiang.7
https://soundcloud.com/raventao>> AGAINST AGAIN
http://against-again.blogspot.kr/

- White Wabbit Records _ KK(葉宛青)
http://www.wwr.com.tw/
>> P-FESTIVAL
http://pfestival.tw/

- Sandra Tavali Wuan-chin LI(李婉菁)
http://sandrawcl.wix.com/demo
https://www.facebook.com/sandrawcl

- Nicole’s Creative Artists Agency(尼可樂表演藝術)
http://www.ncaa.com.tw
https://www.facebook.com/ncaa2012
>> Taiwan International Improvised Music Festival
http://www.tiim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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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이스라엘 현대무용의 자부심]]> 이스라엘 현대무용의 자부심
[동향] 이스라엘 현대무용플랫폼 인터내셔널 익스포저(International Exposure)


 제21회 이스라엘 현대무용플랫폼, 인터내셔널 익스포저(International Exposure)가 12월 2일부터 6일까지 텔아비브(Tel Aviv)와 예루살렘(Jerusalem)을 중심으로 펼쳐졌다. 올해 축제에는 총 60개 단체의 이스라엘 안무가 및 무용단이 참가해 54개의 공연을 선보였으며 30개국 133명의 외국 게스트들이 참가했다. 인터내셔널 익스포저는 오하드 나하린(Ohad Naharin)의 바체바 무용단(Batsheva Dance Company)을 비롯하여 야스민 고더(Yasmeen Godder), 인발 핀토(Inbal Pinto), 바락 마셜(Barak Marshall), 샤론 에얄(Sharon Eyal) 등의 중견 안무가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활력 넘치는 신진 예술가들이 총집합한 이스라엘 무용의 ‘오늘’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이스라엘. 어떤 글귀에서 본 것처럼 누군가에게는 거룩한 곳, 동시에 누군가에는 낯설고 또 불편한 곳이다. 그러나 현대무용 그 자체만으로 평가할 때, 이스라엘은 몹시 흥미진진하고 항상 궁금한 나라다. 이미 이스라엘의 국가 브랜드로 군림하고 있는 오하드 나하린을 포함하여 호페쉬 쉑터(Hofesh Shechter), 이마누엘 갓(Emanuel Gat), 이칙 갈릴리(Itzik Galili) 등 세계 무대에서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스라엘 출신 안무가들과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 이하 시댄스)를 포함한 공연을 통해 봤던 이스라엘 작품들 그리고 2014년 처음 이 행사에 참가하면서 알게 된 안무가들 등 여러 경험이 켜켜이 쌓여 개인적으로는 이스라엘 현대무용에 대한 기본 이상의 믿음과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인터내셔널 익스포저(International Exposure) 2015 전경 ©Ahram GWAK

인터내셔널 익스포저(International Exposure) 2015 전경 ©Ahram GWAK

인터내셔널 익스포저(International Exposure) 2015 전경 ©Ahram Gwak

 2014년과 비교해 축제 자체의 형식과 구성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부분의 공연은 텔아비브의 수잔델랄센터(Suzanne Dellal Center)를 중심으로 소개되었고 작년에는 갈릴리의 키부츠 현대무용단(Kibbutz Contemporary Dance Company)을, 올해는 버티고 무용단(Vertigo Dance Company)의 버티고 에코 아트 빌리지를 방문하는 일정이 진행되었다. 특별히 올해의 경우, 예루살렘 마하네 예후다(Mahane Yehuda) 시장을 배경으로 공간특정형 공연들이 펼쳐졌다. 헝가리에서의 개인 일정으로 버티고 아트 빌리지 방문과 예루살렘 공연에 참석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축제는 이칙 갈릴리(Itzik Galili)의 < Man of the Hour >로 시작했다. 텔아비브 출신으로 지난 20년간 네덜란드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이칙 갈릴리는 2008년 시댄스에도 소개된 바 있다. 홀랜드 댄스 페스티벌, 암스테르담 시어터 그리고 이스라엘 오페라와 수잔델랄센터가 공동제작한 이 작품은 오페라와 현대무용의 대담한 조합으로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으며, 이 작품으로 갈릴리는 고국 관객들로부터 성대한 환영을 받았다. 요시 베르그와 오뎃 그라프 댄스 시어터(Yossi Berg & Oded Graf Dance Theatre)는 < Come Jump with Me >를 통해 남녀 무용수 두 사람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오늘날 이스라엘에서 안무가로, 무용수로, 예술가로 살아가는 것의 정치적, 사회적, 개인적 의미를 풀어냈다. 작년에 이어 관객들로부터 가장 큰 호응을 얻은 작품은 샤론 에얄과 가이 베하르(Sharon Eyal & Gai Behar)의 공동안무작 < OCD LOVE >였다. 신체의 곡선과 면의 형태를 직관적이고 관능적으로 표현한 6명의 무용수는 공연이 끝난 후에도 한참 동안 사람들을 흥분시키며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냈다. 샤론 에얄과 가이 베하르는 2014년 모다페(MODAFE)에 소개된 바 있다. 이스라엘 무용계에서 한동안 화제의 중심에 있었던 야스민 고더 역시 새로운 시도로 주목을 받았다. 중간 휴식 20분까지 포함하면 장장 180분 동안 진행된 < Climax >페타티크바 미술관(Petach Tikva Museum of Art)의 안무의뢰를 받아 제작된 공간맞춤형 공연이었다. 6명의 무용수는 공격적인 표정과 과장된 제스처로 관객들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관객들과 함께 원을 만들고 해체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길고 긴 여행과도 같은 3시간의 공연을 이끌어갔다. 야스민 고더의 공연은 언제나 명확하게 호불호가 갈린다. 축제는 오하드 나하린의 < Last Work >로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거의 모든 작품에서 바체바 무용단은 강하고 예민하며 부드럽고 강력한 춤을 유감없이 보여줬는데, 이번 작품은 그러한 움직임보다는 이미지와 메시지 전달에 좀 더 집중한 듯 보였다. 

야스민 고더 컴퍼니의 < Climax > ©Yasmeen Godder Company

야스민 고더 컴퍼니의 < Climax >  ©Yasmeen Godder Company

 이번 인터내셔널 익스포저에서 느낀 가장 큰 특징이자 변화는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예술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 그리고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흔적들이 작품 속에서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자주 발견되었다. 전쟁과 테러, 난민, 경제 붕괴 등 인류생존을 위협하는 전 세계 곳곳의 크고 작은 비극을 외면할 수 없는 예술가의 현실이, 그들이 느끼고 있을 시의적 과제가, 예술가로서 역할에 대한 고민이 작품 곳곳에서 보였다. 빽빽한 일정 때문에 충분히 담소를 나눌 시간도 부족하지만, 그렇게 부족한 시간을 내어 마주앉아 나누는 대화의 중심에도 언제나 전쟁과 테러에 대한 얘기가 빠짐없이 등장했다. 물론 전쟁과 테러만이 작품의 중심에 있었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유독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질문을 던지며, 그 속에서 개인은, 그 안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각자의 길을 찾아가려는 작품을 볼 때마다, 스스로 물음표가 더 진해졌다. 예술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예술이 사회를 변화시켜야만 하는가? 

수잔델랄센터의 디렉터 야이르 바르디(좌)와 이스라엘 출신 안무가 이칙 갈릴리(우) ©Ahram GWAK

이스라엘 안무가협회의 회원들 ©Ahram GWAK

수잔델랄센터의 디렉터 야이르 바르디(좌)와 이스라엘 출신 안무가 이칙 갈릴리(우)    ©Ahram Gwak

이스라엘 안무가협회의 회원들       ©Ahram Gwak

 두 번째 발견은 이스라엘 젊은 안무가들의 활발한 움직임이다. 매년 11월 커튼 업(Curtain up)이란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스라엘 신진 안무가 플랫폼에서 발굴한 몇몇 신인들이 이번 축제에 소개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흥미로웠던 작품 중 하나는 이스라엘 젊은이들이 겪고 있는 주택난 문제를 실제 룸메이트와의 경험을 통해 구성한 엘라 로스차일드(Ella Rothschild)의 < 12 Postdated Checks >이다. 또한, 개인적인 순위에서 축제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 로템 타사츠 댄스 프로젝트(Rotem Tashach Dance Projects)의 < Some Nerve >. 이스라엘 [시티 마우스 매거진](City Mouse Magazine)이 선정한 2015년 최고의 무용공연 10위안에 선정된 이 작품은 네 명의 무용수가 이어가는 쉴 새 없는 대화를 통해 더 이상 사회구성원이 아닌 개개인으로만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의미 있는 질문을 던졌다. 이외에도 공기 매트를 활용한 매우 간단한 콘셉트의 < Gravitas > 로 주목을 받은 오피르 유디레비츠(Ofir Yudilevitch), 키부츠 현대무용단에서 제작, 2015년 독일 하노버 국제 안무대회 1등을 수상한 에알 다돈(Eyal Dadon)과 슈투트가르트 국제 솔로 탄츠 페스티벌, 하노버 국제 안무대회, 코펜하겐 국제 안무대회에서 다수의 상을 받은 마틴 하리아구(Martin Harriague)의 공동안무작 < Croissant Al Ha’esh > 역시 인상적인 작품으로 남는다.

 최근 1~2년 사이, 국가지원이나 정책적 보호와 관계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다양한 주제와 시도로 창작 활동을 하는 젊은 안무가들이 많아졌다는 것이 수잔델랄센터의 디렉터 야이르 바르디(Yair Vardi)의 자신에 찬 설명이다. 그 움직임이 기존 이스라엘 안무가들에게도 자극을 주고 무용계 전체에 매우 신선한 바람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시들지 않고 여전히 새로움에 도전하는 중견, 빅네임들과 새로운 방향으로 물꼬를 트고 있는 젊은 안무가들, 자국 무용가들에 대한 강한 자부심으로 가득 찬 야이르 바르디의 표정에서 또 한 번 이스라엘 현대무용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인터내셔널 익스포저가 열린 수잔델랄센터 ©Ahram GWAK

인터내셔널 익스포저가 열린 수잔델랄센터 ©Ahram GWAK

인터내셔널 익스포저가 열린 수잔델랄센터 ©Ahram Gwak

 이스라엘 무용계의 상징이자 가장 중요한 극장으로 꼽히는 곳은 여전히 수잔델랄센터(Suzanne Dellal Centre for Dance and Theatre)다. 인터내셔널 익스포저의 공연 역시 대부분 이곳의 극장과 스튜디오를 오가며 이루어진다. 하지만 여기서 소개하고 싶은 공간은 텔아비브 구시가지 자파에 있는 이스라엘 안무가협회의 창고극장 2(Warehouse 2)이다. 일요일 하루 동안 거의 모든 프로그램이 이곳에서 진행되었는데, 창고극장 2는 말 그대로 올드 자파의 창고를 극장과 전시 공간으로 개조한 문화예술공간이다. 단순히 공간의 쓰임새나 미적 특성을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현재 총 55개 컴퍼니로 구성된 이스라엘 안무가협회(Choreographer Association)는 일정한 공공지원 없이 각 단체별로 공간 운영비를 분담하여 이곳을 운영하고 있다. 리허설과 공연, 전시와 이벤트가 가능한 창고극장은 이들 55개 단체의 창작과 연습, 작품 발표 등으로 연중 운영되며 텔아비브 무용계의 새로운 창작 메카로서 그 기능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안무가들의 독립적인 연대, 자율적인 운영 그리고 이를 지지하는 관객과 무용계 전반의 자생력이 만들어낸 매우 의미 있는 공간으로 보였다. 우리에게도 이와 같은 공간이 있다면 안무가들의 자율적인 연대, 공공재원에 기대지 않는 자율적인 운영, 그리고 이것을 지지하고 찾아주는 관객들이라는 새로운 무용 생태계를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저변이 빨리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이스라엘 안무가협회의 창고극장 2(Warehouse 2) ©Ahram GWAK

이스라엘 안무가협회의 창고극장 2(Warehouse 2) ©Ahram GWAK

이스라엘 안무가협회의 창고극장 2(Warehouse 2) ©Ahram Gwak

 2016년 인터내셔널 익스포저가 궁금한 이유는 올해 만났던 젊은 안무가들, 올해도 확인했던 오하드 나하린, 야스민 고더, 샤론 에얄, 로이 아사프(Roy Assaf) 등의 새로운 관심과 도전, 그들이 만들어갈 1년에 대한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 매년 변화하는, 매년 도약하는 이스라엘 무용계의 다양성, 그것이 만들어낼 그 자부심이 기대된다.

 
 

©K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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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문화-독립국, 스페인 카탈루냐의 축제하기]]> 문화-독립국, 스페인 카탈루냐의 축제하기
[동향] 스페인 카탈루냐 공연예술제 리뷰


바르셀로나의 중심, 카탈루냐(Catalunya) 광장에서 올라탄 빅(Vic)행 외곽선 지하철은 이미 만석이었다. 차고로부터 겨우 세 번째 정거장인데도 나는 문 앞 비좁은 공간에 엉거주춤 자리를 잡아야 했다. 물론 그때까지는 1시간 20분가량을 서서 보내야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삼삼오오 모여있는 젊은이들로 점령당한 전철이 낡은 시골 풍경을 지나 빅(Vic)역에 도착하자 대부분 승객은 각자의 작은 짐들을 챙겨 내렸고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졌다. 약 20분 정도 걸어서 신시가지에 위치한 빅 라이브 음악마켓(MMVV, Mercat de Música Viva de Vic) 사무국에 도착할 때까지, 도착 후 여기저기 서성거리는 진지한 얼굴의 관계자들을 볼 때까지도 내가 상상하던 축제의 흥분보다는 묘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그로부터 이틀 전, 한국 그룹과 함께 마드리드에서 작은 공연을 마치고 바르셀로나로 향했다.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 주(Government of Catalonia)에서 가장 중요한 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라 메르세(La Mercé)를 코앞에 두고 이미 도시 전체가 들뜬듯했다. 주요 광장 곳곳에는 무대가 설치되고 있었으며 리허설을 하는 뮤지션들도 볼 수 있었다. 

라 메르세(La Mercé): 카탈루냐에 의한, 카탈루냐를 위한, 카탈루냐의 공연예술

365일 좁은 골목마다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바르셀로나에서 도시의 수호성인인 메르세데스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된 축제 라 메르세(La mercé)는 카탈루냐 자치정부 문화부에서 가장 공들여 기획하는 축제다. 약 300만 유로(한화 약 39억 원)의 예산으로 기획되어 6일간 500개가 넘는 행사들이 펼쳐진다. 성녀 메르세데스를 필두로 한 거대 인형 퍼레이드, 인간탑과 같은 민속 행사들이 축일을 기념하는 주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지만, 동시에 라이브 음악 공연(BAM: Barcelona Acció Músical Festival, 이하 밤 페스티벌)과 춤, 서커스, 거리공연(MAC: Mercé Arts de Carrer Festival, 이하 막 페스티벌)도 이곳저곳에서 이루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아동을 위한 행사(Fiesta en el Palauet)도 따로 준비되어 있다. 카탈루냐 주 문화부는 라 메르세를 하나의 예술 분야를 위한 축제가 아닌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축제 속의 축제로 기획하였고, 이 많은 행사는 바르셀로나 시장 아다 콜라우(Ada Colau)의 말처럼 “도시의 모든 동네에서 행사가 진행되어 바르셀로나 시민이라면 빠짐없이 축제에 참가하고 즐기는 것이 가능하도록”1) 각각의 범주에서 혼돈 없이 운영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을 외치는 카탈루냐 주의 강한 자주성이 예술기획 분야에서도 나타난다는 것이다. 카탈루냐 주나 바르셀로나 시가 주관하는 모든 행사는 항상 스페인이 아닌 ‘카탈루냐’ 지역의 문화와 예술 홍보를 목적으로 하며 국제 예술산업계와 직접 교류한다. 2015년 라 메르세 기간의 서커스, 춤, 거리공연 축제인 막(MAC) 페스티벌의 경우, 전체 51개 참가팀 중 약 15개 팀만이 ‘비’ 카탈루냐 출신이었다.



1) http://www.lavanguardia.com/local/barcelona/20150723/54433556014/colau-cambiara-modelo-fiestas-merce.html



라 메르세 2015 포스터 ©La mercé

위) 카탈루냐 광장의 라 메르세 무대 ©KAMS/아래) 독립국 국기를 단 바르셀로나 가정 ©KAMS

라 메르세 2015 포스터 ©La mercé

카탈루냐 광장의 라 메르세 무대 ©KAMS
독립국 국기를 단 바르셀로나 가정 ©KAMS

게다가 스페인 내 다른 지역에서 온 공연팀은 겨우 두 팀에 불과했다. 말하자면, 라 메르세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예술에는 해외팀의 작품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라 메르세는 매년 해외의 한 도시를 초청하여 집중적으로 조명하는데, 올해 초청도시였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0개의 공연팀이 막(MAC) 페스티벌에 참가해 바르셀로나 곳곳에서 아르헨티나 예술을 선보였다.

밤 페스티벌 ©Xavi Torrent

밤 페스티벌 로고 ©BAM

밤 페스티벌 ©Xavi Torrent 밤 페스티벌 로고 ©BAM

카탈루냐 주 문화부가 이토록 뜨겁게 달구어 놓은 바르셀로나의 축제는 바르셀로나 주변의 도시들도 들끓게 한다. 그리하여 도시의 젊은이들은 관광객으로 가득 찬 바르셀로나를 오히려 벗어나기도 한다. 내가 탔던 빅(Vic)행 지하철이 사람들로 가득 찼던 이유다.

자치 정부, 행사 조직위, 참가자, 그리고 지역 주민이라는 역할 수행하기

올해로 27회를 맞는 빅 라이브 음악마켓(MMVV: Mercat de Música Viva de Vic)은 카탈루냐 주민과 전 세계 음악 관계자들에게 짧고 굵은 4일간의 꿈이었다. 쇼케이스에는 올해에만 600개 이상의 팀이 신청하였는데, 최종 50개의 팀이 크고 작은 무대에 올랐다. 예술감독 마르크 료벳(Marc Llobet)은 새로운 음악을 추구하고, 자신만의 색깔이 있으며 음악 판매를 돕는 매니저를 둔 팀들을 선정했다고 그 기준을 명확하게 밝혔다. 다만 마켓도 축제의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전체 프로그램 흐름에 맞춰 소개될 수 있는 팀들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올해에도 플라멩코, 포크 음악, 재즈/소울, 팝/록 그리고 각국의 음악을 대표하는 월드 뮤직까지 다섯 가지 레퍼토리에 따라 쇼케이스가 펼쳐졌다.

갈리시아 지방의 재즈 트리오 숨라(Sumrrá) ©KAMS

카탈루냐 출신의 소울 밴드 ©KAMS

갈리시아 지방의 재즈 트리오 숨라
(Sumrrá) ©KAMS
카탈루냐 출신의 소울 밴드 ©KAMS

카탈루냐 정부가 36만 유로, 빅(Vic)시가 21만 유로, 스폰서인 에스트렐라 담(Estrella Damm)사가 12만 유로를 지원한 빅 라이브 음악마켓의 총예산은 83만 유로(한화 약 10억 원)였다. 라 메르세와 마찬가지로, 행사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카탈루냐 정부의 목적은 카탈루냐 지역의 음악을 홍보하는 것이었고, 빅(Vic)시는 이 행사를 통해 약 6백만 유로의 경제효과를 누렸다.
축제는 음악 관계자들과 대중, 두 대상을 고려한 전략적인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한편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야외 광장과 구시가지 골목 곳곳에 간이 무대를 설치하고 록과 힙합 등 로컬 팀 중심의 대중음악을 선보여 인파로 가득 찬 스페인 마을 축제 특유의 풍경을 자아냈고, 한편에서는 사무국 내 음악관계자들만 입장이 가능한 비공개 쇼케이스와 전문 음악당에서 이루어진 유료 쇼케이스를 운영하여 재즈와 포크, 월드뮤직 등 전 세계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축제가 정신없이 진행되는 가운데에서도 전문가들은 자신들의 미션을 조용하게 집중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었다.
 또한, 여러 국가를 돌며 형성된 전문가 집단(세계음악축제유럽포럼(EFWMF: European Forum of Worldwide Music Festivals)과 같이 익히 알려진 집단 등)을 통하거나 아예 참가자 전원에게 공개된 연락망을 통해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MMVV 사무국 입구 ©KAMS

MMVV 미팅 포인트 전경 ©KAMS

MMVV 사무국 입구 ©KAMS MMVV 미팅 포인트 전경 ©KAMS

목적을 가지고 참가한 음악 관계자들의 리그가 물밑에서 진행되는 동안 축제를 찾은 관객들은 빅(Vic)시와 카탈루냐 정부가 깔아 놓은 잔치와 난장을 즐겼다. 묵었던 호텔과 식당 등 빅(Vic)시의 상인들은 참가자들에게 환영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고, 축제의 밤이 늘 그렇듯 밤새 틀어대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취객들의 비틀거림에도 지역 주민들은 최대한의 관용을 베풀었다. 이렇게 축제 기획자, 아티스트, 그리고 관객과 지역 주민이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실천하는 것이 라 메르세와 빅 라이브 음악마켓의 균형 잡힌 협조 체계를 유지하는 비결이었다.

MMVV 행사 전경 ©KAMS

MMVV 행사 전경 ©KAMS

MMVV 행사 전경 ©KAMS

올해 라 메르세에는 두 개의 한국 공연팀이 무대에 올랐다. 한 팀은 라 메르세 기간 중 스페인 정부 산하 기관인 까사 아시아(Casa Asia)가 주관한 아시아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초청되었고, 다른 한 팀은 밤(BAM) 페스티벌에 초청되었다. 한국과 스페인의 협력으로 초청된 케이스와 스페인 기관이 아티스트를 직접 초청한 케이스였다. 아쉽게도, 올해 빅 라이브 음악마켓에는 한국 팀이 선정되지 않았다. 이유를 알 수는 없으나, ‘매니저’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빅 라이브 음악마켓의 아티스트 선정 기준에 부합하는 팀들이 많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대중음악이든 순수음악이든, 음악이 산업이라는 관점에서 개최되는 이러한 음악마켓에서 음악판매자라는 역할을 누가 어떻게 수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축제의 나라, 카탈루냐"

2008년 스페인 경제가 크게 위축된 이후, 점차 회복기에 접어들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문화/예술 분야의 예산은 부족하다. 그 가운데 카탈루냐 자치주는 일부 언론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페스티벌 산업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다. 2015년에도 6천만 유로(약 780억)의 예산을 배정하여 360개의 크고 작은 축제를 지원했다. 지난 5월에는 ‘축제의 나라, 카탈루냐(Catalunya, País de Festivals)’라는 슬로건을 내걸기까지 했다2). 현지 문화부 관계자의 말처럼 카탈루냐는 스페인에서도 가장 부유한 지역이므로 이들의 독자적인 문화산업 전략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곳에서 일어나는 축제들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지역 자체를 하나의 예술시장으로 고려하여 진출을 꾀하기에 충분한 곳임이 분명하다.



2) http://www.govern.cat/pres_gov/AppJava/govern/notespremsa/283743/catalunya-pais-festivals-dona-sortida
-temporada-musical-lestiu.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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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덴마크 사람들의 미소와도 같은 춤, 그리고 정신]]> 덴마크 사람들의 미소와도 같은 춤, 그리고 정신
[동향] 2015 KAMS 한국-덴마크 커넥션 참관기


전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다는 덴마크.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을 찾았다. 북유럽이라 매우 추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따뜻한 날씨가 나를 반겨주었다. 덴마크는 수온이 높아 몹시 추운 겨울에도 기온이 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고, 여름에도 18도 이상으로는 오르지 않는다고 한다. 춥고 더운 우리나라 날씨와 비교하면 매우 온건한 날씨다. 날씨 탓이었을까, 아니면 행복지수 1위의 나라여서였을까? 길거리 사람들의 표정에서 여유와 미소를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미소가 앞으로 있을 덴마크 리서치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 덴마크의 철학은 우리와 어떻게 다르며, 예술 동향은 어떨지, 과연 어떤 방식으로 춤을 추고 있을지, 호기심이 깊어졌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살아오고 있다. 나에게 가장 큰 이슈는 어린이들을 위한 무용공연을 어떻게 잘 만들고 나누느냐이다. 어린이들도 진지한 예술을 탐험할 권리가 있고 또 충분히 그것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덴마크의 어린 관객들을 보면서 또 한 번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어린이들의 관객 수준은 아주 높았는데, 공연 내내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훔쳐보는 것이 큰 재미였다. 가끔 어린이들을 위한답시고 내용과는 상관없는 요란한 조명과 폭죽, 유치한 움직임을 구사하는 상업적인 공연을 볼 때면, 정말이지 눈을 감아버리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람은 누구나 예술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어린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어린이에게 최고의 예술을 선물하자!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무용

추운 날씨에도 부모들이 유모차에 어린아이들을 태우고 거리를 다니거나, 밤이든 낮이든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지하철 안이나 버스 안에서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는 부모들이 많았지만, 누구 하나 불편해하지 않았다. 덴마크는 높은 행복지수만큼이나, 어린이들을 위한 복지도 세계 최고라고 한다. 그와 더불어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장르별 공연도 단연 세계 최고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연극은 활성화되어있는 편이지만, 무용은 아직 시작 단계다. 반면, 덴마크에는 어린이를 위한 무용을 만드는 팀이 여럿 있었다. 이번 리서치 기간 동안 어퍼컷 댄스 시어터(Uppercut Dance Theater)의 와 덴마크 참가자 탈리 라즈가(Tali Rázga)의 연습 과정을 참관했다. 

댄스카펠레(Dansekapellet) 내 블랙박스 ©KAMS

댄스카펠레(Dansekapellet) ©KAM

댄스카펠레(Dansekapellet) 내 블랙박스 ©KAMS 댄스카펠레(Dansekapellet) ©KAM

댄스카펠레(Dansekapellet)의 상주 단체인 어퍼컷 댄스 시어터(Uppercut Dance Theater)는 세계적 수준의 브레이크 댄스와 현대무용을 결합해 작업하는 단체로 1982년부터 현재까지 덴마크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활동하고 있다. 어퍼컷 댄스 시어터는 성인들을 위한 공연과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무용 작업을 병행하는 단체다. 공연을 통해 본 움직임은 매우 테크닉적이고 아기자기했는데, 어린이 관객들의 귀여운 반응들도 함께 볼 수 있어 즐거웠다. 공연 후에는 핼러윈 시즌에 맞춰 종이 접시로 탈을 만드는 워크숍이 진행되기도 했다.
어퍼컷 댄스 시어터에서 활동하는 10여 명의 댄서 중 2명만이 여자였는데, 그중에서 안무를 맡고 있는 스테파니(Stephanie)를 만났다. 댄스카펠레는 오래된 교회 부속 화장터를 리모델링하여 3년 전부터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화장터였다는 정보를 듣지 않았다면 절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도 처음엔 공간이 너무 무서워 연습하다가 밖으로 뛰쳐나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설명을 듣는 내 등도 오싹거렸다. 그러나 죽은 자들의 공간인 화장터가 무용이라는 매개를 통해 부활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몹시 흥미로웠다. 화장 후 의식을 가졌던 장소는 멋진 화장실과 욕실로, 오르간을 연주하던 곳은 사무실로 바뀌었다. 인근의 시민들은 물론, 어린이들도 즐겨 찾는 공간으로 거듭난 댄스카펠레에서는 오히려 생동하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커넥션 사업의 덴마크 참가자인 안무가 탈리 라즈가의 작업은 예상보다 아름다웠다. 어린이•청소년 무용 안무가인 탈리의 작업은 어떠한 주제 의식이나 형식미를 만들기보다는 미학적인 아름다움을 찾고 있었다. 참관하게 된 < Big and Small Secrets >의 연습현장에서는 의상, 무대, 춤, 무용수가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바닥에 깐 커다란 페브릭 속에서 춤을 추기도 하고, 작은 화분의 그림자를 이용해서 숲의 느낌을 만들기도 했는데, 작은 소품으로 큰 효과를 내는 방식들이 맘에 들었다. 0세에서 3세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내내 나를 사로잡았다. 어른이 보아도 충분히 환상적이었다. 언젠가 나도 이런 작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2시간가량의 연습과 피드백이 끝난 후, 작품에 대한 얘기를 잠시나마 나눌 수 있었다. 안무가로서 연습 때 손님이 찾아온다는 것이 매우 불편했을 텐데도 편안하게 대화를 이끌어 준 탈리가 무척이나 고마웠다.

어퍼컷 댄스 시어터(Uppercut Dance Theater) 단원들과 ©KAMS

탈리 라즈가(Tali Rázga) < Big and small secrets > 리허설 ©KAMS

어퍼컷 댄스 시어터(Uppercut Dance Theater) 단원들과 ©KAMS 탈리 라즈가(Tali Rázga) <Big and small secrets> 리허설 ©KAMS

두 팀 모두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을 위한 공연을 병행하고 있는 단체답게 의상, 음악, 테크닉을 비롯한 여러 연출적인 면들이 상당히 고급스러웠다. 어린이들을 우려해 지나치게 쉽게 설명하거나 유치하게 과장하지 않았고, 충분히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도왔다. 수준급의 테크닉을 구사하는 현대 무용수들이 작업하고 있다는 점 또한 놀라웠다. 

덴마크 현대무용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키트 존슨(Kitt Johnson) 역시 어린이들을 위한 공연을 만들고 있었다. 덴마크가 자랑하는 예술가인 키트는 이번 리서치 기간에 만난 가장 내공 있는 예술가였다. 그녀를 만나는 순간 내 숨은 배 끝까지 내려갔다. 키트의 눈가 주름들이 그녀의 삶을 대변해 주는 것만 같았다. 그 주름들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아직도 눈에 선하다. 키트는 몸으로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서른 개가 넘는 솔로 작품을 만들었다. 새로운 작품을 만들 때마다 느끼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나 또한 내가 느꼈던 여러 감정이 떠올랐다. 우리는 창작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키트의 그 세월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현재 장소특정적 공연 페스티벌을 운영하고 있다는 키트에게 어떻게 몸을 트레이닝 하고 있는지 묻자, 매일 10km 이상의 달리기와 요가를 하고 있다는 명확한 대답을 해주었다. 그녀는 몸이 주는 즐거움과 괴로움을 모두 알고 있는 듯했다. 마치 수련하듯이 살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키트의 제안으로 그녀가 교사로 있는 서커스 학교 수업을 청강하게 되었는데, 어머니와 같은 사랑으로 학생들을 대하는 모습에 한 번 더 놀라고 말았다. 멈칫멈칫하던 학생들이 어느새 그녀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홀려 미친 듯이 춤을 추었고, 나 역시 3시간 동안이나 쉬지 않고 춤을 출 수 있었다. 끊임없이 움직이면서도 몸의 리듬이 물 흐르듯 흘러갈 수 있게 인도해 주는 그녀의 공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덴마크의 무용교육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더는 고민하지 않아도 될 듯했다. 작업을 잘하는 것이 우리의 숙명적 과제라면, 작업을 잘하기 위해서 우리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춤을 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춤을 준비하는 삶의 태도도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귀한 만남이었다. 그녀는 그리스 남자친구를 위해 어학원에 가야 한다며 자전거를 타고 사라졌다. 그녀처럼 아름답게 힘있게 살고 싶어졌다. 춤이 추고 싶어졌다.

키트 존슨(Kitt Johnson)의 워크숍 ©KAMS

전문가를 위한, 전문가들에 의한 무용을 하고 즐기는 시스템의 완성

키트 존슨(Kitt Johnson)의 워크숍 ©KAMS 단세할레르네(Dansehallerne) ©KAMS

전문가를 위한, 전문가들에 의한 무용을 하고 즐기는 시스템의 완성

한-덴 커넥션의 주요 교류 프로그램인 ‘WORKS AT WORK: duo works’ 페스티벌을 관람했다. 덴마크 커넥션 참가자 이다 엘리자베스 라센(Ida-Elisabeth Larsen)이 프로듀싱했고, 독일, 스웨덴을 비롯한 다양한 유럽 안무가들의 작품들이 공연되었다. 대부분의 공연이 최소한의 움직임만으로 만들어진, 콘셉트가 아주 명확한 작품들이었다. 이다는 작년에는 솔로 공연들로만, 올해는 듀엣 공연들로만 프로그램을 구성했으며, 내년 주제는 미정이라고 일러주었는데 나는 그 말이 왠지 맘에 들었다. 단세할레르네(Dansehallerne)의 크고 작은 공연장에서 이루어진 이번 페스티벌에는 다양한 듀엣 공연과 함께, 공연 도중 관객들을 무대로 불러 움직이게 하는 참여형 공연도 있었다. 기존의 참여형 공연과 달리 관객들이 움직이는 모습은 일종의 무대디자인이 되기도 했다. 하나의 움직임만을 끝까지 실험한 미니멀한 작품, 한 시간 내내 뻔뻔하게 관객들의 점을 봐주는 작품도 있었다. 젊은 예술가들이었지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명확했다. 쓸데없는 움직임이 들어가거나 구차하게 설명적이지 않아 보는 내내 눈이 즐거웠다. 폐막공연으로 한국의 안무가 임지애 씨의 공연을 볼 수 있었는데, 한국 특유의 움직임을 개발해서 안무한 부분들이 매우 독특하게 느껴졌다. 타지에서 한국 아티스트를 만나니 서로 격려되고, 자랑스러움도 두 배가 되는 것 같았다. 

페스티벌을 통틀어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페스티벌 그 자체를 즐기는 예술가들의 모습이었다. 자유로운 생각이 자유로운 몸을 만들어내는 걸까? 공연 전 무대에서 릴렉스된 상태로 관객을 맞이하는 젊은 작가들의 모습에는 평가받는다는 느낌보다 진짜 그야말로 잔칫집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듯한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페스티벌 동안 공연장에서 늘 긴장해 있던 나의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무엇이 초조했던 걸까? 나는 무엇이 두려웠던 걸까? 왜 긴장했을까? 그건 건강한 긴장이었을까? 나에게 페스티벌은 무엇일까? 공연이라는 행위는 나에게 어떤 즐거움을 주는 걸까? 이런저런 여러 생각을 하면서 숙소로 돌아왔다. 그 고민이 미처 끝나지는 않았지만, 다음엔 나도 잔치를 잔치답게 즐겨보리라 다짐했다.

단세할레르네에서 열렸던 ‘WORKS AT WORK: duo works’ 페스티벌 ©KAMS

‘WORKS AT WORK: duo works’ 페스티벌에 참여한 일본 네지 피진(Pijin Neji)과 한국 임지애의 듀오 퍼포먼스 < Reprise >(2014). ©Kazuyki Matsumoto

단세할레르네에서 열렸던
‘WORKS AT WORK: duo works’ 페스티벌 ©KAMS

‘WORKS AT WORK: duo works’ 페스티벌에 참여한 일본 네지 피진(Pijin Neji)과 한국 임지애의 듀오 퍼포먼스 < Reprise >(2014). ©Kazuyki Matsumoto

‘WORKS AT WORK: duo works’ 페스티벌이 열렸던 단세할레르네(Dansehallerne)는 맥주 회사 칼스버그(Carlsberg)의 옛 공장을 개조해서 만든 현대무용센터로 2008년 설립되었다. 코펜하겐 시내 중심부에서 대중교통으로 10여 분 떨어진 곳에 있으며, 300석 규모의 중극장과 블랙박스 형태의 소극장, 7개의 스튜디오, 카페테리아, 무용 전시관, 무용용품 판매소, 안무가 사무실 등을 갖춘 그야말로 춤과 관련된 모든 것들로 구성된 비교적 큰 규모의 센터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민간기업 칼스버그와 덴마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공장지대를 새롭게 탈바꿈시키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단세할레르네를 중심으로 그 일대 분위기가 새로워지고 있었는데, 특히 1층에 있는 150여 석 규모의 카페는 동네 사람들과 예술가들이 함께 어울리는 멋진 곳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단세할레르네는 안무가들을 위한 리서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어린이•청소년들의 무용 작업을 위한 사무실과 연습실을 제공한다. 인터내셔널 레지던시 운영은 물론, 현지에서 활동하는 안무가들과 무용 단체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기본이다. 게다가 지역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댄스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었다. 이처럼 단세할레르네는 ‘진지한 예술’과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예술’을 동시에 선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무용관계자만 아니라 예술을 즐기는 인근 시민들도 함께 시설을 이용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부러웠다.

단세할레르네에서 열렸던 ‘WORKS AT WORK: duo works’ 페스티벌 ©KAMS

단세할레르네에서 열렸던 ‘WORKS AT WORK: duo works’ 페스티벌 ©KAMS

단세할레르네에서 열렸던 ‘WORKS AT WORK: duo works’ 페스티벌 ©KAMS

‘WORKS AT WORK: duo works’ 페스티벌의 프로듀서, 이다 엘리자베스 라센과 함께 그녀의 동료들도 만날 수 있었다. 이다가 속해 있는 ‘리스크(Risk)’는 안무가와 무용수, 프로듀서를 겸하는 여성 4인조(마리 루이즈 스텐테비에르그(Marie-Louise Stentebjerg), 마리 토프(Marie Topp), 그라이 로비(Gry Raaby), 이다 엘리자베스 라센) 단체로, 2009년 창단해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전통적인 작업방식에 반대하며 새로운 언어를 실험하고자 한다. 하나의 작품을 위해 안무가나 무용수로 모두 함께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개별 작업에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4명의 기 센 여성 안무가들이 모여 하나의 작업을 만들기가 절대 쉽지만은 않을 것 같아 관련 질문을 던지자, 그녀들은 모두 함박웃음을 지었다. 협력작업은 정말 쉽지 않고, 작업하는 내내 마치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치열하지만, 서로에게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자이며 협력 아티스트라고 했다. 이 힘든 예술계를 함께 살아가고자 하는 그녀들의 동지애를 보면서 문득 나의 품앗이 동료들이 생각났다. 독립예술가들끼리 이렇게 품앗이하듯 서로 도와주고 힘을 실어 준다면, 춤출 맛 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덴마크 커넥션을 통틀어 가장 에너지가 넘쳤던 이들이었다.

‘Risk’의 안무가 그라이 로비(Gry Raaby)의 리허설 ©KAMS

뮤트 컴퍼니(Mute Comp.)의 리허설 ©KAMS

‘Risk’의 안무가 그라이 로비(Gry Raaby)의 리허설 ©KAMS 뮤트 컴퍼니(Mute Comp.)의 리허설 ©KAMS

몸을 본다는 것은 그 사람 안의 시간과 정신을 보고 나누는 것

한국의 예술가들과 전혀 만나본 적이 없었다는 제이콥 랑고(Jacob Langaa). 제이콥은 관객들에게 예술을 통해서 자연을 느끼게 하고 또 자연을 통해서 예술을 느끼게 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의 모든 공연은 야외에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름하여, 헬로우, 어스!(Hello, earth!) 참여자들에게 옷을 나누어 주고 아이팟에서 나오는 음악이나 지시사항에 따라 움직이게 하는 체험형 공연이었다. 제이콥에게 나의 작업인 < 방춤 >을 소개해 주었는데 꽤 재밌게 받아들였다. 평범한 사람들이 예술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질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 밖에 인간의 세포와 혈액, 근육 등 우리 몸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연구하여 작업하는 안무가 티나 타르프고르(Tina Tarpgaard), 워크숍을 통해 한국 참가자들에게 움직임 소스를 전달해 주었던 피지컬 시어터 ‘뮤트 컴퍼니(Mute Comp.)’를 만났고, ‘데니쉬 댄스 컴퍼니(Danish dance company)’의 <Love Songs> 연습을 참관하는 등 다양한 예술가들을 만났다.

춤은 사람의 몸을 중심으로 하는 예술이다. 몸을 본다는 것은 그 사람을 보는 것이고, 그 사람을 본다는 것은 그 사람의 역사와 그 사람 자체를 바라보는 것이다. 짧은 미팅들로 이루어진 일정이어서 각 팀의 대략적인 상황 외에 많은 것을 공유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에너지와 정신을 조금이나마 나눌 수 있었다. 이후, 각 팀의 행보가 어떻게 이어질지, 리허설을 참관했던 작업들은 어떤 공연으로 완성되었을지 몹시 궁금했다. 이 리서치를 통해서 나 또한 현재 하고 있는 작업에 좀 더 확신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의 작업이 미래의 작업이 된다’는 생각 역시 잊지 말아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멀리 떨어져 있는 덴마크 현대무용이 어느새 마치 나의 친한 친구들 작업처럼 기다려지고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K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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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아세안과 한국 공연예술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논하다]]> 아세안과 한국 공연예술의 현재, 그리고 미래를 논하다
[동향] 2015 서울아트마켓 포커스세션


한국, 아세안에 주목하다

 2015년 서울아트마켓(PAMS)은 올해 주빈국으로 ’아세안’을 선정했다. 아세안(ASEAN, 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이란 동남아시아 10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된 동남아시아국가 연합을 말한다. 1967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 태국 등 5개국으로 시작해, 1984년 브루나이, 1995년 베트남이 정식으로 가입하고, 그 후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가 차례로 가입하여 현재 아세안은 10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세안은 국민 총생산(GDP) 3조 달러에 이르는 세계 7위의 경제권이며, 전체 인구가 6억4천만 명으로 유럽연합(EU)과 미국보다 많고, 노동력도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크다. 특히 아세안은 2015년 말까지 1) 정치·안보 2) 경제 3) 사회·문화 등 3개의 축으로 구성된 아세안 공동체(ASEAN Community)를 출범하고 유럽연합(EU)처럼 무비자, 무관세 제도 등을 도입하여 활발한 인적, 물적 교류를 도모하고자 한다. 아세안 공동체 출범과 함께 그 역할과 위상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전 세계가 아세안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서울아트마켓(PAMS)의 아세안 주빈국 선정은 매우 시의적절했다. 특히 공연예술 분야의 경우 북미, 유럽에 비해 동남아시아 권역과의 교류가 적기 때문에 관련 정보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PAMS를 계기로 많은 공연전문가가 아세안 권역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가지고 아세안과의 협업 및 교류를 도모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서울아트마켓 2015 포커스 세션: ‘아세안 공연예술의 오늘’ ©KAMS

현재 우리의 국제교류활동, 그리고 그 의미들

 10월 5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동숭아트센터에서 열린 포커스 세션은 아세안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먼저 1부에서는 ’아세안 공연예술의 오늘’이라는 주제 아래 한-아세안센터 심규선 부부장의 사회로 캄보디안 리빙아츠(Cambodian Living Arts)의 총감독 플로운 프림(Phloeun Prim), 싱가포르 독립기획자 네오 킴 셍(Neo Kim Seng), 베트남 실험음악센터인 돔돔(DomDom)의 설립자 킴 응옥 트랜(Kim Ngoc), 한국 포스트에고댄스컴퍼니(Post Ego Dance Company) 정연수 예술감독, 일본 국제교류기금 아시아 센터(Japan Foundation Asia Center) 노리히코 요오카(Norihiko Yoshioka) 총 5명이 각 나라의 공연예술의 현재에 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짧은 인터미션 후에 진행된 2부에서는 ’아세안 공연예술의 미래’라는 주제로 아시아유럽파운데이션(Asia-Europe Foundation, ASEF) 아누파마 세크하르(Anupama Sekhar)가 진행하는 자유 토론과 Q&A 시간이 이어졌다. 

 1부에서 가장 먼저 발제를 시작한 캄보디안 리빙아츠 총감독 플로운 프림은 캄보디아 공연예술 분야에서 약 15년간 활동해왔으며, 전통문화의 회복을 목적으로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다. 70년대 캄보디아에서는 정치이념의 대립으로 인한 대량학살이 일어나 인구 1/3에 해당하는 200만 명이 희생되었다. 물론 그중에는 많은 훌륭한 예술가도 포함되었다. 플로운 프림은 살아남은 공연 마스터들을 찾아 그 전통을 이어나가고자 노력해왔고, 5년 전부터는 신진예술가들을 발굴해 공연 마스터들과 신진예술가들이 함께 작업하며 전통과 현대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국가 차원의 예술정책과 지원이 미흡하다 보니 민간주도형 활동이 주를 이루고 특히 외국 기관의 도움을 받아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현재 캄보디안 리빙아츠는 뉴욕 34개 기관과의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해외순회공연을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예술기금을 받기가 유리한 유럽, 미국 쪽과의 교류가 활발한 상황이지만, 아세안 내의 지역적 교류가 활발해져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메콩 지역을 중심으로 젊은 연구자, 행정가 등 문화 관계자들이 모여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Greater Mekong Hub for Cultural Innovator"라는 프로그램 계획을 밝혔다. 이후 이들은 아세안 내에서의 문화교류 촉진을 위한 예술 지원 정책, 기금 마련 등의 실질적인 주제에 관해 토론하게 될 예정이라고 하니 아세안 차원에서의 새로운 정책들이 나오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발표를 이어간 싱가포르의 네오 킴 셍은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공연장 에스플러네이드(Esplanade-Theatres on the Bay)에서 프로듀서로 일한 바 있다. 현재는 독립프로듀서로서 1995년부터 캄보디아 암리타 퍼포밍아츠(Amrita Performing Arts)와 함께 캄보디아의 역사적 비극을 다룬 무용, 연극 등을 제작해오고 있다. 또한, 2013년에는 캄보디아 암리타 퍼포밍아츠와 한국 포스트에고댄스컴퍼니의 공동워크숍을 기획하여 그 결과물로 라는 공연을 진행한 바 있다. 네오 킴 셍은 이러한 다 국가 간 장기 프로젝트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재정마련이라고 했다. 국가기금, 후원 등을 통한 재정 외에도 참여자들이 개인적으로 받은 상금까지 투입하며 작품을 제작해야하는 어려운 현실에 대해 토로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우리는 교류의 목표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오 킴 셍은 주변 국가 간 현대 예술의 경향을 공유하고, 각 국의 전문가로서 노하우를 주고받을 수 있기를 희망했다. 또한, 예술가가 생각하는 의미와 청중에게 줄 수 있는 의미는 어떤 것이 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생각하며 지속적인 교류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세 번째로 발표한 베트남 킴 응옥 트랜은 실험음악인들을 양성하기 위한 실험음악센터인 돔돔의 설립자이자, 돔돔에서 개최되는 하노이뉴뮤직페스티벌(Hanoi New Music Festival)의 예술감독이다. 돔돔은 2012년부터 운영해왔으며 전자음악, 앙상블음악, 체임버음악 등 다양한 음악을 가르치기 위한 트레이닝코스뿐 아니라, 렉처, 아티스트 토크, 토론, 콘서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베트남 역시 국가 차원의 예술정책이나 기금이 부족하다 보니 베트남 주재 해외대사관, 문화원 등을 통해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2013년에 시작한 하노이뉴뮤직페스티벌은 초반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베트남 음악과 해외음악을 함께 소개하면서 베트남 최고, 최대의 실험음악페스티벌이 되었다. 하지만 베트남에는 매니저나 프로모터 등 공연관련 전문가들이 없다 보니 시설운영에 어려움이 있다. 또한, 실험음악을 하는 예술인과 그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관객 역시 많지 않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트레이닝을 통한 인큐베이팅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이 목적이며,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다양한 국내외 기관과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발표한 일본 국제교류기금 아시아 센터 노리히코 요오카는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발표자였다. 세션에 참가한 대다수의 사람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일본 정부의 예술지원사업들을 소개했기 때문이다. 국제교류기금은 일본 외교부 소속 기관으로 1972년에 도쿄에서 창립해 현재 전 세계 도시별로 거점을 만들고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또한, 2020년 올림픽게임의 문화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지난 2014년 4월 아시아 센터를 산하기관으로 발족했다. 아시아 센터는 아시아 문화교류기금으로 6천7백만 달러를 집행할 예정이며, 라오스 비엔티엔, 캄보디아 프놈펜에 추가로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현재 일본의 문화예술지원정책은 4C(Communicate → Connect and Share → Collaborate → Create)라는 이름으로 단계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예로 요코하마공연예술회의 (Performing Arts Meeting in Yokohama, TPAM)가 있다. TPAM은 Market이라는 이름을 Meeting으로 바꾸고 서로를 만나서 알아가는 과정에 더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또한, 일본 공연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전역의 교류 촉진을 목적으로 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무총장, 예술감독 모두 커미션을 통한 국제적인 공동제작이 가능하도록 했다. TPAM은 사람들이 만나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공동 협력작업을 협의하고, 이후 공연제작까지 할 수 있는 유기적인 지원구조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 세션 참가자들은 체계적이면서 장기적인 일본의 예술지원 정책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서울아트마켓 2015 포커스 세션: 자유 토론과 Q&A 시간 ©KAMS

각국의 지원정책, 그리고 우리의 미래

 모두의 발표가 끝난 후 2부는 아시아유럽파운데이션 아누파마 세크하르가 진행하는 ’아세안 공연예술의 미래’에 대한 자유 토론과 Q&A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많은 참가자가 가장 관심 있어 하는 각국의 문화지원 정책과 현황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주를 이루었다.


 각국의 문화지원정책은 어떠한지에 대한 물음에 플로운 프림은 캄보디아의 문화부가 다른 정부부처에 비해 소외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정부의 우선순위 안에 들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특히 싱가포르처럼 문화를 통한 국가의 이미지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캄보디아 정부는 문화의 중요성을 서서히 인식해가고 있으며, 문화예술정책을 수립하고자 하는 상황이다. 플로운 프림은 캄보디아뿐 아니라 베트남, 태국 등 아세안 국가들 역시 문화지원정책이 부재하기 때문에 민간단위에서 이루어지는 교류가 많지만, 그 나라의 문화정책에 맞춰야 한다는 부담 없이 파트너기관에만 맞춰서 작업하면 되기 때문에 나름의 이점도 있다고 웃으며 대답했다. 킴 응옥 트랜 역시 베트남 정부를 설득하는 일이 어렵다며 동의했다. 당국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와 방향이 달라 우리가 하는 일이 왜 중요한가에 대한 질문이 많다고 했다.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현재 베트남은 경제적 발전이 우선시 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베트남의 정치적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예정이라 문화예술계의 비전이 그리 밝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이어 네오 킴 셍은 싱가포르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문화지원정책이 잘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항상 조건부 협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금지에 대한 조건이 대부분이라 어렵다고 답했다. 최근에는 크라우드 펀딩 등 대안적인 재원이 많아져서 정부의 정책을 적절하게 활용할 뿐 국가지원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정부주도형 지원이 까다로운 조건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다들 동의했다. 특히 외국에서 재정지원을 받는 경우 항상 조건적이다. 예를 들면 한국기관이 지원하는 경우, 한국 단체가 함께 해야 하고, 일본기관이 지원하면 일본 단체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아시아에서 조건 없이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 기관이 있을까? 일본 노리히코 요오카는 이번 아시아 센터 창립 당시 일본사람이 포함되지 않아도 재정지원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했으나, 일본 정부를 설득하는 것에 실패했다고 대답했다. 일본국민들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일본인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일본에 어떤 이익이 있는지 당위성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가시적으로 증명하기는 매우 어려우므로 정부관계자를 설득할 수 없었다고 했다. 자국이 포함되지 않은 국제교류활동을 지원하는 정책은 당분간 시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교류기금을 확보하지 못했을 때는 어떻게 하는지 묻는 두 번째 질문에 캄보디아의 플로운 프림은 유럽에서 제공하는 공공 기금을 받을 수도 있고, 미국은 문화지원을 담당하는 정부기관이 없지만 민간단위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재원모금에 있어서 다양한 조직에 의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정보에 대한 접근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싱가포르 네오 킴 셍의 경우는 자금 확보를 우선에 두고 작업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펀딩의 유무가 아니라, 개인의 관심사, 파트너에 대한 이해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의지가 있다면 자금은 구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마지막으로 패널들은 사회자인 아누파마 세크하르에게 아시아유럽파운데이션이 지원 기관으로서 국제교류를 진행하며 어려운 점은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아누파마 세크하르는 지원한 것에 대해 어떤 식으로라도 결과물을 기대하게 되는 것이 어렵다고 답했다. 큐레이터들이 서로 만나고, 시간이 지나면 무언가가 나올 것이라 기대하게 되는데, 지원기관이 시간을 두고 자금을 지원한다고 해도 모두 좋은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지원 수혜단체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으나, 마지막으로 지원기관으로서의 어려움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한국과 아세안,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이번 포커스 세션을 통해 베트남, 캄보디아, 싱가포르, 한국, 일본 모두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아시아에서 공연 예술 활동을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예술활동을 지원하고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한다는 것은 모두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현실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예술감독으로서, 프리랜서 프로듀서로서, 지원기관의 행정가로서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이 맡은 일을 해온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 아시아에서 예술계의 상황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지속해 가고자 하는 그들의 의지를 보며 아시아 공연예술계의 미래를 볼 수 있었다. 

   

ⓒK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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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빅텐트 안에서 소통하다]]> 빅텐트 안에서 소통하다
[동향] 현대공연예술네트워크(IETM) 광주 아시아 위성회의


광주에서 열린 현대공연예술네트워크(International Network for Contemporary Performing Arts, 이하 IETM) 위성회의(2015년 9월 7~9일) 오프닝 노트(Opening Note)에서 김남수 무용비평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몽골제국으로 여행을 떠난 13세기 프란체스코회 선교사 기욤 드 뤼브룩(Friar William of Rubruck)의 여행기로 뤼브룩은 여행 도중, 커다란 텐트 안에서 서로 다른 종교를 대표하는 인물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경험을 하는데, 상호 존중의 태도를 잃지 않고 날이 새도록 서로의 신념과 차이점에 관해 토론하고 마지막에는 함께 잔을 부딪쳤다고 한다. 이 흥미로운 이야기는 120명에 달하는 공연 아티스트와 프로그래머, 주최 측, 네트워커, 연구자들에게 짙은 감명을 주었다. 그들 역시 이 먼 광주까지 서로를 알고, 향후 협업에 대해 논의하고 공통 기반을 구축하려는 목적으로 왔기 때문이다.

이번 위성회의는 광주에 자리 잡은 아시아예술극장(Asian Arts Theatre, 이하 AAT)의 야심 찬 개관페스티벌과 함께 큰 주목을 받으며 막을 올렸다. AAT가 본격적으로 개관하며 공연 예술 분야 내의 글로벌 관계 재정립이 예상되기에 시기적으로도 시의 적절했다. AAT는 이번 개관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아시아와 세계 각지의 다양한 공연예술 프로덕션을 제작 또는 공동 제작하거나 초청하여, 자그마치 33개의 작품을 전 세계 관객들에게 소개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AAT는 첫 번째 시즌(2015-2016)에 세계적으로 명성 높은 아티스트들(연출가 로버트 윌슨(Robert Wilson), 크리스토프 마르탈러(Christoph Marthaler), 윌리엄 켄트리지(William Kentridge) 등을 초대하여 세미나 프로덕션을 선보이고, 뒤이어 아시아 아티스트들이 새롭게 제작한 작품과 광주 지역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지역 기반 프로젝트도 계획 중이다.


광주 아시아 위성회의 ©Ahn GabJoo
 
IETM 로고 ©IETM
광주 아시아 위성회의 일정 ©AAT


AAT의 목표는 분명하다. 그 목표는 급속도로 발전 중인 공연예술 분야에서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허브로 성장하기와 더불어 창작과 발표를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시아 내 네트워크 구축을 유도하고 국제적 공연 배급에도 관심을 두는 것이다. 이를 통해 AAT는 아시아 공연 예술 분야에서 흥미로운 원동력의 중추가 되기를 기대한다. 아티스트, 프로듀서, 공연 장소를 아우르는 새로운 네트워크는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 아티스트와 프로듀서들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프로젝트를 논의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아시아 밖에서 만남을 가져왔다. 프로덕션에 필요한 자원을 찾기 위해 대부분 유럽페스티벌을 찾았으며 주로 서양 페스티벌 연출가들이나 프로그래머들의 취향과 선택에 의존해온 실정이었다. 결과적으로 AAT는 아트 네트워크 아시아(Arts Network Asia, ANA), 일본 기획자 네트워크(Open Network for Performing Arts Management, ONPAM)와 같은 기존의 발전하고 있는 네트워크부터, 아시아 프로듀서 플랫폼(Asian Producers Platform)과 같이 최근에 조직된 플랫폼과의 작업 가능성도 열려있기에 아시아 아티스트들의 강력한 도구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공연예술 프로덕션 분야의 지정학적 균형에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지금껏 공연 예술 분야 프로덕션의 세계적 중심은 유럽이었다. 수많은 프로덕션 및 공연 단체가 정부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국경을 초월한 프로덕션과 협업, 그리고 공연을 위한 네트워크를 생성하고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경제적, 재정적 위기를 맞아 각 나라와 종교, 지역 정부들이 지원을 중단하게 되면서 강한 압박을 받게 되었고, 신자유주의 풍조에 따라 공연 예술계 역시 시장에 내던져지고 말았다.
반면, 아시아의 경우는 다르다. AAT의 투자 역시  정부가 문화 정책에 보다 큰 관심을 보인다는 방증이다. 이 현대예술 프로젝트는 세계적으로 새로운 문화 정체성을 조사하고 구축하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세계를 상대로 이러한 정체성을 고취하려는 국제문화정책 도구의 기능도 포함한다. 따라서 AAT는 광범위한 아시아 문화 복합단지의 일부로서 아시아 문화 홍보를 연구하는 6개 기관(민주평화교류원, 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어린이문화원 등)과 함께 광주를 아시아 문화의 중심도시로 자리매김 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이 광주에만 예외적인 것은 아니다. 2018년 개관예정인 홍콩 서구룡 문화지구의 경우도 문화 복합단지로 발전시키기 위해 여기저기에서 재능 있고 역동적인 사업가들이 이런 기관들을 하부 중심 동력과 연결할 방법을 찾고 있다.
이런 추세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까? 이번 프로젝트는 아시아와 더불어 전 세계 문화 동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아시아의 자부심을 키우고, 기초 네트워크와 국제 정책적 문화 시설을 늘리고, 기관과 아티스트 사이의 연결 생성 가능한 허브를 개발하는 식의 발전형태가 세계의 힘의 균형을 바꾸는 데에 유리한 신호인가? 우리는 실제로 전환점에 서 있을까, 아니면 이런 추세는 단발성으로 그치고 말 것인가? 우리는 광주 문화 복합단지가 결국 얼마나 유지 가능한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AAT는 건축적으로 탁월하고, 문화 예술적으로 굉장한 야심을 품고 있지만, 지역적 맥락에서 보면 매우 이질적이다. 지역 관객과 관계자를 지원하는 시설은 장기적 효과를 노리지만 정부가 한 발짝 물러서려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AAT에 책정된 예산 또한 이미 소진한 상태다.
현재의 발전이 아시아 아티스트들의 작업에 미치는 영향은 앞으로 차차 미래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미래는 현재이기도 하다. "아시아 예술이란 무엇인가?", "현대 예술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을 모두 수용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마지막 질문 두 개는 AAT 개관페스티벌 포스터에 실려있다)와 같은 질문이 AAT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고유문화 정체성을 성찰한다는 측면에서 ’타자’와의 대화는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IETM이 중요하다.

광주 아시아 위성회의 Opening Note 세션
 ©Ahn GabJoo
광주 아시아 위성회의 Asia Window Presentation 세션 ©Ahn GabJoo

1980년대 이후, IETM은 유럽 현대 공연 예술 분야에서 중요한 네트워크로 기능하고 있다. 파트너를 찾을 수 있는 장소일 뿐 아니라, 지식을 교환하고 보다 광범위한 공연예술 및 사회 전반적 개발을 반영하는 플랫폼이기도 하다. 지난 10여 년 동안, IETM은 아시아 개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2006년 베이징 회의 이후, 아시아에서 7개의 위성회의가 조직되었고, 이는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그동안 아시아에서 열린 위성회의는 상이한 두 세계의 만남을 표현하기 위해 각기 다른 장소에서 열리기도 했지만, 이번 광주 위성회의는 우리와 그들의 대립이나 지역적으로 떨어져 있는 두 세계(광주와 서울)를 통합하는 개념과는 거리가 있었다. 특히 광주 위성회의는 대신 그간의 성과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공통점을 찾는 데 주력했는데, 비록 유럽과 아시아가 역사적 배경이나 현재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다고 해도 공동 프로젝트나 공통의 관심사는 이미 정해졌기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지식의 교류는 중대하다. 유럽 측은 아시아 아티스트 및 프로듀서들의 운영 능력과 감각에 큰 자극을 받았다. 반면 새로운 네트워크 개발에 있어 신진 아시아 아티스트 및 프로듀서들은 유럽의 경험을 학습해야 할 것이다. 아시아 대부분은 정부 개입이 항시 제한된 상황에서 작업한다. 상호 간의 학습과 감화가 지니는 공통의 목표는 앞으로의 공연 예술 분야에서 새로운 협업 모델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번 광주 위성회의는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의 성장, 장거리 협업의 이점과 난점, 공연 예술 분야에서 디지털 변화가 가져오는 영향, 현대의 삶과 (아시아적) 문화 정체성의 관련성에 대한 질문 등의 몇 가지 하위주제로 분류할 수 있었다. 마지막 질문은 AAT 프로젝트의 핵심에 맞닿아있다. 

첫 번째 세션은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의 역할’에 대해 살펴보았다. 정확히 말해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논의였다. 대륙 간뿐 아니라 참가자들 사이, 심지어 같은 대륙과 국가, 종교 안에서도 이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그 이유는 두 가지로, 첫째, 문화 정책이나 작품 개발, 제작, 발표를 위한 구체적 자원과 관련된 제도적 상황이 매우 다르다. 둘째,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는 특정한 필요나 배경과 관심사가 전혀 다른 아티스트 및 단체의 야심에 맞춰야 한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의 작업상은 매우 다양하다. 때로는 재정, 운영상 문제에 몰두하고, 때로는 지원 업무(logistic tasks)를 맡기도 한다. 일부의 경우,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가 프로젝트의 예술적 부분에 참여하기도 한다. 또한 발표, 레지던시, 네트워크 구축, 지식 교환, 비평과 같은 창조적 역할도 수행한다.
그러나 다양성을 넘어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가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공통 자질이 있다면, 예술은 항상 아티스트가 주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어떤 경우에도, 프로듀서는 아티스트의 작업을 위한 조력자가 되어야 하며, 프로젝트를 현실화하기 위한 자원을 모으거나 사회 구성원들에게 예술적 모험이 타당하다고 인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에게 요구되는 첫 번째는 아티스트를 이해하고, 아티스트의 행로를 좇고, 그 작업의 정수와 의미를 알아채는 일이다. 신뢰와 존중, 상호 이해가 요구되는 역할이다. 동시에, 좋은 프로듀서는 반대자로서의 기능도 수행해야 한다. 프로젝트에 유익하려면 아티스트와 프로듀서 사이의 비판적 대화가 필요한데, 이때 프로듀서는 아티스트에게 작품의 전시장소나 지역 관객들이 받아들일 의미의 가능성 등, 작품의 전시 및 공연 상황 인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세션 말미, 사회를 맡은 프로듀서 에릭 쿵 와펀(Erik Kuong Wa-Fun, 마카오문화센터 프로그래머)이 말했듯, 때때로 우리는 아티스트에게 진실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광주 아시아 위성회의 Newsround & Working Group 세션
©Ahn GabJoo
광주 아시아 위성회의 Newsround & Working Group 세션
©Ahn GabJoo  

’장거리 협업’은 두 번째로 진행된 세션의 주제였다. 물리적 거리와 문화적 배경 차이, 투자 구조가 발생하는 거리감에 맞닥뜨렸을 때, 협업에 있어 대등한 협력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문화적 맥락이 다른 작품을 소개하기 전, 지역 관객들에게 충분히 알려줄 방법이 있을까? 보다 실제로 맞닥뜨릴 장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우리는 왜 장거리 협업을 진행하고 싶어 할까? 이런 종류의 국제 작업은 높은 비용이 소요되므로, 재정적 성과가 목적이 되지는 않는다. 비록 점점 더 많은 아티스트와 큐레이터들이 새롭고 지속 가능한 국제 이동 포맷을 고안하고 있지만, 생태학적 이유도 역시 아니다.
장거리 프로젝트를 추구하는 다양한 이유 중 공통된 맥락은 예술적 교환에 대한 욕구다. 이는 매우 사적인 경우일 수도 있는데, 예를 들면 아티스트나 단체가 아이디어를 조사하고 다른 상황에서 그 아이디어를 ’시험’해보고 싶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는 프로그래머나 큐레이터가 국제무대에서 눈여겨본 아티스트나 단체를 지역 사회에 선보이고자 할 경우도 이에 해당된다. 그러나 사적 요소가 정치적 요소로 발전하는 경우가 오히려 더 빈번하다. 특정한 종교나 지역 사람들과의 작업 선택은 역사적, 사회적 동기가 자극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식민지 역사나 일부 사회의 이주 배경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오늘날, 이는 어느 때보다 더 시급할지 모른다. 1994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쿤스텐페스티벌(Kunstenfestivaldesarts)에서 연출가 피터 셀러스(Peter Sellars)는 "우리 시대의 특질은 바로 망명자의 시대"라 말한 바 있다. 셀러스에 따르면, 인간사의 유구한 이동 흐름을 통틀어, 모든 지구적 문제와 쟁점들은 결국 지역적 사안이 되는데, 특히 일부는 오늘날 사실로 드러난다.
아티스트나 조직자로서 우리는 이런 쟁점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아티스트의 목소리가 지닌 힘을 믿는다면, 전 세계 아티스트들이 지역 사회에 개인적 관점을 표명하는 일은 현 쟁점에 적절하다. 이들은 책임을 지고 연결고리가 되어 아티스트와 지역 관객을 이어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국제 예술 작업 계획에서 사회적으로 위급한 쟁점을 분명히 할 수 있는 소통과 발표를 위한 포맷을 발전시키기 위해서이고, 다음으로는 아티스트가 내는 목소리를 수단화하거나, 출신과 문화적 맥락이 약화하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이는 첫 번째 세션에서 논의한 내용과 상통하며, 참가자들은 아티스트의 주도적 운영이나 개인적 연결이 장거리 협업을 실행하는 데 시발점이라는 사실에 동의하기 때문이다. 멜버른 페스티벌(Melbourne Festival)에서 사회를 맡은 스티븐 암스트롱(Stephen Armstrong)은 자발적이지 않은 협업에 대해 이렇게 마무리했다. “더 이상의 중매결혼은 없다”고.

세 번째 세션은 공연 예술 분야에서 ’디지털 변화’가 가져올 영향에 대한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우리가 공연예술 작업을 하고, 창조하고, 분배하고, 경험하는 데에 새로운 디지털 도구가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줄 것인가? 세션 내내, 구체적 실제와 전망에 대한 무수한 논의가 이어졌다. 
첫째, 관객에게 접근하는 소통하는 방식의 변화를 가져다준 디지털 도구에 관한 논의였다. 예를 들어, 공연 생중계를 포함한 성공적 실험이 증가하면서 극장과 제작사가 지역적으로나 국제적으로나 새로운 관객에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디지털 도구는 공연자와 관객의 관계를 점점 더 보다 깊고 풍부하게 만들고 있는데, 예를 들면, 스트리밍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을 증진하고, 공연 전에 관객을 준비시키기 위해 리허설장면을 중계하는 동안 추가 정보나 맥락을 제공한다.
둘째, 예술적 창작과 제작에 새로운 지평을 연 디지털 변화에 관한 논의가 이어졌다. 디지털 기술이 순전히 비용절감 차원에서 도구적 기능을 수행한 때가 있었다. 그러나 곧 디지털 기술이 예술 프로젝트의 핵심적 구실을 하게 되었고, 로봇이 공연자가 되거나, 배우와 홀로그램이 상호 작용하는 장면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관객과 상호 작용하는 구성 방식도 실현되었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예술에 미치는 디지털 도구의 영향력뿐 아니라 그 반대도 다루어야 한다. 디지털 변화에서 예술은 중요한 원동력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갈수록, 공연예술은 사회적 관계망과 가상현실에서 인간의 공간에 대한 중요한 물음을 제기하고 고찰한다. 동시에 기술자, 과학자, 사업가와 아티스트 간의 협업을 통해 창조력을 바탕으로 기술적 혁신을 추구한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점점 더 많이 발견하게 된다. 보다 젊은 세대의 아티스트들, 디지털 원주민이라 칭하는 세대가 연극이나 무용과 같은 옛것과 새로운 디지털 가능성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결합하여 전통적 예술규칙으로는 설명 불가능한 예술적 실천을 이끌어낸다. 가장 단순하게 보아, 그들의 작업은 다원예술적 실천(transdisciplinary practices)이라고 칭해야 할 것이다.

광주 아시아 위성회의 ©Ahn GabJoo 광주 아시아 위성회의 ©Ahn GabJoo

마지막으로, 마무리 세션에서는 AAT 개관페스티벌의 핵심 질문을 탐구했다. 아시아 예술이란 무엇인가? 현대는 무엇인가? "변화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사회자 로우 키 홍(Low Kee Hong, 홍콩 서구룡 문화지구)의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다. "아시아를 주시하기 위해 점점 더 다양한 아시아를 욕망하고 있다. 유럽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우리의 시선을 규정한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 동안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아시아를 향한 시선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세션의 쟁점은 이런 변화가 아시아가 초국가적 공연예술 협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와 집필에 대한 관심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가였다. 이번 세션에서는 이런 질문에 이론적인 고찰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실제적 해답을 추구하고자 하였다. 유럽, 호주, 아시아에서 온 참가자들이 광주 위성회의에서 관심을 나눈 분야는 무엇이었을까? 이런 쟁점에 관한 협업에 사람들을 모두 참여시킬 수 있는 실제적 조건은 과연 무엇일까?

아티스트와 제작사의 변화하는 요구에 발맞추어 네트워크 구축과 협력을 위한 구체적 채널 및 수단을 새롭게 발전시키자는 구상을 포함한 수많은 논점이 제시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도시 내 문화와 예술의 역할과 세계적 이주 흐름, 종교 그리고 정체성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었다. 세션 말미에 로우 키 홍은 이 현상들이 모두 엄청나다고 덧붙였지만 결코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 이미 실행되는 연결 작업들이 존재하며, 이 역시 실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IETM 위성회의는 미래 협업을 위한 공통 기반을 탐구하기 위해 전진하고 있으며 개방적 토론을 통해 이미 견고한 제안들을 끌어내고 있다. 아직 미지의 영역을 탐구할 견고한 ’체계’를 많이 마련하지 못했을지라도, 오프닝 노트에서 회의의 개념을 텐트로 비유한 김남수 무용비평가의 발언은 적절했다. 텐트는 모이는 장소, 따뜻한 대피처, 회포를 푸는 곳일 뿐 아니라, 가볍고, 유연하며, 이동 가능한 구조이기에. 그렇다면 다음엔 과연 어디에 텐트를 칠까?


 

©KA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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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유럽에서의 펀딩과 이슈, 동향에 대한 단상]]> 유럽에서의 펀딩과 이슈, 동향에 대한 단상
[동향] 공연예술 분야 레지던시


2014년 5월 12일, 멜버른에서 열린 IETM 아시아 위성회의(IETM Asia Satellite Meeting)에서 가장 주목 받은 세션 중 하나는 공연예술 분야의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아티스트의 창작, 공동 창작 및 거주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였다. 기조연설을 맡은 인사 중 몇몇이 유럽, 아시아, 호주 지역의 예술 레지던시 플랫폼을 대표한 덕분에 해당 지역 출신의 아티스트와 전문가들이 성공적으로 어우러질 수 있었다. 이 논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대부분 시각예술 분야 아티스트와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고안된다는 통념을 뛰어넘어 진행되었다. 

본 기사는 유럽을 중심으로 하여,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파악하는 방법과 공연예술 분야와 연계하여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이해하는 다양한 방법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아티스트와 전문가들은 리서치, 프로덕션, 집필, 협업(정기적 협업 또는 신규 협업), 리허설, 새로운 관객층 발굴을 목적으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찾는다.

프로그램의 초점이 창작이나 주제 정립, 구상 중인 최종 결과물에 있든지,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대에 있든지, 시각예술 분야의 아티스트와 문화 전문가(큐레이터, 연구가, 비평가 등)에게 열려있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확실히 더 많다.

국제 아티스트 레지던스 플랫폼인 더치컬쳐/트랜스아티스트(DutchCulture | TransArtists) 웹사이트에서 검색해 보면, 1,555개 가량의 레지던시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중 시각예술 분야는 580개로, 공연예술 분야의 280개 수와 대조적이다. 또한 시각예술 분야에는 최상위 5개국인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프랑스를 비롯하여 유럽에만 185개의 레지던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세계적인 아티스트 레지던시 네트워크 기관인 레즈아티스(RES ARTIS)에서도 유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공연예술 분야와 관련된 레지던시는 260개인 반면, 시각예술 분야는 414개에 달했다.

레즈아티스와 더치컬쳐/트랜스아티스트 웹사이트에서는 연극, 무용, 거리예술 등 더욱 세분화된 분야로도 검색이 가능하다. 각 지역의 플랫폼은 물론,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개별 국가에서 진행되는 레지던시에 대한 정보도 찾아볼 수 있다.

더치컬쳐/트랜스아티스트 (DutchCulture / TransArtists) 웹사이트에서 테마(theme)를 검색 시 화면

더치컬쳐/트랜스아티스트 (DutchCulture / TransArtists) 레지던시 키워드 검색 시 화면

공연예술분야의 투자 범위와 정보 접근 영역 주목

최근 유럽공연예술회의(the International Network for the Contemporary Performing Arts, IETM)에서 주관하고 온더무브(On the Move)가 수행한 펀드파인더(Fund-Finder, 크리에이티브 유럽[Creative Europe]을 뛰어넘는, 유럽의 문화·예술 투자를 위한 가이드)에는 18 곳의 레지던시와 공연예술을 대상으로 하는 장학금제도가 명시되어 있다. 목록에 오른 레지던시들은 선정된 유럽 및 유럽 이외 지역의 아티스트와 전문가들에게 여행경비를 포함해 부분적인 재정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주요사항을 정리하자면 아래와 같다.


- 무용은 가장 지원 기회가 많은 분야 중 하나로, 대표적으로 독일의 노트라인베스트팔렌 문화국(NRW Kultur), 탄츠라보어21(TanzLabor_21), K3 탄츠플란 함부르크(K3 | Tanzplan Hamburg), 아일랜드 티퍼레리 댄스 레지던시(Tipperary Dance Residency), 노르웨이 당스아레나 노르(Dansearena nord),  스웨덴 댄스 이그니션 랩(Dance Ignition Lab)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를 꼽을 수 있다. 레지던시들은 개별적인 창작과 연구에 주안점을 두거나 지역환경 또는 지역사회와의 강력한 연대를 목표로 하는 등 그 운영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가령, 스웨덴의 댄스 이그니션 랩은 “토론과 논의를 장려하고 다양한 분야와 문화적 맥락을 결합하여 작업하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연구와 실험을 강조하며 새로운 연구 레지던시 모델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는 흥미로운 사례이다.


- 연극과 다원예술에는 명성이 자자한 독일의 아카데믹 슐로스 솔리튜드(Akademie Schloss Solitude)와 핀란드 에스커스 아티스트인레지던스 프로그램(Eskus Artist-in-Residence Programme), 리투아니아 아트 프린팅 하우스(Arts Printing House,) 등이 있으며, 이들은 문화 매니저, 축제 프로그래머, 거리예술과 서커스예술 분야에도 개방한다.


- 거리예술과 컨템포러리 서커스는 유럽 국가 간 차이를 넘어 다양한 갈래의 레지던시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 이 대안예술양식은 다양한 주제 하에 연구와 발표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중 유럽 거리 예술 네트워크인 시르코스트라다(Circostrada)가 2010년과 2012년에 벨기에, 프랑스, 영국 등지에서 보여준 성과가 가장 두드러진다.

리투아니아 아트 프린팅 하우스(arts printing house) ⒸArts Printing Hous

리투아니아 아트 프린팅 하우스(arts printing house) ⒸArts Printing Hous

리투아니아 아트 프린팅 하우스(arts printing house) ⒸArts Printing Hous

부문간 협업 역량 구축을 향한 시선의 확장

EU 아티스트 레지던시 안내서(EU handbook on artists’ residencies)는 매우 유용한 자료로, 24쪽에는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아티스트 레지던시는 다양한 범위의 미디어를 다루는 한편, 다른 예술 분야와 공동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를 유치한다. 아티스트와 레지던시 측 모두 예술계를 벗어나 다른 분야의 파트너들과 협업할 기회를 모색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원예술 관련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대안 예술가들을 살펴보면 새로운 미디어, 새로운 기술, 특히 과학과의 결합이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새로운 분야와의 흥미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곳은 스위스의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 아트레지던시 (Collide@CERN), 독일 PACT 졸버린 센터 레지던시 (Pact Zollverein), 네덜란드 임팩트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Impakt International Residency Programme) 등이 있다. 스타트 플랫폼(stARTS platform/과학, 기술, 예술 통합 플랫폼)이나 유럽 오디오비주얼 크리에이션 네트워크(ENCAC, European Network for Contemporary Audiovisual Creation)와 같은 새로운 EU 투자 프로젝트와 네트워크의 전략보고서 역시 이러한 경향을 반증하고 있다. 더 나아가 과학, 연구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협업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영국/캐나다 예술 환경 운동 자선단체인 케이프 페어웰(Cape Farewell)이 있다. 이들은 탐험대(Expeditions) 프로그램을 통해 아티스트들이 과학자나 연구자들과 가까이에서 협조하며 기후 변화에 관련된 예술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환경문제나 기후변화도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주요한 주제가 될 수 있다. 최근 유럽 투자 프로젝트 그린아트랩얼라이언스(Green Art Lab Alliance)에서 출판된 GALA 펀딩가이드(GALA funding guide) 에는 전체 또는 부분 펀딩을 받을 수 있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포함해 환경적 지속성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단체들이 올라와 있다. 여기에 등재된 공연예술 분야 레지던시에는 에스토니아 예술 프로젝트 공간 마잠(MAAJAAM)과 프랑스 포맷댄스협회 (Association Format)의 춤과 영역(Danse et Territoires), 영국 케임브리지 지속가능성 레지던시(Cambridge Sustainability Residency) 등이 있으며, 사회적인 안무, 연출, 예술 작업을 강조하고 있다. 

아티스트들을 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참가하는 아티스트 혹은 전문가들이 그들의 작업을 발전시키고 더욱 견고하게 하는 데에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그 결과가 그들 각자의 발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로까지 도달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타 분야와 협업하는 소통 양식을 육성하기도 한다. 유럽의 문화 언론인들에게 문학 레지던시를 제공하는 유럽연합의 언팩더아트프로그램(Unpack the Arts Programme)은 컨템포러리 서커스(Contemporary circus)와 피지컬시어터(Physical theatre)에 관심을 두고 있다. 이들은 구체적인 공연예술 분야의 지식을 언론인과 비평가들에게로 확대하고 공유하여 이후 해당 분야에 대한 인지와 이해의 폭을 넓히는 효과를 기대한다.  

프랑스 레지던시 ‘젊은 아티스트를 위한 유럽 인재 양성소 (PEJA/Pépinières Européennes pour Jeunes Artistes)’는 갓 첫 발을 내디딘 젊고 유망한 아티스트들을 주목한다. 젊은 창작자들에게 맵(MAP)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적인 수단과 협업의 기회가 동반되는 세계 각지의 레지던시를 제공한다.

    

아티스트 콜렉티브 La Horde와 ‘젊은 아티스트를 위한 유럽 인재 양성소(PEJA)’ ©(La) Horde

아티스트 콜렉티브 La Horde와 ‘젊은 아티스트를 위한 유럽 인재 양성소(PEJA)’ ©(La) Horde

아티스트 콜렉티브 라 오르드 (La Horde)와 ‘젊은 아티스트를 위한 유럽 인재 양성소(PEJA)’ ©(La) Horde

유럽에는 직접 공연예술 분야를 지원하는 레지던시는 없다. 첫머리에서, 레지던시들이 기존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대한 통념을 넘어 가능성을 확대하고 적응하려는 시도로서 어떻게 다른 분야와 협업 하고 더욱 폭넓은 주제를 다루는지에 대한 얼개를 그렸다. 같은 맥락에서, 아티스트나 전문가 스스로가 각자의 분야를 뛰어넘어 타 분야와의 만남을 통해 더욱 열린 작업을 하려는 태도의 변화에도 의의를 두었다.   

앞서 언급했던 EU 아티스트 레지던시 안내서는 레지던시와 관련 펀딩 기관, 그리고 그 운영방식을 분류하는 일이 쉽지 않다고 밝힌다. 실로 다양한 주제와 구성이 존재하고 어떤 레지던시도 똑같지 않으며 과학, 연구, 환경 문제, 사회적 연대, 지역 특성 등 영역을 넘나드는 작업과 실험을 아우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공연예술 아티스트와 전문가들을 위한 기회는 많지 않지만, 큐레이터에서 매니저, 비평가에서 언론인에 이르기까지 더욱 광범위한 범위의 레지던시들이 협업을 염두에 두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레지던시와 관련된 정보를 구하고, 레지던시가 추구하는 종합적인 접근방식이나 특정한 과제를 분석해 예술적 필요와 열망에 가장 잘 들어맞는 곳을 찾아낼 필요가 있다. 이 기사를 통해 당신이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도움을 준 더치컬쳐/트랜스아티스트(DutchCulture / TransArtists) 매니저 마리 폴(Marie Fol)과 편집에 도움을 준 하나 반 덴 버그(Hannah Van Den Bergh)에게 감사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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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문화 이동성을 위한 새로운 연합]]> 문화 이동성을 위한 새로운 연합
[동향] SEAAA 이동성 플랫폼


대륙 간 연맹의 탄생

SEAAA 연합(The SEAAA Alliance)은 남유럽(Southern Europe)과 아랍권(Arab world), 아시아(Asia)와 호주(Australia)를 넘나드는 문화예술 이동성을 위한 플랫폼(artistic and cultural mobility platform)으로서 2015년 3월 30~31일, 그리스 아테네에서 공식 발족하였다.

이 야심 찬 프로젝트는 아시아-유럽 재단(Asia-Europe Foundation)의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Creative Network) 프로그램의 지원 아래, 로베르토 시메타 기금(Roberto Cimetta Fund)과  예술경영지원센터(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호주 예술위원회(Australia Council for the Arts)를 주축으로 구상되었다. SEAAA 연합의 창설 이후, 약 24개국의 문화예술 전문가 40여 명이 헬레니즘 시대의 문화 중심 아테네로 모여들었다.

국제성을 표방하는 SEAAA 연합은, 2013년 프라하, 2014년 멜버른에서 개최된 회의를 토대로 한다. 이 자리에는 협업과 교류의 새로운 가능성 탐구, 문화 이동성과 관련된 새로운 투자 모델, 혁신 아이디어와 비전 탐구에 관심이 높은 유럽, 아시아, 호주의 각 기관과 전문가들이 함께했다. 이동성과 국제교류에 중점을 둔 특정한 회의나 기관의 차원을 넘어, 새로운 협력관계, 커넥션, 공동 프로젝트 형성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인류 전체가 전례 없는 국제적 문화 협업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음은 자명하다.

아테네에 모인 전문가들과 문화계 인사들은 주최 측인 그리스뿐 아니라, 인도문화재단(India Foundation for the arts, 인도), 2018 발레타 유럽문화수도(Valletta European Capital of Culture 2018, 몰타), 러시아 연극협회(Russian Theatre Union, 러시아), 인디아 포 트렌스포메이션(India for transformation, 인도), 쿨투라 노바 재단(Kultura Nova Foundation, 크로아티아), VASL 아티스트 콜렉티브(VASL Artists’ Collective, 파키스탄), 유럽문화재단(European Cultural Foundation, 네덜란드), 아트무브스아프리카(Art Moves Africa), 씨어터 엔트로피아(Theatre Entropia, 그리스),  주말(Zoomaal, 레바논), 필리핀 문화예술위원회(the National Commission for Culture and the Arts, 필리핀), 모어 유럽(More Europe, 벨기에), 나드/펄스(Nabdh/Pulse, 튀니지), 프랑스 문화부(the French Ministry of Culture and Communication, 프랑스), 알 하라 극장(Al Harah Theater, 팔레스타인), 비르소뎁세이오(Vyrsodepseio, 그리스), 타마시 네트워크(Tamasi Nerwork, 영국/이집트) 등 여러 기관을 대신하여 참석한 아시아-유럽 재단의 대표자들과 주요 파트너도 만날 수 있었다.

첫 번째 회의는 예술 및 문화 이동성에 대한 투자와 환원에 주력하는 연계 기관을 주축으로 하여, 교류기회를 증가시키고 루트의 확장 및 새로운 노선을 개발하기 위한 공동기금 마련, 문화 이동성과 관련된 정보, 방법, 모델, 전략 등에 대한 공유를 목적으로 했다.

아시아와 호주 간, 그리고 아랍권과 아프리카 사이에는 이동성에 대한 보조금과 기회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또한, 남유럽과 아시아, 또는 남유럽과 호주 사이의 문화예술 커넥션 역시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 따라서 새로운 대륙 간 플랫폼의 탄생은 각 분야의 위기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며 더 나아가 그 간극을 좁힐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이는 SEAAA 이동성 플랫폼이 추구하는 바이다. SEAAA는 새로운 협력관계를 구축, 발전시키는 한편, 타 문화권의 문화지도를 탐구하고 이해를 신장하고자 하는 공동의 열망에서 탄생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한국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온더무브(On the Move)와 아랍 에듀케이션 포럼(Arab Education Forum)이 협력하는 아랍권 국가들의 국제 이동성기금 가이드 프로젝트(Mobility Funding Guide), 온더무브와 국경없는 시어터(Theatre Without Borders)가 협력한 문화이동성 심포지엄(Cultural Mobility Symposium, 2015년 1월 뉴욕 개최)을 비롯해 아트 무브 아프리카(Art Moves Africa)가 공조하여 향후 아프리카 국가들을 위해 준비 중인 국제 이동성기금 가이드에도 참여하고 있다. 아테네에서 열린 회의를 비롯해 이러한 프로젝트와 행사들은 문화이동성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국제 문화 협업 부문의 판도가 바뀌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SEAAA Mobility Platform

SEAAA Mobility Platform

SEAAA 이동성 플랫폼

이동성과 교류, 그리고 협력의 필요성

이동성(Mobility)이란 무엇인가? 시어터 104(Theatre 104)에서 이틀간 열린 세미나를 통해, 참석자들은 문화와 예술의 이동성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놓고 논의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조명된 가장 흥미로운 주제 하나는 이동성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접근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동성은 현재 유럽에서는 널리 통용되는 개념이지만, 아시아에서는 명확히 확립되지 않아 “교류”나 “국제 발전”으로 설명하는 편이 더 쉽다. 안타깝게도 이 흥미로운 의문에 관해 지면을 크게 할애하긴 어렵지만, 이동성이라는 개념에는 본질적으로 그 의미의 다양성이 함축되어 있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지리적 요소나 문화적 기원을 고려하지 않을 때, 이동성은 그림의 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다른 개념들과 달리, 훨씬 더 복잡한 개념이다. 우선, 움직임과 이동의 개념을 포함한다. 이는 교류와 접촉뿐 아니라 개인적 경험과 변화 과정으로도 환원된다. 또한, 근접성과 국지성의 탐구를 포함하여 국제화와 세계화로도 지칭할 수 있다. 다양성과 발견, 전위(轉位)와도 관련이 있다. 지식과 정체성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동시에, 이동성의 결여와 결부된 수많은 장애물을 반영하기도 한다. 이동성의 개념 탐구는 단일한 의미로 종합되지 않으며 결이 다른 다양한 층에 도달하게 한다.

세미나가 시작할 때, 로베르토 시메타 기금의 페르디난트 리처드(Ferdinand Richard) 대표는 예술과 문화, 그리고 이동성 사이의 교차점에 관한 중요한 지점 몇 가지를 밝혔다.


    - 실체 파악하기: 실질적인 만남과 지식 공유의 중요성. 아테네 회의 같은 방식의 접촉은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공감하고, 공동 프로젝트 개발을 구상하는 일에 필수적이다. 
  • - 문화에 대한 공정무역적 접근. 문화 교류의 장에서 공정하고 지속 가능하며 윤리적인 접근을 지지하고 실천해야 한다.
  • - 지역적, 국가적, 세계적 차원에서 현재 변화하는 경향에 대한 인식 및 이해. 서로 다른 지역적 필요, 역학 관계, 방법론을 고려하는 문화에 대한 3차원적 접근이 필요하다.
  • - 이동성 실천의 결과, 영향, 지속가능성을 측정하고 평가하는 일이 지닌 어려움에 대한 이해.
  • - “환원(pay-back)” 단계의 중요성: 지역사회와 공유하기
  • - 지역 당국 기여의 중요성 이해. 리처드 대표에 따르면 지역 당국이 유럽 기금의 막대한 부분을 차지한다.
  • - 전체론적 접근: 모두가 함께 작업할 수 있도록 완벽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뒤이어, 아시아-유럽 재단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발렌티나 리카르디(Valentina Riccardi)는 아테네 회의를 구상하기 위해 거쳤던 사전 단계를 상기시켰다. 또한, 아시아-유럽 간 공동 프로젝트 지원에 있어 아시아-유럽 재단의 깊은 관심과 과업을 강조하며 문화 이동성과 관련된 주제의 현재적 타당성에 주목했다.

다음으로는, 일부 참석자들이 각자의 프로젝트와 기관에 대해 발표했다. 그들은 국제 문화 이동성의 실제와 요구에 대한 이해를 도울 중요한 관점과 지식들을 덧붙였다. 호주예술위원회의 아트마켓 개발 담당자인 콜레트 브레넌(Collette Brennan)은 호주예술위원회의 2014-2019년 전략에 대해 발표했는데, 전략의 4가지 주요 요소로 탐구, 호혜주의, 자극, 확장을 들며 호주 예술의 무경계성을 강조했다. 파키스탄 카라치(Karachi)시의 VASL 아티스트 콜렉티브 결성에 참여했던 예술가이자 교사 아딜라 술만(Adeela Suleman)은 이 기관의 전속 프로젝트와 지역적이고 국제적인 네트워크 운영에 관해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안보가 중시되고, 예술이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국가와 지역에서 문화예술 작업을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지를 역설했다. 2018 발레타의 카르스텐 쥬렙(Karsten Xuereb)과 마가리타 플루(Margarita Pule)는 몰타(Malta)의 최대 문화 행사인 유럽 문화수도(European Capital of Culture)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하며, 상호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주요 과제로 국제화를 꼽았다.

다른 세션에서는 문화 이동성의 또 다른 분야인 공연예술, 오퍼레이터(Operators), 기업가, 근접성(Proximity)에 초점을 맞추어 동시에 세 개의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공연예술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은 공연예술 분야에 무엇이 필요한지 규정하는 방법에 관해 토론했다. 이 자리에서는 현장조사의 중요성과 과정에 대한 지지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최종 결과물만 조명하는 단순한 시각을 넘어 전체 제작과정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동성은 공연예술의 질적 향상을 위한 핵심요소로 꼽히고 있으며, 이동성이 예술적 결과물에 끼치는 영향은 향후 분석해볼 가치가 있는 영역이다. 또한 시장 문제, 역량 함양, 보조금 평가를 위한 보다 탄력적인 체계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공동 제작에 참여하기에 앞서 각 지역 주민들의 상황과 필요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편, 일각에서는 오직 주류의 목소리만 포착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즉, 현재 진행되는 문화지도 구상이 담당하는 기획자의 의견과 이익을 주로 반영한다는 의미였다. 참석자들은 다수의 의견을 확보하기 위해 다원예술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한편, 동시대성이 빠르게 퇴색되는 연구에 대한 공통적인 문제를 강조하기도 했다.

오퍼레이터 및 기업가 워크숍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지역 문화 발전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논의했다. 지역 경제의 중요성, 관객 형성, 예술의 교육적 역할,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시스템, 지역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플랫폼의 중요성을 포함하여, 완성된 작품의 보존 및 기록에 대한 논제까지 다루어졌다.

근접성을 다룬 세 번째 워크숍에서 진행된 토론은 경계와 한계, 매개 정체성(bridge identities)을 비롯하여 중심과 주변 사이, 골든 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1)과 지자기장 강도에 따라 구분된 권역들(magnetic zone), 대안적 루트와 분산된 인프라, 지속 가능성과 지역 모델 사이의 관계와 대립 같은 흥미로운 주제들을 이끌어냈다. 근접성이 세계화의 대항서사(counter-narrative)로서 탁월하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1)세계적 헤로인 생산지로, 미얀마ㆍ태국ㆍ라오스 3국의 접경지역 또는 아프가니스탄ㆍ파키스탄ㆍ이란 등 3국의 접경지대

Group Workshop

Group Workshop

그룹 워크숍

이동성 투자와 연구: 보편적 미래의 추구

마지막 세션에서는 더욱 실제적인 문제인, 경제 모델과 투자 전략을 쟁점화했다. 두 가지 모두 현재 존재하고 있으나 구체적으로 개발되지는 않았다. 참가자 대부분은 각 기관 고유의 자치권과 정체성, 특수성은 유지한 채, 모든 기관이 공유하는 공동 투자 단계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동의했다. 모어 유럽(More Europe)의 디렉터 사나 아우흐타티(Sana Ouchtati)는 개별 투자보다 공동 기금 조성이 더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새로운 이동성기금 발전을 위한 공동의 행보는 대단한 도전이 될 것이며 장애와 보상이 함께 뒤따르는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SEAAA 이동성 플랫폼의 1차 회의는 아이디어와 관점을 공유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공동 프로젝트를 추구하고 진행하는 첫 번째 실질적인 시도였다. 다양한 대륙 출신의 참가자들 사이에는 서로 다른 전략이 무수히 존재하지만, 이 연합을 성공적이고 생산적으로 이끌고자 하는 의지와 공유된 약속들 역시 존재한다. 현재 많은 제안들을 두고 고심하면서, 미래 이동성 기금의 시발점이 될 특정 국가 간, 지역 간 시험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또한, 참가자 대부분이 연구와 문화지도 구상, 정보 공유를 최우선 과제로 여기며 지식을 공유하고, 이동성 관련 이슈와 필요성의 가시적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로베르토 시메타 펀드 사무총장인 안지 코트(Angie Cotte)는 이동성이란 인류 발전에 있어 산소와 같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교류의 기회를 증진하기 위해 탁월한 아이디어와 대안적 방법, 새로운 커넥션, 색다른 경험, 자극적인 도전, 창조적 비전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 발생된 산소를 한껏 들이마셔야 한다. SEAAA 연합은 실제적 발전을 넘어 이동성과 이동성이 지닌 다양한 의미, 시사점이 지니는 가치를 지역적, 국제적 차원에서 고취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SEAAA는 국제 문화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 충만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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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공공성 획득을 위한 쉼 없는 노력]]> 공공성 획득을 위한 쉼 없는 노력
[동향] 해외 공공 무용단의 운영사례


오래전에 EBS를 통해 다큐멘터리 영화 <리듬이즈잇(Rhythm is it)>이 방영된 적이 있다. 2003년 1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였던 사이먼 래틀(Simon Rattle)과 안무가 로이스톤 맬둠(Royston Maldoom)이 함께 기획하고 진행한 3개월 동안의 예술교육 프로젝트를 담은 것이었다. 내용은 8세에서 20세까지 다양한 국적과 다양한 계층에 속한, 클래식과 무용에 익숙하지 않은 250명의 학생에게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배경으로 춤을 추도록 한 것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공공 예술단체에 의한 공공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얼마나 필요하고 중요한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안무가의 대사 절반이 ‘조용히 해!’일 정도로 통제도 쉽지 않은 상황. 처음 학생들은 방황하고, 당황하고, 반항하다 안무가의 지도에 따라 음악과 리듬에 눈을 뜨게 된다. 걱정이 앞서지만 서로 화내고 싸우고 자신에게 실망하고 상처를 극복하면서 자기 자신과 무용, 그리고 베를린 필과의 합동 공연을 완성해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감동적으로 그려졌다.

외국의 공공 예술단체 운영은 이렇듯 공공성을 획득하는 것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연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과 학생들에게 파격적인 할인제도를 제공해 자주 공연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이 같은 노력의 일환이다.

이사회를 중심으로 중요 사안 결정

외국의 공공 무용단 운영은 국내 공공 무용단과 여러 면에서 다르다. 운영의 주체도 그렇고 재원을 확보하는 방식, 무용단 내의 노동조합이나 수장(首長)인 단장이나 예술감독을 선임하는 방식에서도 그렇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술행정가들이 무용단의 단원들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우리와는 확연하게 다른 점을 찾을 수 있다.

외국의 경우 공공 무용단의 재정과 운영 전반(재원확보 및 예술감독의 선임 등)에 대한 중요한 사안은 대부분 단체의 이사회에서 결정된다. 2013년 1월 파리오페라발레단(Paris L’Opéra Ballet) 니콜라 조엘 이사장은 2015년 9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새 예술감독을 발표했다. 발레단 이사회는 새 감독 후보들을 찾은 끝에 비엔나오페라발레(Wiener Staatsballett) 예술감독인 마뉴엘 레그리(Manuel Legris) 등 9명의 쟁쟁한 무용가들을 대상으로 면접을 치렀고, 최종 선택 권한을 지닌 니콜라 조엘(Nicolas Joel) 이사장은 벵자멩 밀피예(Benjamin Millepied)를 선택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단법인 체제로 운영되는 공공 예술단체에는 이사회가 구성되어 있고, 이사회에서 의결을 거치게 되어 있으나, 대부분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문화부 산하 공공 무용단의 경우 예술감독 역시 이사회에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주무 기관인 문화관광부의 장관이 선임하게 되어 있다.

노르웨이국립발레단 ⓒJoerg_Wiesner

프랑스국립현대무용단 ⓒFrancois_Stemmer

노르웨이국립발레단 ⓒJoerg_Wiesner 프랑스국립현대무용단 ⓒFrancois_Stemmer

해외 공공 무용단 운영 체제

해외 무용단의 일과와 공연수당, 노조활동 등은 거의 유사한 체제로 운영되고 있으나 조금씩 차이가 있기도 하다. 모든 단체가 일 년에 한 번씩 정기적인 오디션을 치러 재계약을 하고 있으며, 일정 기간 이상 오디션을 통과할 경우 종신 단원으로 임명하는 제도를 운영하는 곳도 여럿 있다. 대부분의 단체가 무용수들의 은퇴 시기를 정해 놓지 않았으나 파리오페라발레단의 경우 모든 무용수는 매년 오디션을 통과하더라도 43세가 되면 단원으로 선임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연 수당의 경우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공연이 있는 경우 차등해서 적용하는 단체가 있는 반면에 아예 공연 수당이 없는 곳도 있다.

■ 일과
스페인국립발레단(Ballet Nacional de España, BNE)의 경우 오전 10시 15분에 클래스가 시작해 1시간 30분 또는 1시간 45분 동안 계속되며 두 개의 클래스로 나눠 진행된다. 점심시간이 따로 없는 대신 오후 4시 15분에 연습이 끝난다.


미국보스턴발레단(Boston Ballet)의 경우 오전 9시 45분에 시작, 1시간 30분 동안 클래스를 가진다. 리허설 시작은 11시 35분부터 55분씩, 5분씩 쉬는 시간을 갖고 오후 2시 30분까지 이어진다. 점심시간은 1시간. 이어 작품 리허설은 오후 3시 30분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55분 간격으로 5분씩 쉬며 계속 된다.


네덜란드국립발레단(Het nationale ballet)의 경우는 공연이 없을 시 10시에 시작, 1시간 15분 동안의 클래스 이후 15분 휴식. 11시 30분부터 리허설 시작, 저녁 6시까지 이어진다. 중간에 점심시간이 45분 동안 주어진다. 공연이 있을 시에는 11시에 클래스 시작, 12시 30분부터 리허설 시작, 오후 4시 15분까지 계속된다. 4시간 휴식 후 오후 8시 15분부터 공연이 시작된다.


독일함부르크발레단(Hamburg Ballet)은 보통 10시부터 11시 15분까지 클래스. 11시 30분부터 13시 30분까지 오전 리허설 후 1시간의 점심시간. 오후 2시 30분부터 5시 30분까지 리허설을 하고 중간에 15분 정도의 휴식시간을 갖는다. 만약에 저녁에 공연이 있으면 오후 1시 30분까지만 리허설이 진행된다.


노르웨이국립발레단(Norwegian National Ballet)은 오전 9시 30분에 클래스를 시작해 1시간 15분 정도 진행된다. 5분 휴식 후 10시 50분부터 리허설을 시작하고 점심시간은 40분이 주어진다. 이후 오후 5시까지 오후 리허설을 진행한다. 전날 공연이 있어도 이 같은 스케줄은 변함없이 운영된다.

■ 공연 수당
스페인국립발레단의 경우 별도의 출연 수당을 받고, 배역에 따라 주역(Principal)이나 솔리스트(Soloist)를 하게 될 때에는 추가 급여를 받는다.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공연하게 되면 공연 다음날을 휴일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고, 추가 급여를 받는 경우도 있다.


미국보스턴발레단은 급여 외에 공연 수당은 따로 없다. 대신 공연 때 리허설을 할 수 있는 시간이 6시간으로 정해져 있어 하루 두 번 공연이거나 그 시간을 초과하였을 경우에는 오버타임 급여를 받는다. 주로 토요일은 두 번 공연인데 이 두 번 공연에 모두 출연할 경우 오버타임 급여를 받는다. 반면에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경우는 별도의 공연 수당이 없다.


독일함부르크발레단은 더블 공연이나 주역 혹은 솔리스트를 하게 되면 그에 따른 공연 수당을 플러스 알파로 받으며, 공연 수당은 역할에 따라 3등급으로 나뉘어 받는다.


노르웨이국립발레단은 A, B, C, D 등급으로 나누어 공연 수당을 별도로 지급한다. A부터 주역, B와 C는 솔리스트, 그리고 D는 코르 드 발레(corps de ballet)로 나뉘어져 있다. D는 하루 공연 당 1만원 정도 받게 되고 B나 C는 3만원과 5만원 사이. A, 주역은 하루 공연당 10만원 정도의 수당을 받는다. 공연 수당은 어떠한 작품을 하느냐에 따라 액수가 달라진다. 평일과 일요일은 같고 토요일은 근무하는 날이 아니기 때문에 오버타임을 적용, 또 다른 급여를 받는다.

■ 노동조합 활동
스페인국립발레단의 경우 노조가 구성되어 있으며 필요한 경우 리허설 사이나 클래스 후에 시간을 잡아 단원 모두가 참석해 회의를 갖는다. 바디 트레이닝, 스테이지 플로어 등의 문제에 대해 협의한다.


미국보스턴발레단에는 AGMA로 불리는 노조와 같은 기능의 조직체가 있으며 연습시간, 주급, 계약조건 등을 협의한다. 모든 단원이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되어 있다.


네덜란드국립발레단에도 역시 노조가 구성되어 있으며 발레단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불편 사항 즉, 발레단 식당의 메뉴부터 공연 스케줄, 무용수들의 건강 관리에 대한 것을 발레단과 의논한다. 원하면 누구든 가입할 수 있으며 많은 무용수가 노조에 가입되어 있다. 반면에 독일 함부르크발레단의 경우는 노조가 없다.


노르웨이국립발레단의 경우 발레단에 2년 근무를 한 후 3년째 정규직 계약 (Permanent Contract)을 받게 되면 노조의 보호를 받게 된다. 정규직 계약 (Permanent Contract)은 종신 계약 (life contract)과 같은 개념이다. 그러면 발레단에서 무용수를 해고할 수 없게 된다. 정규직 계약 (Permanent Contract)을 받은 무용수들은 평생 단원이기 때문에 발레단을 몇 년 동안 휴직해도 언제든지 돌아올 수 있다. 또한, 발레단의 허락을 받고 1~2년 정도 다른 무용단에서 활동하고 돌아올 수도 있다.

■ 오디션 및 단원 계약 기간
스페인국립발레단의 경우 매년 여름 5~7월 사이에 오디션이 치러진다. 1차 발레 클래스, 2차 작품 따라하기(모던, 클래식 등등), 3차는 즉흥. 단원들은 1년 단위로 계약한다.


미국보스턴발레단의 경우 오디션은 새로 들어올 단원들을 뽑기 위해 매년 있지만, 현재 단원들을 1년 단위로 계약하기 때문에 매년 해고하거나 승급시키기도 한다.


네덜란드국립발레단의 경우 메인 컴퍼니 오디션은 다 개인 오디션으로 바뀌었고 그 대신 매년 주니어 컴퍼니 오디션이 공개적으로 있다. 오디션은 기본 발레 클래스로 본다. 계약은 1년 단위로 하고 4년 뒤부터는 정규직 계약 (Permanent Contract)을 받을 수 있다.


독일함부르크발레단의 경우 오디션은 매년 다르게 진행된다. 항상 공개 오디션이 열리는 건 아니기 때문에 프라이빗 오디션을 봐야 하는 경우가 많다. 계약은 1년 단위로 진행되며 15년 후에는 종신 계약 (life contract)으로 전환된다.


노르웨이국립발레단의 경우 매년 오디션이 있다. 1월에 3번 정도, 2월에 2번 정도 단체 오디션이 개최된다. 개인 오디션도 가능하지만, 극 소수만이 가능하다. 오디션 진행 방식은 기본적인 발레 클래스에 이어 2차로 번호가 불린 몇 명의 무용수들만 남아 파 드 되(Pas de Deux) 클래스를 하게 된다. 그리고 단장이 마음에 드는 번호를 호명해 개인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한다. 발레단 계약은 1년 단위로 한다. 특별한 경우 2~3달이나 6개월 계약을 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작품에 따라 남, 녀가 부족할 시 무용수를 보충하기 위한 계약이다. 모던 작품 공연을 할 때 모던을 특출나게 잘하는 무용수를 잠시 불러서 한 프로그램만 출연 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무용단은 프랑스의 CCN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국립안무센터’로 직역되는 CCN(Centre Chorégraphique National)은 실제 프랑스의 국립무용단으로 불리며 프랑스 전역에 걸쳐 모두 19개가 운영되고 있다. 대다수 CCN에서 단원들의 하루는 10시~11시 30분 클래스, 11시 30분~14시 30분 작품연습, 14시 30분~15시 30분 점심, 15시 30분~17시 45분 작품연습, 18시 퇴근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 달 급여는 2,000유로이며 공연할 때마다 20유로~40유로가 공연 수당으로 지급된다. 주중이나 주말에 따른 공연 수당은 차이가 없으나 주역과 군무 무용수에 따라서 차등을 둔다. 무용단 내에 노조가 결성되어있으며, 무용단과 무용수 사이에 부당한 일이나 급여문제, 안무가에 대한 부당한 차별 등을 조율한다. 무용수들은 노조에 의무적으로 가입할 필요는 없으나 부당한 일이 있거나 개선할 일이 있으면 이를 노조에 알린다.

■ 예술감독의 재임 기간
2014년 1월부터 임기를 시작한 현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자신의 예술감독 선임 최종 통보를 2013년 12월 초순에 받았다. 임기 개시를 불과 한 달도 남겨 놓지 않은 시점이었다. 임기 개시 불과 몇 달 전에 공공단체의 새로운 수장을 선임하는 우리나라의 이 같은 행정 관행은 국립발레단뿐만 아니라 국립무용단이나 국립현대무용단 등 거의 모든 공공 무용단에 해당한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Stuttgart Ballet)의 현 예술감독인 레드 엔더슨(Read Anderson)은 1996년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예술감독으로 발탁 당시 1년 전에 선임을 통보 받았다. 그는 곧바로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기존 무용수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실시해 재계약 여부에 대한 확실한 의사표시를 했고, 자신의 임기 첫해에 무려 21명의 젊은 무용수들을 새로 영입해 발레단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재계약 통보를 받지 못한 단원들은 여타 컴퍼니의 오디션을 보면서 새로운 둥지를 찾았다. 레드 앤더슨과 보낸 첫 시즌에 발레단은 평론가와 관객 모두로부터 호평을 받으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첫 5년의 임기 동안 발레단은 14차례의 초연과 9차례의 발레단 초연을 가져 레퍼토리의 폭을 크게 확대했으며, 객원 안무가들에 의한 캐스팅 오디션은 단원들에게 매력적인 도전의 기회가 되었다.

외국의 공공 무용단 예술감독은 대부분 임기 5년을 보장받고 시작하며 이후 연임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늦어도 취임 1년 전 새 감독의 선임을 발표한다. 1년 전부터 업무를 익히고, 새로운 무용수를 영입할 시간을 주고, 임기 시작과 함께 자신이 구상한 공연 레퍼토리와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8월 임기를 마친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전임 단장인 브리짓 르페브르(Brigitte Lefevre)는 10년 동안 예술감독으로 재임했으며,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레드 엔더슨 예술감독은 19년째 재임하고 있다. 미국보스턴발레단의 예술감독은 1993년부터 22년째 재임하고 있으며, 네덜란드국립발레단은 2002년부터 재임(13년), 스페인 국립발레단은 5년째 재임하고 있다. 노르웨이국립발레단 잉그리드 로렌젠(Ingrid Lorentzen)은 2012년부터 재임(3년)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독일함부르크발레단의 존 노이마이어(John Neumeier)는 1973년부터 재임해 무려 42년 동안 예술감독 직을 수행하고 있다.

공공성 획득을 위한 해외 공공 무용단의 새로운 행보

최근 외국의 공공 무용단들은 경제불황으로 인한 재정 문제로 새 작품의 제작보다는 기존 레퍼토리 재공연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이미 제작된 외부 안무가들의 우수 작품을 레퍼토리로 확보하거나 제작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소품 위주의 작품을 공연하는 경향을 보인다. 네덜란드, 벨기에 등 심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공공 무용단의 경우에는 단원 규모를 축소하거나 공연 횟수를 대폭 줄이고, 해외 투어를 늘리고 있다.

반면에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나 핀란드 국립발레단(Finnish National Ballet, FNB), 노르웨이국립발레단 등 재정 문제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무용단의 경우는 새 작품의 제작과 비싼 안무료를 받는 일급 안무가들 영입을 통한 신작 공연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경우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만큼 발레 종주국임을 자부하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여전히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승급을 위한 엄격한 오디션을 통해 무용수들을 등용하고, 직급에 따른 차등 지원으로 무용수들끼리의 경쟁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운영 방식을 보인다. 대표적인 고전 발레작품을 망라하고 있으면서도, 벵자멩 밀피예 신임 예술감독 선임과 함께 현대무용 안무가들을 초빙하여 솔로 작품에서부터 소품, 중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템포러리 발레작품을 새롭게 제작할 예정이다.

뉴욕시티발레단(New York City Ballet, NYCB)은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조지 발란신(George Balanchine)의 작품을 유지하고 공연하면서도 꾸준히 피터 마틴스(Peter Martins)나 크리스토퍼 휠든(Christopher Wheeldon) 등의 새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조지 발란신의 작품을 공연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몇 년 전부터는 뮤지컬 안무가에게 새 작품을 의뢰, 대중적 성향의 레퍼토리 확충을 통해 관객을 확보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메리칸발레시어터(American Ballet Theatre, ABT)는 러시아 클래식 발레뿐 아니라, 낭만주의 발레, 20세기 초 발레 뤼스(Ballet Russe)의 작품 외에도 창의력을 갖춘 안무가들의 새로운 작품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최근 들어 재정난을 극복하기 위해 간판 스타급 무용수들과 반년 계약을 추진했으며, 트와일라 타프(Twyla Tharp) 등 현대무용 안무가들을 초청, 재즈 음악을 이용한 대중적 성향의 현대발레 작업도 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관객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서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재정난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발레단의 간판 스타에 해당하는 일부 주역 무용수의 경우 여타의 발레단과도 계약하도록 하고, 1년의 절반에 해당하는 급여만을 지급하기도 했다.

마린스키발레단(The Kirov-Mariinsky Ballet)은 프티파(Marius Petipa)와 이바노프(Lev Ivanav)의 작품들을 바탕으로 한 고전 발레의 전통을 여전히 계승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현대무용 안무가들을 초빙, 현대적인 감각의 새로운 작품들을 레퍼토리에 편입시키고 있으며 해외 투어의 횟수를 더욱 늘려가고 있다.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의 경우 존 크랑코(John Cranko)의 안무 작품들을 다수 보유, 드라마틱 발레 작품에 관한 한 세계 어느 나라의 발레단보다 강점을 갖고 있다. 존 크랑코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공연할 수 있는 권한은 발레단의 위상을 상대적으로 높이는 기폭제가 되었으며 여기에 유럽의 무용계를 이끄는 뛰어난 안무가들의 산실이란 점에서도 여전히 그 존재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에드워드 III세> 등 인물을 소재로 한 작품, 등 무용수들의 에너지를 시험하는 파격적인 작품의 제작과 함께 객원 안무가들의 초빙을 확대하고, 신예 안무가들에게도 안무 기회를 제공하는 기획을 통해 새로운 레퍼토리를 확충해 가고 있다.

영국로열발레단(The Royal Ballet)은 고전 발레뿐만 아니라 애쉬튼(Frederick Ashton), 맥밀란(Kenneth MacMillan) 등을 통해 꾸준히 로열 발레단만의 작품을 만들어 왔다. 작품은 고전 발레 형식을 따르면서도 발레단 특유의 서정성과 화려함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관객들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대중적인 레퍼토리들을 확충하고 있다.

중국국립발레단(中央芭蕾舞团)은 1959년 설립 이래 꾸준히 중국 발레를 세계 유수 극장들에 선보이고 있다. 이 발레단의 특징은 서양의 고전적 요소와 중국적 소재의 결합이다. 이 같은 이유로 발레단의 레퍼토리에는 중국과 서양의 퓨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영국 런던의 코벤트 가든에서 가진 순회공연에서 전회 매진을 기록하는 등 중국 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이지면서, 발레단은 해외 공연을 통해 중국의 문화 이미지를 높이는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적인 영화감독 장이머우(张艺谋)의 영화를 각색한 <홍등>을 제작, 오케스트라와 함께 공연하는 옵션을 통해 고가의 공연 마케팅도 시도하고 있다.

파리오페라발레단 ⓒParis Opera Ballet

슈투트가르트발레단 ⓒ Stuttgart Ballet

파리오페라발레단 ⓒParis Opera Ballet 슈투트가르트발레단 ⓒ Stuttgart Ballet

2014년 <공연예술실태조사>(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국 문예회관의 공연 프로그램 가동율은 41.2%에 머물고 (서울의 경우 64.9%) 있다. 전국 1,227개 공연장의 장르별 공연 실적에서도 무용은 공연 건수에서 2.0%(2,475건), 공연 횟수에서 4.3%(5,226회)로 연극 양악 복합장르 국악 등에 이어 공연예술 장르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전국에 25개나 흩어져 있는 공공 무용단체를 활성화시키는 것은 전국에 산재한 3백여 개에 이르는 문예회관, 곧 공공 공연장의 가동율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외국의 사례에서도 보았듯이 단장이나 예술감독 혼자서 안무와 지도를 도맡아 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객원 안무가들을 활용한 다양한 작품 공연과 소재한 지역의 주민들과 관객들을 위한 질 높은 예술교육 프로그램 확충, 그리고 공연된 작품의 유통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년에 한번씩 정례적으로 반드시 단원들의 오디션을 실시하고 정해진 기간 연속으로 이를 통과할 경우 종신단원으로 선임하는 등 프로 무용수로서의 철저한 직업의식을 강조하는 단체운영 방식 또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이다. 정년이나 공연 수당 등 지나치게 단원 개개인의 이익과 연관된 것에 편중해 있는 우리나라 예술단체의 노조와 달리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한 몸만들기와 식당 메뉴, 기량 증진을 위한 연습 스케줄 등의 문제를 이슈화 하는 해외 무용단 노조의 활동도 참고해 볼만하다. 중앙 정부나 지방 자치단체에서 공공 예술단체 수장의 인사권을 행사하고 운영 전반을 관리, 감독하는 체제 역시 이사회를 중심으로 모든 것을 운영하는 외국의 단체 운영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나 시민들의 공적인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 무용단은 그것이 공연이 되었든 교육이 되었든 다른 무엇보다 공공성을 획득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Jang_Kwangry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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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2014 태국 공연예술현장 읽기]]> 2014 태국 공연예술현장 읽기
[동향] 2014년 태국 연극계 이슈와 예술지원 현황


매년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시작하는 시점에서 다양한 결산들이 쏟아져 나온다. 민간과 정부에서 진행된 지난 한 해의 결산을 통해 태국의 문화예술과 컨템포러리 예술계를 빠르게 훑어보자.

2014년 연극 결산

지난 2월 24일, 국제연극비평가협회 태국지부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Theatre Critics-Thailand Centre, IATC-TC) 주최로 방콕예술문화센터 (Bangkok Art & Culture Centre, 이하 BACC) 에서 "2014 무용, 연극 리뷰(Dance & Theatre Review 2014)"라는 타이틀의 시상식이 열렸다. 2012년 결성된 IATC-TC는 동남아시아의 유일한 회원 국이며, 학계 및 주요 언론 매체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10명의 연극, 무용, 영화 비평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2013년부터 새해 연초마다 연극 시상식을 진행해왔다. 시상식은 11개 부문의 작품별 시상과 1인 공로상으로 구성되며, BACC와 문화부 산하 현대문화예술국이 후원한다. 작품별 시상은 최고작품상, 최고뮤지컬상, 최고움직임작품상, 최고희곡상, 최고번역희곡상, 최고뮤지컬대본상(Best Book of Musical), 최고여배우상, 최고남배우상, 최고앙상블상, 최고연출상, 최고무대디자인상 등이다.

타나폴 비루하꿀 연출의 “Hipster the King”

뉴 씨어터 쏘사이어티의 ’In Her View : A Documentary Theatre’

타나폴 비루하꿀 연출의 “Hipster the King” 뉴 씨어터 쏘사이어티의 "In Her View : A Documentary Theatre"

올해의 수상작 중 “Hipster the King”은 최고움직임작품상, 최고희곡상, 최고연출상 등 3관왕을 차지하며 작년 최고의 작품임을 증명했다. 이 작품은 데모크레이지 씨어터 스튜디오(Democrazy Theatre Studio)와 논시티즌(NONCITIZEN)이 제작하고 타나폴 비루하꿀(Thanaphol Viruhakul)이 연출했다. 컨템포러리 댄스 퍼포먼스를 표방하는 이 작품은 요즘 시대에 선호되는 문화에 대한 애착과 환호, 구별 짓기를 통한 몰개성 등을 다룬다. 연출가는 우리 시대의 권위와 선행의 상징(체 게바라, 아웅 산 수 치, 스티브 잡스, 프리다 칼로 등)들을 호출하여, 배우와 관객을 반복되는 구조적 상황에 함께 몰아넣으면서 수많은 스타와 셀레브리티에게 보내는 맹목적인 환호에 대해 다시 고찰하게 한다.

최고작품상을 수상한 뉴 씨어터 쏘사이어티(New Theatre Society)의 "In Her View : A Documentary Theatre"는 위차야 아따맛(Wichaya Artamat)이 연출한 작품으로, 15명의 여배우가 퍼포머로 참여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실재와 허구가 뒤섞인 실험적인 다큐멘터리 극이다. 매 회 6명의 배우가 출연하는데, 그들은 연출가의 주어진 텍스트를 기반으로 관객과 게스트 배우들의 질문을 받고, 가상과 현실을 넘나들며 모놀로그와 솔로 퍼포먼스로 무대를 채워나갔다. 사적인 자아와 배우로서의 공적인 자아가 교차하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는 강렬한 개성과 에너지를 보여주었다.

최고남배우와 최고여배우상은 모두 B-Floor 씨어터에 돌아갔다. 연출이자 퍼포머인 띠라왓 물빌라이(Teerawat Mulvilai)는 솔로 퍼포먼스 "Satapana(Establishment)" 연작 중 하나인 ’Red Tank’를 선보였다. 2012년 미얀마와 라오스, 그리고 2014년 일본과 인도네시아 리서치 트립을 통해 만들어진 이 작품은, 그 동안 정치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왔던 그의 작품들의 연장 선상에 있다. ’Red Tank’는 설치와 미디어아트, 움직임에 기반을 둔 실험극으로, 희생과 대량학살을 공론화하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깊게 파고들었다. 최고여배우상을 수상한 "The Maids"의 듀다오 분야이(Dujdao Vadhanapakorn Boonyai)는 이번에 연출, 안무가 아닌 퍼포머로 무대에 올라 여러 갈래로 분열된 자아를 잘 보여주었다.

한편, 최고앙상블상에는 크레센트 문 씨어터(Crescent Moon Theatre)의 "Ngao-Rang(Shade Border)"이 차지했다. 2008년 실라빠턴 어워드(Silpatorn Award) 수상자인 씨나드 께잇쁘라빠이(Seenadh Keitprapai)가 연출한 이 작품은 여성의 시각에서 자신들의 가슴과 몸에 대한 이야기를 움직임 극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외에, 수많은 박스를 무대에 채워 건축학적으로 재구성하고 외국인을 주인공으로 한 앗지암 나 빠따룽(Adjjiam Na Patalung) 연출의 "Boxes"는 최고무대미술상을, 아트 허브 그룹(Art Hub Group)의 소규모 뮤지컬 작품인 "Monrak Transistor"가 최고뮤지컬상을, 네이키드 마스크 그룹(Naked Mask Group) 니낫 분뽀통(Ninart Boonpothong)의 "Posetic Justice "는 최고번역희곡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올해의 공로상은 최초의 컨템포러리 씨어터 컴퍼니라 할 수 있는 크레센트 문 씨어터 컴퍼니의 창립멤버이자 배우, 연출가, 극작가인 그루 캄론(Kamron Gunatilaka)에게 주어졌다.

띠라왓 물빌라이의 ’Satapana(Establishment)-Red Tank’

크레센트 문 씨어터의 ’Ngao-Rang(Shade Border)’

띠라왓 물빌라이의 "Satapana(Establishment)-Red Tank" 크레센트 문 씨어터의 "Ngao-Rang(Shade Border)"

프로덕션과 공간

지난 한 해 연극에 있어 큰 변화 중 하나는 연극 공연장의 증가를 들 수 있다. 기존 연극 공연장으로는 BACC(Bangkok Art & Culture Centre: 방콕 시 출연, BACC 재단 운영), 솟사이 빤뚬꼬몰 드라마센터(Sodsai Pantoomkomol Centre for Dramatic arts; 출랄롱꼰(Chulalongkorn)대학교 내 위치), 뿐숙 반놈용 오디토리엄(Poonsuk Banomyong Auditorium; 쁘리디 반놈용 인스티튜드(Pridi Banomyong institute) 내 위치) 등이 있으며 이들은 200석~300석 규모이다. BACC는 자체 연극 제작 시스템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Performative Art Festival"이라는 타이틀로 하반기에 "ASIATOPIA International Performance Art Festival", "International Dance Festival", "Bangkok Theatre Festival", "International Butoh Festival Thailand" 등의 공연예술축제와 협력하며 블랙박스 씨어터 스튜디오와 오디토리엄, 다목적실, 워크숍룸과 야외 등 다양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메인 전시공간과 갤러리, 아트숍, 카페, 도서관 등은 시민에게 사랑받는 공간 중의 하나이다. 한편, 태국에 현대공연예술이 시작된 것은 1960년대 출랄롱꼰 대학교에 솟사이 빤뚬꼬몰 교수가 연극학부를 세우고 셰익스피어, 브레히트 등의 작품을 올리면서 시작되었다. 솟사이 빤뚬꼬몰 교수는 미국에서 연극 교육을 받고 배우로도 활약했으며, 태국에 돌아와 연극 교육에 헌신했다. 2011년에는 그의 이름을 딴 솟사이 빤뚬꼬몰 드라마센터가 건립되어 컨템포러리 공연예술 허브로 운영되고 있으며, 매년 "World Performance @Drama Chula"를 통해 국내 및 국외의 신작을 제작, 소개하고 있다. 쁘리디 반놈용 인스티튜트는 혁명가이자 탐마삿(Thammasat) 대학교 설립자이며 총리를 역임한 정치가의 이름을 딴 것으로, 탐마삿 대학교의 별도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다. 탐마삿 대학교 역시 연극학부를 통해 예술가를 양성하고 있으며, 국내외 예술가들과 협력하여 국제교류 워크숍과 세미나, 대형 작품 제작 등을 하고 있다.

민간 영역의 소극장으로는 쁘리디 반놈용 인스티튜트 건물에 상주예술단체로 입주해 있는 크레센트 문 씨어터 컴퍼니의 크레센트 문 스튜디오와 B-Floor 씨어터의 B-Floor 룸, 데모크레이지 씨어터 컴퍼니의 데모크레이지 씨어터 스튜디오, 삐쳇 끌런천 댄스 컴퍼니(Pichet Klunchun Dance Company)가 운영하는 창 씨어터(Chang Theatre) 등이 있다. 이 공간들은 블랙박스 형태의 극장으로, 스튜디오로 활용된다. 특히, 데모크레이지 씨어터 스튜디오는 매년 8~10건의 신작을 제작 발표하고 있는데, 2014년에 논시티즌과 함께 제작한 "Hipster the King"과 뉴 씨어터 쏘사이어티의 "In Her View : A documentary theatre”를 제작해, 컨템포러리 태국 연극을 리드하는 단체로 주목 받고 있다. 2015년 2월에는 일본 원작팀과의 협업으로 "Girl X"의 태국 버전을 2월 TPAM에서 공연했고, "Hipster the King"은 독일 "Open World: International Festival Ludwigshafen"에 초청받아 3월에 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최대 규모의 연극 축제인 Bangkok Theatre Festival을 주관하며, 진일보한 운영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연극과 뮤지컬을 주로 공연하는 드림박스 씨어터(Dream box Theatre)는 500석의 중극장 M 씨어터와 소극장 블루박스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다. 블루박스 스튜디오는 IATC-TC 어워드에서 최고 뮤지컬상을 수상한 "Monrak Transistor"가 올려진 극장이기도 하다. 2014년에는 통로아트스페이스(Thong Lor Art Space), 크리에이티브 인더스트리(Creative Industries), 썬 댄스 씨어터(Sun Dance Theatre) 등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모두 민간 소극장이다. 통로아트스페이스는 5층짜리 낡은 게스트하우스를 리모델링해 블랙박스 씨어터와 실험극장, 루프탑 등의 공연장과 카페를 만들었다. 개관 당시, 예전 공간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 사이트 스페시픽 형태의 개관 페스티벌을 진행했고, 올해 개관 1주년 행사로 "스페이스 오디세이 (Space Oh These (Cra)zy)"를 개최하며 공간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크리에이티브 인더스트리(Creative Industry)는 M 씨어터 건물 2층에 새로 개관한 120석 규모의 블랙박스 스튜디오로, 뮤지컬, 콘서트, 연극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고 있다. 3월에 "Dance Dance Asia"라는 타이틀로 일본의 세 개 소품을 공연한다. 썬 댄스 씨어터는 안무가이자 무용수인 썬 따왈웅시(Sun Tawalwongsri)가 운영하는 공간으로, 무용 공연과 워크숍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제1회 퀴어 페스티벌(Bangkok’s Queer Theatre Festival)을 주최하기도 했다.

방콩예술문화센터 (BACC)

통로아트스페이스(Thong Lor Art Space)

방콩예술문화센터 (BACC) 통로아트스페이스(Thong Lor Art Space)

컨템포러리 연극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적은 편이며, 대부분 프로젝트는 개별로 지원되기 때문에, 민간 예술단체와 극장은 공연입장료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기업협찬도 대부분 대규모 이벤트에 몰리고 컨템포러리 연극과 무용은 비주류 장르이지만, 젊은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한 창의적인 작업과 새로운 공간들이 연극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국립예술가상 시상식 (The National Artist Awards)

태국 문화부는 지난 1월 19일, "2014 국립예술가상 시상식"의 수상자 12명의 이름을 발표했다. 시각예술 분야에서 5명의 아티스트(실내건축, 페인팅, 도시계획디자인, 순수미술), 공연예술 분야에서 6명의 아티스트(그림자극, 서양음악, 민속음악, 연극영화, 텔레비전/영화), 그리고 문학 분야에서 1명의 아티스트가 선정되었다. 이들에게는 "국립 예술가의 날"에 태국문화센터(Thailand Cultural Center)에서 왕실로부터 메달과 훈장을 받는다. 또한 매달 2만 밧(약 70만 원. 대졸 초임이 1만5천 밧 수준)의 급여가 주어지고, 10만 밧에 달하는 건강지원이 보장된다.

태국 국립예술가 지정제도는 1985년에 태국 문화부 산하 국립문화위원회(Office of the National Culture Commission, 2010년 Department of Cultural Promotion으로 조직 변경)에서 만든 예술가 지원제도로, 태국의 저명한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하며, 평생 공로상의 성격을 가지고 있어 원로 예술가들에게 제공된다. 국립예술가 프로젝트로 시작된 이 제도는 태국 예술가 디렉토리 구축을 촉진하고, 문화적인 활동에 독보적인 예술가들을 발굴하고 선정하며, 이를 통해 국립예술가들의 작업을 국제적인 수준으로 발전시키고 보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월 24일을 "국립 예술가의 날(National Artist Day)"로 지정했는데, 이 날은 그 자신이 예술가였던 라마2세 나팔라이() 왕의 생일이기도 하다. 한편, 음악가, 사진가, 화가로 예술적 성취를 이룬 푸미폰(Bhumibol Adulyadej) 국왕은 1986년 수프림 아티스트라는 타이틀을 받았다.

실라빠턴 어워드 (The Silpathorn Awards)

한편, 현존하는 태국 예술가들의 활동을 독려하고 촉진하기 위해 실라빠턴 어워드가 주어진다. (Silpa는 태국어로 예술을 의미하고, pathorn은 장려자를 의미한다.) 실라빠턴 어워드는 2004년 태국 문화부 산하 현대문화예술국에서 운영하는 상으로, 문화예술 발전에 공헌을 한 중견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한다. 시각예술, 문학, 음악, 영화, 공연예술, 디자인, 건축 분야를 포함한다. 수상자에게는 메달과 함께 상금이 수여된다. 한편, 2014년 3월에는 실라빠턴 어워드 10주년을 맞이해, 태국 문화부에서 기 수상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행사를 열었다. 삐쳇 끌런천은 프로듀서로 참여해 국립극장, 국립현대미술관, 창 씨어터 등에서 전시와 공연, 워크숍, 강연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공연예술 분야 수상자인 쁘라딧 쁘라싸통(Pradit Prasarttong, 2004: Makamporm Theatre, Anatta Theatre Company), 마놉 미참(Manop Meechamr, 2005), 삐쳇 끌런천(Pichet Klunchun, 2006: Pichet Klunchun Dance Company), 니밋 삐삣꿀(Nimit Pipitkul, 2007), 씨나드 께잇쁘라빠이(Sineenart Keitprapai, 2008: Crescent Moon Theatre), 촌랍라짭 찬루앙(Chollapracalp Chanruang, 2009), 니꼰 새땅 (Nikon Saetang, 2010: 8x8 Theatre) 등은 신작을 무대에 올렸다. 2014년 실라빠턴 어워드는 자루넌 판따찻(Jarunun Phantachat: B-floor Theatre Company)에게 돌아갔다.

태국 문화부의 예술 지원

태국의 정식 명칭은 "Kingdom of Thailand"로, 1932년 12월 절대군주제를 폐지하고 입헌군주제 헌법을 채택했다. 국가원수인 국왕과 내각책임제로 정부를 이끄는 총리, 그리고 의회가 핵심 수반이다. 현 정부는 2011년 재편된 조직구성으로 국무총리실 1실과 9개 부서로 이루어져 있다. 한편 문화부는 6개 실무국과 3개의 직속기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6개 실무국은 정무국, 기초예술국(Department of Fine Arts), 문화진흥국(Department of Curtual Promotion), 종교국, 현대문화예술국(Office of Contemporary Art & Culture), 반딧파타나신 인스티튜트(Bundipatanasilpa Institute)이고, 직속기관으로 마하 짜크리 시린톤 공주(Her Royal Highness Crown Princess Maha Chakri Sirindhorn) 인류학센터, 영상자료원, 도덕성증진센터가 있다.
문화예술과 관련해서는 문화진흥국, 현대문화예술국, 기초예술국이 정책과 지원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반딧파타나신 인스티튜트는 국립전통공연예술학교로, 전통예술의 전수와 보급을 담당한다. 문화진흥국에서는 문예진흥기금(Cultural Promotion Fund)을 운영하며, 문화예술을 지원하고 있고, 이를 위해 문화예술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초기 정부가 1992년부터 2010년까지 출연한 1억 6천만 밧의 예술기금은 민간과 공공영역의 리서치와 연구 등에 사용되었다. 정기공모 등의 기금 운영 시스템보다는 프로젝트 중심 또는 사안별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주요 사업으로는 국립예술가 제도와 더불어 최고예술가의 전당(The Supreme Artist Hall)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태국의 대표적인 공공 문화공간 중 하나인 태국문화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대극장(1800석), 중극장(300~500석), 야외극장(800석)을 갖춘 이곳에서는 정부 행사나 대형 공연(클래식, 오페라, 전통공연)이 주로 진행된다.
한편, 현대문화예술국은 컨템포러리 아트를 지원하기 위해 2001년 설립된 부서로, 건축, 미술, 영화, 음악, 연극 등의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정부는 컨템포러리 아트를 지원하기 위해 2008년 1천 만밧을 출연해 현대문화예술기금을 조성했다. 앞에서 언급한 실라빠턴 어워드를 통해 예술가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2014년 11월에는 “World Puppet Carnival”을 유치해 "Harmony World Puppet Carnival"이라는 이름으로 10여 일간에 걸쳐 대대적으로 진행한 바 있다.
기초예술국은 문화예술의 보존과 보급을 미션으로 한다. 주로 전통예술과 시각예술의 보존과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한편, 국립극장(1,000석)을 운영하며 정기적으로 예술국의 음악가와 무용가들의 공연을 올린다. 또한 로열 태국 전통무용단 (Royal Thai Classical Dance Troup)의 이름으로 국내외에서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전통공연 레퍼토리에는 마스크댄스 콘(Khon), 궁중극인 라콘 파이 나이 (Lakhon Fai Nai), 서민극 라콘 넉(Lakhorn Nok)과 남부지방의 연극인 라콘 노라(Lakhorn Lora) 등이 있다.


지금까지 민간 영역의 컨템포러리 연극 현장과,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 구조를 살펴보았다. 태국의 컨템포러리 아트씬은 매우 역동적이고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가끔은 페이스북이 태국의 문화를 대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태국에서 페이스북은 사적인 영역과 공적인 영역을 막론하고 가장 강력한 정보교류와 소통의 장이다. 홈페이지를 통해 자료를 차곡차곡 구축해야 진정한 아카이브가 된다고 믿는 우리네 스타일에서 보면 당황스러울 법도 하지만, 자생적인 예술환경 속에서 모바일성과 스피드는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최순화



◈ 참고자료 및 관련링크

- Pawit Mahasarinand, “태국 공연예술 현황”, 아시아 공연예술 실태조사 2007. 아시아 예술극장
- Michael Denison, “Contemporary Thai Theatre”, 2012, SEAMEO Regional Centre for Archaeology and Fine Arts.
- Dance & theatre Review 2014, IATC-TC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Theatre Critics-Thailand Center), 2015.
- IATC-TC www.facebook.com/IATC.Thailand
- Department of Cultural Promotion www.culture.go.th/
- Office of Contemporary Art & Culture www.ocac.go.th/
- Bangkok Art and Culture Centre http://en.bacc.or.th/
- Drama Chula www.facebook.com/dramaartschula/
- Bangkok Theatre Festival www.bangkoktheatrefestival.com/
- Crescent Moon Theatre Company www.facebook.com/crescent.moon.5680
- B-floor Theatre Company http://bfloortheatre.com/
- Pichet Klunchun Dance Company www.facebook.com/pklifework
- Democrazy Theatre Studio www.facebook.com/democrazystudio
- Thong Lor Art Space www.facebook.com/Thonglorartspace
- Sun Dance Theatre www.facebook.com/sundancetheatre
- New Theatre Society www.facebook.com/NewTheatreSociety
- Ministry of Culture www.m-culture.go.th/
- Department of Fine Art www.finearts.go.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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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신(新) 아시아-태평양 링크의 성장과 예술의 이동성]]> 신(新) 아시아-태평양 링크의 성장과 예술의 이동성
[동향] 아시아 프로듀서 플랫폼 (Asian Producers’ Platform, APP)


아시아 프로듀서 플랫폼(Asian Producers’ Platform, APP)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한국의 더프로듀서 추진단(The Producer)이 주최하고 일본의 온-팸(Open Network for Performing Arts Management, ON-PAM), 대만의 공연예술연맹(Performing Arts Alliance, PAA), 호주의 라이브 퍼포먼스 오스트레일리아(Live Performance Australia, LPA)와 퍼포밍 라인즈(Performing Lines), 호주예술위원회(Australia Council for the Arts)에서 주관하여 새롭게 추진하는 장기 민관 파트너십이다. APP는 아시아 각지의 프로듀서들이 효율적으로 협력하고, 작품, 기술, 문화적 경험을 공유하며 발전시키는 강력한 네트워크 구축을 목적으로 한다. 핵심 프로그램인 아시아 프로듀서 플랫폼 캠프(APP Camp)는 2014년 서울을 시작으로 2015년 대만, 2016년 일본, 2017년 호주로 이어지는 4개국 프로듀서들의 협업을 장기간에 걸쳐 지원할 것이다.


첫 번째 APP Camp가 2014년 11월 30일부터 12월 6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됐다. 이 뜻깊은 자리에는 4개 주최국을 비롯하여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국(상하이, 홍콩, 마카오 포함)에서 선발된 40명의 프로듀서가 참석하였다. 신진 프로듀서와 중견 프로듀서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뿐 아니라 연극, 무용, 음악, 뉴미디어, 다원예술 등 각자의 예술 분야와 문화적 배경 또한 다양했다. 이들은 캠프 내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값진 시간을 가졌다. 캠프를 통해 참가자들 사이의 잠재적인 협업도 쉬워졌다.

토론 프로그램

프로그램 : ‘Producer’s Choice’

토론 프로그램 프로그램 : ‘Producer’s Choice’

공연 예술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2013년 12월, 서울 아르코 예술 극장에서는 ‘더 프로듀서’ 국제 콘퍼런스가 개최되었다. APP Camp 사전 회의 성격인 이 콘퍼런스에는 대만, 한국, 일본, 호주 출신 10명의 대표가 모여 각 국가 프로듀서의 역할에 대한 공개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을 통해 4개국 참가자들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한국, 일본, 대만의 경우, 프로듀서들은 종종 제작의 전반적인 과정을 책임져야 하므로 공연운영, 마케팅, 행정업무, 재원조성과 같은 일들을 수행한다. 또한, 아시아 공연 예술 분야의 위계질서 중시 풍조로 말미암아, 아티스트가 스스로 프로듀서의 역할을 하는 경우도 보편적이다.

하지만 세계는 무수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공연 예술계의 생태 역시 경제, 문화 정책, 관객 성장, 제작 방식을 포함한 창작 과정의 변화, 국제 교류, 시장 개발, 세계화 등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변화를 고려하여, 프로듀서의 역할을 인식하고 그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프로듀서와 아티스트 사이에 굳건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창조적 협업을 이끌어내는 일은 우리가 현재의 불안정성을 극복하고 다가올 도전에 직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토론 프로그램

그룹 리서치 :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방문

토론 프로그램 그룹 리서치 : 서울 프린지 페스티벌 방문

새롭게 조망되는 아시아

최근까지, 아시아는 문화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유럽과 미국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그 결과, 공연 예술 발달과 국제 시장 개발을 포함한 아시아의 문화 정책은 서구의 영향을 깊게 받았다.

APP의 핵심은 이 초점을 우리, 즉 아시아 고유의 토양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우리는 APP Camp의 참가자들과 함께 국제적인 협업과 경력 개발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소통 채널을 만들 수 있기를 기대했다. 참가자들은 캠프를 통해 고유문화의 뿌리를 재고하고 아시아의 다양성을 재발견하는 기회를 가졌으며, 많은 아이디어와 콘셉트, 경험을 공유했다. 또한, APP Camp는 현지의 예술 환경을 습득하고 각자의 문화를 더욱 깊이 이해하며 타 문화와의 차이점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통로이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은 캠프 내내 모든 참가자를 충격에 빠뜨렸다. 우리는 “아시아”란 과연 무엇인가를 물었다. 서구 세계는 최근 수차례에 걸쳐 아시아를 “세계의 중심”이라고 일컬어왔다. 이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아시아의 예술계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 우리는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변화를 겪으며, 우리가 우리의 예술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인가?

문화 상호 간 조우를 통해 나타난 선명한 반향

캠프에 참가한 40명의 프로듀서는 일주일 동안 한국 전통 가옥에 머물렀다. 우리는 서로 삶의 경험을 나누고 매일 다양한 주제로 토론하며 함께 작업하는 시간을 가졌다. 공연예술 전문가들이 이토록 친밀한 환경에서 작업한 것은 드문 일이다. 모든 참가자가 열린 마음으로 활기에 차 있었다. APP Camp는 애초에 40명의 프로듀서로 국한된 회의/워크숍 형식이었지만, 참가자 개개인이 타국의 창작 단체로 뻗어 나가면서 고유의 문화적 배경을 뛰어넘어 국제적 교류를 촉발하는 장으로 발전하였다. 일부 프로듀서들은 프로그램에 소개된 아티스트를 통해 영감을 얻고 본인의 창작과정 안에서 진보된 시도들을 할 수 있었다. 모든 참가자가 교류에 대한 밝은 전망을 보여주었다. 이는 국경을 뛰어넘는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국가 간 예술의 이동을 지지하여 미래의 아시아-태평양 공연 예술 네트워크를 고무시킬 것으로 보인다.

대만 참가자들은 APP Camp를 마치고 돌아가자마자 ‘더 프로듀서’에 대한 논의를 위해 대만 공연예술연맹(PAA)이 주관하는 일련의 토론회와 대만 APP의 합평회에 참가했다. 또한, 이들은 APP가 새로운 국제 네트워크로서 이미 대만 공연 예술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피드백을 보내왔다. 대만에서 참가한 프로듀서와 아티스트 모두 APP가 국제 협업 프로젝트로서 대만 예술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워크숍 ’EYES ON ASIA’

클로징 파티

워크숍 ‘EYES ON ASIA’ 클로징 파티

2015 대만 APP Camp

국제 교류를 하는 아티스트들에게는 국내의 네트워크를 지속해서 강화하는 일 또한 중요한 과제다. 2015년 대만 APP Camp 개최를 앞두고 대만 공연예술연맹(PAA)은 “시장 개발”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 다양한 분야의 공연예술 대표를 초대하는 등 일련의 사전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대만 캠프는 대만 내 문화예술 분야의 “지방 대회(local contest)” 성격을 강조하기보다, 민관 협력 관계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요 프로그램으로 선정할 예정이다. 2014년에는 국립공연예술극장(National Theatre & Concert Hall), 타이중 국립극장(National Taichung Theatre), 카오슝 국립예술센터(National Kaohsiung Center for the Arts)를 포함한 다양한 예술기관이 초청되었다. 2015년 대만 차이니즈 오페라 센터(Taiwan Xiqu Center)와 2016년 대만 공연예술센터(Taipei Performing Arts Center)의 개관 역시 APP 네트워크를 비롯한 이종 문화 간의 협력 기회를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된다.

APP는 사실상 공연예술 네트워크의 확대를 위한 중심이다. APP는 단순히 국제적으로 파트너를 연결하는 것뿐 아니라 지역 전문가들 사이의 교류를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 아시아 프로듀서들에게 만남과 소통의 기회를 제공하고 타 문화에 대한 인식과 더불어 새로운 영감을 고취하는 장을 열어준다. APP로 구축된 네트워크는 예술 환경 변화에 맞서 문화간 창조력을 향상하는 강력한 힘이자 공연예술작업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를 향하게 하는 매개체이다.


2015 대만 APP Camp는 11월 29일부터 12월 5일까지 6일간 대만에서 개최된다.

ⓒPo-Chieh C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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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말레이시아 컨템퍼러리 예술의 현재]]> 말레이시아 컨템퍼러리 예술의 현재
[동향] MALAYSIA NOW! 커넥션 살롱 토크


덴마크 오딘시어터의 피어 벡 옌슨 프로듀서로 2014년의 문을 연 ‘커넥션 살롱 토크’가 영국, 덴마크,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를 거쳐 그 여섯 번째 자리로 ‘말레이시아 나우!(MALAYSIA NOW!)’을 지난 1월 15일에 열었다. 2010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KAMS)의 커넥션(KAMS Connection) 사업은 공연예술 분야 국제교류 및 협력 사업을 다각화하고, 전문 인력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만들어진 프로그램으로 커넥션 살롱 토크는 국제 협력 프로젝트를 미리 경험해 본 참가자들의 사례를 공유하고, 참석자와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통해 공연예술 국제교류에 대한 정보 제공 및 네트워크를 형성하고자 마련되었다.


‘말레이시아 나우!’는 지난 11월 ‘현대무용 교류’를 주제로 말레이시아 리서치 참가했던 원댄스 프로젝트 그룹의 이동원 안무가와 페스티벌 봄의 이승효 예술감독, 문화예술기획 이오공감의 이동민 대표가 참석하여 말레이시아의 현대무용의 현황과 이슈, 나아가 아시아 공연 지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MALAYSIA NOW! 커넥션 살롱 토크

말레이시아 리서치 현장 


[커넥션 발제]

말레이시아 현대무용의 현황 (이동원_원댄스 프로젝트 그룹 안무가)

말레이시아는 세 민족이 같이 사는 나라로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인으로 나뉘어져 있다. 세 언어 이외에도 영국 식민지 영향으로 영어까지 공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지역적으로 싱가포르, 홍콩, 태국, 라오스 등과 인접해 있으면서도 그 중간에 위치해 있다는 게 특징적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영어라는 공통 언어권 때문에 인터내셔널 댄스 페스티벌을 하면 잘 엮일 수 있는 유기적인 형태이다. 말레이시아에 도착하자마자 매일 아침 9-10시부터 끌려 다닐 정도로 스케줄이 빠듯했다. (웃음) 대부분의 일정은 말레이시아의 극장 관계자, 기획자를 만나는 일이었다. ‘말레이시아의 춤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안고 첫날부터 극장을 돌아다녔다. 쿠알라룸푸르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경제적인 측면은 한국보다 월등히 뛰어난 부분들이 많았다. 극장의 경우, 우리가 가진 동남아시아에 대한 편견을 뛰어넘는 모습이었다. 이미 세계 유수의 다양한 뮤지컬을 수입해서 공연하고 있었고, 말레이시아 전통을 토대로 만든 작품들도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과 비교해 보면 수치상으로는 작품의 수가 100개당 7개꼴로 매우 작다.

말레이시아의 현대무용은 크게 3~4 부류 밖에 되지 않는데 정부에서 운영하는 곳은 없고 대부분 민간에서 개인이 운영한다. 지원 또한 정부 지원은 없고 기업에서 주관하는 펀딩을 통해서만 이루어지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대표적인 공연예술 공간인 다만사라 공연예술센터(Damansara Performing Arts Centre, 이하 DPAC)는 소극장(블랙박스 형태) 2개, 연습실 2개, 해외 레지던시로 구성되어 있다. DPAC는 해외 안무가들을 1-2 달 정도 초청해서 작품을 만들고 공연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물론 국가에서 하는 펀딩도 있지만) 문화 발전에서 예술 분야보다는 관광 분야 발전이 두드러진다. 한국의 경우 KAMS처럼 정부 기관에서 하는 펀딩은 많지만, 현대 무용가에게 직접 펀딩이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말레이시아 문화예술국(National Department for Culture &amp; Arts, 이하 JKKN)에서는 현대무용보다 말레이시아 전통 춤에서 발전된 다른 형태의 공연들이 중요한 컨템퍼러리 댄스로 여겨지고 있었다. 한국의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비슷한 아스와라(ASWARA) 예술대학은 국립 대학으로 말레이시아에서 무용 학부가 있는 유일한 학교이다. 발레, 현대무용도 가르치지만 전통을 기반으로 하는 곳이라 전통이 강세인 학교이다. 나는 KAMS에서 알게 된 중국계 현대무용가 스티브, 말레이시아 전통춤을 추는 카라와 함께 DPAC에서 쇼케이스를 했다. 세 민족으로 이루어진 탓에, 말레이시아에서의 활동은 각 민족끼리만 하고 그에 따라 보러오는 관객층도 나뉜다고 한다. 현대무용을 하는 단체가 3~4 팀 정도 있지만 다른 무용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보러 가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사라 공연예술센터

아스와라 예술대학

다만사라 공연예술센터 아스와라 예술대학

말레이시아에 머무는 동안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한 레지던시를 방문하였다. 말레이시아의 주요 건축물을 디자인 한 건축가가 운영하는 곳으로 쿠알라룸푸르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옛날 말레이시아 건물을 현대적으로 개조해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건물 중앙에는 지하 벙커 같은 곳도 있었다. 미술가나 설치 예술가, 조각가들이 한두 달 정도 머물면서 작업을 하면 레지던시 소유자인 건축가가 작품을 사준다고 한다. 레지던시 안에는 작품들이 갤러리처럼 전시되어 있었고, 실내 장식도 말레이시아 앤티크 가구들로 꾸며져 있었다. 레지던시는 예술가가 자국에서 펀딩을 받든 자비를 마련하든 간에 그 돈으로 예술가가 원하는 동남아시아 지역의 예술가를 초대하는 시스템이었는데, 그 예술가와 같이 협업을 이루는 프로그램을 진행해주는 것이 그곳 레지던시의 역할이었다.

젊은 예술가들 6명이 하는 6편의 작품을 보았는데 한국 현대무용으로 치면 7~8년도 전의 움직임, 표현 방법들이 일괄적으로 이루어지는 무용 공연이라서 별로 흥미롭지 않았다. 말레이시아의 현대무용은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 가서 배우고 이제 막 정착하는 단계이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컨템퍼러리 예술은 동시대 예술을 만드는 것인데, 그렇다면 동시대? 현재, 이 시대, 지금, 지금 이곳에서 만드는 것? 말레이시아에서 지금 만들어지는 모든 것들이 컨템퍼러리 댄스이다. 홍콩이나 싱가포르에서 이제 막 배워와 열악한 환경에서 국가의 펀딩 없이 만들고 있는 춤들이 바로 말레이시아의 컨템퍼러리 댄스였던 것이다. 그 지점에서 나 역시 ‘한국의 컨템퍼러리 댄스는 뭘까’라는 반문을, ‘현재 한국에서의 (동시대 한국 상황의 정서를 가진) 나의 춤은 어떠한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곳에서 얻은 성과는 DPAC에서 만났던 친구들과 레지던시 작업을 하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사실 현대무용이 어떻게 커넥션이 될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한국이 흰색이고 말레이시아가 검은색이라면, 이것들이 섞여 회색으로 변하는 것이 커넥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흰색, 검은색이 흡수되고 영향을 미쳐 회색이 되는 개념이 아니라 흰색, 검은색이 그대로 존재하며 얽히고설켜 새로운 것이 나오는 상태가 커넥션이라고 생각한다.

말레이시아 공연예술 대안 공간 방문기 (이승효_페스티벌 봄 예술감독)

보락 아트 시리즈(Borak Art Series)’는 재작년에 시작된 콘퍼런스로 2014년에는 펀딩과 모빌리티에 대한 주제로 말레이시아에서 이틀간 진행되었다. 일본 같은 경우는 일본국제교류기금(Japan foundation)의 아시아센터가 말레이시아에 있어 힘을 많이 실어 주고 있다. 그 외에도 영국이나 뉴질랜드 등이 초청되어 말레이시아에서 지금 필요한 것들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번 콘퍼런스가 이제 막 시작한, 시스템을 만들어가고, 제도적으로 만들어가는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펀딩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고, 협업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 퍼포밍 아트 에이전시(Performing Art Agency)에서는 KAMS의 PAMS같이 말레이시아와 해외를 연결하려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오프닝 퍼포먼스를 이동원 안무가가 했는데, 짧은 시간 안에 재밌는 공연을 준비해주셔서 깜짝 놀랐다.

보락 아트 시리즈 2014 공식포스터

퍼포밍 아트 에이전시 관계자들ⓒ퍼포밍 아트센터 홈페이지 캡처

보락 아트 시리즈 2014 공식포스터 퍼포밍 아트 에이전시 관계자들ⓒ퍼포밍 아트센터 홈페이지 캡처

다음은 쿠알라룸푸르 공연예술센터(Kuala Lumpur Performing Art Centre, 이하 KLPac)이다. 재밌었던 것은 입구에 세워놓은 ’드레스 코드 없음’이라는 팻말이었다. 말레이시아 관객들은 공연예술이라 하는 것을 공식적(formal)이기도 하고, 격식도 차려야 하는 거리감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을 무너뜨리고자 ‘반바지도 슬리퍼도 가능하다.’ 식의 관객 개발을 위한 새로운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극장 안에서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도록 오피스 대부분을 유리로 만들어 다 오픈 해 놓기도 했는데, 모두 관객들에게 가깝게 다가가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아티스트 측면에서 보면 KLPac 대관료는 매우 저렴한 하루 1,000링깃(30만 원, 국립극장의 경우 450만 원)으로 독립 아티스트들을 위한 공간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KLPac는 연간 프로그램으로 무용, 연극, 미술, 음악, 필름, 뮤지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현재 KLPac는 110년 정도 된 건물을 이용, 창고로 썼던 공간을 개조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방문했던 공간은 한국의 안무가 김재덕이 공연하기도 했던 DPAC이다. 그곳에는 젊은 예술감독이 있었는데 싱가포르 안무가와도 일했었고, 공간에 상주 무용단으로 있으면서 공간을 운영하기도 하는 젊은 안무가였다.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극장을 소유한 환경이 부럽기도 했다. 운영 방식을 물었더니 공적으로 지원받는 것은 거의 없고 스폰서로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말레이시아에서의 펀딩은 해외 쪽에서 끌어오는데 아시아-유럽이 연결된 재단이라든지, 해외 문화원에서 지원받는 것이 그들이 주로 말하는 펀딩이었다. 한국 같은 아르코, 서울문화재단 등에서 받는 공적 지원 시스템 등이 거의 없다 보니까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말레이시아에선 개인 스폰서들이 지원하는 공간이 생겨났다. 연락만하고 오면 언제든지 해외 아티스트들에게 DPAC 공간은 오픈되어 있다. DPAC에서 제작비나 항공비를 지원해 줄 여력은 없지만 공간을 쓰면서 다양한 작업을 할 수도 있고, 협업을 지원해줄 수 있다고 한다.

쿠알라룸푸르 공연예술센터

핀다르스ⓒ핀다르스 페이스북 캡처

쿠알라룸푸르 공연예술센터 핀다르스ⓒ핀다르스 페이스북 캡처

그 외 쿠아쉬 극장(kuAsh Theatre)에서 우연히 음악을 듣게 되었는데 <청동의 리듬(Rhythm in Bronze)>라는 전통 악기들을 사용한 퍼포먼스 공연이었다. 퍼포머들이 많이 나와 연주하고, 가면을 쓰고 나와 퍼포먼스를 하는 식이었다. 핀다르스(Findars)는 외대 쪽 베이스먼트 같은 느낌의 대안 공간이다. 바도 운영하고, 상영회도 하고, 퍼포먼스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말레이시아 실험영화제가 이 시기에 열리고 있었는데 영화제 안에서 오디오 비주얼 프로젝트를 포함시켜 진행하고 있었다. 아직 이런 신이 크게 존재하지 않지만, 공간 안에서 관심 있는 몇 명이 모여 진행하고 있는 정도였다. 아시아권에서는 이름이 알려진 팀도 참여하고 있었고, 한국이나 일본과도 네트워크를 갖고 있었다. 덧붙여 파이브 아트센터(Five Arts Centre)라는 공간이자 아티스트와 프로듀서 14명이 모여 있는 콜렉티브를 만나고 왔다. 3명이서 시작해 30년 정도가 되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세대교체가 이루어져 20대의 젊은 아티스트부터 60대의 아티스트까지 섞여 있었다. 커넥션 사업 참가자였던 프로듀서 준 탐이라는 친구가 소개해줘서 만나게 되었다. 또 디지털 아트 페스티벌을 시작하는 등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말레이시아 컨템퍼러리 예술의 현재 (이동민_문화예술기획 이오공감 대표)

개인적으로 아시아 커넥션이라는 미션을 가지고 있어 이번 말레이시아 커넥션을 시작으로 그런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타진해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최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댄스 마켓 자체가 너무 유럽 취향으로 넘어가지 가거나, 유럽을 너무 따라가는 경향이 있다.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 극복되지 못 할까 봐 걱정이 든다. 예술 마켓 자체가 좌지우지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지만 조금은 방향이 달라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아시아권에서 활동하고 있는 안무가들, 무용가들, 독립 기획자들, 기관들이 아시아 댄스가 가진 정체성을 가지고 아시아의 힘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 말레이시아를 다녀왔다.

말레이시아 같은 경우는 창작 비율이 매우 낮다. 현대무용, 창작 무용을 하는 단체의 수가 적다. 조셉 빅토르 곤잘레스(Joseph Victor Gonzales)가 운영하는 아스와라는 한국예술종합학교와 비슷한 곳으로 말레이계로만 구성되어 있다. DPAC 같은 경우는 중국계이긴 하지만 싱가포르에서 공부하고 온 친구들이라 여타 중국계와는 조금 다른 성향을 가졌다.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오리지널 중국계로 광동 댄스 컴퍼니(Kwang Tung Dance Company)와 두 명의 남자 예술감독이 운영하는 두아 스페이스 댄스 시어터(Dua Space Dance Theatre) 두 단체가 있다. 이렇게 네 단체로는 컨템퍼러리를 다루거나 신 자체를 구성하기 어려운데 서로 간의 교류 역시 없다. 공통 워크숍을 제안했더니 불가능할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따라서 안무 메서드나 무브먼트 리서치를 같이 하기는 힘든 환경이었다. 그러나 최근 DPAC 같은 경우는 싱가포르나 한국 안무가를 초청해 와서 공동 작업을 통해 유럽식 메서드를 작업에 녹아내고 있었다. 다른 곳은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있었는데 흡사 한국의 25년 전 상황과 같았다. 말레이시아 현대무용은 한국에서 현재 흔히 볼 수 있는 무용과 다른, 올드한 측면이 있었다.

쿠알라룸푸르 공연예술센터

핀다르스ⓒ핀다르스 페이스북 캡처

광동 댄스 컴퍼니 공연 포스터ⓒ광동 댄스 컴퍼니 페이스북 캡처
 
두아 스페이스 댄스 시어터 공연 포스터ⓒ두아 스페이스 홈페이지 캡처

3일 정도 더 머물면서 개인적으로 현장에서 안무가들과 더 만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움직임을 뽑아내는 것에 관한 얘기를 나누던 중 그들은 심상을 디테일한 메서드라기보다는 추상적이고 서정적인 느낌의 메서드에서 얻거나, 안무 감독이 해왔던 것들을 지켜보면서 도제식으로 현대무용을 하고 있었다. 한국 컨템퍼러리 댄스에서 한국 창작 무용이라는 신이 생성되었던 것처럼, 어떻게 보면 폐쇄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그들이 고유의 것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독특한 신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만난 단체들은 30~40대로 말레이시아 창작 무용 1세대라고 보시면 될 것 같다. 이들과 컬래버레이션하기는 굉장히 힘들겠지만 만약에 우리가 “아시아만 가진 독특한 메서드를 개발해내겠다, 독특한 신을 만들어내겠다”라고 한다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문제는 기획하는 친구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단체에서 일하는 기획자들한테 위치를 물어보면 독립적인 일자리의 형태가 아니기에 독립 기획자라고 소개한다. 그러나 어느 한국의 기획자들보다 많은 양을 작업하고 있었다. 말레이계나 전통 쪽으로는 국가 지원이 있다고 하지만 그렇지 않은 창작 쪽으로는 국가 지원이 없어 프로젝트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개인 예술가가 자기 개인 이름으로 문화예술위원회 등에 지원할 수 있는 통로가 아예 없는 것이다. 개인 예술가들이 지속적으로 프로젝트를 발생시킬 수 있는 지점이 없기에 다양성 부분이 걱정스럽긴 하다. 보락 아트 시리즈에서도 얘기가 나왔지만, 일본재단에서 해외 거점 기지들을 계속 짓고 있는 것처럼, 아시아이기는 하지만 한·중·일과 심각한 교류가 없었고 소외되어 있었던 아시아 국가들의 개발은 덜 되어있기에 여지는 많은 것 같다. 당장 비즈니스와 연결할 수 있는 조성 여건은 되어 있지 않지만, 매력적인 곳임은 분명했다.

노 블랙 타이 공연 포스터
우리가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고민하며 보게 되었다. 무용의 경우 답답한 지점이 있었지만 다양한 형태의 작업들, 특히 다른 장르와 협업해서 나오는 작업들이 차이가 난다고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공공에서 지원이 부족하다 보니까 민간에서 그런 작업들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것 같았다. 우연히 갔던 노 블랙 타이(No Black Tie)라는 재즈 클럽이 있다. 뉴욕에서 음악 공부를 한 자매가 운영하는 말레이시아에서 제일 좋은 재즈 클럽이었다. 인구가 2,300만 정도 되는, 현지 물가 수준이 조금 낮은 국가에서 수준 높은 퀄리티의 작업이 나오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
노 블랙 타이 공연 포스터

한국은 공공 지원이 많은 나라이다. 오히려 민간 분야가 소극적이라 느껴질 정도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의 경우 민간 입장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컬래버레이션을 하고 싶으면 한국에서 지원을 받아오면 좋겠다는 얘기를 종종 했다. 그러나 적어도 음악 쪽, 제가 만난 대중문화 분야에서는 그나마 뭐든 해보자는 식의 반응들이었다. 한국과 비교해서 무용만 볼 때 컨템퍼러리라는 기준을 만들기가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창작 무용 1세대라는 점, 아시아 무용만의 이슈를 만들어 내고 발언권, 역량을 키워 나가는 작업들을 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 다 공유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현실화해 나갈 것이냐는 점이다. 사실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이 인접해 있기는 하지만 그들끼리의 커넥션이 잘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가 커넥션을 통해서 말레이시아에 처음 갔던 것처럼 이후에 또 다시 다른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면 다른 국가들도 파악하고 싶다. 문제는 한국과 말레이시아만의 커넥션 진행으로만 해결될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한국 컨템퍼러리가 물론 뛰어난 평가를 받고 있지만 사실 유럽식 메서드를 가지고 와서 변주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유럽을 뛰어넘을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는 분명히 있다. 말레이시아와 커넥션 사업을 하고 싶으시다면 앞서 소개한 극장들, 콜렉티브들이 중요한 거점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단 외적인, 물질적인 비즈니스 환경을 도움받기보다는 아마 내용적으로 도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경우도 해외 작가들이 자기네 나라에서 펀딩을 받아 와서 현지 아티스트를 도와주고 협업을 추진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단순히 결과물을 공유하는 과정만으로는 어려운 지점이 있다. 한국 창작 무용이든 컨템퍼러리 무용이든 한국 종사자들 측면에서 보면 스타일이나 층위 자체를 가르쳐 줘야겠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하지만 주목할 지점은 대부분의 아세안 국가들이 지닌 독특한 면들이다. 그들은 유선 전화 시스템을 건너뛰고 모바일로 바로 넘어간 국가들이다. 거기에 그들이 가진 독특한 측면들이 있다. 어느 단계를 훅훅 뛰어넘은 친구들이기에 그런 것들이 결핍을 만들어 냈다기보다는 중요성을 못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런 차이가 그들에게 힘이 되는 지점으로 생길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소홀해 왔던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여러 가지 부분에서 우리가 겪지 못했던 긴 여정을 차근차근히 밟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당장 눈에 보이진 않지만, 그들이 가진 가치를 존중하는 입장에서 사업을 시작하다 보면 좋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커넥션 토크]

사회자(서명구_서울연극센터 매니저): 말레이시아는 다양한 민족들이 모여 있고, 다양한 문화가 혼재되어 있어서 다채로움의 측면에서 다른 문화끼리 조화를 이루면서 발생하는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싶고, 우리가 갖고 있지 않은 다양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굉장히 폐쇄적이라고 하셨는데 왜 그런지, 이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인 고려는 없는 것인지가 궁금하다.

이동민 :
광동, 두아 스페이스는 둘 다 중국계 단체이다. 그들이 말해준 대로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자기들이 지원 신청을 하게 되면 당신들은 중국계이기에 지원이 불가하다고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지원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정책적으로 말레이계에 편향된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물론 JKKN는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지만 10년 이상씩 활동한 이들에게 물어보면 현실적으로 그렇다고 한다. 아스와라 같은 대학도 한국예술종합학교와 MOU를 맺어 교류 중이지만, 정통 말레이 계열이기에 그 정도의 국가 지원을 받는 것이라고 한다. 조셉 빅토르 곤잘레스 같은 경우는 아시아무용위원회 공동 의장이기도 하지만 정책적으로 편향된 것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사회자 : 교류와 협업에서 정책적인 배려를 한다면 다른 가능성도 볼 수 있을 것 같은지 묻고 싶다.

이승효 :
조셉 빅토르 곤잘레스가 학교 커리큘럼을 자랑하면서 한 말이 자기네 학생들은 말레이 댄스, 중국, 인도계 무용을 모두 가르친다 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메서드가 다양한 것도 좋지만, 방식 자체가 하나로 통합하는 방식인 것 같다. 말레이시아의 문제는 바로 그게 아닐까 싶다. 정치적으로 볼 때 현재 집권당 자체도 말레이시아인의 하나 됨을 강조한다. 서로의 다름이 긍정적 의미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을 아예 없게 만드는 것이다. 부딪히는 자체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말레이시아가 정치든 문화든 발전해 나가려면 그들끼리 다름에 대해서 어떻게 충돌할지에 대한 질문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아티스트들 사이에서 그런 문제 제기가 크게 되지는 않았다.

말레이시아 나우! 커넥션 살롱 토크 현장

말레이시아 나우! 커넥션 살롱 토크 현장

말레이시아 나우! 커넥션 살롱 토크 현장(왼쪽부터 서명구, 이동민, 이승효, 이동원)

관객 : 출판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번 4월에 쿠알라룸푸르 도서전에 참여할 예정인데 마케팅 측면에서 한국 공연 팀과 같이 가보려고 한다. 아직 주최 측의 피드백은 받지 못했지만, 채널을 확보하는 방법과 아울러 현지 공연 팀과의 협업이 가능한지 궁금하다.

이동민 :
조직위원회와 얘기해 보시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현지 예술단과 연결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추천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지만, 한국의 예술단과 같이 가시는 거라면 답변 할 수 있는 게 제한적일 것 같다. 현지 공연 팀과의 협업은 가능하나 그들은 예산을 만들지 못한다. 오히려 이벤트를 만드는 것은 문제가 될 것 같지 않고 펀딩이 관건일 것 같다.

김석홍((재)예술경영지원센터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사무국장) : 발제자 세 분 모두 말레이시아 세 민족 간의 교류가 많지 않다는 느낌을 받으셨다고 하셨는데,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교류하려면 각자가 관심이 많아야 한다고 본다. 정작 아티스트들이 한국에 관심이 많은지 궁금하다.

이동원 :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싶어 하는 욕구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스티브라는 친구가 한국에 일주일 정도 있다 갔다고 해서 물어본 적이 있다. 한국은 유행을 왜 이렇게 타는지 그 얘기를 하더라. 그 친구들이 보기에 한국은 다 비슷한 춤, 스타일이 한 번 의 유행으로 가는 것 같아 한국과 같이 작업하고 싶지만 그런 부분에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더라. 한류의 영향이 있어서 예술가들 또한 한국에 대한 관심은 충분한 것 같다. 문제는 그것들이 어떻게 만나는가 하는 것이다. 나도 원하고 그들도 원하는데 만남을 어떻게 가져야 옳은가, 지속적으로 방향을 세울 것인가가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승효 : 말레이시아에서 느끼기에 한국의 공연예술이 지금 대단하기는 하구나 싶었다. 우리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는데, 말레이시아는 한국이나 일본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유럽과 달리 같이 공유할 수 있다는 동질감 또한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이 앞서간다는 점에서 그들에게는 배움의 대상이고 좋아하는 대상이라는 점은 느껴졌으나 한국이 특별한가에 대한 답은 아직 모르겠다.

관객 : 한국무용을 하는 김용철이다. 아스와라를 5년 전에 방문했다. 개인이 아닌 공적 기금과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리서치를 다녀오면 풍부한 리서치가 될 것 같아 기대하고 왔다. 한국에 있으면 한국 창작 무용가이고, 해외에서 보면 컨템퍼러리 댄스 안무가로 구분되는데 그냥 ‘안무가’로 지칭하면 좀 더 범위가 확장되지 않나 싶다. 한국무용하는 사람으로 보면 단어 자체가 너무 닫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이 아닌 동남아시아로 발을 돌리기 위해 10년 전부터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 왜 우리는 아시아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가가 늘 아쉬웠다.

사회자 : 이승효 감독은 페스티벌 봄에 계시고, 이전에 페스티벌 도쿄(Festival/Tokyo)에 계셨기에 아시아 중에서도 특히 동남아 지역을 어떻게 바라보시는지 궁금하다. 또 예술가들의 개별적인 협업 관계라기보다는 축제 단위에서의 협력 관계의 가능성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이승효 :
기획하는 입장에서 아시아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 공모 프로그램을 진행해 본 적이 있는데, 말레이시아 같은 경우 이런 것들이 부재한다. 공연 축제라고 해도 매우 수준이 낮다. 우리가 기대를 갖고 가면 찾을 것이 없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현대 무용 혹은 말레이시아의 컨템퍼러리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가면 이미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말레이시아에서 컨템퍼러리가 뭔가를 찾아야 하는데 그렇다면 시간이 너무 걸릴 것이다. 뭔가를 찾는 것이 우리의 과제고, 한국에서도 동남아시아와 교류할 때 그것이 중요한 측면이 되지 않을까 싶다.

노 블랙 타이 공연 포스터
김석홍 : 공공지원이 거의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또 한 편으로는 그게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셨다. 그럼에도 공공지원에서 일정 부분 견인하는 지점이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JKKN도 KAMS와 교류하면서 많은 부분 벤치마킹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아가서 공공 지원이 강력하게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는 것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승효 :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이나 일본을 보면 굉장히 시스템적으로 잘 되어있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다른 한편으로 아티스트들이 말레이시아에서 지원을 받으려면 굉장히 전통적인 것이거나 정부가 좋아하는 것만을 해야 하는데 소위 말하는 좌파적인 사람들은 지원받기가 어렵다, 컨템퍼러리를 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진보적일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얘기를 하더라. 어차피 지원도 못 받는데 훨씬 더 재밌는 것을 하면 관객들도 돈 내고 보러 온다는 프라이드를 갖고 있다고 한다. 또 한편으로는 보락 아트 시리즈에서 펀딩이 필요하고, 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우려되었던 점은 이제 한국을 벤치마킹해서 공적 지원들을 늘려가면서 말레이시아가 재미있어 하는 것들이 자생적으로 나올 수 있는 시기인데 오히려 그것들이 죽지 않을까 싶다. 한국이나 일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고 더욱 더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관객들과 괴리되지 않는 자기들만의 컨템퍼러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동민 : 오히려 커넥션 관련해서 KAMS에서 JKKN 지원에 대한 압력을 넣어 주셨으면 좋겠다. 이 커넥션을 통해서 만났던 아티스트들이 계속 걱정하는 부분이 그런 것들이다.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공동 사업이 추진될 때, 한국에서는 지원 신청할 여지가 있는데 말레이시아에서는 없다는 것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 국가 대 국가 파트너로서 매칭 펀드에 대한 당위성이나 필요성에 대한 부분을 기관 차원에서 좀 더 얘기해주시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사회자 : JKKN 같은 경우는 네트워크 등을 가지고 프로그래밍 하지만 거기에 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없는 것인가.

김은희((재)예술경영지원센터 전략사업본부 시장개발팀) :
그런 측면에서 JKKN이 적극적이지는 않았다. JKKN과 할 수 없는 내용은 말레이시아 컴퍼니나 민간 에이전시들과 협력하여 진행하였다. 리서치 이후의 협력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측면은 KAMS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자 : 지난 다른 토크 때 자카르타 칵아트 페스티벌(KakArt Festival) 디렉터가 서구, 즉 유럽 중심의 시장이나 작품을 보는 시각에서 아시아가 벗어나야 한다고, 우리만의 연대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력하게 얘기했다. 오늘 자리를 가지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장 작품 간의 협업은 꼭 아니더라도 공공 채널이나 기획자들의 협력 채널, 기획적인 측면에서의 교류는 지속하는 것이 좋지 않나 싶다.

 

Ⓒ커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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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형식, 태도, 환경을 아우르는 새로운 예술 활동]]> 형식, 태도, 환경을 아우르는 새로운 예술 활동
[동향] 페스티벌 도쿄 한국특집 ‘다원 예술(ダウォン芸術)’


2014 페스티벌 도쿄(Festival/Tokyo)가 11월 1일부터 30일까지 도쿄예술극장(東京芸術劇場, Tokyo Metropolitan Art Space)을 비롯해 도쿄 내 극장, 공원, 시나가와(品川駅, しながわえき) 지역 등지에서 열렸다. 페스티벌은 개막작인 피터 브룩(Peter Brook)의 <경악계곡(驚愕の谷)>을 비롯한 15편의 공연 외에 2010년 타계한 크리스토프 슐링엔지에프(Christoph Schlingensief) 영상 특집, ‘예술의 다양성’을 주제로 한 4개의 심포지엄 그리고 ‘공연예술경영을 생각한다.’를 주제로 한 ‘3일 밤의 토크 시리즈’ 등으로 진행되었다. 피터 브룩 외의 해외 작품들로 팔레스타인, 중국, 미얀마 그리고 한국 특집 3편 등이 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는 점이 눈에 띤다.

2014 페스티벌 도쿄 공식 포스터

개막작 피터 브룩의 <경악계곡>

2014 페스티벌 도쿄 공식 포스터 개막작 피터 브룩의 <경악계곡>

협업 그리고 아시아

‘경계에서 놀다(境界線上で, あそぶ)‘라는 페스티벌 주제처럼 공연부터 심포지엄까지 이번 페스티벌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협업’과 ‘아시아’가 아닐까 싶다. 페스티벌 도쿄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공동작업 작품 다섯 편을 직접 제작하여 축제 프로그램으로 소개하였다. 공연예술 제작에서 다양한 분야 창작자들의 공동작업은 항상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통일된 콘셉트의 한 부분으로 참여하여 그것을 구현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각자 독자적인 창작자로서의 협업을 추구했다. 예를 들어 직접 관람했던 <봄의 제전>에서 모모코 시라가(Momoko Shiraga)는 연출과 안무를, 유코 모리(Yuko Mori)는 무대 디자인을, 야수노 미야우치(Yasuno Miyauchi)는 음악을 각각 담당했는데, 이 셋의 각각의 작업, 그 병렬 자체 혹은 각각의 충돌과 만남을 통해 공연의 콘셉트가 형성되었다. 공연예술에 처음 참여하는 작가도 있었고 그동안 한 부분만을 담당하여 협업해 온 작가도 있지만, 한 사람의 디렉터가 전체를 통제하는 방식과는 분명 다른 시도였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이러한 협업에서 프로듀서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올해 페스티벌 도쿄에 다시 복귀한 이치무라 사치오(Ichimura Sachio) 예술감독은 예술의 다양성에서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독창적인 예술가, 예술 작품 하나를 발굴하는 것만큼이나 여러 예술가들의 협업에서 생성되는 다양성에 주목한다. “백 명이 서로 다른 것을 보여주는 것이 다양성이 아니라 백 명이 부딪쳐서 새로운 것을 보여줄 때 그것이 다양성이다.”라는 그의 말은, 페스티벌 도쿄가 협업에 주목하는 이유를 잘 요약해 준다.

한편 올해 페스티벌 도쿄의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시도는 ‘아시아 시리즈’를 시작했다는 점이다. 페스티벌 도쿄의 아시아 시리즈는 최근 공연예술계의 이슈가 되고 있는 아시아와는 조금 다른 시선에서 출발한다. 무엇보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아시아가 유럽에서 발굴된 아시아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이와 달리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아시아를 구성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오카다 토시키(Okada Toshiki)가 소개되는 방식은 유럽의 아방가르드 신에서 발굴되고 그들이 읽어낸 ‘아시아’를 소개받는 것이라면, 페스티벌 도쿄는 직접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시도한다. 아시아 시리즈는 올해 한국 특집에 이어 2015년에는 미얀마, 2016년에는 말레이시아 등으로 이어질 예정인데, 이러한 선택에서 그동안 유럽이 발굴해 온 아시아와는 다른 신에 대한 고민이 읽혀진다. 또한 아시아 시리즈는 페스티벌 프로그램의 한 섹션으로 공연을 소개하는 것보다는 구체적인 협업을 시도한다. 페스티벌 도쿄와 페스티벌 봄의 긴밀한 관계도 협업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아시아 시리즈 프로그래머로 참여한 이승효 페스티벌 봄 예술감독은 페스티벌 도쿄의 아시아 시리즈가 “일본도 아시아의 한 신으로 읽어가는 과정”이었음을 지적하면서 한국 특집의 경우 일본과 한국의 공통된 기반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봄의 제전> ⓒYohta Kataoka

‘아시아 시리즈’ 임지애 <1분 안의 10년> 
ⓒKazuyuki Matsumoto

<봄의 제전> ⓒYohta Kataoka
 
‘아시아 시리즈’ 임지애 <1분 안의 10년> ⓒKazuyuki Matsumoto
 

번역될 수 없는 ‘다원예술ダウォン芸術’

아시아 시리즈 첫 번째 순서였던 한국 특집은 다원예술을 테마로 서현석 <바다로부터(From the Sea)>, 크리에이티브 바키(VaQi) <몇 가지 방식의 대화들>, 임지애 <1분 안의 10년> 세 편의 공연과 “한국 다원예술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마련된 심포지엄으로 구성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다원예술’을 한자나 영어로 번역하지 않고 한국어 소리를 그대로 적은 ‘ダウォン芸術’로 소개했다는 점이다. 이승효 한국 특집 프로그래머는 “공연을 소개하는 것만큼이나 ‘다원예술’을 번역되지 않는 독자적인 개념으로 소개하는 것도 이번 한국 특집의 중요한 내용이었다.”라고 말한다. 심포지엄은 좀 더 집중적으로 한국 다원예술의 개념을 소개하고자 하는 기획의 일환이었다.

‘아시아 시리즈’ 서현석 <바다로부터>

‘아시아 시리즈’ 크리에이티브 바키 
<몇 가지 방식의 대화들>ⓒTsukasa Aoki

‘아시아 시리즈’ 서현석 <바다로부터>
 
‘아시아 시리즈’ 크리에이티브 바키
<몇 가지 방식의 대화들>ⓒTsukasa Aoki

심포지엄은 한국 특집 세 편의 공연이 마무리되는 11월 16일 5시 크리에이티브 바키와 임지애의 공연이 있었던 도쿄예술극장 내 아틀리에에서 진행되었다. 이승효 한국 특집 프로그래머 겸 페스티벌 봄 예술감독, 방혜진 평론가, 그리고 필자가 발제를 맡았다. 우선, 이승효 예술감독은 한국 다원예술의 전개와 다원예술의 주요한 신으로 페스티벌 봄을 소개했다. 이승효 감독은 한국 다원예술이 새로운 예술 활동에 대한 지원 정책에서 시작되었고 다원예술 신이 형성되면서 기존의 예술 개념으로 포괄되지 않았던 작업들이 예술 신으로 발굴되고 배치되는 양상에 주목했다. 가령 2014 페스티벌 봄 프로그램이었던 송호준의 <오씨(OSSI) 전자부품 랩(RAP)>은 국가 프로젝트가 아닌 개인 프로젝트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던 송호준의 작업을 인공위성이라는 결과물이 아닌 인공위성을 만들고 인공위성이 발사된 후 그것이 만들어내는 사회적 반응 등에 주목하였다. 이는 결과가 아닌 과정 중심의 다원예술의 특징을 보여주는 한편 예술에 대한 새로운 이슈를 발생시키는 다원예술의 양상을 보여주었다.

필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예술소위원회의 활동을 중심으로 예술 정책으로서 다원예술을 소개했다. 2000년대 들어 축제를 중심으로 부상했던 비주류 장르들의 활기, 독립예술제에서 서울프린지페스티벌로 이어졌던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감수성과 예술 활동,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민간 기구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 전환되고 기존의 경직된 예술 정책의 변화를 요구하던 사회적 분위기 등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다원예술소위원회가 탄생했던 시대적 배경을 설명하면서 다원예술소위원회가 시도했던 새로운 예술 활동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예술 지원 정책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발표했다. 반면 방혜진 평론가는 다원예술 신에서 주목하고 있는 예술 활동을 소개하였다. 다원예술에서 드러나고 있는 탈장르/복합 장르 양상, 결과가 아닌 과정 중심의 예술 활동 등이 현대 예술, 동시대 예술의 특징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분석하면서 동시대 예술의 관점에서 다원예술의 의의와 가능성을 소개했다.

심포지엄에는 다양한 청중들이 참여하였다. 한국 특집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 평론가, 공연예술 관계자, 기자, 예술행정가, 지원 기관 종사자 등은 발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한국 다원예술에 대한 다양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세 작품 모두 관람했던 한 참여자는 세 작품의 서로 다른 양상을 놓고 이 작품들이 어떻게 다원예술이라는 공통분모를 갖는가를 묻는가 하면, 축제 관계자는 페스티벌 봄처럼 다원예술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축제에 주로 어떤 관객들이 참여하는가를 질문하기도 했다. 또한 기존 주류 예술에서 소외된 젊은 세대, 비주류 장르, 새로운 예술 활동에 예술 지원 정책이 주목할 수 있었던 사회적 합의에 대한 질문, 결과가 아닌 과정 중심 지원에서 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같은 다원예술 정책과 지원 제도에 대한 세부 내용 질문 등도 있었다.

2014 페스티벌 도쿄 심포지엄

심포지엄 패널로 참가한 연극평론가 김소연

2014 페스티벌 도쿄 심포지엄 심포지엄 패널로 참가한 연극평론가 김소연

세 발제자의 발표에서도 미묘하게 드러나듯이 세 발제자들의 다원예술에 대한 이해와 정의는 완전히 합의된 것이 아니었다. 각자의 차이는 발제자들의 발표에서도 강조되었고, 합의될 수 없음, 혹은 느슨한 합의가 다원예술의 특징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청중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도 세 발제자의 이해와 관점의 차이가 드러났다. 예를 들어 한국 특집으로 소개된 세 작품의 다원예술적 특징에 대해 이승효 감독은 세 작품을 관통하는 형식적 공통점보다 각각이 보여주는 예술에 대한 태도를 중심으로, 방혜진 평론가는 시각예술 베이스의 서현적 작가와 연극 베이스의 크리에이티브 바키가 기존 장르 신에서 어떠한 위치에 있으며 그러한 주류 예술 신과의 관계에서 이들이 갖는 동시대성이 무엇인지를 중심으로 답변했다.

2010년을 전후로 일본 예술계에 간헐적으로 한국 다원예술이 소개되어 왔다면 이번 페스티벌 도쿄 한국 특집은 그 규모가 방대하다 할 수는 없지만 작품과 심포지엄을 통해 구체적인 양상과 담론을 비교적 체계적으로 소개한 프로그램이었다. 특히 다원예술을 특정한 예술 형식이나 경향이 아니라 작품, 활동, 태도, 환경, 정책 등을 망라하는 다각적 관점에서 소개하고자 한 이승효 프로그래머의 노력은 일정한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나 심포지엄에서의 질의응답에서 드러나는 다원예술에 대한 관심은 새로운 예술 현상을 접할 때 작품이나 예술가 중심으로 받아들이던 것과는 다른, 구체적 사회적 맥락과 예술 환경에 대한 관심을 동반하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원예술이라는 개념을 떠나 세 편의 공연에 대한 관심도 높았는데, 개별 작품의 경우 다원예술 테마와는 별개로 기존 장르적 관습에서도 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불편하거나 낯설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비평에서도 연극, 무용 등과 같은 기존 장르의 접근을 보여주었다. 서현석의 <바다로부터>,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몇 가지 방식의 대화들>은 한 편의 연극으로 받아들여지고, 임지애의 <1분 안의 10년>은 무용으로 즐긴다. 그러나 다원예술이라는 테마가 제시되면서 각각의 작품이 지니고 있는 ‘태도’에 좀 더 주목하게 되었던 것 같다.

번역되지 않는 ‘다원예술(ダウォン芸術)’에 대해 일본 관객들, 일본의 공연예술 관계자들의 동의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다원예술이 한국 사회, 한국 예술의 맥락과 연결된 개념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일 것이다. 페스티벌 도쿄에서 필자는 그러한 맥락을 중시한다는 점이 일본 예술계가 한국 다원예술에 관심을 갖는 이유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 한국 예술계에서 다원예술에 대한 논의가 소강상태인 점을 비춰볼 때, 대조적인 활기이자 관심이다. 이러한 외부에서의 논의가 다시 한국 예술계에서 다원예술에 대한 논의로 재점화될 수 있을지, 페스티벌 도쿄 한국 특집 다원예술을 보면서 궁금함과 기대가 동시에 내게 다가왔다.

ⓒ페스티벌 도쿄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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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체코 크래시 현장을 찾아서]]> 체코 크래시 현장을 찾아서
[동향] 2014 체코 크래시 심포지엄(SYMPOZIUM CZECH CRASH) 리뷰


유럽의 2014년 10월은 각종 페스티벌과 네트워크 미팅이 이어진 무척이나 바쁜 한 달이었다. 이 기간 동안 제 78차 트랜스 유럽 할레스 회의(Trans Europe Halles’ 78th Meeting, 체코 플젠(Pilsen)), IETM 추계 총회(IETM Autumn Plenary Meeting, 불가리아 소피아), 유럽문화행동 콘퍼런스(Culture Action Europe Conference, 영국 뉴캐슬), 4+4 데이즈 모션 페스티벌(4+4 Days in Motion Festival)의 큐레이팅 부문 준비를 위한 국제 심포지엄(체코 프라하) 등 다양한 행사가 유럽 도처에서 잇달아 열렸다. 이 중 본 기사는 ‘4+4데이즈 인 모션 페스티벌’에 초점을 맞추었다.

포 데이즈(Four Days)는 공공예술 창작에 힘쓰고 있는 유럽 네트워크인 인 시투(IN SITU)에 소속된 비영리, 비정부 협회이다. 1996년부터 국제 연극제인 4+4 데이즈 인 모션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독특한 성격의 국제 프로젝트와 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다수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월, 4+4 데이즈 인 모션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이틀에 걸쳐 진행된 심포지엄 “체코 크래시(Czech Crash)”는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의 이목을 끌었다. 만원을 이룬 이 심포지엄에서는 ‘큐레이터’와 ‘프로그래머’의 정의에서부터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 예술가들의 발굴이나 페스티벌의 사명에 대한 질문에 이르기까지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중 심포지엄 석상에서 이루어진 여러 발표와 의견 교류의 내용을 엿볼 수 있는 몇 가지 주제들을 소개한다.

체코 크래시 2014 심포지엄 공식포스터

4+4 dny v pohybu 2014 공식포스터

체코 크래시 2014 심포지엄 공식포스터 4+4 dny v pohybu 2014 공식포스터

큐레이터 vs 프로그래머···그리고?

‘큐레이터’는 시각예술 분야에서 처음 사용된 용어로, 1980년대 들어 공연예술 분야에도 도입되었다. 큐레이터 개념의 도입은 시공간적 측면에서 프로그래밍 과정의 재정립에 일조했는데, 이는 특히 공연예술 분야 일각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수행성(performativity), 협업, 참여 등의 요소들을 통해 이루어졌다. 플로리안 말차허(Florian Malzacher, 독일 임플루제 연극 페스티벌 Impulse Theatre Festival)가 심포지엄 서두에서 이야기했듯이, 공연예술 분야에 큐레이터십이 도입되면서 작품을 단순히 제작뿐만이 아니라 공연의 다른 여러 측면들과 연관 지어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일어났다. 이전에는 서로 관련이 없던 요소들을 하나로 엮기 위해서 큐레이터에게 다양한 전문기술이 요구되었다. 특히 장소 중심적인 작품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려졌다. 공연예술은 관람객에게 더 직접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시각예술과는 또 다른 지적 역동성(intellectual dynamic)이 필요하다. 실비아 보티롤리(Silvia Bottiroli, 이탈리아 산타르칸젤로 디 테아트리 Santarcangelo di Teatri)는 특히 상황의 창조(creation of conditions)라는 문제를 강조하며, “큐레이터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창조한다. 이는 예술 작품일 수도, 관습일 수도 있다. ··· 큐레이터는 기적을 믿는다. ··· 이 기적은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만 일어난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진 참가자들 간 논의에서는 일부 전문가들이 자신들을 소개할 때 ‘큐레이터’ 또는 ‘프로그래머’라는 명칭을 택하거나, 나아가 ‘예술감독’ 같은 직함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명칭은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가령 헝가리어에는 ‘프로그래머’란 말 자체가 존재하지 않듯이, 어떤 언어에서는 특정 용어를 찾아볼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마지막으로 드라마투르기는 소댜 로트케르(Sodja Lotker, 체코 프라하 콰드리엔날레 공연 디자인 및 공간 Prague Quadrennial of Performance Design and Space)가 선호한 표현인데, 여기에는 예술가의 성장과 발전을 돕는다는 개념이 담겨있다.

동과 서, 양극의 만남, 그러나···

첫 번째 세션 주제 중 하나인 ‘공연예술 분야의 경향과 미학: 동유럽, 중유럽, 서유럽 공연예술의 전형’을 발제자들이 직접 다루지 않았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로운 (또는 다행스러운) 지점이었다. 패널들 간 논의에서는 ‘혁신’, ‘창의성’과 상호연관성이 있는 질문들이 주를 이루었다. 우리는 삶을 둘러싼 모든 면면에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는 통념이 있는데, 이러한 생각이 점차 주류화, 상업화되면서 예술가와 창작자들이 받는 압박이 점점 커져가고 있다. 그 결과, ‘창의성’이라는 말의 가치가 떨어지고, 작품 자체에 대한 깊이 있는 논의와 글도 줄어 들었다. 야네스 얀사(Janez Janša, 슬로베니아 마스카)는 이를 지적하며,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실제 삶에서 일어나는 뭔가를 어떻게 연예 산업이나 문화 산업의 대상으로 변환할 것인가?”
“이미 예술적인 상화에서 어떻게 예술가처럼 움직일 것인가?”


대체로 창조 경제란 예술가가 주도하는 경제에 반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게다가 예산상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많은 정책 담당자와 투자자들은 표현을 위한 공간을 조성하기보다는 인프라, 즉 ‘하드웨어’에 투자할 의향이 더 많은 것처럼 보인다. 이 때문에 ‘소프트웨어’ 창조자인 감독과 프로그래머들은 곤경에 빠져있다.

체코 크래시 2014 ©Katarína Križanovič

페스티벌 패널 세션©Katarína Križanovič

체코 크래시 2014 ©Katarína Križanovi 페스티벌 패널 세션©Katarína Križanovič

관객 vs 참여: ‘움직이는’ 객석을 만들어주세요!

관객 내지 대중의 앙가주망(engagement) 또는 참여라는 말은 요즘 유행하는 표현으로, 자금 조성 가이드라인에 자주 언급된다. 가령 EU 크리에이티브 유럽 프로그램(EU Creative Europe Programme)의 가이드라인이 한 예다. 하지만 자금 조성 기준이 강조되더라도, EU의 자금 지원 프로젝트인 ‘연결을 위한 창작(Create to Connect)’같은 ‘세계 각지의 아티스트’와 지역사회 및 관객 간의 상호작용을 다룬 의미 있는 프로젝트, 이니셔티브가 묻혀서는 안 된다.

교류는 관객 또는 대중(공공분야의 창작 활동에서는 ‘대중’이란 표현이 더 많이 쓰인다)에게 주어진 표현 영역에 상당히 집중한다. 보기에는 사람들이 자신만의 공연을 만들면,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공연 예술 전반에 걸쳐 가치가 더해지는 것만 같다. 하지만 라이너 호프만(Rainer Hofmann, 네덜란드 스프링 무대예술 페스티벌Spring Performing Arts Festival)은 “누가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있을 때는 공연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는가? 몸을 움직인다고 해서 저절로 정신이 움직이는 게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실제로 참여 프로젝트는 탄탄한 전략 및 관리가 필요하므로, 의사결정과 프로젝트 개발 과정에 관객과 대중을 참여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해 보인다. 키테 페스티벌(Kite Festival, 덴마크 코펜하겐)과 같은 공공 공간의 창작 활동에 초점을 맞춘 행사와 이들 축제 대표단들은 특히 이를 강조한 바 있다. 카트린 페르빌트(Katrien Verwilt)는 “우리는 관객이 아닌 대중을 논하며, 사람들이 그 과정에 참여한다고 느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페스티벌: 프로그램에 대한 질문

페스티벌에는 대중 앞에 선보이는 작품들 외에도 교육, 사회, 환경 측면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활동들이 포함된다. 이런 추가 프로그램에는 워크숍, 연수, 레지던시 등 같은 다양한 형식이 있는데, 뮌헨에서 열린 슈필아트 페스티벌(Spielart Festival)의 ‘일어나: 서로 다른 유럽을 위한 회합(WAKE UP, Assembly for a different Europe)’과 같은 변화를 위한 모임도 해당된다. 또한 패널들은 재원 마련을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신진재능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페스티벌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프로듀서와 페스티벌 프로그래머 역할 및 책임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는 점에 관해 논의했다.

관객사진 ©Katarína Križanovič

관객사진 ©Katarína Križanovič

 

다음은?

페스티벌이 끝나고 나면 그 영향은 어떻게 남을까? 특히 지역사회나 소수 집단 또는 난민을 대표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한 경우라면? 그간 개최되었던 몇몇 페스티벌이나 그 개최 장소, 그중 매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체코의 아르하 극장(Archa Theatre)과 요한 첸트룸(Johan Centrum) 등을 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함께 일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는 것은 물론, 페스티벌이 끝나도 페스티벌 기간 중 쌓은 관계는 끝나지 않는다. 자신과 함께 일할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은 중요하다. 어떤 대가도, 어떠한 장기적인 영향이나 프로젝트들 간의 연결고리도 없이 그저 ‘그들에게 도래하는’ 창작 활동에 대한 지역 사회나 집단들이 느끼는 ‘피로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이런 회합에서 자주 있는 일이긴 하지만, 체코 크래시는 답을 내놓기보다 질문을 많이 던진 자리였다. 그리고 그런대로 페스티벌 큐레이팅에 관한 대화를 시작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매우 건설적인 방법이었다. 하지만 주최 측에 따르면 지역 관객을 초청하는 데 들인 노력에 비해 체코 예술가나 전문가, 기관 참석률이 상당히 저조했다고 한다. 특정 지역에서 열리는 국제 세미나에 해당 지역 전문가의 참여가 제한적인 것은 흔한 일이긴 하다. 어쨌든 프라하는 일종의 충돌 시험(crash test)을 통과한 셈이고, 이제 기적을 지속적으로 일궈나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즐겁게 그 기적을 바라볼 것이다!

- 편집 엘리나 디 페데리코(Elena Di Federico, IETM

ⓒctyri dny/Four Days Web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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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북한에서 공연예술은 어떻게 제작, 유통되는가]]> 북한에서 공연예술은 어떻게 제작, 유통되는가
[동향] 북한 공연예술과 남북 교류


북한의 공연 단체와 제작 환경

북한의 공연예술은 가극, 연극, 무용, 음악, 교예, 인형극, 대중가요 등 장르 예술과 음악무용 종합 공연, 대집단체조와 예술 공연 등 장르 복합적 대공연이 다양하게 발달되어 있다. 대부분의 공연은 20여 개의 중앙예술단체와 10여 개의 지방예술단체에서 담당한다.(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0) 만수대예술단, 피바다가극단, 국립민족예술단, 국립연극단, 평양인형극단, 국립교향악단, 공훈국가합창단, 국립교예단, 영화 및 방송음악단, 조선인민군협주단, 조선인민내무군협주단 등 중앙예술단체는 각각 평양에 있는 전용공연장을 기반으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함경남도예술단, 개성시예술단 등 11개의 시·도 예술단 역시 각 지역 전용공연장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다.(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1)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는 여성 밴드인 모란봉악단이 등장하여 대중가요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모란봉악단 공연(2014) 장면 ⓒ노동신문 캡처

경희극 <산울림>(2010)의 시작 장면 ⓒ통일신보 캡쳐

모란봉악단 공연(2014) 장면 ⓒ노동신문 캡처 경희극 <산울림>(2010)의 시작 장면 ⓒ통일신보 캡쳐

그런데 북한의 공연 단체는 대부분은 국가 기관이거나 국가 통제에 의해 활동이 이루어지는 국영회사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순수한 민간단체로서 공연 단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공연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공연 작품의 창작에서 관객의 수용에 이르기까지 일체의 개인 예술가나 개별 예술 단체의 ‘자유로운 활동’이 허용되지 않는 북한 공연예술계의 전반적 특성을 고려하면 지극히 당연한 부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최근 우리나라에서 자리 잡아가고 있는 ‘극장경영’이라든가 ‘예술경영’이라는 개념도 존재하지 않는다.(이승엽, 2001)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에서 공연예술은 매우 중요한 국가적 자산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국가의 ‘적극적 지원’ 아래 활발하게 제작과 유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2014년 4월 4.25문화회관에서 있었던 모란봉악단의 평양 공연이나 국립연극단의 경희극 <산울림>(2010)과 연극 <오늘을 추억하리>(2011) 전국 순회공연에서는 적극적인 홍보와 모객 활동을 통해 ‘관람 열풍’을 일으킨 바 있다. 예를 들어 경희극 <산울림>의 경우 2010년 한 해에만 180회 공연에 21만의 관객을 동원한 바 있고, 2012년 12월엔 500회 공연에 40만 명 관람이라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조선신보, 2012) 이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네 번이나 직접 관람했다고 하는 또 다른 기록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북한에서는 당국의 철저한 지도와 통제 아래 공연예술의 제작과 유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북한에서의 ‘관람 열풍’은 우리와 같은 ‘상업적 대박’과는 그 성격이 매우 다르다. 북한 공연예술은 창작에서 수용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이 당의 통제를 받는 ‘정치적인 활동’에 해당한다. 공연예술의 제작과 유통 또한 마찬가지다.

공연 작품의 창작과 무대화 과정

북한 공연예술은 창작가에 의해 작품 창작이 선행된 후 연출가의 지휘 아래 배우들이 출연하는 무대화 과정을 거쳐 공연 작품을 완성하고, 그 다음 공연 선전과 관람표 판매가 이루어진다. 가장 커다란 특징은 제작과 유통이 분리되어 진행된다는 점이다. 작품 제작은 각 예술단체와 공연장에서 이루어지고, 그 유통은 ‘국가예술공연운영국’이라는 기구를 통해 통일적으로 진행한다. 영화로 치면 제작사는 여러 곳인데, 배급사는 한 곳에서 독점하는 구조인 셈이다.

북한 공연예술에서는 제작 과정과 유통 과정이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을 뿐 아니라 창작 과정과 제작 과정도 구분되어 있다. 또한 단순히 과정이 분리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창작이 제작에 선행(先行)하도록 되어 있다. 연극을 예로 들면 극작가 중심으로 희곡 창작이 선행된 이후, 그 완성된 희곡을 연출가 중심으로 배우나 스태프의 지원 속에 ‘희곡의 무대화’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희곡 중심주의’는 김정일의 문건 「연극예술에 대하여」(1988)가 제2장 ‘극문학’에 이어 제3장 ‘연극무대형상’의 순서로 구성된 데서도 드러난다.(박영정, 2007) 극문학 창작이 선행된 후 그를 토대로 무대형상화 작업을 진행하여 한 편 공연 작품이 완성되는 프로세스를 거친다.

북한 연극의 무대화 과정

북한 연극의 무대화 과정

이처럼 북한 공연예술에서 ‘창작 선행의 원칙’이 만들어진 것은 1970년대 초 작품 심의 체계의 정비를 통해 제도화된다. 1971년 2월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 문화성에 ‘작품국가심의위원회’가 설치되고, 이후 북한 영화와 무대예술 작품들은 모두 이 기구를 통해 심의를 받은 작품만 제작할 수 있도록 하였다.(문예출판사, 1989) 북한이 작품국가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하는 궁극적 목적은 작품 창작에서 당의 노선과 정책을 정확하게 구현하도록 하자는 데 있다. 더욱이 그 방법에 있어서도 심의위원회가 단순히 도장만 찍어주는 ‘재판놀음’이 아니라 ‘집체적 지혜’라는 이름으로 작가의 창작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결국 작품국가심의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은 북한 공연예술이 시작되는 길목에 해당하는 작품의 창작 단계에서부터 당의 정책적 통제를 받도록 일원화하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일단 작품 선정이 이루어지면, 각 예술 단체에서는 연출가를 중심으로 한 무대화 과정이 ‘속도전’의 방법에 의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대부분의 예술단에 전용공연장이 있고, 그 공연장은 장르 특성에 맞는 극장 건축을 기반으로 한 전형적인 프로듀싱 시어터(producing theatre)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무대화 과정에서 ‘속도전’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개별 단체의 작품 공연 외에 외국 예술단의 초청 공연이나 북한 단체의 해외 공연은 조선예술교류협회(회장 동경수)에서 기획을 담당하고,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과 같은 특별 공연은 별도의 조직으로 아리랑 국가준비위원회(책임연출 김금룡)가 만들어져 기획이 이루어진다.

공연 작품의 유통과 관람 조직

공연 작품이 창작되어 공연장에서 무대화되는 제작 과정은 전적으로 개별 예술 단체의 주관으로 이루어지는 반면, 공연의 홍보와 마케팅은 별도의 조직에 의해 이루어진다.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북한 공연예술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개별 예술단 및 공연장 단위로 제작과 유통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1972년 11월 김정일에 의해 중앙예술보급사가 설치되면서 이 기관에서 모든 공연에 대한 홍보와 매표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중앙예술보급사는 2012년 6월 김정은에 의해 국가예술공연운영국으로 개명되면서 그 위상이 높아졌다.(조선중앙텔레비전, 2012) 북한에서 공연 유통은 ‘주체적 예술 보급’이라는 관점에서 당의 통일적 지도하에 이루어지고 있다. 작품 창작에서 국가심의위원회에 대응하는 기구가 바로 국가예술공연운영국이라 할 수 있다.

2012년 중앙예술보급사가 국가예술공연운영국으로 개명 ⓒ조선중앙텔레비전 캡처

2012년 중앙예술보급사가 국가예술공연운영국으로 개명 ⓒ조선중앙텔레비전 캡처

2012년 중앙예술보급사가 국가예술공연운영국으로 개명 ⓒ조선중앙텔레비전 캡처

국가예술공연운영국에서는 각 공연장의 공연 작품 편성 사업, 공연 작품에 대한 홍보 사업, 공연 관람표의 판매 사업만이 아니라 공연 관련 자료 관리 사업도 담당하고 있다. 각 공연장의 공연 프로그램 편성은 국가예술공연운영국 공연편성과에서 중앙과 지방의 예술 단체들과 협의하여 일별, 주별, 월별 운영계획을 수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공연장 공연 프로그램의 편성까지도 국가예술공연운영국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공연 홍보 방법으로는 거리 선전화(포스터), 신문이나 방송을 통한 홍보 등을 사용하고 있으나 상업적 공연이 아닐 뿐만 아니라 다른 공연과의 경쟁이 없으므로 객관적인 정보 제공의 성격에 머물러 있다.

관람표 판매는 국가예술공연운영국 지구보급소에서 이루어진다. 지구보급소는 전국에 설치되어 있는데, 평양에는 중구, 동대원, 서성, 선교, 평천, 모란봉, 보통강, 만경대, 낙랑구 등 1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 즉, 북한 공연장에는 매표소가 없기 때문에 사전에 구입한 관람표 없이 공연장에서 현매(現買)를 하려다가는 자칫 공연을 못 볼 수도 있다. 이처럼 무료든 유료든 중앙예술보급사에 의해 관람표의 ‘사전 판매’가 이루어지므로 공연장에서는 마치 ‘조직 동원’이 이루어진 것처럼 공연 시간이 되면 어디선가 나타난 관객들로 객석이 가득 차게 된다. 관람표 판매 대상은 사회주의 사회의 특성상 단체 관람을 조직(일종의 관객 동원)하는 일이 많지만, 개별 판매도 이루어진다. 최근 모란봉악단 라이브 콘서트와 같이 ‘인기’ 있는 공연은 티켓 구입을 위해 치열한 경합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개별 판매가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으로 보인다.(노동신문, 2014.3.25./27) 관람표의 디자인 및 인쇄, ‘공연 종목’(공연 내용 안내 팸플릿)의 디자인 및 인쇄도 국가예술공연운영국이 담당하고 있다.

공연 자료 관리 사업은 공연된 극 대본들과 음악 총보, 무용 표기화된 무용 작품들과 무대 원화들을 수집, 등록하고 보관, 관리하는 일로 이루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공연 시 사용되었던 공연 종목, 주요 의상과 소품들의 보존 관리도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북한에서 피바다극단의 가극 <홍루몽>, 국립연극단의 경희극 <산울림> 등 1950~60년대 공연 작품을 재공연하는 데에도 국가예술공연운영국이 보존하고 있던 공연 자료들이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조선중앙텔레비전, 2012)

국가예술공연운영국이 보관중인 공연 대본들ⓒ조선중앙텔레비전 캡처

가극 <홍루몽>의 대본ⓒ조선중앙텔레비전 캡처

국가예술공연운영국이 보관중인 공연 대본들
ⓒ조선중앙텔레비전 캡처
가극 <홍루몽>의 대본ⓒ조선중앙텔레비전 캡처
 

국가예술공연운영국이 보존하고 있는 공연 팸플릿(좌)과 의상보관실(우) ⓒ조선중앙텔레비전 캡처

국가예술공연운영국이 보존하고 있는 공연 팸플릿(좌)과 의상보관실(우) ⓒ조선중앙텔레비전 캡처

국가예술공연운영국이 보존하고 있는 공연 팸플릿(좌)과 의상보관실(우) ⓒ조선중앙텔레비전 캡처

이렇게 보면 북한에서 공연예술 제작과 유통은 모두 국가 시스템에 의해 통일적으로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개별 예술 단체에서 작품의 창작과 무대 연출을 담당한다면, 국가예술공연운영국에서 프로그램 편성과 홍보, 관람표 판매 및 보급, 자료 관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국가예술공연운영국은 우리나라의 공연기획 대행사와 예술자료원의 기능을 동시에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통일적 시스템은 이미 선정된 작품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북한식 선택과 집중)을 가능하게 하고, 공연예술에 대한 국가 관리를 효율화하는 데는 매우 용이하지만, 개별 예술 단체의 창조적 다양성을 희생하는 조건 위에 작동된다는 점에서 근원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박영정



◈ 참고자료

-「경희극 <산울림> 500회 공연, 40여만 명이 관람」, ([조선신보], 2012.10.5.)
-「모란봉악단공연 관람열풍으로 수도 평양이 흥성인다」, ([노동신문], 2014.3.25.)
-「모란봉악단공연 련일 성황리에 진행, 더욱 고조되는 관람열풍」, ([노동신문』, 2014.3.27.])
- 문예출판사, 『예술의 영재 14-예술의 개화』, (평양: 문예출판사, 1989)
- 박영정, 『북한 연극/희곡의 분석과 전망』, (서울: 연극과인간, 2007)
- 방송 프로그램, 「우리식 예술보급체계에 새겨진 불멸의 령도-국가예술공연운영국」, (조선중앙텔레비전, 2012.11.7.).
- 이승엽, 『극장경영과 공연제작』, (서울: 역사넷, 2001)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북한 문화․체육시설 총람』, (서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0)
-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북한 예술단체 총람』, (서울: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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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공연예술 글로벌 유통 플랫폼, 그 변화의 기회를 조망하다]]> 공연예술 글로벌 유통 플랫폼, 그 변화의 기회를 조망하다
[동향] 2014 서울아트마켓 라운드테이블1 – 공연예술 유통 글로벌 플랫폼의 진화, 다음은?


서울아트마켓(이하 PAMS)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그 사이 한국의 공연예술은 PAMS라는 창구를 통해 다양한 해외 진출 기회들을 도모해 왔고, 세계 여러 나라들과 활발한 교류를 추진해 왔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방식은 섣부른 예측이 불가능할 정도로 급변했으며 이는 사회문화적으로 대단히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으로 우리를 인도했다. 전 지구적인 공연예술계의 정세 또한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맞춰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 ‘라운드테이블1’은 그 현장의 목소리를 파악하고 향후 PAMS가 나아갈 길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거래가 아닌 교류와 협업의 장으로

올해 PAMS가 마련한 라운드테이블은 총 다섯 개로, 모두 동시대 공연예술의 변화 양상과 앞으로의 비전을 탐색해보는 것으로 기획의 초점을 맞췄다. 지난 10월 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1층 로비에서 시작된 ‘라운드테이블1’은 “공연예술 유통 글로벌 플랫폼의 진화, 다음은?”이라는 주제로,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이하 KAMS) 정재왈 대표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토론자로는 공연예술 국제 네트워크 ISPA 대표 데이비드 베일(David Bail)과 캐나다 공연예술마켓 CINARS 대표 알렝 파레(Alain Paré), 그리고 요코하마 공연예술회의 TPAM 감독 히로미 마루오카(Hiromi Maruoka)가 참석했으며, 이 밖에 싱가포르국제예술축제 SIFA 예술감독 옹 켕 센(Ong Keng Sen)이 질의자로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 조직들은 모두 국제 공연예술 네트워크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PAMS보다 앞서 세계 시장을 개척해왔다. 또한 다년간에 걸쳐 PAMS에 참여해 그 발전 과정을 지켜봐온 증인들로서, 10주년을 맞이한 PAMS의 현재를 기꺼이 함께 진단하고 고민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변화하는 환경에 맞추어, 동시대 공연예술 플랫폼이 전통적인 시장의 개념을 탈피해 네트워크 조직으로 변화해가야 한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각자의 고유한 정체성과 미션을 명확히 함으로써 환경과 맥락에 따라 그 목표 설정이 다변화될 수 있다는 시사점을 던졌다. 토론자 상호 간의 공통 목표는 서로 유연하게 맞물렸으며, 그들 각자의 차별화 전략은 다르면서도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2014 PAMS 라운드테이블1 포스터

라운드테이블1에 참가한 패널들

2014 PAMS 라운드테이블1 포스터 라운드테이블1에 참가한 패널들

플랫폼의 진화, 변화를 읽어내고 대처하는 자세

ISPA(International Society for the Performing Art)는 멤버십 조직을 위한 기구로 거래를 위한 마켓이나 전통적인 공연예술 플랫폼과는 다소 다른 양상으로 그 활동을 전개해나가고 있다. 페스티벌, 공연예술 단체, 매니저 및 컨설턴트 등 총 24개국 450여 명 회원으로 구성된 이 기구는 1년에 두 번 총회를 개최해 변화하는 공연예술 생태계를 추적하고 국제적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ISPA의 대표 데이비드 베일은 동시대 공연예술계의 가장 큰 변화로 교류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꼽았다. 최근 기획자나 프리젠터는 물론, 예술가와 관객의 소통은 디지털 매체의 발달에 힘입어 가히 경계가 없다 할 정도로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기회들을 창출하고 있다. 더불어 문화와 예술이라는 개념이 천재적 예술가 개인의 창조물에서 공공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면서, 이제 공연예술은 지역 사회와 연계해 평범한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한다.

한편 CINARS(Commerce International des Arts de la Scène)는 1984년 캐나다의 국제 아트마켓으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네트워크의 성격을 보다 강조한다. 그들은 교류와 교환, 협업을 매개하는 장을 조성해 자국의 공연예술가들이 해외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자 한다. CINARS의 창설에서부터 지금까지 그 발전과 변화의 궤적을 함께해 온 알랭 파레는 전통적인 방식을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창작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 실제로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은 현장 관계자들이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는 데 적지 않은 제동을 걸고 있다. 그러니 현재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현실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 뿐이다. 또한 그는 우리 모두가 기존의 관습에 얽매인 역할에서 벗어나 변화된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실천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TPAM은 1995년 ‘Tokyo Performing Arts Market’으로 출발해 지난 2011년 요코하마로 장소를 이전, 기존의 ‘마켓’이란 이름을 ‘미팅’으로 변경해 공식적으로는 ‘Performing Arts Meeting in Yokohama’를 그 명칭으로 내걸었다. 이들은 무엇보다 정보 및 아이디어 교류를 주목적으로 전문가들을 위한 플랫폼을 지향한다. 명칭을 바꾸기까지는 예술가 및 프리젠터들과의 지속적인 대화가 주효한 동력을 제공했다.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단지 새로운 작품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아닌, 작품을 만들기까지의 과정과 배경을 공유함으로써 설사 작품에 거부감을 느꼈더라도 그 모든 것들을 진지하게 토론할 수 있는 자리였다. TPAM의 감독 히로미 마루오카는 그 누구도 무엇이 정답인지 얘기할 수 없으므로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대화해야 하고, 가능한 패러다임을 다 같이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라운드테이블1에 참석한 KAMS 대표 정재왈, ISPA 대표 데이빗 베일, TPAM 감독 히로미 마루오카와 CINARS 대표 알렝 파레

라운드테이블1에 참석한 KAMS 대표 정재왈, ISPA 대표 데이빗 베일, TPAM 감독 히로미 마루오카와 CINARS 대표 알렝 파레

또 하나의 질문, 매개의 반경을 확장하기

세 명의 토론자가 모두 현장 관계자들을 매개하는 입장에서 토론을 이어나갔다면, 질의자 옹 켕 센은 축제 예술감독으로서 관객과의 소통과 아카이빙의 중요성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그는 공연예술이 순간과 시간에 접속된 장르이자 ‘핸드메이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어 ‘관객의 소유권’이라는 주제로 화두를 돌린 옹 켕 센은 공연예술의 장르적 특성이 정량적인 평가 기준만으로 검토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가 소개한 최근 싱가포르의 사례는 평가에 있어 정성적인 척도를 도입해 수치로서의 결과가 아닌, 관객들의 경험 그 자체를 가치로 환산하는 일을 시도하고 있었다. 관객을 위한 공연을 넘어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을 지향하고, 단순한 ‘효과’보다는 그것이 미치는 ‘영향’에 더 관심을 두는 새로운 풍경을 그려나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가 창작자와 수용자를 매개하는 것이라면, 그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매개하는 방법으로서 아카이빙을 제안했다. 우리의 공연예술은 언제나 새로운 시대의 과제를 찾아 앞으로만 질주하고, 뒤를 돌아보거나 현재를 기록하는 일에는 좀처럼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물론 최근에는 비약적인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비교적 손쉽게 과거를 복원하고 또 현재를 보관하고 있지만, 이것의 한계는 자명하다. 이는 매개나 대화를 위한 아카이빙이라기보다 오히려 축적과 전시라는 가시적인 성과로서 기능한다. 그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치란 공연예술만이 제공할 수 있는 ‘핸드메이드’ 경험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의 ‘레디메이드’ 자료로 압축된다. 그의 문제 제기는 과거의 사례들을 통해 새로운 대화를 시도하고, 이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해야 한다는 언설로 마무리되었다.

객석의 질문에 답변중인 데이빗 베일 대표 모습

라운드테이블1 현장

객석의 질문에 답변중인 데이빗 베일 대표 모습 라운드테이블1 현장

이번 라운드테이블의 의의는 이 시대 공연예술이 당면한 과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제언으로 갈음된다. 보다 다양한 청중들의 질문과 토론자 및 질의자간 활성화된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비록 아쉬움으로 남지만, 적어도 우리는 이것을 기점으로 현실을 보다 다양한 층위에서 자각할 수 있게 되었다. 공연예술 글로벌 유통 플랫폼이란 태생적으로 현장의 요구에 따라 진화해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제 그 다양한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정답이 없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단서일지 모른다. 이제 10주년을 맞은 PAMS의 다음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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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남미 ‘문화’ 블록과 아르헨티나]]> 남미 ‘문화’ 블록과 아르헨티나
[동향] Escena70, 부에노스아이레스 공연예술마켓 리뷰


남미 경제블록, 남미 문화블록

남미에서 개최되는 행사에 참가할 때면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언어 소통이다. 브라질(포르투갈어)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에서 스페인어를 쓰는 데다가 브라질 사람은 포어만, 그 외의 사람은 서어만 써도 소통에는 크게 어려움이 없다. 역사적 배경은 안타깝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이렇게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 같은 모국어로 소통하는 것’이 여간 신기하지 않다. 게다가 남미에서 국경이 맞닿아 있는 국가끼리는 여권도 없이 통행을 할 수 있단다. 북쪽은 군사분계선으로, 나머지 삼면은 바다에 둘러싸여 ‘육로로 국경을 통과하는 것’이 불가능한 우리나라에서는 이 역시 생경한 일이다.


이를 보면 남미국가연합(UNASUR)이 강력한 연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게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경제블록은 이제 문화산업에서도 막강한 공동체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중남미 문화 프로모터 네트워크인 라레드(La Red; La Red de Promotores Culturales de Latinoamérica y el Caribe는 이미 아르헨티나, 브라질, 칠레 등 18개국에 회원 기관을 두고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며, 올해 아르헨티나에서 처음 개최된 남미문화산업마켓(MICSUR; Mercado de Industrias Culturales del Sur)은 남미공동시장(Mercosur) 회원국을 중심으로 통합적 네트워킹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 중심에서, 아르헨티나는 이 방대한 문화블록의 주역을 맡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극장가 코리엔테스 거리 모습

코리엔테스 거리ⓒAdeline Jimenez

부에노스아이레스 극장가 코리엔테스 거리 모습 코리엔테스 거리ⓒAdeline Jimenez

아르헨티나 공연예술의 중심, 부에노스아이레스 복합문화공간

연방제 공화국인 아르헨티나에서는 문화행정기구 역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각기 설치되어 있는데 이 중 부에노스아이레스 시(市) 문화부는 다른 문화부에 비해 훨씬 높은 비중의 문화예산으로 수많은 프로그램과 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자연히 아르헨티나의 문화예술 활동 역시 수도인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집중되어 있는데, 이 규모는 공연예술 인프라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연방 문화부에서 운영하는 아르헨티나 문화정보 시스템(SInCA, Sistema de Informacíon Cultural de la Argentina)에 따르면 현재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에 위치한 공연시설은 287개인데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수행한 2013공연예술실태조사에서 발표한 서울 소재 공연 시설이 352개이니, 서울의 1/3 면적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에 서울의 80%가 넘는 공연 시설이 있다는 것은 특기할 만하다.


이러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중심에는 ‘남미의 브로드웨이’로 불리는 코리엔테스 거리(Av. Corrientes)가 있다. 그중 부에노스아이레스 공연예술 신에서 가장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코리엔테스 거리에 위치한 ‘부에노스아이레스 복합문화공간(CTBA; Complejo Teatral de Buenos Aires)이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복합문화공간은 시 문화부 소속의 공연장 콤플렉스로, 산마르틴 극장(Teatro San Martín), 사르미엔토 극장(Teatro Sarmiento), 레히오 극장(Teatro Regio) 등 5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은 연극, 무용, 음악, 인형극 공연 외 영화 상영, 사진 전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문화예술 활동에 활용되고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복합문화공간 중 산마르틴 극장 외관ⓒEscena70

부에노스아이레스 복합문화공간 중 산마르틴 극장 외관ⓒEscena70

부에노스아이레스 공연예술, 세계와의 커넥션을 마련하다

지난 10월 6일부터 8일, 부에노스아이레스 복합문화공간의 주관으로 에스세나70(Escena70 Scene70, 이하 Escena70)-부에노스아이레스 공연예술마켓(Mercado de Artes Escénicas de Buenos Aires)이 열렸다. 이는 산마르틴 극장 개관 70주년을 맞이하여 개최된 행사로, 콜롬비아 중심의 라틴아메리카 문화 프로모터 네트워크인 레드랏 콜롬비아(Redlat Colombia)와 음악마켓 서큘아트(Circulart)의 협력으로 이루어졌다. 부에노스아이레스 복합문화공간의 알베르토 리갈루피(Alberto Ligaluppi) 감독과 서큘아트의 옥타비오 토본(Octavio Arbeláez Tobón) 감독의 개회사로 시작된 이 행사는 너무나 간단명료하게도 비즈니스 라운드와 공연 프리젠테이션, 단 두 가지의 메인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비즈니스 미팅에는 중남미 국가 뿐 아니라 미국, 캐나다, 스페인, 프랑스, 포르투갈, 네덜란드, 러시아, 한국 등 21개국에서 51명의 프로그래머가 참가하였다. 필자가 참가한 한국이 아시아에서는 유일한 참가국이었으며, 아르헨티나 측에서는 코르도바 공연예술마켓의 마르셀로 카스티요(Marcelo Castillo)와 레알극장의 라울 산시카(Raúl David Sansica) 등의 참가가 눈길을 끌었다. 공연 프리젠테이션에서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98개(연극58, 무용28, 서커스6, 퍼포먼스5, 인형극1)의 공연 중 35개 작품을 선보였다. 올해 5~6월에 진행된 공모의 심사는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페스티벌(FIBA; Festivales Internacional de Buenos Aires)의 예술감독인 다리오 로페르피도(Darío Lopérfido) 외 공연예술 전문가 4인이 맡았으며, 쇼케이스는 산마르틴 극장, 산마르틴 문화센터(Centro Cultural General San Martín) 등 코리엔테스 거리의 주요 공연장 여섯 곳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무용 쇼케이스 <El Ocaso de La Causa>

연극 쇼케이스 <Cinthia interminable>

무용 쇼케이스 연극 쇼케이스

내실 있는 공연예술마켓, 네트워킹은 아쉬워

3일 동안 진행된 수많은 공식 쇼케이스와 링크 프로그램, 매일 세 시간씩 빠듯하게 진행된 비즈니스 라운드는 Escena70의 명확한 비전을 보여주었다. 이는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제작된 공연의 해외 진출’일 것이다. 아직은 성과를 기다리는 단계이지만 Escena70은 공연예술마켓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게 운영되었고 나름 내실 있는 행사로 마무리 되었다. 그러나 초청 인사들에게 공통적으로 나온 아쉬움은 네트워킹 시간이 너무 적어 기관 간의 협력을 도모하기 힘들었다는 점이다. 본 행사에 대한 참가자들의 기대치가 비단 ‘축제에 초청할 좋은 공연을 찾는 것’에 그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남미 각국의 프로그래머들은 당연하다는 듯 내년 1월, 칠레 ‘산티아고 아 밀’에서의 만남을 기약하며 안녕을 고했다.


물론 공고한 동반자 그룹은 자주 ‘배타성’을 띠기도 한다. 이번 행사에서도 비즈니스 라운드 외의 공간에서는 영어 통역이 전혀 제공되지 않았고, 이에 따라 꽤나 흥미로운 작품이 많았음에도 소통에 큰 아쉬움을 남겼다. 이미 방대한 시장을 공유하고 있는 그들에게 지구 반대편의 작은 국가는 목표 시장의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이 거대한 연합에 편입될 수 있는가는 접근하는 우리의 몫이다. 몇 단계만 걸치면 세상의 모든 사람과 연결된다는 ‘작은 세상 네트워크’ 이론은 중남미의 문화예술 시장에서 손쉽게 증명할 수 있다. 더 많은 한국 공연을 중남미에서 볼 수 있길 바라며, 아르헨티나가 꽤 괜찮은 매개 공간임을 알리고 싶다.

비즈니스 라운드ⓒEscena70

개막일 네트워킹 시간

비즈니스 라운드ⓒEscena70 개막일 네트워킹 시간

아르헨티나 문화산업은 건재하다

지난 7월 말, 아르헨티나는 2001년 이후 13년 만에 두 번째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페소화 가치는 급락하였고 경제 불황과 이에 따른 치안 문제로 해외 이민 희망자가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르헨티나의 문화에 대한 투자만큼은 하향곡선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연방문화부는 최근 1,500만 페소(약 177만 USD) 규모의 문화진흥기금(Fondo Argentino de Desarrollo Cultural)을 신설하고 공모를 진행하였다. 2015년에는 아르헨티나 문화산업 마켓(MICA; Mercado de Industrias Culturales Argentinas)과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페스티벌 등 격년으로 개최되는 대형 국제 공연예술행사가 줄지어 있으니, 적어도 당분간은 아르헨티나가 남미 ‘문화’ 블록에서의 선두 자리를 빼앗길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아르헨티나 공연예술의 국제교류 플랫폼을 자처한 부에노스아이레스 복합문화공간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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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세계 문화정책의 학술적 추동력]]> 세계 문화정책의 학술적 추동력
[동향] 제8회 ICCPR(국제문화정책연구 콘퍼런스) 리뷰


국제문화정책연구 콘퍼런스(ICCPR, International Conference on Cultural Policy Research)는 2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대표적인 국제 문화정책 학술모임으로, 전 세계 각 지역의 문화정책학 연구자들의 교류를 주도하고 네트워크 형성을 통해 문화정책 연구의 동반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99년 17개국에서 140여 명의 학자가 노르웨이 베르겐(Bergen)에서 모여 첫 번째 컨퍼런스를 개최한 이후 ICCPR은 뉴질랜드 웰링턴(Wellington, 2002), 캐나다 몬트리올 (2004), 오스트리아 빈(2006), 터키 이스탄불(2008), 핀란드 이위베스퀼레(Jyväskylä, 2010), 스페인 바르셀로나(2012)를 거쳐 올해 여덟 번째 대회를 독일 힐데스하임(Hildesheim)과 베를린에서 개최했다. 특히 제 4회 빈 대회의 경우 52개국에서 4백여 명의 학자가 몰려들어 콘퍼런스의 폭발적인 성장을 보여줌과 동시에 급격하게 증가하는 전 세계의 문화정책에 대한 관심을 방증했으며, 이 규모는 올해 힐데스하임에서도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번 힐데스하임 콘퍼런스의 경우 지난 2월 마감 당시 73개국에서 4백여 명이 넘는 학자들이 응모했으며, 학술 위원회 심사를 거쳐 그중 60여 개국 310여 명이 참여했다. 스케일과 더불어 ICCPR의 또 하나의 저력은 학회에서 계간으로 발간하는 국제문화정책연구저널(the International Journal of Cultural Research)이다. ICCPR에서 발표된 모든 페이퍼는 모두 자동으로 이 문화정책 분야에서 최고의 지명도를 자랑하는 이 저널에 기고될 기회를 갖는다. 때문에 콘퍼런스에서는 ICCPR의 실세라 할 수 있는 학술위원회 위원들이 저널에 실을 페이퍼를 채택하기 위해 각자 관심 분야의 발표들을 찾아다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물론 워낙 유명한 대회인 만큼 콘퍼런스 후 관련 분야의 다른 학술저널들의 게재 요청도 따라온다.

iccpr2014 힐데스하임, 독일

힐데스하임 대학교ⓒBrigit Winter/pixelio.de

iccpr2014 힐데스하임, 독일 힐데스하임 대학교ⓒBrigit Winter/pixelio.de

문화정책은 문화행사와 함께 - 창의적인 오프닝과 함께한 유쾌한 출발

올해 ICCPR을 유치한 독일 힐데스하임 대학은 하노버 근교 유네스코 문화유산 지정 도시인 힐데스하임에 위치한 대학으로 1998년 문화예술연구 학부에 문화정책학과를 신설했다. 특히 2012년 유네스코 파리 본부는 힐데스하임 대학 문화정책학과를 “예술 발전을 위한 문화정책” 관련 유네스코 체어(UNESCO Chair)로 인증했으며, 볼프강 슈나이더를 유네스코 체어 석좌 교수로 임명했다. 독일 내에서 유네스코 체어로 지정된 대학은 힐데스하임까지 총 10개 대학에 불과하다. 힐데스하임은 대학뿐만 아니라 도시 자체도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도시로 명망이 높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 미카엘 교회(St. Michaeliskirche, 1010-1022년 건립)와 최근 1200주년 기념식을 성대하게 마친 힐데스하임 주교좌교회(872~1061년 건립) 등 도시 중심에 우뚝 서 있는 넘은 중세시대 건축들은 모두 천 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며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곳은 바로 콘퍼런스 장소로 사용된 힐데스하임 대학의 문화연구 학부 캠퍼스였다. 도시는 물론 본교와도 독립되어 있던 이 도매네 마리엔부르크(Domäne Marienburg)캠퍼스는 셔틀버스를 타고 가야 접근이 가능한데, 시내 외곽에 있는 숲 속 외딴 농장의 축사들을 개조하여 만든 건물들로 대부분이 15세기 독일 중세 건축의 외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도매네 마리엔부르크 캠퍼스ⓒiccpr홈페이지

셔틀버스를 기다라는 참가자들

도매네 마리엔부르크 캠퍼스ⓒiccpr홈페이지 셔틀버스를 기다라는 참가자들

이러한 시내 중심가와 학회의 공간적 분리는 바르셀로나 시내 한가운데에 위치한 바르셀로나 대학에서 개최되었던 2년 전 ICCPR과 사뭇 대조되는 풍경을 보였다. ‘문화’를 논하는 만큼 ICCPR은 도시 선정에 있어 지역의 문화적 특성도 고려하는 학회로 유명하다. ICCPR을 유치하는 대학과 학술기관은 학회 발표뿐 아니라 참가자들을 위해 도시의 독특한 문화행사와 체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도시 자체가 다양한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던 바르셀로나에서는 주최측의 문화행사가 사실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참가자들이 알아서 도시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각자의 구미에 맞는 문화를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도시로 빠져나간 참가자들로 인해 정작 학회의 메인 행사라 할 수 있는 페이퍼 세션 일부가 텅텅 비는 역효과를 빚기도 했다. 고립된 장소에 콘퍼런스를 개최한 힐데스하임에서는 정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참가자들은 학술발표와 토론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던 반면 주최한 힐데스하임 대학은 한정된 공간에서 도시와 학교를 어필할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해야 했다. 기존의 콘퍼런스 세션 이외에 학회 이후 베를린 투어와 프로그램(12~13일)을 추가한 것은 소도시 힐데스하임이 가진 다양성의 한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베를린 프로그램을 제외하더라도, 올해 ICCPR은 개회식부터 다른 어떤 해보다 신선했다. 9월 9일 저녁 힐데스하임 시립극장에서 행해진 오프닝 행사는 딱딱하고 진부한 초대사 대신 힐데스하임 문화정책 전공생들과 교수들로 구성된 다양한 퍼포먼스로 구성되었다. 극장 객석 출입구를 통해 들어온 이들은 흰 장갑을 끼고 자유분방하게 돌아다니며 객석에 앉아있던 참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무대에 들어섰고 이어서 직접 제작한 비디오 클립을 상영했다. 또 직접 밴드를 결성해 재즈 연주를 하고, 지역 예술가를 초청해 팬터마임을 선보였다. 예술성과 기발한 감각이 넘친 오프닝 행사에 여독과 긴장이 풀린 참가자들은 오프닝 전 서먹서먹하던 분위기와 달리 이어진 리셉션에서 상당히 활기 넘치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서로서로 소개하고 인사를 나눴다.

iccpr2014 개막행사

iccpr2014 세션 발표

ICCPR 2014 폐막행사 (힐데스하임) ICCPR 2014 베를린프로그램 환영인사

유럽 중심주의에서 탈피, 더욱 다양해진 문화정책 담론들

ICCPR은 문화정책을 다루지만 ‘문화’에 대한 개념을 따로 규정해 두지 않는다. 이는 ‘문화’라는 용어가 가지는 그만큼 복잡하고 포괄적인 의미 때문이다. 대신 매년 주최 측은 일반적인 문화정책 세션과 별도로 문화와 관련한 특정 이론적 테마를 지정해 그에 대한 집중적인 토론과 발표 자리를 갖는다. 2012년 바르셀로나가 ‘문화와 정치’라는 테마로 정치적 도구로 사용되는 다양한 문화정책을 논했다면, 2014년 힐데스하임은 국가 간 교류와 국제 환경 안에서 문화의 역할과 정책적 영향에 초점을 맞추었다. 실제로 바르셀로나와 비교할 때 힐데스하임 ICCPR의 또 하나의 특이점은 유럽 및 미주 국가 이외에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등지의 참가자가 부쩍 증가했다는 것이었다. 중동 및 아프리카 학자들의 증가는 그동안 아랍 문화정책 그룹과 함께 컬래버레이션 연구를 지속하고, 현지 학자들과 다양한 아프리카 프로젝트를 주도해 온 힐데스하임 대학이 오랫동안 공들여 구축해 온 네트워크에 힘입은 것이었다. 한국인 참가자만 해도 바르셀로나에서는 영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 박사과정 유학생과 현지 박사과정 유학생 한 명이 발표했을 뿐이지만 올해에는 유럽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학자 및 유학생은 물론 숙명여대 김세훈 교수, 김세준 교수 및 서울시립대 서우석 교수 등이 한국의 복지정책에 대해 발표했다. 또한 일본 도쿄대학교에 박사과정으로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들이 일제 식민지 시절 극장 정책(이지영)과 한국 영화산업 정책(정인선)을 발표했다. 이러한 학회의 다국적 분위기는 서로 이질적인 문화에 대한 개념들을 학술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차원의 문화정책 담론들 – 문화 향유 권리, 다양성에서부터 중동 및 동아시아에서 주로 문제시되는 문화 안의 윤리적 담론과 그에 따른 갈등 문제에 이르기까지 – 을 토론에서 끌어낼 수 있었다. 참가자 개인적으로는 전 세계에 걸친 폭넓은 문화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데 보탬이 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그동안 ICCPR에서 내부적으로 문제시되던 유럽 중심주의를 탈피하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되었다.

iccpr2014 포커스 토론

iccpr2014 한국 참가자 발표

ICCPR 2014 패널토론 ICCPR 2014 논문 발표

물론 기존 테마 외에도 ICCPR에서는 ‘문화’라는 용어가 그러하듯 방대한 분야의 주제가 다뤄졌다. 각국의 예술정책은 물론 UN, EU 등 국제기관의 문화정책에 얽혀 있는 보이지 않는 정치적 컨텍스트, 각종 영리 기관의 문화산업, 그리고 NGO의 정책들도 심도 있게 논의되었다. 중요한 정치적 콘텍스트에 엮여 있는 것을 분석하는가 하면, 자국 정부와 박물관, 공연장 등 각종 기관의 자체 문화정책 및 영리 기관의 문화산업, 그리고 NGO 등의 정책들도 논의되었다. 수적(數的)으로 보면 도시 디자인(Urban design)을 비롯한 도시재생 정책 발표가 두드러지게 증가한 반면 미디어 및 문화산업과 관련된 이슈들은 바르셀로나 학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소한 추세를 보였다.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의 참가자들은 분열과 종족 간의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자국 내 문화정책의 규범적 요소에 대해 열띤 비판을 가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처음 도입된 암묵적 문화정책(implicit cultural policy)분야는 종교/내러티브/상징 등 다채로운 주제로 분화되어 개별적으로 세션이 열릴 만큼 2년 만에 양적, 질적으로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특히 올해 처음 개설된 ‘내러티브와 문화정책’(narrative policy) 세션은 만석으로 인해 일부 청중이 서서 발표를 지켜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이 세션에서 클라우디아 키비치-레브노누(멕시코, 레온 국립대 교수)는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시대 음악가와 현대 멕시코의 토종 음악 그룹을 둘러싼 그들의 ‘신동 내러티브’를 비교분석하며 이러한 내러티브 형성이 실제 문화정책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발표했으며, 제레미 아헨(영국 워릭대 교수)은 프랑스의 두 문인의 소설 속에 어떤 문화정책이 굴절되어 있는지 살펴봤고, 콘스탄스 드베로(미국 콜로라도 주립대 교수)는 미국 예술정책에 숨어있는 시민종교 및 영웅주의 내러티브를 분석했다. 이러한 주제의 다양화와 그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은 ‘문화정책’이라고 하면 공공정책, 복지정책, 예술정책 분야만을 떠올리던 과거와 비교할 때 매우 진일보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세션 참석을 기다리고 있는 참가자들

세션 참석을 기다리고 있는 참가자들

ICCPR 2014 등록데스크

다른 한편으로, 다양화된 주제와 국적은 각 나라, 각 분야의 문화정책에 암묵적으로 내재된 정치적 목적을 거론할 수 있는 토대를 콘퍼런스에 마련해주었다. 이번 학회의 호스트인 힐데스하임의 볼프강 슈나이더 교수는 문화정책을 연구하는 데 있어 정치적 맥락을 우선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을 강조하면서, 이러한 시각은 단지 지식의 발전을 위한 것 뿐 아니라 훗날 평등한 사회 개혁에 보탬이 될 것이라 역설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문화정책은 각 개별 국가 단위로 시행되고 있지만, 문화담론이 아직도 여전히 유럽문명 중심적인 시각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이번 학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 폐회식에서는 리서치를 통해 정의와 단합을 어떤 식으로 이끌어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단순히 문화정책 연구가 개개인의 경력 향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문화의 궁극적이고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고, 이를 토론하며 다수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일종의 사회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이 자리에서 제시되었다.

2016 ICCPR은 서울로 : 최초의 아시아 개최지

참가자들이 토론과 발표에 열을 올리는 동안 힐데스하임 한편에서는 서울과 영국 리버풀, 그리고 벨기에 안트베르펜이 다음 ICCPR 유치를 위해 경합을 벌이고 있었다. 제8회 ICCPR이 폐회된 지 일주일 후 힐데스하임 ICCPR 위원회는, 2016년 제9회 ICCPR은 숙명여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호스트로 서울에서 개최한다는 마지막 레터를 참가자 및 회원에게 발송했다. 1999년 ICCPR이 시작된 이래 최초의 아시아 지역 개최라는 의미가 부여된 2016년 행사에서, 서양과는 다른 문화정책과 담론들이 다양하게 펼쳐질 것을 기대해 본다.

ⒸICCPR 홈페이지/예술경영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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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예술 표현의 중간지대]]> 예술 표현의 중간지대
[동향] 부다페스트 PLACCC Festival


유럽 공공장소 예술창작 네트워크인 인시투(IN SITU)에서 국제문화 커넥션 교육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활동했던 2013년 3월, 파니 나네이(Fanni Nánay)를 처음 만났다. 신중한 성격인 그녀는 헝가리 부다페스트 PLACCC 페스티벌을 2008년부터 공동후원하면서 운영하고 있다. 최근 PLACCC 페스티벌에서는 문화부문, 특히 대안적이며 독립적 분야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는 헝가리내 정치적 변화를 읽어낼 수 있다.

파니 나네이와 카탈린 에르도디(Katalin Erdödi)는 2008년 PLACCC 페스티벌을 시작하면서 공공장소 내 예술 및 창작, 그리고 장소 특정적 작품에 초점을 맞추었다. 이러한 표현 형태는 헝가리에서 선보이거나 지원된 적이 없다. 유럽 및 전 세계에서 쌓은 경험, 다양한 현장 경험(나네이는 부다페스트에 위치한 메를린 국제페스티벌극장(Merlin International Festival Theatre)에서 근무한 적 있음)을 통해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와 리미니 프로토콜(Rimini Protokoll) 등의 프로젝트에서 받은 인상을 바탕으로, 두 사람은 2008년에 PLACCC 페스티벌을 시작했다. 페스티벌 첫 회는 부다페스트 가을축제(Autumn Festival)의 일부로 진행되었고, 이후에는 독립적 행사로 열렸다. 페스티벌 초기에는 장소 특정적 연극에 초점을 맞추었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시각예술, 건축, 도시게임 프로젝트와 연계된 장소 특정성과 공공장소가 부각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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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CC 2014 공식포스터(위), 인시투(IN SITU) 로고(아래)

숨을 쉬지 못하는 예술계

2008-2009년에 들어 페스티벌 규모가 다소 작아지긴 했지만, 헝가리 정부가 이전보다 유럽친화적이고 혁신적 작품에 더 많은 관심을 두었기에 페스티벌 운영은 좀 더 수월해졌다. 전환점은 2010년에 찾아왔는데, 오르반 빅토르(Viktor Orban) 총리가 이끄는 보수정당 ‘헝가리 시민연대’가 선출되면서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다양한 규제가 실시되면서 독립, 대안, 아방가르드 문화 부문은 제대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게다가 2014년 4월 오르반 총리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향후 몇 년간 상황도 상당히 좋지 않을 전망이다. 문화부문을 옥죄는 다양한 방식 중 한 예로, 문화정치적 방향과 같지 않은 단체에 대한 국가 공공재정지원을 삭감하였다. 뿐만 아니라, 현행 조세제도도 NGO 및 비영리단체(문화 관련 단체 포함)를 지원하는 민간단체에게 불리한 실정이다. 모든 지원 또는 허가(예: 공공장소에서 공연하기 위한 지원 또는 허가)를 위해 구비해야 하는 행정서류는 점점 더 부담스러워지고 있고, 문화부문 역시 점점 중립화되고 있다. 나네이는 “정치인들이 매우 냉소적인 태도로 독립 문화부문이 존재하지 않고, 우리 모두의 활동이 전혀 진척이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PLACCC 페스티벌은 ‘구조조정’을 겪게 된다. 카탈린 에르도디는 2011년 페스티벌을 떠났고, 그후 트라포(TRAFO) 예술감독, 젊은 프로그래머, 도시계획 전문가로 구성된 예술위원회가 결성되었다. 나네이를 포함한 모든 단체 종사자들은 현재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 올해 PLACCC 페스티벌 예산은 40,000-50,000 유로이며, 해외기관만이 공공재정지원(IN SITU 네트워크를 통한 네덜란드, 프랑드르 펀드 및 EU 펀딩)을 제공하고 있다. 수마 아르티움(Summa Artium) 등 일부 헝가리 재단이 페스티벌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경제위기 때문에 지원은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헝가리에 대한 인식 악화로 인해 일부 해외 문화단체는 헝가리 독립 문화부문에 대한 지원을 꺼리고 있다.

현지 및 유럽 전략

지난 6년간 지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고, 정부의 관심이 부족한 상황에서 PLACCC 페스티벌에 남은 건 그럼 무엇인가? PLACCC 페스티벌에는 여전히 흥미로운 장소 특정적 연극, 무용이 도시 공간에서 펼쳐지고 있고, 공공장소에서 시각예술과 디자인 활동을 볼 수 있으며, 팝업(pop-up) 전시회를 통해 현지 및 유럽 아티스트들 간의 교류가 이루어진다. IN SITU 네트워크를 통해 EU가 지원하는 메타(META)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공동제작되는 전시회가 그 예이다. 구체적인 인물로, 네덜란드 연극감독 로테 반 덴 베르크(Lotte van den Berg)(<대화의 형성>(Building conversation))와 프랑드르 안무가 벤자민 반데발레(Benjamin Wandewalle)(<버드워칭 4x4>(Birdwatching 4x4))가 있다.1)

1) PLACCC 페스티벌 감독 파니 나네이의 발제 서신을 참조할 것.

<대화의 형성> 로테 반 덴 베르크

<버드워칭 4×4> 벤자민 반데발레

<대화의 형성> 로테 반 덴 베르크 <버드워칭 4×4> 벤자민 반데발레

이러한 헝가리-유럽 프로그램은 특히 ‘부다’와 ‘페스트’ 사이의 중간지대인 체펠(Csepel) 구역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페스티벌에 기반을 둔다. 나네이는 “이곳 사람들은 여전히 특별함을 느끼며, 이곳에 가까워지면 ‘나는 부다페스트에 간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 구역이 왠지 특별하고 다른 공간인 것처럼 여기는 것이다.”라며 체펠 구역의 특별함을 이야기한다. 19세기 건축, 산업화 이후 형성된 공간, 빈 건물이 혼재한 이곳은 2013년부터 PLACCC 페스티벌의 주 무대 중 하나였으며, 민간 투자자들을 유치하기도 했다. 2014년 PLACCC 기간에도 이 공간에서 개발한 작품 몇 개를 선보였다. 그 사례로 ‘주관적 체펠 프로젝트’(Subjective Csepel Project)는 체코와 헝가리 아티스트의 합작 투자작인데 체펠의 빈 가게를 팝업 갤러리로 탈바꿈시키는 프로젝트이다. 나네이는 체펠에 초점을 맞춘 여러 문화계획과 더불어 이들 민간 투자자들과의 장기적 지원관계를 점진적으로 형성해 나갈 계획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곳에 새로운 활기를 부여하고, 현지 주민들에게는 공동체 의식을 느낄 수 있는 여러 방법을 제시할 생각이다.

Szubjektív Csepel, PLACCC 2014

Szubjektív Csepel, PLACCC 2014

주관적 체펠 프로젝트, PLACCC 2014

나네이는 직관과 확신을 가지고 일한다. 그가 7년 전 IN SITU 코디네이터에게 이 네트워크의 일원이 되는 방법에 대해 문의하는 편지를 처음 썼을 때와 마찬가지이다. 마침, 당시 IN SITU 네트워크는 동유럽 국가와의 파트너십에 매우 개방적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현재의 프로그램인 메타(예술을 통한 변화를 위한 유럽 네트워크)를 포함한 다양한 EU 프로그램을 통해 공공장소 내 창작에 초점을 맞춘 여러 유럽 페스티벌 및 단체와 장기적 파트너십을 시작한 것은 바로 그 무렵이었다. “IN SITU와의 파트너십이 아니었다면, 그토록 많은 아티스트와 프로그래머를 새로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IN SITU덕분에,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에 진입하고, 유럽 예술계와의 교류를 유지할 수 있다.”

2014 PLACCC 페스티벌이 막을 내리면, 큐레이터, 프로그래머, 아티스트와 함께 페스티벌의 미래에 대한 내부 회의를 열 예정이다. 페스티벌 초기에 비해 상황이 너무나 많이 변한 현 시점에서, 페스티벌 주최측이 페스티벌의 미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중간지대인 체펠과 마찬가지로, PLACCC 페스티벌은 다양한 표현이 들어있는 주머니와도 같다. 정부가 마음을 닫은 상황에서, 이 주머니를 활용하기 위한 유일한 수단은 사람들의 역동성뿐이다. 정치적 차원에서 EU가 문화부문에 좋은 신호를 보내는 것 같지 않다면,2) 유럽 문화 분야의 단체와 개인들이 이에 항의하는 여러 행동과 반응을 보여줌으로써 헝가리가 유럽의 문화 사각지대가 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2) 본 기사를 작성할 시점에, 중도 보수 여당인 피데스(Fidesz) 당 출신 티보르 너브러치츠(Tibor Navracsics) 외무부장관이 EU 교육/문화/청소년/시민 위원회 위원으로 최근 임명된 바 있다.

 

ⒸPLACCC 페스티벌 홈페이지/페이스북


◈ 참고자료

- 헝가리 정치 연극 : <신정부의 타겟은 아티스트>(Hungary’s Political Theatre: New Government Targets Artists)
- 2014 IETM 아시아 위성 회의(IETM Asian Satellite Meeting, 호주 멜버른)
헝가리 파노드라마(PanoDrama) 안나 렌기옐(Anna Lengyel) 발제문 : 실무그룹 「정치 사회적 제약: 언론의 자유, 민주주의, 다양성을 주창하는 운동가로서의 아티스트」(Working group "Social and political constraints: the artist as activist, promoting freedom of speech, democracy and diversity”)
- UN 보고서, 파리다 샤히드(UN Report by Farida Shaheed),「예술 표현 및 창작의 자유에 대한 권리」(The right to freedom of artistic expression and creation)

※ 본 원고의 필자 마리 르수르(Marie Le Sourd)는 국제 문화협력 및 이동성을 전문으로 하는 문화매니저이다. 본 원고는 엘레나 디 페데리코(Elena Di Federico)가 편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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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극작가 및 신작 발굴을 위한 시스템 정착 : 영국 사례]]> 극작가 및 신작 발굴을 위한 시스템 정착 : 영국 사례
[동향] 영국 로얄코트시어터,  부시시어터,  소호시어터


2000년대 이후 국내 공연 예술 환경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극단 중심으로 이뤄지던 공연 제작과 유통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즉 프로덕션 시스템으로 안정화 되었고, 2008년부터는 공공극장 중심으로 한 중극장(中劇場) 시대를 맞이하면서부터 제작극장이 또 하나의 큰 변화로 다가왔다. 이와는 반대로 1970년 후반부터 자연스럽게 조성되면서 한국 공연 예술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소극장은 갈수록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데, 소극장 운영 및 공연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연극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영국의 극장 운영 사례는 우리가 주목해 봐야 할 만한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극작가 중심극장 : 로얄코트시어터

1956년 개관한 로얄코트시어터(Royal Court Theatre)는 영국과 전 세계의 혁신적인 작가 발굴을 주요 비전으로 삼으면서, 선도적으로 새로운 작품을 찾아 내는 작업에 초점을 맞춘 공공기관(national company)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극작가를 발굴, 양성해 내면서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극장’이라고 인식되고 있는([뉴욕타임즈]) 로얄코트시어터는 그간의 활동과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극장이다.
그중에서도 매년 엄청나게 많은 신작을 수용하고 평가하는 진취적인 작가 양성 프로그램이 특화되어 있는데, 최근 로얄코트시어터는 그 과정을 통해 새롭게 발굴한 작품을 뉴욕, 시드니, 브뤼셀, 토론토, 더블린에서 공연했다. 뛰어난 자체 프로덕션은 물론, 기초 수준(grass roots level)에서부터 국제적 작가 발굴 프로그램까지 각 단계별 작가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 젊은 작가들을 영국으로 초청하여 그들의 모국어로 신작을 쓰도록 지원하고, 영국 작가, 배우, 연출들을 전 세계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도록 하는 교환 프로그램은 물론, 26세 미만의 작가들을 대상으로 격년으로 개최되는 페스티벌과 함께 상시로 운영되는 신진 작가 발굴 프로그램은 이들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주는 시스템으로 정착되고 있다. 한때 이러한 운영방식을 놓고 ‘도박수준’이라 우려했던 것과 달리 로얄코트시어터의 작가 발굴 프로그램의 성공은 전 세계 연극계에 극장 운영 방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 주었으며, 예술가와 관객 모두의 흥미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심장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로얄 코트 씨어터 전경

로얄 코트 씨어터 카페, 서점

로얄코트시어터 전경 로얄코트시어터 카페, 서점

극장의 또 다른 기능은 플랫폼이다. 로얄코트시어터는 지하에 바(BAR)를 운영하여 공연 관객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약속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극장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유도하여 보다 친밀하게 공연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연극관련 전문 서점을 운영하여 로얄코트시어터에서 발굴한 신작 대본 뿐 아니라 연극 전반의 대본, 기술 서적 및 극장과 관련 있는 사무엘 베케트, 캐릴 처칠 등 유명작가의 대본을 구비하고 있는 등 극장의 기능을 다양하게 확장하고 있다는 것도 특징적이다.

젊은 극작가의 요람 : 부시시어터

런던 서부에 위치한 부시시어터(Bush Theatre, 이하 부시)는 새로운 시각의 작품을 배출하는 극장으로 유명하다. 부시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극작가들을 발굴하고 성장시키며, 그들의 작업을 최고 수준으로 극화한다. 부시는 위트와 스타일, 열정을 가진 동시대의 새로운 작품을 찾으며, 파격적이면서도 일반 관객이 좋아하는 작품을 선호한다. 1972년 이래로 40년간 신작만을 공연하고, 획기적인 작품을 수없이 제작하여 초연했으며 전 세계의 진보적인 컴퍼니, 극작가들과도 작업해 왔다. 젊은 극작가들의 요람으로 잘 알려져 있는 부시는 능력 있는 제작자와 유망한 작가들을 연결시키는 것을 비전으로 삼았고, 결국 실력 있는 배우와 연출을 극장으로 모이게 하는데 성공하였다. 부시시어터가 수상한 100개 이상의 상은 그러한 활동과 성과를 반증해 준다.

부시 씨어터

부시 씨어터 내 도서관

부시시어터 부시시어터 내 도서관

부시시어터의 예술감독 마다니 유니스(Madani Younis)는 개성과 소신이 뚜렷하다. 원래 영화계에서 교육받은 그는 대칭적 관계와 기승전결이라는 전통적 연극구조에 대해 단호한 어조로 “낡은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2012년 취임한 이후 그는 2013년에 99%의 관객점유율을 이룬 가장 성공적인 예술감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연극은 “세상을 보는 렌즈”라는 지향점 아래, 그는 극부와 극빈, 다양한 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독특한 환경이 공존하는 지금의 런던, 더 나아가 지금의 세계, 즉 드러내지 않지만 상존하는 인종차별과 백인 중심 문화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삶을 담고 있는 과감한 시각의 작품 개발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특히 풀 프로덕션 시스템으로 자체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극본과 연극을 찾으며, 전통적인 형식과 소재의 연극보다 새로운 목소리와 새로운 이야기에 집중한다. 1년에 두 차례 받는 공모에서는 대본 형태가 아니더라도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 사진, 음악 등 공연으로 확장이 가능하고 작품화 가능성이 있는 소재를 공모하는데 그 편수가 연간 2,000편이 넘는다. 연출가, 제작자, 작가 등 현장 예술인들만으로 구성된 6명의 심사위원을 통해 선택된 작품을 연출가, 제작자, 음악, 미술 등의 스태프들과 공연 가능성을 타진, 보완하여, 최종 4~5작품을 선정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디지털 장르의 콜라보레이션 : 소호시어터

런던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를 지닌 극장, 바로 최고의 코미디/카바레 극장이라고 일컬어지는 소호시어터(Soho Theatre)이다. 런던 웨스트엔드와 아주 가까이 위치한 극장으로 가장 역동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말 그대로 ‘핫’하고 대중적인 선호도가 높은 극장이다. 소호시어터는 지역에서 가장 북적이는 시어터 바를 운영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보고 싶을 때, 사람을 만나고 싶을 때 찾는 명소로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소호 씨어터

소호 씨어터 카페

소호시어터 소호시어터 카페

현재 삶의 모습과 갈등이 드러난 동시대의 문제점들을 솔직하게 제기하는 새로운 작품, 코미디, 카바레 쇼를 층마다 컨셉이 다른 극장에서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위의 두 극장에 비해 상업성과 흥행성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극장이기도 하다. 부시시어터의 목표는 관객이 가장 재미있고 새로운 연극 작업을 접하도록 하는데 있다. 새로운 방식의 퍼포먼스들을 결합함으로써 영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공연을 소개하고 디지털 장르와의 콜라보레이션의 거점이 되고자 한다. 재능 있는 신진 작가 그리고 기성 작가들이 소호에서의 공연으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작품을 발전시켜 최고의 작품이 공연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별한 자격이나 조건 없이 대본을 접수 받는데 한 해 응모 편수가 약 2천 편이 넘는다. 연간 최종 6편을 선정해 공연을 올리는데, 철저하게 공연이 가능한 작품 위주로 선정하고 있다. 새로운 소재의 대본을 찾고 창작 지원을 통한 작가 양성소의 역할도 하고 있다. 더불어 영국 각 지방에서 새롭게 창작되어 공연하고 있는 작품은 물론, 에딘버러 페스티벌 등 프린지 축제에서 주목받는 작품들을 직접 발굴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콘텐츠를 제작, 개발하는 것이 성공의 요인

앞서 살펴본 영국의 극장 운영 사례를 들여다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전통적 연극 어법이 아닌 다양한 장르간의 융합 등과 같은 다원예술에 대해 열려 있다는 점과 극장마다 자생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수익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또한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도 지역 상권과 협업하려는 노력과 관객들에게 극장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건물이 아닌, 커뮤니티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한 부분도 주요 성공요인으로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공통 분모는 바로 ‘신작 발굴’이다. 극장마다 선호하는 스타일은 다르지만, 동시대를 반영하는 작품 개발에 그 무엇보다 많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극장은 늘 새로운 창작물에 대한 도전과 기회가 끊이지 말아야 한다는 반증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가능성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들이 예술가를 모이게 했고, 좋은 작품을 탄생시켰고, 관객들을 불러 모았다. 결국 극장의 운영은 좋은 콘텐츠가 답이다. 앉아서 누군가가 가져오는 콘텐츠를 기다리지 않고, 보다 명확한 비전으로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는 판을 열어 놓는 것, 그것이 극장이 지녀야 할 새로운 지향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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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한-EU 문화협력에 대한 통찰]]> 한-EU 문화협력에 대한 통찰
[동향] EENC, 한국-EU 간 문화교류 동향 보고서



2012년 9월에 EU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교육문화총국(DG EAC)은 대한민국(이하 한국)과 EU간의 문화교류 현황 및 경제규모에 대한 조사작업을 유럽예술전문가네트워크(EENC)에 요청했다. 이 요청은 한-EU FTA의 부속협정으로 2011년 체결된 문화협력의정서(Protocol on Cultural Cooperation)이행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이후 문화적 유동성 정보 네트워크 온더무브(On the Move)는 윤성원 박사(수원대학교 글로벌비즈니스학과 조교수)와 함께 이 보고서 작업에 착수했다. 보고서는 2013년 1월부터 웹상에서 조회가 가능하며, 2013년 9월에는 시청각 분야 수치가 업데이트되었다. 본고에서는 보고서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을 짚어보는 동시에 최근 변화를 통해 한국-EU 문화교류를 국제적인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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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문화교류 현황 및 전망’(EU-South Korea: Current Trends of Cultural Exchange and Future Perspective)」 보고서에서는 문화정책이 도입된 이래로 한국에서 한국-EU 문화교류와 관련된 5개 주요 분야(출판, 공연예술, 문화유산, 예술가 유동성, 시청각)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은 유럽 내 공관이 많은 편에 속하며, 이후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EU 국가와 문화 관련 협약을 16개 이상 체결했다. 한국에 소재한 유럽 공관을 살펴보면, 서울에 국립외국문화원이 4개, 문화부서가 있는 대사관이 5개 있으며, 해외에 있는 한국문화원 23개 중 6개가 현재 EU 국가에 위치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앞서 언급된 문화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한 가지가 있는데, 유럽 및 EU가 한국 문화단체 및 후원기관에 있어서 중요한 지역이지만 전략적 우선순위지역이 아닌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출판 및 시청각 분야에서 특히 더 그러하다.(시청각 분야 경우, 프랑스는 예외) 한국 출판 분야는 만화, 아동도서, 교육도서에 치중되어 있고, 대부분은 아시아 지역(특히 중국, 일본)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 도서가 영어 외 유럽 언어로 번역되지 않는 경우도 상당히 많았다.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 유럽 언어 번역 지원이 있긴 했지만 실제 번역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국에서 전자책(E-books)은 한국전자출판협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10년 도입한 정책지원 덕분에 번창하고 있다. 구글이 전자책 사업을 시작하는 첫 아시아 국가로 한국을 선택하고, 2012년 5월 런던도서전(London Book Fair)에 맞추어 전략도서출판/판권 에이전시(SBPRA)와 랭귀지월드디지털(LWDigital)이 700권 이상의 전자책에 대한 협약을 체결한 것은 이러한 이유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시청각 분야의 경우, 한국-EU가 공동제작한 영화 수는 다소 한정적이다. 총 60편의 공동제작 중 EU에 있는 파트너와 협력한 경우는 몇 건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중 하나는 2006년 네덜란드와 협력한 경우고, 4건은 2006년 이후 프랑스와 협력한 사례(2건은 한불영화공동제작협약(France-South Korea Film Co-production Agreement)의 일환으로 이루어졌고, 2건은 그 외의 협력사례)이다. 물론 공동제작이 특정 양자협약과는 별개로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그중 영화공동제작협약은 영화배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해외 협력을 수월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가령, 한국 영화 관계자들은 지난 몇 년 동안 중국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형성해 왔는데, 이때 한국의 디지털 영화 제작 및 배급 기술이 한몫 했다고 한다. 이 점은 한국과 협력하고자 하는 유럽 제작자들에게도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필립 피키에(Philippe Picquier)사에서 출판된 황석영의 『바리데기』

▲ 2007년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의 <밀양>

▲ 한국의 삼지애니메이션스튜디오와 프랑스의 티몽 애니메이션 사이버 그룹 스튜디오(Timoon Animation, Cyber Group Studio)의 한-불 합작 프로젝트, 영화 〈피쉬와 칩스〉

▲ 필립 피키에(Philippe Picquier)사에서 출판된 황석영의 『바리데기』 ▲ 2007년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의 <밀양> ▲ 한국의 삼지애니메이션스튜디오와 프랑스의 티몽 애니메이션 사이버 그룹 스튜디오(Timoon Animation, Cyber Group Studio)의 한-불 합작 프로젝트, 영화 〈피쉬와 칩스〉

주요 유럽 영화제(칸, 베를린, 베니스 등)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한국영화라 할지라도 이들 영화(실험적이라고 여겨질 때가 많음)가 국내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은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블록버스터와 액션 영화를 선호하는 영화 취향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방송 및 문화 분야에서 해외투자의 경우, 아시아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그 뒤를 미국과 유럽이 따르고 있다. 영화 수출의 경우에서도 아시아는 여전히 수출대상지역 1위이며, 전체 수출의 56.94%를 점유하고 있다. 유럽이 미국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하고는 있지만, 전체 수출 점유율만 따져보면 2010년 33.26%에서 2011년 22.23%로 하락하고 있다. 최근 한류 국제화 바람덕에 유럽 TV 네트워크 또는 채널(프랑스,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벨기에, 스페인)에서 한국 TV 드라마 방영권을 취득했음에도 불구하고 TV 드라마 수출에서 아시아는 미국과 유럽을 큰 차이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해마다 지속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경우에는 특히 유럽애니메이션협회-카툰(European Animation Film Association-Cartoon)의 기여가 컸다. 현재 한-EU 협력 하에 개발중인 프로젝트가 10개가 넘는데, 이를 통해 유럽 내 애니메이션 영화 배급기회가 확대될 수 있을 것이다.

공연예술 분야의 경우, 대부분의 한국 공연단체 및 극단의 투어가 전통 음악 및 전통공연예술과 연관된 것이었지만, 지난 10-15년 동안 국내외에서 보다 현대적인 형태의 공연예술을 지원하고자 하는 실질적인 투자가 있었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KAMS)에서는 글로벌 차원의 프로젝트 및 특정 파트너십(예: 2010-2012 ‘한-핀란드 커넥션’(Korea-Finland Connection)프로젝트)을 지원할 뿐 아니라 통계자료 및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런 자료들은 아시아 공연계에 좋은 정보(데이터)를 제공하며, 웹상에서 언제든 조회가 가능하다. 2014년 10월에 10주년을 맞는 서울아트마켓(이하 PAMS)은 한국, 아시아 및 전세계 공연예술 종사자 및 전문가들에게 아시아 내 중요한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유럽은 지난 10년 동안 PAMS에서 두 차례 집중조명을 받았다. 2007년에는 현대공연예술국제네트워크(IETM)가, 2012년에는 동유럽 국가가 ‘포커스 세션’으로 선정되었다.

서울아트마켓

〈한-독일 커넥션 2013〉

서울아트마켓 〈한-독일 커넥션 2013〉

아시아 내 예술가 및 문화 전문가들의 유동성지원 기회에 대한 최근 현황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호주와 일본 다음으로 후원을 많이 하는 국가 중 하나였다. 한국은 해외로 진출하는 아티스트들의 유동성뿐 아니라(주로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국제교류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또는 KAMS가 제공하는 지원금의 형태), 한국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유동성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에 초점을 둔 교육 및 문화교류 프로그램이 지원대상이 된다. 국제문화예술계에서의 가시성을 확대하기 위해, 한국은 약 10년째 국제 또는 지역 차원의 협약, 파트너십, 멤버십에 대한 ‘정기적 체결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모든 부문이 대상이 되지만, 문화유산분야는 특히 중요하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Intangible Cultural Heritage of Humanity) 목록에 한국의 무형문화유산은 11개 중 8개가 2009년 이후에 등재되었다. 무형문화유산의 경우, 유럽 파트너(영국, 헝가리, 프랑스)와 체결한 협약은 3개(박물관, 대학, 연구소) 뿐이다. 이탈리아와는 1965년에 문화기본협정을 체결하였다.

이 보고서 마지막에는 몇 가지 권고사항을 제시하고 있는데, 특히 다음을 권고하고 있다.
- 전문가들과 직접적 만남 확대 : 과거의 경험에 기반을 두고, 결과적으로 지속가능할 것
- 다양성 증대 : 특히 유럽 국가에서 선보이는 한국 프로젝트 유형 관련(현대적인 예술형태를 보다 많이 포함할 것)
- 청소년 및 교육 지원 확대 : 유럽에서 문화예술 공부를 하는 한국인에게 초점을 맞출 것
- 도시 및 지역 간 협력 확대 : 한국의 도시 브랜딩 활동과 유럽문화수도(European Capitals ofCulture) 개념을 고려
- 문화적 유동성 관련 통계자료 및 데이터 공유 확대 : 한국의 문화예술 분야 연구소가 많은 점을 고려해 볼 때, 한국-EU간의 유동성 흐름 관련 연구를 독려할 수 있을 것임. EU와 해외간 연구는 처음이 될 것임.

「EU 대외관계에서 문화가 수행하는 역할(Culture in EU external relations)」에 대한 2014년 예비보고서에도 유사한 권고사항이 제시되었다. 특히, 젊은 층, 도시, 지역, 개인 대 개인 학습을 위한 대안 모델 필요성, 보다 정기적인 모니터링/평가의 필요성(위에 언급한 데이터 수집과 관련 있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 보고서는 8개 문화단체 및 연구소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16개월에 걸쳐 진행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이들 컨소시엄 기관들은 54개국을 아우르고 있는데, 이중 4개국(인도, 일본, 중국, 한국)은 아시아 국가이다.

「EU 대외관계에서 문화가 수행하는 역할」보고서

「예술가와 문화종사자를 위한 아랍 13개국 국제 유동성 기금 가이드-아랍 13개국 초점」

「EU 대외관계에서 문화가 수행하는 역할」보고서 「예술가와 문화종사자를 위한 아랍 13개국 국제 유동성 기금 가이드-아랍 13개국 초점」

마지막으로 유럽/한국과 세계에서의 위치를 살펴보면, 한국이 아랍 및 아프리카 교류 강화에 관심이 많다는 점이 흥미롭다. 정재왈 (재)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와 황보유미 국제사업부 지식정보팀 팀장은 2013년 6월 6일 프라하에서 열린 ‘유럽-아시아 문화적 유동성 후원자들의 플랫폼 미팅(Platform meeting between cultural mobility funders from Europe and Asia)’ 포럼에서 이러한 관심을 표명한 바 있다. 이후, KAMS는 온더무브 및 아랍에듀케이션포럼(AEF: Arab Education Forum)과 협력하여 「예술가와 문화종사자를 위한 아랍 13개국 국제 유동성 기금 가이드-아랍 13개국 대상(Guide to Funding Opportunities for the mobility of artists and culture professionals – Focus on 13 Arab countries) 」제작을 지원해왔다.1) 한-EU 협력 기반은 분명 존재하며, 이 관계는 다양하고 다각적인 글로벌 문화 분야 대화 내에서 보다 실질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한국과 EU 국가간 예술교류의 풍성함을 강조하고 강화하기 위해서 한국/아시아와 EU간 교류 및 유동성 흐름에 대한 보다 정교한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매우 유익할 것이다. 이러한 평가시 현대적 예술형태 및 활동 전체를 고려해서 지원강화가 필요한 틈새시장을 파악해야 할 것이다.


1) 마리 르수르(Marie Le Sourd) 온더무브 사무국장 / 편집:엘레나 디 페데리코(Elena Di Federico) 커뮤니케이션/홍보 매니저 연락: mobility(at)on-the-move.org / info(at)on-the-move.org
※ 관련 기사 참조 : 아랍 13개국 문화 유동성 기금 가이드 온라인 공개



◈ 참고자료

- 한-EU 문화교류 현황 및 전망(EU-South Korea: Current Trends of Cultural Exchange and Future Perspective)

- 한-EU FTA(Korea-EU Free Trade Agreement)
http://ec.europa.eu/trade/policy/countries-and-regions/countries/south-korea/

- 문화협력의정서(Protocol on Cultural Cooperation)
http://trade.ec.europa.eu/civilsoc/meetdetails.cfm?meet=11238

- 문화유동성지원가이드 - 아시아 (Cultural mobility funding guides – Asia)
(후원 : 아시아유럽재단(Asia-Europe Foundation)) – ‘한국’ 파트

- 문화적 유동성 지원 가이드 : 아랍국가 13개국 (Cultural mobility funding guides: Focus on 13 Arab countries)(지원: (재)예술경영지원센터 / 연구 : 아랍에듀케이션포럼):

- 「EU 대외관계에서 문화가 수행하는 역할」 보고서(Report publication: Culture in EU external relations), 한국에 대한 보고서 포함: http://cultureinexternalrelations.eu/main-outcomes/ (아래쪽으로 스크롤해서‘국가 보고서’확인)

- 유럽-아시아 문화적 유동성 후원자들 플랫폼 미팅(Platform meeting of cultural mobility funders from Europe and Asia), 체코 프라하, 2014년 6월 5-6일
http://on-the-move.org/about/ourownnews/article/15512/platform-meeting-of-asian-and-european-cultu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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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아시아유럽재단, 아시아와 유럽의 창조 산업 현황 공개]]> 아시아유럽재단, 아시아와 유럽의 창조 산업 현황 공개
[동향] 『크로스 오버 활성화: 창조 산업에서 좋은 사례』출판물 발간


창조 산업은 전 세계 경제/개발의 주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 산업은 문화를 매개수단으로 오늘날 시급한 사회경제적 난제에 대한 통찰력과 해결책을 제시하는데 그 능력을 입증하고 있다. 적절한 개발이 이루어진다면, 창조 산업은 혁신을 강화하고, 인간 중심의 지속가능한 개발을 촉진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아시아-유럽 회의/아시아-유럽 문화장관(ASEM, American Society for Engineering Management) 논의의 일환으로 오는 2014년 10월 19일부터 21일까지 네덜란드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유럽 문화장관회의에서도 창조 산업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교환작업인 바터제는 예술이 문화를 창조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 바터제는 예술, 그 자체가 아닌 사람을 통한 새로운 문화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_피터 벡 옌슨

문화장관회의를 준비하면서 아시아유럽재단(the Asia-Europe Foundation, ASEF)은 최근 아시아와 유럽에서 창조 산업의 좋은 사례를 모은 출판물을 발간했다. 『크로스 오버 활성화: 창조 산업에서 좋은 사례(Enabling Crossovers: Good Practices from the Creative Industries)』(2014, 아시아유럽재단)라는 이 출판물은 2014년 6월 20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열린 제6회 아시아-유럽 문화장관(ASEM) 1차 고위관리회의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카스텐 워네케(Karsten Warnecke) 아시아유럽재단사무차장은 이 출판물의 첫 인쇄본을 네덜란드 교육문화과학부의 마르얀 하메르스마(Marjan Hammersma) 문화/미디어 정책관에게 증정했다.

아시아/유럽 33개국의 정책 및 관행 관련 36개의 모범사례를 포함한 이 출판물은 다가오는 문화장관회의를 특별히 고려하여 네트워킹, 협업, 정책입안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출판문은 장관회의 때 다룰 다음 네 영역을 포괄한다. 1. 창조적 기술 2.창조적 기업인, 3. 창조적 도시: 지속가능성 4. 창조적 도시: 삶의 질. 찰스 랜드리(Charles L andry), 폴 루텐(Paul Rutten), 매리앤 슈루어즈(Mary Ann Schruers), 안몰 벨라니(Anmol Vellani), 에이다 웡(Ada Wong) 등 저명한 문화 사상가 및 전문가의 글도 수록되어 있다. 출판물은 온라인상에서 다운로드 가능하다.

이 출판물은 네덜란드 교육문화과학부, 로테르담에 위치한 헤트 니우베 인스티튜트(Het Nieuwe Instituut), 제6회 아시아-유럽 문화장관회의의 공식 파트너인 아시아유럽재단이 공동제작했다. 아시아유럽재단은 이 출판물에 수록된 아이디어, 사례와 관련하여 창조 산업에 대한 후속 공개포럼을 오는 10월 18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7thASEFPublicForumonCreativeIndustriesinAsia&Europe:EnablingCrossovers

7th ASEF Public Forum on Creative Industries in Asia & Europe: Enabling Crossovers

다음은 본 간행물 39페이지에 〈창조 산업의 좋은 사례〉로 소개된 한국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KAMS)에 대한 발췌문이다.

한국 공연예술 개발을 위한 비영리, 공공 재단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2006년에 설립된 KAMS는 예술 그룹 및 단체, 그리고 국제교류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각적 지원을 제공한다. 더불어 보다 효율적인 예술경영을 위한 효과적이고 다양한 지원을 통한 경쟁우위를 강화하고 있다. KAMS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로는 지식정보(예: 뉴스레터, 세미나), 교육/컨설팅, 국제개발(예: 펀딩, 유동성 지원, 네트워킹 행사 개최) 등이 있다. 기업가 정신과 관련하여 KAMS에서 지원하는 교육/컨설팅 활동은 특히 흥미롭다. 지원내용으로는 맞춤식 컨설팅 제공(컨설팅 내용의 예: 펀딩, 법률/재정 관리), 모범사례 파악 및 분석(모범사례 내용의 예: 전문예술단체를 위한 경영, 프로그램 개발, 펀드레이징)을 들 수 있다. 문화예술단체를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함으로써 이들 단체의 자립과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특히 주목할 만하다. 국제개발 분야 지원의 일환으로 한국 예술가 및 예술단체에게 해외에서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들의 가시성이 향상되고, 네트워킹 기회가 주어지고, 시장을 확대할 잠재력도 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센터스테이지 코리아 포커스(Center Stage Korea Focus)지원사업의 경우, 해외 주요 페스티벌 및 공연예술계에 한국 공연예술작품을 선보이는 과정을 지원한다. 영국, 핀란드 등 해외와의 커넥션(Connection) 사업을 통해서는 한국과 해외 공연예술가 및 단체 간의 장기적 관계 및 프로젝트가 이루어진다. 극찬을 받고 있는 프로그램인 서울아트마켓(PAMS)은 매년 10월에 열리는데, 공연예술전문가들을 위한 국제교류의 장으로 공연,정보제공 부스, 세미나로 구성된다. KAMS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예술단체 및 경영인 개발을 위한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는데, 그것은 예술경영의 특수성과 창작부문의 국제적 차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전문기관의 가치이다.
 KAMS에서 관리하는 지식은 교육, 출판, 맞춤식 컨설팅, 펀딩, 네트워킹 기회 등의 형태로 활용 가능하다. KAMS는 공공기관에 속하지만, 국내외 다양한 주체들(예: 예술단체, 자문 제공자, 교육자, 연구자 등)과의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여러 주체와 관계로 구성된 광범위한 생태계를 들여다보면, 공공/민간 단체, 대/소규모 이해당사자를 포함한 다양한 창작부문 주체들의 활동이 창조적 기업가 정신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분명히 이해할 수 있다.


◈ 『크로스 오버 활성화: 창조 산업에서 좋은 사례』 다운로드

※ 관련 기사 더보기
아시아유럽재단 〈창조적 산업(Creative Industries)〉출판물 온라인 발간
http://kor.theapro.kr/main.asp?sub_num=7&pageNo=1&state=view&idx=6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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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2014, 베트남 문화예술의 움직임새를 살펴보다]]> 2014, 베트남 문화예술의 움직임새를 살펴보다
[동향] 베트남 문화지형


훑어보는 베트남 문화예술

‘베트남’하면 떠오르는 것. 첫째도 쌀국수, 둘째도 쌀국수, 셋째도 쌀국수라는 이들에게 음식 이외에 베트남은 어떻게 상상되어질까? 그나마 관심이 있거나 한 번쯤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베트남전쟁, 사회주의 그리고 전통의상 아오자이(áo dài: ‘긴 옷’이라는 뜻의 베트남어)를 입고 논(nón: 원뿔형의 베트남 전통모자)을 쓴 여인의 이미지 등을 이야기한다. 중국을 사이에 두고 그 양 끝을 공유한 한국과 베트남은 비슷한 점이 많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베트남은 낯선 나라이다. 19세기 후반 베트남은 50여 년의 프랑스 식민지와 그 후 찾아온 베트남전쟁을 겪으면서 사회 전반이 황폐화되었고, 현재까지도 그 그늘이 베트남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1986년 베트남공산당에 의해 채택된 ‘도이모이(Đổi mới: 새롭게 개혁함)’ 사회주의 경제개방 정책 이후 베트남은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이 중 베트남의 문화예술적 토양이 현재 어떤 지형을 그리고 있는지 살펴본다.

베트남 정부등록 문화예술기관 분포

베트남 정부등록 문화예술기관 분포

베트남의 지형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알파벳 ‘S’자를 닮았다. 해안선 길이만 3,444㎞에 이르고, 폭도 좁고 길다. 크게 보자면 북에는 문화‧역사‧정치의 중심지인 수도 하노이(Hà Nội)이가 남에는 경제중심지인 호치민시(Thành phố Hồ Chí Minh)가 있다. 두 도시는 베트남의 N극과 S극처럼 서로 한 몸이지만 다른 발음을 하고 다른 경제상황 아래, 다른 문화적 베이스를 만들어 왔다. 인구의 상당수가 사는 이곳에는 베트남의 주요 기관들이 몰려있고 문화예술기관, 극장, 갤러리도 크게 북부(하노이), 중부(후에, 다낭, 냐짱), 남부(호치민)를 기점으로 집중되어 있다. 베트남 문화예술기관은 국가에서 관리‧감독하는 정부 등록기관과 일부 민간에서 운영하는 영리‧비영리 기관 그리고 해외공관이 운영하는 문화원 또는 문화재단 등으로 구성된다. 그 중 사회주의국가이기 때문에 정부에 등록되어 있거나 일부 민간으로 넘어갔어도 여전히 정부의 관리 하에 있는 기관 및 협회는 예술계의 중축이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에서 예술활동을 하려면 반드시 이들 기관을 거치지 않고는 불가능한데, 이는 모든 공연이나 전시가 사전검열을 거쳐 라이센스를 등록하고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관장하는 상위 기관으로 베트남문화체육관광부(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of Vietnam)가 있는데, 크게는 공연예술국, 미술국, 문화유산국 3부서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극장과 박물관 등이 포함된 60여 곳 이상이 이곳 산하기관이며, 그 외에 상업갤러리와 비영리 독립공간으로써의 문화예술기관 및 단체들로 나뉠 수 있다.

하노이 V.S 호치민시_베트남 시각예술지형도

하노이와 호치민시는 지형적으로 멀고 역사적 배경도 다르기 때문에 두 도시간의 차이는 지극히 당연하다. 신기한 건 경제적 여유가 있는 호치민시의 문화예술이 더 활성화되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국가가 운영하는 기관들 이외 상업갤러리는 하노이와 비교할 때 거의 전무하다 싶을 정도이다. 그런 연유에는 경제적 부를 아직은 고가의 차량 등에 소비하는 편이 문화적 소비보다 더 익숙한 탓일 것이다. 어찌됐든, 두 도시의 문화예술적 토양은 질적으로 다르기에 존재하는 기관들의 성격을 파악하면 보다 더 쉽게 이해될 수 있다. 하노이에는 박물관, 미술관, 상업갤러리 등이 상대적으로 많지만 자율적 활동을 하는 컨템포러리아트 독립공간이나 아트그룹들은 매우 적다. 이와 반대로 호치민시의 경우 문화예술기관과 상업갤러리는 현저히 적지만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비영리 독립공간은 많다. 하노이의 경우, 냐산스튜디오(Nhà Sàn Studio), 만지 아트 스페이스(Manzi Art space) 등 한 두 곳에 그치지만, 이 역시도 경제적 이유로 카페나 바와 갤러리를 병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호치민시에는 디아 프로젝트(Dia Projects), 사오 라(Sao La), 산 아트(Sàn Art), 제로스테이션(Zero station/Ga 0)등의 공간들이 있고 이들은 펀드레이징(fund-raising)을 통한 재원확보로 상업적 면을 가능한 배제하며 예술활동을 하고 있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했던가, 호치민시의 예술가들은 상업이든 아니든 전시공간이 많은 하노이를, 하노이의 예술가들은 보다 자율적인 호치민시의 예술적 분위기를 서로 부러워한다.

나산

만지아트

나산 만지아트 ⓒ Manzi Art space facebook

사오 라

산 아트

사오 라 산 아트

전통과 현대, 공연예술의 과도기_베트남 공연예술 지형도

“주로 여가시간에 무엇을 합니까?”, “글쎄요……. 차 마시고 수다 떨고요.”
베트남에는 여가를 즐길만한 문화콘텐츠가 굉장히 적다. 영화관, 극장, 박물관, 미술관 등이 있지만 차분히 문화를 즐기기에는 비용 부담도 크고 먹고사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실정이다. 대졸자 임금수준이 약300~400$ 수준에 불과하지만, 이에 비해 영화비는 10$, 공연관람비는 30$ 수준이다. 조금씩 베트남의 경제가 나아지고 인터넷보급확산1)으로 문화적 다양성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더 나은 예술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
공연예술단체의 분포 역시 하노이와 호치민시에 주로 위치하지만 역사가 깊은 중부지역에서 운영되는 공간들도 제법 있다. 대표적인 공연예술단체로는 베트남전쟁중 예술로써 화합하고자 전선지역에서 시작된 중부지역의 응웬 히엔 딩 뚜엉 극장(Nguyen Hien Dinh "Tuong" Theater, 이하 ’뚜엉 극장‘)이 있고, 농경문화와 베트남의 기후적 특성이 결합되어 탄생한 하노이의 수상인형극장 탕롱수상인형극장(냐 핫 무아 로이 탕롱: Nhà hát múa rối Thăng Long)이 있다. 뚜엉극장의 경우 전통공연예술인 뚜엉2) 의 전문공연장인데 이와 같이 전통공연을 주로 하는 곳은 최근 노후하고도 열악한 환경과 고루한 프로그램으로 젊은층의 외면을 받고 있다. TV나 라디오 등에서 그들의 관심을 모으고자 전통공연예술이나 연극 등을 매일 방영하고 있으나 이 역시도 반응이 시원찮다. 그래서 최근 공연예술기관과 단체는 전통적 프로그램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고, 프로그램 다양화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다. 호치민시의 흥 다오 극장(Nhà hát Hưng Đạo)의 경우 역사를 뒤로하고 2013년 봄, 종합공연장인 흥 다오 까이 루옹 예술센터(Trung tâm Nghệ thuật Cải lương Hưng Đạo:쭝떰 응에 투엇 까이 루옹 흥 다오)로 탈바꿈하고자 재건에 들어갔고, 2014년 12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노이의 청년극장 유스씨어터(Nhà hát Tuổi trẻ Việt Nam: 냐 핫 뚜오이 쩨 비엣 남)는 현대적이고 실험적인 극을 많이 시도하는 극장으로 작년에는 대전 소극장 축제에도 참여하는 등 해외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1) 2014년 현재, 페이스북(facebook)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경우 베트남 일반인들에게 개방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
2) 투엉(Tuong)은 베트남 전통공연예술의 한 분야로 중국의 경극과 비슷하게 보이지만, 내용면이나 세부적으로는 베트남 고유의 공연예술적 요소로 이뤄진 극이라고 한다.

흥 다오 까이 루옹 예술센터 기공식

탕롱수상인형극

유쓰 씨어터 탕롱수상인형극

인도차이나반도의 부흥을 꿈꾸는 베트남 문화예술

베트남은 역사의 소용돌이를 겪는 동안, 인도차이나반도에서 문화적으로 많이 뒤처지게 되었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베트남이지만 손상된 문화적 자존심 회복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많은 문화예술기관과 창작자들이 분발하고 있다. 여전히 사회주의라는 걸림돌이 베트남 예술의 자율성을 제약하고 있지만 특유의 역사적 경험들은 문화예술의 독특한 소재가 되고, 커져가는 문화예술에 대한 사람들의 요구에 답할 준비를 하고 있다. 베트남은 젊은층이 총 인구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젊은 나라이다. 젊은 에너지가 태동이 된다면 문화예술에 있어서 생동감 있는 변화와 국내외적인 다양한 시도가 보다 풍부한 베트남 문화예술의 새 토양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편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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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주목받는 아티스트 중심의 공동제작 : 벨기에 사례]]> 주목받는 아티스트 중심의 공동제작 : 벨기에 사례
[동향] 벨기에 안트베르펜 시립극장 토네일하위스


안트베르펜 시립극장 토네일하위스의 개혁적 시도

안트베르펜은 벨기에에서 수도 브뤼셀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항도(港都)이며 네덜란드어를 사용하는 북부 플랑드르 지역의 중심 도시이기도 하다. 이곳에 토네일하위스(Toneelhuis)라는 시립극장이 있다. 극장 이름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토네일하위스는 ’연극(toneel)’과 ’집(huis)’이라는 의미를 가진 두 단어가 합성되어 ’극장’이라는 뜻을 지닌다.

토네일하위스의 부얼라씨어터

토네일하위스 기 까시에 예술감독

토네일하위스의 부얼라시어터 토네일하위스 기 카시에 예술감독

그런 극장에 2006년 큰 변화가 일어났다. 발단은 기 카시에(Guy Cassiers)라는 연출가가 예술감독이 되면서부터이다. 그는 제작 극장으로서 토네일하위스가 유지해왔던 기존의 작품 제작 방식을 크게 바꿔놓았다. 유럽에서는 보통의 경우 제작 극장에서 예술감독의 권한과 역할이 매우 크다. 토네일하위스도 과거에는 예술감독이 직접 기호에 맞는 작품 연출하거나 객원 연출가들을 초빙해 극장 전속 배우들로 하여금 극장 또는 예술감독이 추구하는 방향의 작품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예술감독 중심의 운영 방식이었던 셈이다. 카시에는 그 같은 일종의 기득권을 포기했다. 대신 여섯 명의 레지던스 아티스트들을 선정하였는데, 이는 복잡하기 그지없는 사회의 다면성을 한 가지 공연 양식이나 해법으로만 풀어낼 수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각 레지던스 아티스트들이 추구하는 공연양식은 다 달랐다. 한 명은 안무가인 시디 라르비 세르카위(Sidi Larbi Cherkaoui)였다. 페터 미소텐은 비주얼 퍼포먼스로 색깔이 짙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였다. 벤야민 베르동크(Benjamin Verdonck)는 공공장소를 무대로 정치적 메시지가 강한 극을 꾸미는 데 관심이 많은 작가이자 시각예술가이며 연극 연출가였다. 4명의 연극배우들로 구성된 콜렉티브인 올림픽 드라마티크도 합류했다. 카시에는 예술감독이면서도 사실상 레지던스 아티스트의 역할을 자임했다. 그는 안트베르펜에 있는 왕립예술학교(Royal Academy of Arte Antwerpen)에서 그래픽을 전공했었다. 졸업 후 연극 연출가로 활동하기 시작한 이래 연극 속에 멀티미디어 요소를 부각시키는 작품들을 주로 만들어왔다. 토네일하위스는 카시에를 포함해 장르가 서로 다른 7명(단체)의 레지던스 아티스트(상주 기간 4년)를 확보하게 됐다.

극장은 각기 방식 다른 아티스트들 맞춤형 지원

토네일하위스가 시도한 새로운 제작 방식에는 중요한 특징이 있다. 극장이 어떤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아티스트가 중심이 되어 작품을 만들되 공동제작 방식을 취한다는 것이다. 지난달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만난 토네일하위스의 루크 반 덴 보쉬(Luk Van den bosch) 극장장은 아티스트 중심의 제작 방식을 몇 번이고 반복적으로 설명하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올해 빈페스티벌(축제명 비네 페스트보헨(Wiener Festwochen) 2014, 5월9일 - 6월 15일)에 초청된 연극 〈반 덴 보스(Van den Vos)〉의 주 제작자(Executive Producer)인 토네일하위스의 대표로 빈에 머물고 있었다. 그와의 만남은 평소 토네일하위스의 제작 방식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던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김성희 아시아예술극장 예술감독 주선으로 이뤄졌다.

“토네일하위스는 레지던스 아티스트에게 사전에 어떤 방향 제시나 제안을 하지 않는다. 물론 제작자이기는 하지만 작품을 아티스트에게 위촉하는 시스템도 아니다. 아티스트가 작품 제안을 해 오면 그때부터 움직이기 시작하며 이후 아티스트에게 필요한 지원을 전폭적으로 한다. 카시에 감독이 토네일하위스에 온 뒤부터 극장 조직과 인력 배치 및 시설 등 자원의 활용은 모두 아티스트 중심으로 이뤄지도록 바뀌었다."
- 토네일하위스, 루크 반 덴 보쉬 극장장


같은 극장의 레지던스 아티스트들이라고 해서 이들이 서로 협력하는 체제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제각기 독립적으로 활동하면서 자기만의 제작방식대로 작품을 만들며 기존의 독자적인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한다.

"우리 극장은 표준화된 제작지원 방식을 갖고 있지 않다. 각각의 아티스트들은 자기 방식대로 작품을 제작할 뿐이다. 우리는 각 아티스트에게 가장 적합한 ’맞춤식’ 지원을 하고 아티스트들은 각자가 구축해놓은 별개의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새 아티스트가 들어올 경우 그의 요청에 따라 기존의 아티스트들과는 또 다른 형식의 지원을 하게 된다. 가령 벤야민 베르동크 같은 경우 작은 극장들과 협력해 작품을 만드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반 덴 보스〉를 기획한 FC 베르히만1)은 큰 단체들과의 제휴에 관심이 많다."

- 토네일하위스 대외협력 책임자, 크리스텔 마코엔

토네일하위스의 반 덴 보쉬 극장장과 크리스텔 마르코엔
대외협력 책임자 강일중

그리고 루크 반 덴 보쉬 극장장과의 만남 자리에 배석한 토네일하위스의 크리스텔 마코엔(Kristel Marcoen) 대외협력 책임자 역시, ’맞춤옷’의 개념으로 극장과 아티스트 간 관계를 설명한다.

1) 독일의 리미니 프로토콜 같은 콜렉티브로 6명의 배우·연출·기술스태프 등으로 구성되어 있음

다수의 레지던스 아티스트들이 독립적 작품활동

FC 베르히만은 지난해 토네일하위스가 레지던스 아티스트로 영입한 단체이며 2013-2016년에 토네일하위스 레지던스 아티스트로 등록된 8명(단체) 중 하나이다. FC 베르히만이 토네일하위스에 합류한 후 극장 주도 제작으로 처음 만든 작품이 〈반 덴 보스〉였다. 유럽 중세 시대의 민담 〈여우 레이나드〉에서 소재를 가져와 인간 본성의 선과 악을 담아낸 작품이다. 무대 중심에 수영장을 만들고 영상과 라이브 현악 연주를 곁들여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당초 FC 베르히만은 이 작품을 오페라로 만들려는 기획 아이디어를 갖고 토네일하위스에 적합한 음악단체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요청에 따라 토네일하위스는 안트베르펜에 있는 음악극단체 무직테아터 트란스파란트(Musiektheater Transparant)와의 만남을 주선했고, 트란스파란트는 다시 독일 베를린에서 활동하고 있는 솔리스트앙상블 칼라이도스코프(Kaleidoscope)를 FC 베르히만에게 연결시켜 주었다.

4월축제 2014 포스터

4월축제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아이들

FC 베르히만 〈반 덴 보스〉, FC 베르히만

중요한 점은 토네일하위스는 그 과정에서 만남을 주선할 뿐 파트너 선정 여부는 전적으로 FC 베르히만에게 맡긴다는 것이다. FC 베르히만은 결국 칼라이도스코프와 작업을 함께하기로 하고 여러 과정을 거쳐 〈반 덴 보스〉는 토네일하위스, 트란스파란트, 칼라이도스코프 등 3자의 참여로 제작이 이뤄졌다. 특이한 점은 토네일하위스의 레지던스 아티스트들이 작품의 공동제작이나 유통을 주 제작사인 토네일하위스에 그냥 맡겨 두지만은 않는다는 것이다. 토네일하위스 역시 자신들이 주 제작사라고 해서 레지던스 아티스트들을 대리해 투자자 유치나 작품의 유통을 전반적으로 다 책임지지는 않는다. 한마디로, 제작자와 아티스트들이 함께 뛰는 구조다. FC 베르히만은 〈반 덴 보스〉의 초기 기획 단계부터 제안서를 들고 프리 라이젠(Frie Leysen) 같은 공연기획자를 접촉해 2014 빈페스티벌에 이 작품을 올릴 수 있는지를 타진했다. 프리 라이젠은 올해 빈페스티벌의 음악을 제외한 공연 부문 큐레이터였고 〈반 덴 보스〉를 공연 프로그램의 하나로 선정했다. 〈반 덴 보스〉는 지난해 말 토네일하위스 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빈페스티벌, 베를린페스티벌(Berliner Festspiele),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오페라페스티벌(Opera Rotterdam), 브뤼셀의 카이시어터(Kaaitheater) 등 5개국 7개 극장이나 축제 무대에 올랐거나 오를 예정이다. 이들 축제나 극장들은 모두 공동제작자로 참여했다.

아티스트 별 공동제작으로 방대한 네트워크 구축

토네일하위스 주도로 제작된 레지던스 아티스트들의 작품은 모두 토네일하위스 극장에서 초연한 후 유럽 내 또 그 밖의 지역으로 투어를 떠난다. 다른 아티스트들도 FC 베르히만과 마찬가지이다. 각자의 방식과 네트워킹을 활용해 작품을 제작한다. 흥미로운 점 하나는 네덜란드 최대 규모 극단인 토네일그룹 암스테르담2)의 이보 반 호브(Ivo van Hove) 예술감독이 지난해부터 토네일하위스의 레지던스 아티스트라는 점이다. 이보 반 호브는 카시에 예술감독과 함께 양쪽 극장과 극단의 배우들을 캐스팅해 〈햄릿 vs 햄릿〉이라는 작품을 공동제작해 이달부터 무대에 올린다. 벤야민 베르동크는 브뤼셀시립극장과 연결돼 작품을 공동제작하고 있다. 작년 잘츠부르크페스티벌(Salzburger Festspiele)의 젊은연출가상을 수상한 이라크 출신의 모크할라드 라셈(Mokhallad Rasem)도 레지던스 아티스트다. 현재 안트베르펜에서 활동 중인 그는 이라크국립극장에서 연출가로 일했었으며 중동의 다양한 이슈를 소재로 자신의 중동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여 작품을 만들 예정이다. 그는 이미 지난해 토네일하위스의 레지던스 아티스트로서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모티브로 한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는 아랍계, 세르비아계, 터키계, 네덜란드계인 4명의 연출가가 동시대인의 눈으로 이 세계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토네일하위스 전체로 보면 이들 레지던스 아티스트를 매개로 광범위한 네트워크가 형성될 것이며 이 극장의 엄청난 자산이 될 것이라는 점은 누구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2) 이름이 비슷한 것 같지만 토네일하위스와는 아무 관계가 없음

기득권 버린 것이 오히려 극장 영향력 확대 효과

토네일하위스가 부얼라(Bourla)시어터라는 대극장을 확보하고 있는 안트베르펜의 큰 시립극장이면서 일종의 제도권 극장이라는 점은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제도권 극장이 운영방식에서 변화와 개혁의 선봉에 섰다는 점과 예술감독 스스로가 기득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아티스트 중심의 제작을 한 것은 결과적으로 극장의 힘을 키웠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아티스트 중심의 제작방식은 물론 다른 나라의 극장 또는 극단의 예술감독을 레지던스 아티스트로 영입하는 과감한 조치, 또 극장과 아티스트가 투자 유치나 작품 유통을 위해 함께 뛰는 것 등은 우리에게는 분명 새롭게 보이는 모델이다. 토네일하위스는 이런 방식을 통해 연간 10편 정도의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토네일하위스의 레지던스 아티스트는 미술관의 상주 작가와는 다른 개념으로 아티스트들이 토네일하위스의 극장 공간에 늘 머물거나 거기서 작업을 하는 개념은 아니다. 아티스트들이 자신들이 상주 작가라고 해서 스스로를 극장에 묶어놓는 시스템도 아니다. 토네일하위스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 이후 유럽 전역에서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내는 제작 극장으로서의 명성을 키워나가고 있다. 한국의 제작 극장들도 새로운 개념의 토네일하우스 운영방식을 지켜보고 중·장기적으로 도입 가능성을 타진해 볼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토네일하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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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북유럽-발트해 무용계의 부흥을 위하여]]> 북유럽-발트해 무용계의 부흥을 위하여
[동향] 케쟈 프로젝트, 북유럽-발트해 현대무용 플랫폼





케쟈 프로젝트, 북유럽-발트해 무용계의 대화의 장

케쟈 프로젝트(The keðja project)는 북유럽-발트해 지역의 현대무용 진흥을 도모하고 적극적으로 관련 아이디어를 공유하는데 관심있는 모든 단체 또는 개인을 위해 고안된 프로젝트로, 북유럽-발트해 무용계 및 이해당사자들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공유하는 대화의 장이다. 2008년에 출범한 케쟈 프로젝트의 야심 찬 목표는 무용 아티스트뿐 아니라 교육자, 제작자, 학자, 다른 분야 아티스트, 어린 무용수 등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만남의 장이 되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통해 이들은 서로 만나 북유럽-발트해 지역 무용계에 대한 중요한 사안을 논의하고자 한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카마 지굼펠트(Kamma Siegumfeldt)는 케쟈 프로젝트를 “우선 3년에 걸쳐 6개국에서 6번의 ‘인카운터’(Encounter)를 개최했는데, 이 기간 동안 공동 주제를 논의하면서 서로를 알게 되었다. 이후 파트너 다섯과 활동분야 네 개를 추가했다. 모든 활동은 개인, 단체, 공동체 간의 만남에 기반을 두고 있다. 모두에게 개방된 활동도 있고, 지원 및 선발 절차를 거치는 활동도 있고, 초청을 통해 운영되는 활동(싱크탱크)도 있다”라고 소개한다.

Asian feel of the mural ◎The Adelaide Festival Centre

Sidney Myer Music Bowl ◎The Melbourne Arts Centre

2012-2015 케쟈 프로젝트 2012-2015 케쟈프로젝트 활동 지역1)

1)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아이슬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노르웨이, 스웨덴


2012년에 시작된 케쟈 프로젝트 개발 2단계는 2015년에 마무리될 예정이고, 아래와 같이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모든 활동에 대한 자세한 기록은 홈페이지 참조)
- 인카운터(Encounters) : 북유럽-발트해 지역 및 그 외 국가에서 수백 명의 무용 전문가들이 모이는 주요 연간 행사이다. 2012년 에스토니아 탈린(Tallinn), 2013년 리투아니아 클라이페다(Klaipeda)에 이어 2014년 8월 6-9일에는 핀란드 마리에하먼(Maarianhamina)에서 ‘인카운터’가 개최될 예정이다.
- 와일드니스 댄스(Wilderness Dance) : 야생지대, 농촌지역, 벽지의 레지던시 활동을 통해서 무용 아티스트들이 북유럽-발트해 지역의 관점의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
- 멘토링 스킴(Mentoring Scheme) : 특히 무용 매니저, 제작자를 위해 고안된 예술경영, 역량개발 과정.
- 라이팅 무브먼트(Writing Movement) : 공연 및 과정을 보고 나서 소감문을 쓰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글쓰기 과정.
- 투 싱크탱크(Two Think Tanks) : 하나는 ‘북유럽-발트해 무용계의 지속가능한 전략’을, 나머지는 ‘북유럽-발트해 투어링 네트워크’를 다룬다.

Scene of Festival @WOMADelaide

Ready for Takeoff @Adelaide Fringe

인카운터 와일드니스 댄스

Scene of Festival @WOMADelaide

Ready for Takeoff @Adelaide Fringe

멘토링 스킴 라이팅 무브먼트

싱크탱크, 북유럽-발트해 무용계 진흥을 위한 두 가지 전략

첫 번째 싱크탱크인 ‘북유럽-발트해 무용계의 지속가능성’은 공공재정지원단체(정부 부처 및 북유럽 재정지원 단체 포함)에 대한 권고 사항을 마련할 예정인데, 이 권고 사항은 2014년 8월 6-9일에 마리에하먼에서 개최되는 ‘인카운터’에서 공개된다. 댄스 인포 핀란드(Dance Info Finland)에서 프로젝트 매니저인 카타리나 린드홈(Katarina Lindholm)은 권고 사항 마련에서 적용가능한 부분이 많다며 그 의미를 밝혔다.

Roman Tragedies@ The Adelaide Festival

〈Peer Gynt〉 by the Yohangza Theater Company

케쟈 2014 인카운터 마리에하먼 싱크탱크1_북유럽-발트해 무용계의 지속가능성

“최종 문서는 2014년 가을까지 준비해서 대대적으로 배포할 예정이다. 이 문서에는 보다 지속 가능한 무용계를 위한 가이드라인, 제안, 권고 사항이 포함된다. 우리는 이 내용의 상당 부분이 다른 공연예술 및 그 외 예술 분야에도 적용 가능하리라 확신한다. 가이드라인과 권고 사항은 무용 아티스트와 이들 공동체뿐 아니라 각국은 물론 북유럽-발트해 차원의 재정지원 단체, 정책 입안자, 정책 결정권자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이뿐만 아니라 이 문서는 전 세계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최종 문서는 지속가능성의 여러 측면 중에서도 특히 ‘지속 가능한 유동’을 중점적으로 다룰 것이다.”

두 번째 싱크탱크인 ‘북유럽-발트해 투어링 네트워크’는 2014년 5월 24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마지막 워크숍 세션을 마쳤다. 이 워크숍의 목적은 단체발전을 위해 채택한 다양한 상황과 지원모델을 기반으로 시범 투어링 프로젝트가 실시되도록 각 단체 구성원들을 독려하는 것이었다. 세션에서 중요하게 논의된 사안은 바로 ‘신뢰’였다. 투어링 워크숍 협력자로 참여한 영국 워릭 아트센터(Warwick Arts Centre) 관장 앨런 리베트(Alan Rivett) 역시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파트너들이 전적인 신뢰를 보내야 하는 대상에는 투어 지원을 위한 ‘무용작품 선정’뿐 아니라 투어링과 관련해 복잡한 조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사용될 ‘네트워크’도 있다. 싱크탱크의 숨겨진 주요 목적은 신뢰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 네트워크에 최종적으로 헌신했던 사람들은 처음부터 논의해 참여해 온 이들로, 가장 경험이 많고, 위험을 감수할 줄 알며, 지적인 사람들이었다. 제가 의장을 맡고 있는 영국의 네트워크 댄스투어링 파트너십(Dance Touring Partnership)의 경험을 여러분들과 공유할 수 있어 뿌듯하다.”

Opening Act of 〈Play Me, I’m Yours〉@The Melbourne Arts Centre

Launch of the Album, Dig Deep @The Melbourne Arts Centre

싱크탱크2_북유럽-발트해 투어링 네트워크

“’투어링’을 다루는 북유럽-발트해 싱크탱크는 ‘7개국 무용 투어’라는 야심만만하면서도 고무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냈다. 여기에는 전세계에서 가장 외딴 지역으로 손꼽히는 지역의 투어도 포함되어 있다. 이것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대적인 국가적, 초국가적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행사 개최 경험이 상당히 많은 개최지 및 축제에서 이 프로젝트에 대한 열의를 보이고 있고, 협력을 위한 공동의 언어와 여건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투어링에는 상당한 비용이 든다. 이제 모든 것은 주요 이해당사자들의 지원에 달려 있다. 투어링이 성공할 거라 확신한다.”

북유럽-발트해 투어링 네트워크의 향후 성장에 대해 리베트는 다양한 파트너십과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해당사자’에 대한 문제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싱크탱크의 결과물과 직결되기에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향후 어떤 계획보다도 북유럽-발트해 국가 공공재정지원단체를 위한 권고 사항 마련이다. 케쟈의 다채로운 이야기는 반드시 계속될 것이다!

 

케쟈 홈페이지


※ 2012-2015년 모든 케쟈 프로젝트는 아래 단체로부터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
- EU 문화 프로그램 (EU Culture Programme) 2007-2013
- 북유럽-발트해 유동 프로그램(Nordic-Baltic Mobility Programme) / 북유럽 컬처 포인트(Nordic Culture Point)


※ 추가자료

〈북유럽-발트해 무용〉
북유럽-발트해 8개국으로 구성된 케쟈 프로젝트
아이스핫(Ice Hot) - 북유럽 무용 플랫폼(Nordic Dance platform)

〈글쓰기와 공연예술〉
케쟈 프로젝트 : 라이팅 인 무브먼트
언팩 더 아츠(Unpack the Arts)
-현대 서커스를 주제로 한 글쓰기 레지던시로, EU에서 재정지원

〈예술, 창의성, 지속가능성〉
Keðja프로젝트 : 윌더니스 레지던시
발트해 지역의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문화 : http://www.culturability.lv/
이매진2020(Imagine2020)
-기후 변화의 원인과 결과를 파헤치는 작업을 지원하는 유럽 공연예술 장소 및 축제 11개로 구성
갈라-그린아트랩얼라이언스(GALA- Green Art Lab Alliance)
-줄리스바이시클(Julie’s Bicycle)과 더치컬처(DutchCulture)가 진행하는 프로젝트, EU에서 재정지원
트랜스아티스트(TransArtists)
-환경적 지속가능성을 증진하고, 이러한 지속가능성이 유럽 내 문화예술계에서 실질적으로,
윤리적으로, 예술적으로 어떻게 방해를 받을 수 있는지 설명하기 위한 프로젝트
온더무브(On the Move) 홈페이지의 지속가능성 및 문화적 유동성에 대한 자료
http://on-the-move.org/librarynew/policyandadvocacy/92/sustainability/
공연예술부문을 위한 ‘녹색 유동성 가이드’(Green Mobility Guide) (담당단체 : 줄리스바이시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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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사라진 즐거움의 감각을 찾아서]]> 사라진 즐거움의 감각을 찾아서
[동향] 2014 한-덴 커넥션 : 덴마크 아동청소년극


(재)예술경영지원센터 2014〈한-덴 커넥션〉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덴마크 아동청소년극 리서치 참여를 위해 지난 5월 2일부터 10일까지 총 9일 간 덴마크를 방문하였다. 본 리서치에는 극단 북새통의 연출 남인우, 극단 마실의 연출 겸 배우인 손혜정과 함께 하였다. 리서치는 크게 두 파트로 나누어서 진행되었는데, 1부는 5월 3-6일에 걸쳐 덴마크 아후스(Aarhus) 지역의 대니쉬플러스(Danish+) 축제에 참가하여 다양한 아동청소년극 17편을 관람하는 것으로, 2부는 아동청소년극 전문 극단 및 기관을 방문하여 미팅하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예술과 교육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린 한국의 아동청소년극

덴마크의 우수한 아동청소년극을 다수 관람한 것은 이번 리서치에서 매우 유의미한 작업이었다. 특히 이번 리서치 기간 동안 덴마크 아동청소년극이 보여준 소재와 주제의 다양성을 보고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동청소년극이라는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동청소년극은 흔히 성인극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그렇기에 아동 청소년이란 대상은 공연 창작의 일차적인 출발점이 된다. 아동청소년 관객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그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해야 하는가? 왜 이 이야기를 해야만 하는가? 등은 창작자가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가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서부터 아동청소년극의 딜레마도 함께 시작된다. 아동청소년극이 다 그렇다고 일반화하는 건 곤란하겠지만, 한국의 아동청소년극이 ‘교육’이라는 난제에 얽혀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동청소년극의 일차적인 대상은 아동청소년이지만 그 공연을 관람하도록 선택하는 주체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의 보호자들 즉, 성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성인이 아동 청소년들에게 공연을 보게 하는 이유에는 대부분 교육의 목적이 우선적으로 작용한다. ‘정서 함양’이라는 명목을 내건다하더라도 교육 의도는 숨어 있기 마련이다. 연극 공연이 타 대중매체에 비해 “예술적이기 때문에 고로 교육적일 것이다.” 라는 일반 명제는 부정하기도 긍정하기도 어렵다.

대니쉬플러스 2014 포스터

〈마르잔과 롭의 발라드(THE BALLAD OF MARJAN AND ROB)〉, 테아트레 그루페 38

대니쉬플러스 2014 포스터 〈마르잔과 롭의 발라드(THE  BALLAD  OF  MARJAN  AND  ROB)〉, 테아트레 그루페 38

예술과 교육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섣불리 명쾌한 대답을 내리기는 어렵다. 다만 자명한 것은 둘은 서로에게 큰 영향을 끼치며 둘을 억지로 떼어 놓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성인극과는 달리 아동청소년극은 유달리 연극 예술의 교육적 효과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다. 이는 아동청소년극의 소재와 주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자승자박의 결과를 불러오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사라진 즐거움의 감각을 회복하라

‘대니쉬플러스(DANISH+)’의 오프닝 파티에서 본 축제의 개최자인 테아트레 그루페 38(Teatret Gruppe 38, 이하 ’극단 38‘)의 예술감독 겸 배우인 보딜 알링(Bodil Alling)의 개회사는 그래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덴마크 아동청소년 극단 중에서도 선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극단 38을 총 책임지고 있는 그녀는 세계 각국의 아동청소년극 관계자 및 전문가가 모인 자리에서 이번 축제에서 선보이게 될 공연이 공연을 보는 이들에게 훌륭한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엔터테인먼트란 무엇인가? (사전적인 의미로) ‘즐거움을 위한 여흥’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던가? 순간 움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아이들에게 즐거움과 재미,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아동청소년 공연을 만드는 이의 첫 번째 자세여야 했던 것은 아닌가라는 자각이 일었기 때문이다.
테아트레 그루페 38 예술감독 보딜 알링

생산성과 효율성의 논리에서 벗어나 공연장에서 공연을 보는 시간만큼은 온전히 우리의 아이들이 순수한 아름다움과 즐거움의 감각을 회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야 말로 아동청소년 연극이 지녀야 할 일차적인 목표는 아닐까? 공연을 본 아이들이 연극 공연을 통해 뭔가 하나라도 얻어야 한다는 생산 가치의 교육 의지가 아이들의 순수한 원초적 감각을 말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었다. 다시 말해, 순수한 즐거움을 누리는 것은 교육적 메세지를 얻는 것에 비하여 비생산적이라는 생각을 공연을 선택하는 주체인 어른들 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극을 창작하는 이들 역시도 품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아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문 기간 동안 아동 관객과 함께 공연을 본 기억은 그중에서도 매우 특별했다. 어느 곳이든 공연에 대한 덴마크 아이들의 반응은 비슷했고,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한국의 아동청소년 관객들처럼 공연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오히려 놀라웠던 건,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보는 성인 관객들의 반응이었다. 성인관객들은 아이들과 분리되어 지도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공연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순수하게 즐기고 있었다. 아동청소년극을 공연하다 보면 (성인극 공연을 할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공연을 보러 온 이들을 자주 관찰하게 된다. 공연장에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부모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지만 공연 내내 아이에게 공연의 의미와 교훈을 설명해 주려고 애쓰는 부모님들이 아직은 많다. 공연장 앞에서 아이들만 들여보내고 밖에서 기다리다가 공연이 끝나면 “그래 뭘 배웠니?”하고 아이들에게 물어보는 보호자들도 여전히 많다. 아동청소년 관객의 보호자의 태도가 그러하다고 해서 아동청소년극을 창작하는 이들의 태도 또한 그게 맞춰져야 하는가는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신에게 가는 여행(The journey to GOD)〉, 제부(ZEBU)

〈지킬 온 아이스(JEKYLL ON ICE)〉, 파오로 나니 씨어터(PAOLO NANI TEATER)

〈신에게 가는 여행(The journey to GOD)〉, 제부(ZEBU) 〈지킬 온 아이스(JEKYLL  ON  ICE)〉, 파오로 나니 씨어터(PAOLO NANI TEATER)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아동청소년극 공연은 (창작을 위해서 다른 공연과 마찬가지로 지원금에 기대고 있지만) 성인극에 비해 공연 자체의 수익률이 비교적 높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보니 이윤 창출을 위한 상품 가치를 우선시하여 아동청소년극을 창작하려는 경향이 아직까지도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동청소년극이 자본주의의 상품유통 시스템에서 독립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동청소년들은 문화정책에 최우선이다

덴마크에서는 40여 년 전 아동청소년극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운동이 처음으로 전개되었다. 운동의 영향으로 현재 덴마크에서는 ‘덴마크에 있는 모든 아동청소년들이 일 년에 최소 한 편 이상 아동청소년 공연을 볼 수 있도록 하자’란 목표로 정책적으로 창작자 지원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다. 덴마크의 아동청소년극은 대부분 아동청소년 관객을 직접 찾아가는 순회공연을 전제로 제작된다. 관계 기관으로부터 퀄리티 스탬프(quality stamp)를 획득하게 되면 공연 창작팀은 이에 따른 창작 지원금을 받게 되고, 학교에서 공연을 상연할 경우 학교가 공연을 초청할 수 있도록 해당 학교에 공연료의 반액을 지원하도록 되어 있다. 덴마크에서 가장 큰 아동청소년극 축제인 ‘4월축제(Aprilfestival)’에 올해 선보인 작품의 편수만 해도 650편을 상회하는데, 이들 공연은 모두 정부로부터 퀄리티 스탬프를 획득하여 재정 지원을 받은 작품들이었다. 축제 기간 내내 아동청소년 관객이 스스로 보고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매우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아동청소년을 최우선으로 놓고 이를 위해 모든 시스템이 구축되고 실행되고 있는 덴마크 아동청소년 공연계는 한국의 현 상황을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4월축제 2014 포스터

4월축제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아이들

4월축제 2014 포스터 4월축제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아이들

아동청소년 공연에서 아동청소년들을 단순히 관객으로만 보아야 할까?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이들은 공연을 보러온 관객이기 이전에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이다. 아이들에게 공연을 통해서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아동청소년극을 만드는 이로서의 소망이라면 너무 개인적인 희망일까? 그저 “내가 너와 함께 이 공연을 통해 같은 것을 보고 느끼고 웃고 울고 있어서 참 즐겁고 행복하다”라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 있다는 것을 공연창작자로서 먼저 자각하고 이를 기반으로 아동청소년극의 주제와 소재를 발굴한다면 한국의 아동청소년극은 더욱 다양화되고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창작자가 작품을 안정적으로 창작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우리나라 아동청소년극의 미래는 분명 밝을 것이다.




◎ 사진 출처_ 대니쉬플러스/4월축제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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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순간, 만남과 교류는 시작된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순간, 만남과 교류는 시작된다
[동향] 한-아프리카 문화예술 포럼 : 문화예술을 통한 국제교류의 증진


’2014 제1회 한-아프리카 문화예술포럼‘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 숙명여자대학교가 주관하에 5월 22일부터 23일에 걸쳐 숙명여자대학교 100주년 기념관에서 개최되었다. 국내에서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 간 문화예술의 발전 방향을 공유하고 네트워크를 강화함으로써 실질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지금까지 아프리카와의 교류는 주로 경제, 외교, 원도 등에 초점을 맞추어 이루어져 왔을 뿐, 문화예술 관련한 정부 차원의 교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 포럼에서는 한국과 아프리카 간 문화교류 활성화에 대한 기대와 함께 ’아프리카 문화예술의 현주소와 쟁점’, ’개발과 협력을 위한 문화정책’, ’문화예술을 통한 국제교류의 증진’ 등을 주제로 양국이 문화예술 협력방안을 발전시킬 방안이 논의되었다. 세 개의 세션으로 마련된 이번 포럼에 말리 국립박물관장, 콩고민주공화국 국립박물관장 등 아프리카 9개국 초청자 및 국제기구 관계자, 국내 아프리카 전문가 300여 명이 참석하였다. 포럼 둘째 날 ’문화예술을 통한 국제교류의 증진’을 주제로 열린 세 번째 세션 발제자들의 이슈와 토론자와 주고받은 담론들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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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예술, 상호 교류와 협력의 장

-죠셉 이봉고(Joseph Ibongo_콩고민주공화국 국립박물관장)

문화는 그것을 보여주는 사람들만큼이나 오래되기도 했지만 궁극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 종교적인 면에서도 인간 발달의 초석이라 할 수 있다. 한 인간의 전반적인 발달은 내부적(ad intra), 즉 태어난 고향에서 시작될 수도 있고 또는 외부적(ad extra),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에게 개방하는 것일 수도 있다. 문화는 이미 각 나라의 사람들에게 씨앗을 뿌렸으며 그 결과 모든 사람들의 삶속에서, 특히 예술 안에서 서로를 알아보게 만든다. 각각의 문화에는 “장래를 위한 포석”이 존재하고, 마치 멀리 있는 장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네트워크 교류를 생성하는 기회이다. 확실한 문화, 경제 협력을 위해 백일하에 드러내야만 하는 장래를 위한 포석들인 것이다. 오늘날의 세계화는 죽을 때까지 서로 싸울 수밖에 없는 “복싱링”이자 각 문화들이 서로 만나는 장(場)이다. 문화 간 만남에서 세계화는 마치 사회․문화적으로나 정치․경제적으로 매우 이로운 친목의 장처럼 보인다. 마치 세계화는 각 문화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드러내주는 매개처럼 기능한다. 친목이나 유사성에 대한 이런 인식은 우리에게 영토 간, 문화 간 교류의 비전을 제시해준다. - 죠셉 이봉고 발제 내용 中

심지영((前) 코이카 콩고민주공화국 국립박물관 건립사업 기본설계조사 사업총괄 PM) : 콩고국립박물관 건립사업은 콩고와 문화·종교 등의 공통점이 없는 한국이 지어준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프로젝트였다. 때문에 사업 추진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야기되었는데 콩고 언어와 문화권에 대한 이해가 없었다는 것이 가장 컸다. 한국에서 전문가를 파견해도 불어 능통자가 아니면 불어를 할 줄 아는 사람만 따라다녀야 하는 비효율에 봉착했다. 6만점이 넘는 문화유산이 콩고에 있었지만 이에 대한 이해는 부족했다. 많은 자료들이 문서화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콩고 학예사들이 들려주는 구술 자료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은 물론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에게 아프리카 문화뿐 아니라 콩고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콩고 국립박물관 건립 프로젝트는 콩고의 문화독립을 상징적 보여주는 프로젝트이다. 이를 위해 유럽 전문가들은 물론 국가간 교류에 노하우가 있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다자간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박물관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세 가지 차원의 협력이 필요하다. 우선 학제간 협력으로,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이해, 박물관학 및 미술사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각 학문분야의 전문가들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둘째,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부처 간 협력으로, 한국과 콩고 문화부간의 협력이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국제적 차원의 다자간 협력을 들 수 있다. 콩고를 비롯한 프랑스어권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지식은 프랑스나 벨기에와 같은 프랑스어권 나라들이 많이 가지고 있다. 콩고에 대한 정보가 빈약한 한국에 비해 절대적인 정보를 많이 지닌 이들 나라와의 협력이 요구된다.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개발 협력을 통한 국제관계 강화

-칼레브 오부라(Caleb Wandera Obwora_케냐 아프리카 문화부흥원 연구원)

문화예술의 주요 장본인인 예술가들은 사회의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은 과거에도 그래왔고 앞으로도 이 사회로 하여금 깨닫지 못하거나 무관심으로 남을 수 있는 본성을 자각할 수 있도록 한다. 사회에서 예술가의 역할은 개인의 상상력 발달에 크게 공헌하고 세상에 대한 넓은 식견을 갖게끔 일깨운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 칼레브 오부라 발제 내용 中

양철준(한국외국어대학교 HK연구교수) : 우리는 흔히 아프리카를 얘기할 때 ‘아프리카 문화’, ‘케냐 문화’ 이런 식으로 말한다. 아프리카가 한 나라이듯, 케냐가 동질적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케냐만 해도 67개 언어를 쓰고 있을 정도로 케냐의 문화적 다양성은 풍부하다. 몇 년 전 프랑스 디몽드 축제에서 본 키프로스 사람의 마사이족 춤은 그것의 사회문화적 기원이나 특징에서 멀어진 채 관광 상품화되어버렸다. 각 문화와 언어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문화를 동질적인 하나로 바라보는 시각은 인위적이라 생각한다. 아프리카에도 풍부한 예술을 창조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프리카가 문화 소비의 대상이라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 문화와 예술을 통한 국가홍보는 중요하지만 문화-예술 교류는 항상 쌍방향적이어야 한다.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계기로, 단순 일회성 이벤트 행사가 아닌 지속가능한 교류를 위해 정부-정부, 조직-조직, 참여자-참여자 간 문화교류가 필요하다.
근래 들어 중국과 일본은 아프리카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투자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아프리카 지역에 큰 운동장이나 기념비적 건축물을 지어주는 등에 중심을 두고 있다. 최근에는 ‘소프트 파워’라고 해서 외교적 관계구축을 위해 문화를 많이 사용한다. 미들 사이즈 파워를 가진 한국이 중국 같은 큰 나라와 차별성을 둘 수 있는 소프트파워 외교 전략에는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칼레브 오부라 : 케냐가 하나의 특정 문화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은 사실이다. 케냐의 문화적 표현은 굉장히 다양한 방식과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케냐의 한 부족 문화이 모든 다른 부족들의 문화를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부분은 흥미롭다. 그러나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는 건 그 문화가 가진 경제적 가치 때문이다. 사람들에게는 문화를 경제적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있다. 중국이나 일본이 투자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문화예술을 통한 케냐와의 협력 확대를 위해 한국이 할 수 있는 건 많다. 케냐 정부는 문화 사업이나 창작산업에  투자할 때, 사회간접자본의 복원이나 경제 다른 분야에 먼저 투자하고, 그 후에 남는 돈으로 문화에 투자한다.
칼레브 오부라

우선 순위에서 문화가 밀리다보니 문화 분야는 진출하기도 어렵고 정부 지원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케냐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문화를 보여드렸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한 경제적 가치를 찾지 못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적 측면으로 접근하는 중국, 일본과 달리 한국은 문화적 접근을 하고 있다. 케냐 특유의 문화상품개발과 유통통로를 확대한다면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

국제 문화 만남-대화와 문화 다양성 촉진의 틀

-우쎄이누 와드(Ousseynou Wade_세네갈 문화부 예술국 국장)

만남은 우리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우리의 잠재력과 능력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좋은 기회이다. 성공한 경험들을 다른 분야로 바꾸려고 애쓰기보다 우리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어떤 상황에서라도 자주성을 가져야 한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더 많은 창의성을, 우리 자신의 모습으로 머물게 도와주는 진보를 허용한다는 점에서 숙고되어야 할 것이다. 주고받음의 약속은, 우리가 지금 다른 곳이 아닌 여기에 살고 있다는 데 있다. 문화 다양성을 보호를 위해서라도 만남과 교류의 순간은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 우쎄이누 와드 발제 내용 中

홍기원(숙명여자대학교 정책산업대학원 교수) : 공연 예술가들이 실제로 시민들을 만나 문화다양성을 환기시키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탤런트 도네이션’은 현지 학교에 가서 각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나이지리아 마타(드럼)에 대한 소개는 학생들에게 나이지리아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
문화-외교협력의 경우, 정치 경제적 의도가 완전히 배제되기는 어렵다. 시민들에게 직접 다가가 문화 다양성을 알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민간차원의 교류를 활성화하여 이런 한계를 타개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아프리카 각 나라마다 존재하는 다양한 문화를 알 수 있었다. 미국이나 유럽을 통해 아프리카를 만나는 것이 아닌 직접 아프리카를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한국도 아프리카처럼 식민지 시대를 겪었고, 지금까지도 문화 정체성을 회복하는데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우리와 비슷한 역사를 가진 아프리카 국가들이 저마다의 문화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공유하는 것은 중요하다. 쌍방향 문화교류는 각국이 필요로 하는 수요와 요구를 바탕으로 하여 이뤄져야 한다. 세네갈이 원하는 한국 문화교류는 무엇이고 이를 위해서는 어떤 매개 단체나 단계가 필요한지 궁금하다.

우쎄이누 와드 : 한국의 문화교류에 대한 수요는 매우 다양하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은 물론 인프라쪽, 한국의 비엔날레 같은 국제행사에도 수요가 많다. 이는 기관간의 협력만으로 충족될 수 없다. 일관성 있으면서도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교류가 있어야 한다. 아동분야의 경우, 아이들은 감수성이 뛰어나고, 편견이 없기 때문에 이미 아이디어가 확립된 대상(어른들)과는 차별되는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동분야의 협력은 매우 큰 반향을 가져올 수 있다. 세네갈과 한국의 문화기관이 이런 수요를 조사하는 전문 부처이므로 이들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우쎄이누 와드

아프리카와 문화 교류의 세계화

-알랭 고도누 (Alain Godonou_유네스코 리브르빌사무소 국장)

문화교류는 무역과 같다. 문화교류는 항상 존재했었고 사람들의 역사와 지리를 관통했다. 고고학은 멀리 떨어진 민족들 사이에 이루어지는 이런 교류들을 날마다 증명한다. 세계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최근 현상이 아니다. 오늘날 세계화는 구조화된 새로운 형태를 취한다. 고유한 정체성과 함께 아프리카가 이 특별한 세계화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알릴 필요가 있다. 아프리카 문화공동체, 아프리카 문화 르네상스 헌장, 아프리카 문화 연구소, 반투 문명 센터, 아프리카 문화유산 학교와 같은 연구기관들 설립을 거쳐 만들어진 정체성은 아프리카 의사결정의 모든 차원과 행동들을 구성한다. 여기에는 흑인 노예무역과 유럽 식민지화를 겪은 아프리카 대륙의 특별한 역사도 포함된다. 예술과 문화 영역에서 아프리카와 협력할 때, 아프리카 대륙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고, 창작자, 지식인, 연구자를 규합하는 범아프리카적 행사 역시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행사들은 아프리카 문화 예술에 역동적인 삶의 리듬을 전해주었다. 우리에게는 공공행정이나 문화 산업 모두에게 원동력을 줄 수 있는 행사를 발굴하고 규범과 한계 사이에 다리를 세우는 일만 남아있다.

- 알랭 고도누 발제 내용 中



◎ 사진제공_한국문화교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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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공연예술축제의 역할과 지역사회-국내외 사례 중심으로]]>

공연예술축제의 역할과 지역사회
[동향] 제3회 강동스프링댄스페스티벌 학술행사


사람의 얼굴 생김새만큼이나 다양한 축제들. 주제도, 전개방식도, 내용도 각양각색이다. 즐겁자고 하는 축제에 춤과 음악은 기본으로 들어간다 치고 토마토 축제도 있고 맥주 축제에 카니발도 수없이 많으니 피곤한 일상을 내려놓고 한 번쯤 푹 빠져보고 싶지 않은가? 그런데 이렇게 셀 수도 없이 많은 축제들이 가진 공통점이 하나 있으니 “뭐건 들고 나와 나누자”는 것이다. 그것도 할 수 있는 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말이다. 아, 물론 소박한 상이라도 차리려면 ‘돈’은 있어야 한다.

많건 적건 예산을 만들고 판 벌여 우리가 축제라 부르게 된 것들을 보자. 우리나라에서만도 2013년 기준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 소개된 735개 그리고 전국 지자체별 축제와 박람회 등을 합하면 약 2천여 개 축제가 매년 열린다. 거기서 공연예술 축제를 추려내고 그 중 국제행사라 불리기에 손색없다고 일컫는 몇 개 축제들을 골라보자. 개중에는 국제적으로도 꽤 이름이 알려진 것도 있다. 다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많은 축제들 중 단 하나도 가장 시청률 낮은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정도의 인지도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만 그럴까? 아니다. 유명하다는 아비뇽 페스티벌(Festival d’Avigon)이나 적잖은 무용가들이 동경하는 제이콥스 필로우 축제(Jacop’s Pillow Dance Festival)라 해도 세계인들이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축제에는 감히 끼지 못한다는 것도 인정하고 넘어가자.

그렇다고 너무 우울해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틀짜리 개인 공연도, 한 달 가까이 진행되는 축제도, 몇백 명에서 몇만 명하고만 나눈다 해도 그들의 일상에 잠시나마 건강한 기쁨을 주었다면 나름대로 가치 있는 일을 했다고 자부해도 비난받을 일은 아닐 터. 오히려 환영받아 마땅하다 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춤 장르만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대표적 무용축제라면 주저 없이 서울세계무용축제(이하 SIDance)와 국제현대무용제(이하 MODAFE)를 꼽을 것이다. 이 밖에도 국제무용축제가 서울과 여러 지역에서 열리지만, 행사 규모와 프로그램 그리고 예산만으로도 차이가 크니 논외로 하자.

아비뇽페스티벌

제이콥스 필로우 무용축제

아비뇽페스티벌 제이콥스 필로우 무용축제

SIDance, 장르발전에 기여하고 국제적 브랜드가 된 축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브랜드"

십 수년간 몸담았던 SIDance를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글을 통해 소개할 외국 사례, 루마니아 시비우국제연극제(Sibiu International Theatre Festival), 독일 탄츠메세(International tanzmesse nrw)와 비교해 축제의 역할을 장르 혹은 사회와의 관계로 한정 지어 생각한다면 장르발전에 더 크게 기여한 축제로 분류해야 할 것 같다. 비교 대상이 되는 축제나 행사와 개최환경에서 오는 물리적 차이도 분명 축제성격을 가르는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전제하자. 예로 든 외국 축제 대부분은 이벤트 존(event zone)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장르부터 들어가 보자. 대외적으로는 주로 얼마나 유명한 단체를 불러 주목할만한 화제를 몰고 왔는가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다. 아크람 칸(Akram Khan)과 테로 사리넨(Tero Saarinen) 그리고 2013년 몽뻴리에 무용축제(Festival Montpellier Danse)가 집중 조명한 이마누엘 갓을 처음 국내에 소개한 것이 SIDance다. 앙줄렝 프렐조까주(Angelin Preljocaj)와 장-끌로드 갈로따(Jean-Claude Galotta), 이칙 갈릴리 (Itzik Galili), 인발 핀토(Inbal Pinto), 무라드 메르주키(Mourad Merzouki), 러셀 말리펀트(Russel Maliphant), 웨인 맥그리거(Wayne McGreger) 등도 빼놓으면 서운해 할만한 이름들이다. 프랑스 몽뻴리에 무용축제나 멕시코 세르반티노축제(Festival Internacional Cervantino)와 공동제작을 한 것도 SIDance가 국내 축제로는 유일하다. 주한 프랑스 문화원 전 문화담당관 에스텔 베리외(Estelle Berruyer)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아프리카 현대 무용을 소개한 것도 SIDance 밖에 없다.

SIDance, 춤추는도시 ◎photo by 박상윤

SIDance, 공연저널리즘 서울포럼

SIDance, 춤추는도시 ◎photo by 박상윤 SIDance, 공연저널리즘 서울포럼

젊은 안무가를 발굴하는 프로그램이 지금이야 많지만 ‘젊은 무용가의 밤’이 젊은 춤꿈들에게 학교 테두리에서 나와 본인의 작품을 들고 공개적으로 세상과 만나는 채널이 되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후 개발한 안무확장 프로젝트 ‘춤추는 도시’와 ‘힙합의 진화’에서 찾아낸 작품 중 소수는 지금도 세계무대에서 유통되고 있다.

외국의 보석을 찾아오는 것에만 그치지 않은 SIDance의 장점은 바로 쌍방향 국제교류다. 물론 SIDance만 국제교류를 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에 와서 국제교류는 누구에게나 당연한 옵션이 되었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일을 도모하고자 한 것에서 지금 국제 무용계 지명도의 이유를 찾아야 한다. 꽃이 벌을 끌어들이듯 유명한 이름이 적힌 콜렉션은 아우라가 되었고 브랜드 신뢰로 이어졌다. 아시아공연예술축제협의회(AAPAF, Association of Asian Performing Arts Festivals) 내 활동을 비롯해 타 축제와의 교류는 말할 것도 없고 축적된 시간과 신뢰를 통해 축제가 매력적인 시장이며 동시에 막강한 권력이 되어 국제무용계에서 용이하게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이다. 물론 모래 한 줌보다 적은 수의 사람, 예술가를 포함해 공연예술 관계자로 그 대상을 한정해야겠지만 SIDance는 서울을 넘어 세계인에게 한국 공연예술을 대표하는 브랜드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MODAFE, 페스티벌 봄, PAMS, LG아트센터, 예술의전당 등과 함께.

SIDance는 구조적으로 지역사회와 특별한 관계를 맺기는 불가능하다. 대관에 따라 극장은 이 끝에서 저쪽 끝으로 갈라지고 하루에도 2~3개씩 공연이 올라가는 데다 각종 행사까지 치러야 하니 구석구석 명품과 잡화가 섞인 아울렛 같다고나 해야 할까. 서울이라는 도시는 또 어떤가. 주거지까지 섞인 밀집상가와 각종 이권으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이 대도시는 장신구가 필요 없을 만큼 이미 충분히 화려하다. 그래서 이 거대한 도시를 상징하거나 대표할만한 뭔가를 만들어 내겠다는 그 많았던 시도는 어쩌면 매우 오만한 것이었는지 모르겠다. 올림픽 같은 대형 스포츠 행사를 제외하면 눈과 귀를 모으는 것이 아예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SIDance와 사회관계는 ‘공연저널리즘 서울포럼’을 통해서건 ‘춤추는 도시’를 통해서건 ‘장르를 국내외로 소통시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정도로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시비우국제연극제, 유럽 문화수도 지정에 이어 시 예산총액의 20% 문화에 배정

“66개 장소에서 열흘간 펼쳐진 360개 공연”

무대에서 광기 어렸던 로댕이 파스텔 톤 노란 바지에 체크무늬 셔츠를 걸치고 불뚝한 배만큼이나 큰 소리로 요란스레 너스레를 떠는 아저씨가 되어 옆자리에 앉는다. 시비우 국제연극제 (Sibiu International Theatre Festival)의 콘스탄틴 키리악 (Constantin Chiriac). 배우와 극장장에 교수도 모자라 문화원 이사를 겸하고 자칭 ‘세계 3위’ 축제를 창설해 장기 집권하는 예술감독이다. 몰도바 공화국 출신인 키리악은 부크레슈티 소재 예술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후 스크린과 무대를 넘나들며 시비우 라두 스탕카 극단에서 배우로 활동했다. 차우셰스쿠 이후 전국의 공연예술이 고사위기에 처했지만 라두 스탕카 만은 견뎌냈고 젊던 그는 꿈을 키우고 있었다. “유럽 문화수도가 되어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 그래서 시작한 것이 국제적 형식을 갖춘 연극축제다. 영국, 미국과 루마니아 문화예술계 지인을 총동원해 2년을 준비하며 집은 저당 잡혔고 주머니 속 먼지까지 탈탈 털어냈다. 그리고 1993년 루마니아와 몰도바공화국만 참가해 시작한 축제 첫해, 드라큘라 백작이 포로를 꼬챙이에 매달아 두었던 트란실바니아의 주도였으니 오죽했으랴. 손님들은 호주머니에 마늘을 넣고 다녔다.

하지만 루마니아 연극 내공은 손님들을 감동시켰고 국제무대가 라두 스탕카 극단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2회째에는 8개국 공연단과 25개국 프리젠터들이 시비우를 찾았고 2007년 드디어 시비우는 유럽 문화수도가 되었다. 그리고 70개국 2,500명이 축제를 방문하기에 이르렀다.

시비우국제연극제의 대표 공연, 라두 스캉카 극단의 〈파우스트〉

〈어린왕자(THE LITTLE PRINCE)〉, 테이트로 라바디아(Teatro de La Abadia)

시비우국제연극제의 대표 공연, 라두 스캉카 극단의 〈파우스트〉 〈어린왕자(THE LITTLE PRINCE)〉, 테이트로 라바디아(Teatro de La Abadia)

다이어로그(Dialog)를 주제로 내세웠던 2013년, “에든버러와 아비뇽에 이어 세계 3위”라 주장하는 키리악이 무엇을 근거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자랑하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냉큼 초대에 응했는데…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 시비우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시 예산의 20%는 문화에 배정됩니다.” 축제 기간 도시 인구의 60%는 타지인이고 30km 이상 가야 허름한 호텔 하나 간신히 찾을 수 있던 도시, 한두 시간이면 명소 대부분을 눈으로 훑을 수 있을 만큼 자그마한 이 도시에 지금은 힐튼, 라마다, 이비스와 같은 글로벌 체인을 비롯해 단기임대용 빌라, 축제 초기에 생겼던 낡은 지역 호텔들과 여행사가 즐비하다. 게다가 국제공항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상시 인구 유동이 보장된다는 것을 입증하는데 이쯤 되면 조금 시끄러워도 그의 자랑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아니 오히려 그의 추진력과 열정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탄츠메세, 문화저력은 도시를 바꾼다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현대무용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가겠습니다”

탄츠메세는 1994년 ‘탄츠메세 노르트라인 베스트라렌(Tanzmesse NRW)’라는 이름으로 보다 다양한 관객들에게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 지역 예술가들을 소개하기 위해 에센(Essen)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첫해는 독일 무용계만의 소규모 행사였으나 1997년 2회를 맞으며 외국예술가들에게도 문을 열며 국제행사로 첫발을 뗐다. 무용전문 국제마켓으로 제대로 모양새를 갖추게 된 것은 2000년에 와서인데 40개국에서 무용단, 프로듀서, 기획자들이 참가해 현대무용을 두고 국제적 협력을 모색하고 네트워크를 강화하면서 2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비엔날레로 정례화하게 되었다.
탄츠메세가 베스트팔렌의 주도(州都)인 뒤셀도르프에 정착한 것은 4회째인 2002년으로 NRW 포럼(NRW Forum, 마켓 전시가 열리는 메인 행사장), 문화센터(Kultur und Wirtschaft)등 뒤셀도르프의 문화인프라를 행사에 적극 활용하게 되었다.
2014 탄츠메세 공식포스터

최근 들어 탄츠하우스(tanzhaus nrw)와 카피톨 시어터(Capitol Theater) 그리고 조금 떨어진 뒤셀도르퍼 샤우슈필하우스(Düsseldorfer Schauspielhaus) 및 첸트랄 인 데어 알텐 파켓포스트(Central in der Alten Paketpost), 벨트쿤스트짐머(Weltkunstzimmer), 포럼 레베르쿠센(Forum Leverkusen), FFT Juta, 쿤스타카데미 뒤셀도르프(Kunstakademie Düsseldorf), 쿤스트홀(Kunsthalle) 등 시내에 있는 극장들과 탄츠하우스의 7개 스튜디오를 공연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7회째인 2008년부터는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인근 도시 크레펠트(Krefeld)의 파브릭 헤더(Fabrik Heeder)로까지 행사 공간을 넓히게 되었고 전 세계 예술가와 관계자들이 모이는 마켓으로, 활발한 의견교환이 이뤄지는 토론의 장으로, 전시와 강연이 있는 축제로 명실공히 대표적인 무용 전문 국제 마켓으로 확고하게 자리를 굳혔다.

자막이나 해설 한 줄 없이 장황한 독일어로 인사말과 감사가 오가던 개막 식전행사. 공무원 하나가 무대에 올라왔다. 친절하게도 영어로 “탄츠메세 덕분에 뒤셀도르프는 국제적인 도시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아무리 힘들어도 현대무용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가겠습니다.”라고 말한다. 후에 영국에서 왔다는 공무원에게 확인까지 해봤다. 맞는 말이란다. 한 도시의 상징적인 문화행사 하나가 결과적으로 도시를 바꿔놓았고 전략적 이미지 메이킹이 따랐겠지만 행사와 직접적으로 관계없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은연중에 도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벤치마킹 하러 왔다고 한다. 녹록치 않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꾸려가는 많은 행사들에게는 여간 반가운 롤모델이 아닐 수 없다

탄츠메세가 열리는 탄츠하우스

〈비행암소(Flying cow)〉, 회전(De Stilte), photo by Hans Gerritsen

탄츠메세가 열리는 탄츠하우스 〈비행암소(Flying cow)〉, 회전(De Stilte), photo by Hans Gerritsen

유럽동향에 따른 당연한 결과지만 탄츠메세는 최근 들어 ‘아시아에 주목’한다. 2008년 ‘한국특집’이 큰 성과 없이 끝난 후에도 2010년과 2012년 ‘대만특집’을 통해 국제무대로 활동영역을 넓힌 중화권 무용가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올 8월 27일부터 30일까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최로 국내 5개 무용단을 소개하는 ‘한국특집’이 다시 한번 열릴 예정이다.

“극장은 최종 목적지가 아닙니다. 전 세계 문화예술이 얽힌 사슬에서 우리 극장은 단지 하나의 고리일 뿐입니다. 예술가를 위해 일하고, 예술가와 지역사회가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중간 매개자의 역할을 하며 이를 보다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극장 운영 철학을 묻는 질문에 바르셀로나 메르캇 드 레스 플로르스(Mercat de les Flors)의 프란세스크 까사데수스(Francesc Casadesus) 예술감독은 분명하게 밝힌다. “극장은 매개자일 뿐”이라고. 영국 리즈의 플레이하우스 역시 극장과 지역사회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 보여준다. 상주단체가 지역사회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했다. 그리고 청소년들을 작품에 넣기 시작했고 손자들을 보기 위해 극장에 드나들던 주민들이 이제는 모든 무용공연의 객석을 가득 채워준다는 것이다. 시비우 국제연극제와 탄츠메세는 문화행사 하나가 도시를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그런데 축제와 행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일 년 내내 뭐라도 할 수 있고 환영해 주는 누구라도 만날 수 있는 곳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 프랑스를 위시해 유럽 극장이나 국립단체는 공공기금으로 지원받는 만큼 철저히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젊은 예술가 육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명절이나 특별히 기념해야 하는 날 요란스레 잔치하듯 축제를 열어 접촉면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마음이 동해야 진심으로 축하해줄 수 있고 아는 얼굴이 있어야 잔치가 더 즐겁듯 1년 내내 지역사회와 실질적으로 소통하며 그들을 끌어안을 준비를 해 놓은 다음이라야 잔칫상도 풍성할 것이다.



◎사진 출처_ 시비우국제연극제/탄츠메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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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예술은 이상한 것에 대한 시도, 의미 없는 놀이에서 출발한다]]> 예술은 이상한 것에 대한 시도, 의미 없는 놀이에서 출발한다
[동향] 2014 유럽공연예술회의 멜버른 위성회의


유럽공연예술회의(IETM)는 ‘비공식유럽극장회의(Informal European Theatre Meeting)’의 약자로서 1981년 ‘독립(Independent)’이라는 단어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민간 페스티벌, 극장, 제작자들 그리고 예술가들이 중심이 되어 조직한 유럽의 네트워크이다. 2003년부터는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으로 그 범위가 확대되었으며 2005년에는 기존의 명칭 IETM에 ‘현대공연예술국제네트워크(international network for contemporary performing arts)’를 붙여 유럽의 지역적 한계를 벗어난 국제적인 네트워크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해오고 있다. IETM은 매년 두 번의 정기회의와 세계 여러 곳에서 특정 주제나 지역을 포커스로 위성회의(Satellite Meeting)를 개최한다. 위성회의 기간 동안에는 다양한 주제로 패널토의 형식의 세션들이 이어진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중국(베이징, 상하이), 서울, 도쿄, 인도네시아 등에서 위성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2014 IETM 멜버른위성회의 포스터

멜버른 위성회의 첫째 날

2014 IETM 멜버른 위성회의 포스터 멜버른  위성회의 첫째 날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예술

호주 멜버른 위성회의(IETM Asian Satellite Meeting, Melbourne Satellite)에는 34개국에서 240여 명이 참석했다. 호주예술위원회(Australia Council for the Arts)가 수년간 공을 많이 들여 유치한 행사로, 멜버른아트센터(Arts Centre Melbourne)의 아시아 교류 프로젝트인 <랩(LAB)>프로그램과 연결하여 참가의 동기와 관심을 높이고 호주의 공연예술을 알리는 계기로도 잘 활용했다. 멜버른아트센터의 〈랩〉은 호주와 아시아 예술가들 그리고 ‘연결자(connector)’라고 부르는 프로듀서들이 매칭방식으로 팀을 이루고 각 팀들이 협업 프로젝트를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 회의는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필리핀 등 다양한 아시아 국가 예술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가장 눈에 띄었던 단체는 예술감독 마리아 트리 수리스트야니(Maria Tri Sulistyani)가 이끄는 인도네시아 인형극 단체인 페이퍼문 인형극단(Papermoon Puppet Theatre)이었다. 이 극단은 정부 지원이나 기타 공공지원을 거의 받을 수 없고, 공연을 매진시켜도 티켓 수입으로 제작비의 단 1% 정도만 커버할 수 있는 열악한 현실 속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모금하고, 대학의 수학 수업을 위한 짧은 퍼포먼스를 해서 수입을 얻기도 하며, 단원들과 함께 인형을 제작, 판매하면서 지난 8년간 작업을 지속해 왔다고 한다.

“예술가란 잡지 판매원이나 의사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직업이라 생각해요. 예술가이기 때문에 이것은 할 수 있고, 저것은 하면 안 된다고 구분하지 않아요.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가능한 모든 기회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죠.”

페이퍼문 인형극단 공연모습

후쿠다케 하우스의 레지던시프로그램

페이퍼문 인형극단 공연모습 후쿠다케 하우스의 레지던시프로그램

환경과 기후 변화를 생각하는 국제교류

가장 흥미로웠던 주제는 둘째 날 오전, “그린국제교류 - 국제이동 대 가상협력(Green international exchange- International mobility versus virtual cooperation?)” 세션이었다. 국제 교류와 협업이 갈수록 활발해지는 추세 속에서 기후 변화 및 환경 문제가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여러 사례가 발표되었다. 그중에서 멜버른 시가 운영하는 아트하우스(Arts House)에서 진행하는 〈고잉 노웨어(Going Nowhere)〉1)라는 프로젝트가 주목을 끌었다. 영국의 캠브리지 정크션(Cambridge Junction)이 공동제작한 이 프로젝트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그대로 ‘아무 데도 가지 않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즉 움직이면서 발생하는 연료 소모와 공해물질 배출을 줄이고 지금 각자의 자리에 머문 상태에서 바다 건너편의 예술가들과 협업한다면 어떤 예술적 결과물이 나올지 실험해 보자는 취지이다. 이 콘셉트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되었다. 무조건 움직이지 말라는 것은 정치적,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국가의 예술가들에게는 매우 위험하고 폭력적인 캠페인이라는 강한 반발도 있었고, 기후 문제는 모든 부분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지엽적인 행동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더 나아가서 해외시장 개척과 진출에 맞추어져 있는 정책의 무게중심을 국내 시장과 관객 개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예술가의 활동 전반에서 환경, 기후 문제를 고민하고 접목시킬 수 있도록 촉진하는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있었다. 국제 교류와 협업을 위해서 보다 자주, 오랜 시간, 직접적으로 만나고 대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실히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작업해보자’는 컨셉은 다소 모순적인 아이디어로 보이기는 했으나 이 프로젝트의 진짜 목표가 움직이지 말자는 캠페인이 아니라는 점은 모두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당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개념을 뒤집어보고 거기서 어떤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지 탐험한다는 취지는 매력적이었다. 한계와 모순 속에서 보이지 않던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것이 바로 예술이 가진 마술 같은 힘인 것이다.


1) 2012년에 호주와 유럽에서 각각 4명의 예술가와 프로듀서가 모여 아이디어랩을 개최한 것으로 시작된 〈고잉 노웨어(Going Nowhere)〉는 올해 11월, 호주 멜버른과 영국 캠브리지에서 지난 3년간의 작업 결과물을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사람들의 기상 보고(The People’s Weather Report)〉는 〈고잉 노웨어〉의 하이라이트 작품으로서 전세계 누구든 목소리를 통해 참여에 도전해 볼 수 있는 프로젝트이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하단 참고.

멜버른 위성회의 세션2

영국 캠브리지 정션(Cambridge Junction)

멜버른 위성회의 세션2 영국 캠브리지 정션(Cambridge Junction)

협업, 모두가 만드는 이야기

첫째 날 ‘온 레지던시(On Residencies)’와 마지막 날에 있었던 ‘국제업무지원(On support for international practice)’세션도 흥미로웠다. 먼저 ‘레지던시’에서 소개된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는 일본의 아시아 아트 플랫폼 후쿠다케하우스(Fukutake House Asia Art Platform)가 기억에 남는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지추미술관(Chichu Art Museum)으로 유명한 나오시마 섬이 속해 있는 세토내해(瀬戸内海,せとないかい)의 여러 섬들에서 세토우치 국제미술제(Setouchi Triennale)가 열린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 경제 쇠락의 문제점을 겪고 있는 지역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출발한 축제이다. 이와 연계된 시각예술 레지던시 프로그램인 아시아아트 플랫폼 후쿠다케하우스는 요리사의 레지던시가 동시에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재미있다. 요리사는 워크숍을 통해 세토내해 지역의 식자재와 요리법을 접목한 음식을 선보였다. 그리고 레지던시 요리사가 새롭게 탄생시킨 요리는 현지 레스토랑의 메뉴로 자리 잡는다. 일본에서는 이 밖에도 쓰나미 이후 예술가와 함께 거주하며 도시 재건을 위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레지던시 프로그램, 보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장소특정형 공연프로젝트 등 지역 개발을 위한 예술 프로젝트가 활발히 고안되고 있었다.


마지막 날 ‘국제업무지원’ 세션에서는 영국문화원(British Council), 호주예술위원회(Australia Council for the Arts)등 지원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이 스스로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해서 인상 깊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예술가들에게 장기적 계획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하라고 독려하는 일은 누구보다도 먼저 지원 기관이 나서야 할 역할이며, 지원 기관은 이 과정을 함께 하는 파트너로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 협업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우정, 이해, 공감, 연대와 같은 단어들이 지원 기관 내에서 가치를 획득하기란 쉽지 않죠. 여기서 중요한 것이 ‘스토리’입니다. 작업 과정 속에서 생겨난 갖가지 이야기들이 그런 단어들을 유의미하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지원 기관은 그 이야기들의 일부가 되어야 합니다.”

멜버른 위성회의 세션2

영국 캠브리지 정션(Cambridge Junction)

호주예술위원회 멜버른 위성회의 세션3

IETM은 참가자들에게 회의 현장에서의 직접적인 비즈니스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한다. 묵직한 소개 자료를 뿌리며 바삐 움직이기보다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함께 모여 즐겁게 이야기하고 여러 의견들을 나누라고 부탁한다. 분명한 목적과 비즈니스 마인드를 장착하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하는 단도직입적인 만남에 익숙해져 있던 터에 이런 여유는 오히려 불안하게 다가왔다. 공지된 주제와 다른 방향으로 패널토의가 흘러가면 금세 불편해지기도 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정해진 주제나 목적에서 시작은 하지만 거기 얽매이지 않고,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확장하고 다른 길로 이야기가 흐르면 주제를 바꾸면서 자연스럽게 참가자들 사이에서 새로운 공통의 이슈를 발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함께해 나갈 수 있는 일들과 문제 해결의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멜버른에서 공연을 보고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이상한 것을 시도해 보고 의미 없이 즐겁게 노는 것에서 예술이 출발한다는 것, 거기에 박수 쳐주고 함께 놀면서 예술이 성장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는 생각을 했다.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리스크를 허락하고 겪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예술가와 함께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는 점도 잊지 않고자 한다.




◎사진 출처 _ IETM 홈페이지


〈사람들의 기상 보고(The People’s Weather Report)〉

이 프로젝트는 연출가, 작가, 환경 활동가, 설치 미술가가 함께 모여 진행하고 있는 오디오 설치 작품이자 라디오를 통한 방송 프로젝트로, 전 세계 각지로부터의 날씨에 대한 묘사를 모으는 것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직업을 가졌든, 어디에 살든 상관없이 자신의 활동 공간과 거주 지역의 날씨 이야기를 5분 정도의 길이로 녹음하여 보내면 되는데, 언어는 꼭 영어가 아니어도 된다. 환경와 기후 변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만 있다면 사회, 과학, 경제, 예술, 문학 등 어떤 분야에서의 접근도 가능하다. 프로젝트 팀은 전 세계에서 모인 날씨 이야기 중에 약 300개 정도를 선정하여 설치 미술에 사운드를 심게 된다. 동시에 라디오를 통해 선정된 날씨 이야기가 방송될 예정이다. 참가 신청 안내는 7월 중 아트하우스(Arts House) 웹사이트를 통해 공지될 예정이다.

◈ 아트하우스 웹사이트 : http://www.melbourne.vic.gov.au/Arts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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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아랍 13개국 문화 유동성 기금 가이드 온라인 공개]]>

아랍 13개국 문화 유동성 기금 가이드 온라인 공개
[동향] 예술가와 문화 종사자를 위한 아랍 13개국 국제 유동성 기금 가이드


(재)예술경영지원센터와 온더무브(On the Move), 아랍에듀케이션포럼(AEF: Arab Education Forum)은 최근 아랍 13개국의 예술가와 문화 종사자들의 국제 유동성 촉진을 위한 기금 가이드를 온라인에 공개했다. 본 가이드는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걸친 아랍 13개국의 예술가들과 문화 종사자들을 위해 문화예술 유동성을 위한 일반적인 기금 정보들을 담고 있다.

아랍을 대상으로 처음 발표된 이 가이드는 일반적인 기금 정보 가이드로 온라인으로 접근이 가능하며, 전체 문화 분야의 예술가와 전문가에게 개방된 자료이다. 가이드에는 국제교류를 위한 여행 경비 등의 일부분 혹은 국제교류 프로젝트 전부를 지원하는 기관들에 관한 기금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다. 대상이 된 나라는 아랍 13개 국가이며, 자금은 각 국가들 내 그리고 이 국가들 간 그리고 다른 국가들과의 이동성을 강화하는 기금을 소개하는 데에 집중되어 있다. 이 가이드는 국가, 종교 그리고 국제 기금에 관한 출처 목록이 수록되어 아랍이나 중동 통신지역에 관심있는 내·외 외국인에게는 물론 국제적인 문화교류 지원을 하고자 하는 정책 입안자나 후원자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 조사 대상 국가

바레인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쿠웨이트 레바논 카타르 오만
팔레스타인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예멘
아랍에미리트      

아랍에듀케이션포럼 로고/예술경영지원센터 로고/온더무브 로고

Guide to funding opportunities for the international mobillity of artists and culture professionals/FOCUS ON 13 ARAB COUNTRIES/Bahrain, Egypt, Iraq, Kuwait, Lebanon, Qatar, Oman, Palestine, Saudi Arabia, Syria, United Arab Emirates and Yemen

                                         「아랍 13개국의 예술가와 문화전문가의 국제 유동성을 위한 기금 가이드」

아랍에듀케이션포럼의 세렌 헬라일레(Serene Heleileh)는 이 아랍 기금 가이드에 대해 “아랍에듀케이션포럼이 2008년 아랍 국가에서 이동성 장려 기관에 대해 실시했던 리서치를 바탕으로 만든 가이드로, 예술가와 사회적 기업가들을 지원하기 위한 자금과 수많은 기회 제공의 도구로 구성되어 있다”라고 논평했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대표 정재왈은 “대한민국이 지리학적으로 아랍 국가와 가깝지만, 유럽 국가와 비교하면 예술적 네트워크는 체계적으로 발전하지 않았다. 이번 가이드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아랍 국가들의 수요를 맞추고자 발표되었다. 대한민국과 아랍 국가 간의 국제교류를 지원할 수 있는 정보, 자금, 프로그램 그리고 기관을 제공함으로써 지역 예술가의 유동성을 향상시키는 것이 이번 가이드의 구체적인 목표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온더무브의 이사장 마리아 튜얼링(Maria Tuerlings)은 “온더무브는 이동성 기회 관련 정보를 국제적 경력을 쌓고자 하는 예술가와 문화 종사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지원이라 확신한다. 우리의 협력자인 아랍에듀케이션포럼과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간의 협업의 성공적 결과물인 이 가이드는 공동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도록 잘 구성되어 있다.”라고  말했다.

「아랍 13개국의 예술가와 문화전문가의 국제 유동성을 위한 기금 가이드」는 한국의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원했으며, 아랍에듀케이션포럼이 인력개발펀드기관 요르타니안 하쉬미트(Jortanian Hashemite), 퀴드 제인 알-샤라프(Queed Zein Al-Sharaf)와 함께 리서치를 진행하였다. 아울러 이번 가이드는 온더무브가 공동 저자로 출판한 아래의 두 저작물을 기반으로 했다.

-「유럽 예술가와 문화전문가 국제적인 이동성을 위한 자금 정보 가이드」(협력기관 인터아츠재단(Interarts Foundation))
-「아시아 국제문화교류 기금 정보 가이드」(기금협찬: 아시아유럽재단(ASEF), 컬쳐360)

 


◈「아랍 13개국의 예술가와 문화전문가의 국제 유동성을 위한 기금 가이드」다운로드

 

◈ 관련기사 더보기
- [동향] 아시아유럽재단의 <모빌리티 펀딩 가이드 Mobility Funding Guid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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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공통의 언어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공통의 언어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동향]  커넥션 살롱토크-오딘씨어터 피어 벡 옌슨 


지난 4월 25일 ‘커넥션 살롱토크(Connection Salon Talk)’가 대학로에서 열렸다. 커넥션 살롱토크는 커넥션사업 참가자들은 물론 해외 전문가들의 리서치 및 프로젝트 진행 사례들을 공유하는 자리로, 공연예술의 국제교류에 대한 정보 제공 및 네트워크를 형성하고자 마련되었다. 이번 ‘커넥션 살롱 토크’에서는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배경으로 구성된 덴마크 오딘씨어터(Odin Theatret)의 프로듀서 피어 벡 옌슨(Per Bech Jensen, 이하 옌슨)이 초청되어 오딘씨어터의 운영과 다국적 극단으로서 다문화성을 중시하며 펼치고 있는 다양한 활동 및 최근의 국제교류 사례 등을 들려주었다.

사람을 통한 문화공동체

사회자(서명구_서울연극센터 매니저) : 커넥션 살롱토크는 커넥션 사업에 참여했던 분들이나 그와 관련된 국제교류 하셨던 분들의 사례이야기를 나누면서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자리이다. 오딘씨어터의 옌슨을 통해 독특한 극단의 구성이나 운영방식, 국제교류 관련 프로젝트 진행사례 등을 이야기해 본다.

옌 슨(Per Bech Jensen_오딘씨어터 프로듀서) : 1964년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창단된 오딘씨어터는 이탈리아 국적의 유제니오 바르바(Eujenio Barba)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는 폴란드 유학 중 그로토프스키(Jerzy Grotowski)를 만나 많은 영향을 받았으나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폴란드가 아닌 오슬로에서 새로운 극단 활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는 전문배우가 아닌 아마추어 배우들을 데리고 그로토프스키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그리고 이 공연에 감동받은 덴마크 간호사들이 후에 덴마크 홀스테브로(Holstebro) 시장에게 이 극단을 초청해 달라고 권유하면서 오딘씨어터의 출발이 시작되었다. 오딘씨어터는 사회와 예술에 적응하는 능력에 있어 다른 극단과 다르다. 다른 예술장르에 대해 매우 열려 있다. 오딘에서 연극공연을 올릴 때마다 우리는 능력을 연마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게 된다. 새로운 종류의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기술, 그것은 일반적인 연극에서도 얻을 수 있지만, 주로 무용이나 그림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작품은 대개 1-2년 정도의 준비 기간이 필요한데, 각 배우들이 각 지역으로 흩어져 작품에 어울릴 만한 다양한 소재들을 찾아오고 이를 몽타주 방법으로 작업한다. 굉장히 긴 작업이긴하나 정부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모든 것을 지원해주는 것은 아니어서 어떤 작업이든 이익을 남겨야만 극단이 유지될 수 있다.

교환작업인 바터제는 예술이 문화를 창조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 바터제는 예술, 그 자체가 아닌 사람을 통한 새로운 문화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_피터 벡 옌슨

오딘씨어터는 끊임없이 지역과의 교류를 진행해왔다. ‘홀스테브로시와의 결혼’이라 할 정도로 오딘씨어터는 지역 사회와 밀접하게 소통하였고 지역에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자 노력했다. 이런 노력은 지역을 넘어 지난 50년 동안 행한 국제적 작업으로도 이어진다. 2002년 쿠바에서 이루어진 작업은 그 지역문화를 받아들이고 교환하는 바터제도(barter system)1)를 활용한 것이었는데, 이 또한 몽타주 방식을 활용한 방식이다. 쿠바 주민들이 현실에 실제로 참여하면서 발생되는 리얼리티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작업이었다. 교환작업인 바터제는 예술이 문화를 창조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문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 바터제는 예술, 그 자체가 아닌 사람을 통한 새로운 문화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 하지만 해외에 나가 현실을 인식하고 다시 홀스테브로에 돌아와 받은 것을 다시 지역사회에 되돌려주는 방식은 오딘씨어터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는 오딘씨어터를 지역과 연결시켜 일상생활을 변화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주민들의 일상에서 소재를 얻어 문화로 변환시켜 평범한 일상을 무대 위에서 특별한 무언가로 변화하게 만드는 것이다.


1) 화폐를 매개 수단으로 하지 않고 물건과 물건을 직접 맞바꾸는 제도

오딘 극단 팻말

유제니오 바르바(Eujenio Barba)_오딘 예술감독

오딘 씨어터 팻말 유제니오 바르바(Eujenio Barba)_오딘 씨어터 예술감독

중요한 건, 공통의 언어다

사회자 : 앞선 오딘씨어터 옌슨의 말에는 몇 개의 키워드가 있는 것 같다. 커뮤니티. 다양성. 그리고 삶으로서의 연극. 한 극단을 50년 동안 이끌면서 작품만 무대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많은 활동들을 하고 있는데 결국 극단이 공동체방식을 택하고 있기에 그런 것 같다. 극단운영에 있어 공동체 방식의 특징 혹은 어려움은 없나?

옌 슨 : 가장 어려운 점은 공통의 언어를 만드는 것이다. 오딘씨어터는 출발부터 사회에 깊숙이 관여하고 참여했다. 가령 농부와 작업을 할 때 단원들은 보통 농부가 일을 시작할 때 같이 일을 시작한다. 예술을 가지고 농부들과 대화하기 어렵지만 같이 일하다 보면 당신들처럼 우리도 일하는 사람임을 보여줄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방식은 지역 주민들의 존경으로 나타났다. 시골에 내려가 농부들을 귀찮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는 예술가대로 작업하기 때문에 서로 존중하면서 농부들과 공존할 수 있다. 지역 주민 상당수가 극장에 실제로 와 본 적이 없지만 대다수 홀스테브로 주민들은 오딘극단의 이름을 알고 있을 정도로 오딘씨어터는 지역사회에 잘 스며들고 있다. 그리고 이런 상호이해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공통의 언어로 새롭게 창조되었다. 이를 마련하는데 4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2014 오딘극단 50주년 기념포스터

홀스테브로에서 거리공연중인 오딘극단

2014 오딘씨어터 50주년 기념포스터 홀스테브로에서 거리공연중인 오딘씨어터

사회자 : 한국에도 지역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작업하는 극단들이 있다. 밀양의 연희단거리패, 원주의 극단 노뜰, 화천의 극단 뛰다가 그렇다. 그런 부분에서 서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데 지역사회와 관계맺기에 있어 어려운 부분은 없나?

옌 슨 : 지역문화와 교류하는데 있어 핵심은 일상생활에 있는 것을 취해 문화 안에서 완전히 다른 것으로 창조하는데 있다. 사실 일반인들에게 예술 창조 작업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이해시키는 것은 어렵다. 사람들은 보통 극장에 가서 연극 한편 보고 이것이 끝이라 생각하는데, 일반인들에게 그 과정을 함께 준비해야하는 것을 이해하도록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사회자 : 현재 오딘씨어터는 다양한 나라 출신의 단원들이 모여 굉장히 다른 문화적 기반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현재 단원 구성은 어떻게 되며, 그런 다양성이 작품 활동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나?

옌 슨 : 오딘에서 작업은 작품 하나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층위의 작업들이 동시에 진행된다. 할리우드 영화 한 편을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서사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개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관객마다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기존 공연무대는 관객들 모두가 정면을 바라보았는데, 오딘은 극장 안에 관객들을 서로 다르게 배치하여 각기 다른 무대를 경험하게 만든다. 불편하지만 안전하면서도 서로 다른 곳에 관객들을 배치하기 때문에 공연에 대한 관람 경험이 색다를 수밖에 없다. 3개 대륙에서 온 배우들이 공연에 참여하는 것도 다양성을 지향하는 오딘과 부합되는 지점이다. 이는 공연이 언어를 넘어선, 그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작품은 공간 안에 있는 인간을 탐구하는 것이다. 언어가 아닌 소리, 신체 등을 통해 관객과 가장 가까운 접촉을 하고자 한다. 그렇기에 공연은 언어보다 신체적인 작품이 많다. 언어를 사용하지만 언어를 위한 언어가 아닌 전달방식으로서 말이다. 모든 문화에 대해 오딘의 열린 태도가 사라진다면 이는 오딘씨어터늬 소멸과도 궤를 같이 한다. 마치 항상 새로운 위치를 찾는 여정처럼, 같은 방식이 아니라 항상 위치를 달리하여 오딘은 나아간다.

2014 오딘극단 50주년 기념포스터지루한 삶(The Chronic Life), 오딘극단, 2011

홀스테브로에서 거리공연중인 오딘극단

지루한 삶(The Chronic Life), 오딘씨어터, 2011 고래의 골격내부 (Inside the Skeleton of the Whale) 오딘씨어터, 1997

예술을 통한 상호교환, 바터시스템

사회자 : 쿠바에서 주민들과 함께 한 상호교환의 시스템인, 바터 시스템은 어떤 것이며, 이것이 작품에 어떻게 흡수되어 작용하나?

옌 슨 : 완전히 다른 사회문화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날 때 예술가들은 이들에게 영감을 얻는다. 바터제는 기본적으로 서로 교환하는 것이다. 조건이 맞아 이루어지는 마켓이 아니라 이익이 없는 방식, 즉 비영리적으로 문화를 교환하는 거죠. 따라서 굉장히 구조적이고 엄격한 작업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바터제는 단순한 조합으로만 보일 수 있다. 가령 배우들이 어느 특정 지역에서 그들의 작업을 소개하고, 그것의 대가로 그 지역의 음악이나 노래, 춤 등을 소개받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엔 드라마터그적인 요소가 아주 다분하다. 오딘이 이런 작업을 계속 하는 건 새로운 장소에 가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이 중 일부분을 다시 리허설 공간으로 가져오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굉장히 간단하고 단순한 작업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작은 것들은 연극의 경험이 되어 공연에서 사용가능한 중요 요소들이 되기도 한다. 이런 요소들은 그 지역의 노래일 수도 있고, 농기구를 가지고 무언가를 굉장히 잘하는 농부일 수도 있다. 소리나 춤의 리듬 등 그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사회자 : 굉장히 이상적으로 들린다. 물질적 가치가 아닌 예술역량을 재료로 하여 상대의 역량과 교환하는 개념인데 실제 진행하실 때 아마추어인 상대가 이러한 개념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나? 또한 하나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

옌 슨 : 작업시간은 준비 과정에 따라 달라진다. 하루 동안 준비하고 발표하는 과정이 될 수도 있고, 더 걸릴 수도 있다. 보통은 작업의 복잡성에 따라 달라진다. 앞서 영상에 봤던 쿠바의 경우, 노래부르는 사람은 단지 덴마크 전통노래만 부르는데 그 후 이들과 래퍼, 태권도하는 사람들과의 교류가 이어진다. 그리고 그들은 동네에서 바터제에 사용할 만한 요소들을 찾아 다닌다. 이 모든 것들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데, 매번 그렇지만 그들이 마음을 열고 여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끌어들이는 것이 늘 제일 어렵다.
쿠바에서 한 바터제, 2002

유동하는 우리 모두의 서사

관 객 : 오딘씨어터의 첫 관객이 간호사였다고 하고, 처음 보여주신 영상도 병원에서 공연한 것이었는데, 이는 의도된 것인가? 그리고 지금도 그런 방식으로 소외계층 관객들을 대상으로 작업하고 있나?

옌 슨 : 공연할 장소 선정은 신속하게 결정되는데, 그것이 오딘의 전략이다. 대체로 작업하는 장소는 주로 어려운 삶을 사는 주변부이다. 오딘씨어터 또한 일반적인 기준으로 바라볼 때 사회의 가장자리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더욱 소외계층에 관심이 가는 것 같다.

사회자 : 작품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커뮤니티아트나 장소특정성 작품 같은 경우 작품이 참여하는 사람이나 수행과정에 따라 결정된다. 전체적인 내러티브가 없이도 공연이 진행될 수 있나? 바터제를 할 때 보통 몇 명으로 하는가?

옌 슨 : 오딘배우들은 기본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자기 방식으로 이러한 바터제를 구성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 이들은 프로젝트에 대해 책임지고 진행할 수 있는, 배우이자 동시에 행정가이다. 공연만 하는 배우가 아니기에 무대 위는 물론 무대 밖에서도 자신이 어떻게 기여해야할지 의식한다. 정해진 것이 없긴 하지만 서사는 다양한 그룹과 함께 만들어진다. 즉 참여하는 구성원에 따라 서사는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희곡에서 출발하는 것과 달리 구성원 개개인에게서 서사가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마치 벽돌을 쌓아 하나의 담을 만들 때 그 색깔과 패턴 등은 바터가 진행되면서 만들어지는데 그 때마다 생겨나는 모습은 달라지는 것과 같다. 이때 벽돌은 바터제에 참여하는 구성원이라 보면 될 것이다. 따라서 바터제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는 늘 그 형식을 염두하면서 구성원과 소통할 수 있는 스킬을 갖고 작업한다. 바터제에는 사실 한명의 배우로도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더 많은 배우들이 참여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작업 시간과 복잡성, 대상조직에 따라 다르다. 장소 역시 유동적인데, 작업하는 배우의 관심 분야가 어디냐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모든 작업시 온전하게 상대를 100% 인식하지 않고 진행하게 되면 우리의 방식대로만 상대 그룹이 움직이게 되므로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무언가 다른 것을 일상적인 공간 안에 넣는 일이기 때문에 항상 다른 것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과 사회를 이어주는 다리, 예술

사회자 : 향후 일정이 중국방문이라 들었다. 현재 진행 중인 국제협력프로젝트와 중국과의 프로젝트는 어떤 것들이 있나?

옌 슨 : 사실 대부분의 오딘씨어터의 작업은 지역과 국제적으로 동시에 이루어진다. 현재 국제협력프로그램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고, 중국 상하이희극학원(Shanghai Theatre Academy)과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국제협력의 네트워크의 일환으로 상하이와 작년부터 교류를 시작했다. 작년에 열린 제1회 우쩐연극페스티벌(Wuzhen Theatre Festival)에는 오딘씨어터 뿐 아니라 많은 전문극단들이 초청되었다. 그런데 공연 티켓가가 티켓하나에 $200정도로 고가(高價)였는데 그것이 중국의 시스템이 작동하는 방식이라 생각했다. 우쩐(Wuzhen,중국 상하이희극학원)에서 상하이희극학원 교수와 만나 오딘위크페스티벌(Odin week Festival)에 학생들의 참여를 제안했다. 2주 동안 진행되는 워크숍, 세미나, 공연, 강연들이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이후 상하이측에서 20명의 대표단을 파견했고, 오딘위크에서 상하이와 오딘씨어터의 협력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그 협력의 하나로 현재 상하이희극학원에서 유제니오 바르바 작품들이 10편 정도 번역 중에 있고 다가오는 11월에 상하이에서 강연과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협력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중요한 건, 늘 네트워크와 사람이다. 하지만 그들은 문을 열어 줄 뿐이다.

중국 상하이희극학원

오딘 위크 페스티벌(Odin week Festival)

중국 상하이희극학원 오딘 위크 페스티벌(Odin week Festival)

연극계에서 아시아는 서양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원천이며 실제로 많은 현대적 움직임들이 아시아에서 태어났다. 협력 작업을 할 때, 아시아의 특징들을 가져오기보다 아시아 예술가들이 어떻게 작업하는지, 어떤 에너지를 갖고 있는지, 리듬과 존재감은 어떤지 등에 중점을 둬야 한다. 1947년에 설립된 국제인류학연구소센터(ISTA, International School of Theatre Anthropology, 이하 이스타) 경우 신부, 목사, 경찰 등 다양한 직업군들의 작업방식을 통해 어떻게 이들이 예술작업을 하며, 예술 창조에 대한 공통된 기반을 찾아가는 방식을 연구한다. 이스타는 예술을 다양한 문화권 사람들을 이어주는 다리로 본다. 예술가들의 예술적 의식, 에너지 등에는 공통된 것이 있단 전제에서 인류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예술을 과학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몇 년 전 한국을 방문한 유제니오 바르바는 진도굿을 보고 그 안의 리듬, 에너지, 북 등에 영감을 받아 공연을 올린 적이 있다.

오딘의 국제인류학연구소센터(ISTA)

오딘시어터 아카이브(OTA)

오딘의 국제인류학연구소센터(ISTA) 오딘씨어터 아카이브(OTA)

관 객 : 현재 장애어린이를 위한 예술축제를 프로그래밍하고 있는 사람이다. 장애는 경계를 떠나 인류애적인 문제라는 것을 화두로 두고 올해 처음 컨퍼런스를 준비하고 있다. 매해 다양한 실험들을 통해 공통분모를 찾고 있다 했는데, 매해의 주제가 정해져있나? 그리고 실행한 것들을 어떻게 이론화시키고 있나?

옌 슨 : 기록하는 작업은 현재 세계 여러 대학과 협력하여 진행하고 있다. 오딘은 2002년에 연극실험학연구소(CTLS)을 만들어 거의 모든 작업을 문서로 작성하고 있다. 오딘씨어터아카이브(Odin Theater Archive)에는 초창기부터의 논문, 저작들, 사진, 다양한 자료들을 소장하고 있다. 오딘도 장애를 가진 분들과 함께 작업한 적이 있는데 이들과의 작업시 무언가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는 그들이 창조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그들과 사회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고, 그들이 미소를 지을 있도록 할 수 있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은 다른 문화를 쉽게 받아들이고 쉽게 적응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이를 예술에 반영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아시아, 한국의 역사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원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직 드러나지 못하고 활용되지 못한 부분들이 많을 뿐이지 한국이 갖고 있는 씨앗을 다른 방식으로 다양한 예술적 활동을 통해 펼치길 바란다.



◎사진 출처_ 오딘씨어터 홈페이지


오딘씨어터(Odin Theatret)
1964년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창립한지 2년 후 덴마크 홀스테브로(Holstebro)로 이동, 극단 명칭을 노르딕 씨어터 실험실/오딘씨어터(Nordic Theatre Laboratory/Odin Theatret, 오딘씨어터로 통칭)로 명명했다. 현재 극단은 다양한 국가적/문화적 배경을 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국내외 작품창작/공연 이외에도 국제교류, 레지던시 프로그램 운영, 매년 Odin Week Festival 개최, 잡지 및 도서 발간, 극단 창립자이자 연출인 Eugenio Barba가 설립한 국제연극인류학교(ISTA)를 통한 교육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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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 애들레이드와 멜버른을 중심으로


우리와 계절은 정반대지만 시차는 크지 않다. 역사적, 언어적으로 보자면 먼 서양으로 구분되지만 지리적, 경제적으로는 가까운 아시아와 한데 묶인다. 낯설면서도 우리와 친숙한 나라, 바로 이달 초 우리와 자유무역협정 (FTA)에 공식서명한 호주 얘기다. 근래 들어 부쩍 정치경제면에서 우리와 거리를 좁히고 있지만 문화예술면에서 이미 호주는 아시아의 이웃나라들만큼이나 가까운 나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KAMS)와 호주예술위원회가 공동주관한 <2012-13 한-호 커넥션: 공연예술 인턴>은 그러한 양국 간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보여주는 인턴십 프로그램이다. 총 9개월간 인턴십이 진행된 애들레이드 페스티벌 센터 (Adelaide Festival Centre)와 멜버른 아트 센터 (Arts Centre Melbourne)는 그중에서도 아시아와의 문화예술교류에 있어 탁월한 리더십과 성과를 보여주고 있는 대표적인 기관으로 꼽힌다.

아시아적인 느낌의 벽화@애들레이드 페스티벌센터

시드니 마이어 뮤직 볼@멜버른 아트센터

아시아적인 느낌의 벽화@애들레이드 페스티벌센터 시드니 마이어 뮤직 볼@멜버른 아트센터

축제가 일상인 도시 애들레이드

애들레이드가 위치한 남호주 (South Australia)는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움한 애들레이드 페스티벌(Adelaide Festival), 애들레이드 프린지(Adelaide Fringe), 워메들레이드 (WOMADelaide)가 개최되는 축제의 주(The Festival State)다. 올해부터 브리즈번으로 거처를 옮긴 호주아트마켓(APAM: Australian Performing Arts Market)도 애들레이드 출신이다. 이 대형 축제들은 (애들레이드 페스티벌 센터와는 별개로) 모두 2, 3월에 개최된다. 호주는 물론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관객들로 들썩이는 애들레이드의 3월은 “미친 3월(Mad March)”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축제의 주를 대표하는 공연장답게 애들레이드 페스티벌 센터 역시 축제가 중심인 공연장으로 연중 3-4개의 축제를 개최한다. 가족·어린이 프로그램 중심의 컴 아웃 칠드런즈 페스티벌(Come Out Children’s Festival), 카바레 페스티벌계의 선구자격인 애들레이드 카바레 페스티벌(Adelaide Cabaret Festival), 격년으로 진행되는 애들레이드 국제 기타 페스티벌 (Adelaide International Guitar Festival) 그리고 오즈 아시아 페스티벌 (OzAsia Festival)까지 그 스펙트럼도 다양하다. 예산과 인력의 부족, 급박하고 급작스럽게 돌아가는 축제의 속성은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계약, 비자, 티켓, 홍보, 협찬, 협력, 마케팅, 무대, 진행, 아티스트 관리 등의 업무가 부서간의 협력 하에 상당히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조직 경영 노하우와 모든 정보를 철저히 데이터베이스화하여 관리하고 공유하는 시스템 덕도 있겠지만, 가장 큰 힘은 즐기며 일할 줄 아는 직원 개개인의 역량과 상호 간의 신뢰 및 동료애에서 만들어졌음은 분명해 보였다.

축제풍경@워메들레이드

Ready for Takeoff@애들레이드 프린지

축제풍경@워메들레이드 Ready for Takeoff@애들레이드 프린지

애들레이드 페스티벌 센터, 아시안 붐을 선도하는 리더십

홍콩(Hong Kong)의 미디어, 관광, 축제 분야에서 쌓은 굵직한 경력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더글라스 고티에(Douglas Gautier)는 애들레이드 페스티벌 센터의 CEO 겸 예술감독이다. 그는 2013년 10월에는 대전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센터연합회 (AAPPAC) 총회에서 의장으로 선출되었다. 아시아 스페셜리스트인 고티에의 리더십 하에 일찍이 호주와 아시아 간 문화예술교류의 중요성을 인지한 애들레이드 페스티벌 센터는 2007년부터 오즈 아시아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이 축제를 통해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 혹은 아시아-호주 아티스트 간의 협력을 통해 창작된 공연이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점프>((주)예감), <페르귄트>(극단 여행자) 등 한국 작품들도 이 축제를 통해 호주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이번 달을 기점으로 지금껏 오즈아시아페스티벌을 진두지휘해온 제신타 톰슨 (Jacinta Thompson)이 떠나고 신임 축제 감독을 맞이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애들레이드 페스티벌 센터는 작년 9월엔 남호주 대학교 (University of South Australia)와 함께 아시아 태평양 문화예술 리더십 센터(Asia Pacific Centre for Arts and Cultural Leadership) 설립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들은 아시안 붐을 선도해나가기 위한 플랫폼을 마련하고 인재를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10월엔 홍콩 프린지 클럽에서 애들레이드 카바레 페스티벌 해외 순회공연도 성황리에 마쳤다. 아시아와의 강도 높은 교류 행보를 체계적으로 이어가는 뚝심 있는 리더십이 돋보이는 지점이다.

Roman Tragedies@애들레이드 페스티벌

<페르귄트>, 극단 여행자

Roman Tragedies@애들레이드 페스티벌 <페르귄트>@오즈아시아페스티벌

다문화가 공존하는 문화예술의 도시 멜버른

멜버른은 호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의 도시다. 넘쳐나는 크고 작은 공연장, 라이브 클럽, 축제 속에서도 멜버른 아트 센터는 단연 독보적인 문화예술공간이다. 지난해, $7.1m에 달하는 예산 초과집행으로 인해 주디스 이셔우드(Judith Isherwood)가 CEO직에서 물러나고, 일부 직원들이 해고되는 이례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또한 유럽 여느 도시들처럼 관객층이 눈에 띄게 고령화되어가고 있는 점도 염려스럽다. 하지만, 로얄 콘서트 헤보우 오케스트라(Royal Concertgebouw Orchestra)와 같은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부터 난민 혹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 놓인 청소년들이 힙합뮤지션의 꿈을 이루도록 이끌어주는 창의적인 교육 프로그램(Dig Deep)과 아시아와의 교류 활성화 프로젝트까지 다양성을 고루 담아내는 다이내믹한 프로그래밍은 이러한 염려들을 불식시키듯 멜버른 아트 센터의 저력을 보여준다. 특히, 거주민 중 절반 정도가 외국 태생인 멜버른의 다문화적 속성이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반영되어 진취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유럽공연예술회의 (IETM: International Network for Contemporary Performing Arts), 호주예술위원회(Australia Council for the Arts), 넥스트 웨이브(Next Wave) 같은 주요 기관과의 밀접한 협력관계를 통해 호주-아시아 아티스트들 간의 협력 범위와 경계를 넓혀가고 있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프로젝트는 Play Me, I’m Yours(PIMY)라는 관객 참여형 프로그램이다. 이들은 베티 암스덴(Betty Amsden)이 멜버른 아트 센터에 기부한 약 10억 원으로 3~4년에 걸쳐 4개의 대규모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를 차례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영국 출신의 루크 제람(Luke Jerram)이 창안한 PMIY는 뉴욕, 상파울로 등 전 세계 37개 도시에서도 진행된 바 있다. 이는 도시 곳곳에 피아노가 설치되고 대중들이 자유롭게 연주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멜버른에서는 다문화, 소외계층 등 여러 커뮤니티 그룹들이 기부 받은 피아노를 장식하고 37명의 시민들이 특별히 작곡된 서곡(Overture)을 함께 연주했다. 백발의 기부자가 다양한 피부색의 기부 수혜자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모습에서 멜버른스러운 면모를 엿볼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다.

<Play Me, I’m Yours> 오프닝 연주@멜버른 아트센터

Dig Deep 앨범 론칭@멜버른 아트센터

Play Me, I’m Yours 오프닝 연주
@멜버른 아트센터
Dig Deep 앨범 론칭@멜버른 아트센터

멜버른 아트 센터, 아시아를 향한 혁신적인 발걸음

멜버른 아트 센터는 2009년 마이어 재단(The Myer Foundation)의 지원을 바탕으로 케네스 마이어 아시아연극시리즈(KMATS: The Kenneth Myer Asian Theatre Series)를 설립했다. 호주 관객들에게 그들이 살고 있는 다문화 사회를 반영하고 인도, 중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아시아 컨템퍼러리 공연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통로 역할을 담당했다. 그리고 이후 멜버른 아트 센터의 아시아 공연예술 프로그램(APAP)으로 자리 잡았다. 호주예술위원회 씨어터 보드(Theatre Board)의 의장이자 멜버른 아트센터의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인 스티븐 암스트롱(Stephen Armstrong)이 2013년 7월에 온 이후 조직은 혁신적이며 새로운 방식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2014년 5월 멜버른에서 개최되는 IETM 아시아 위성 회의와 연계하여 APAP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호주와 아시아 아티스트들의 자유로운 협업과 이를 통한 다국적 프로젝트 개발을 목표로 새로운 프로그램(The Lab)이 시험대에 오를 예정이다. ‘실험실’을 뜻하는 프로젝트명 그대로 참가자들에게 결과물 도출을 종용하지 않는다는 대담한 기획이 눈에 띄는 프로그램이다. 이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함께 작업하게 될 예술가들의 창의적 시너지가 사뭇 기대된다.

현재 호주에서 불고 있는 아시안 붐은 앞으로 더 거대한 물결로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호주 입장에서는 아직 한국보단 지리적으로 가까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와 같은 나라들과의 작업을 더 선호하고 있다. 물리적 거리를 뛰어넘고 마음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창의적인 접근방식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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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아시아가 세계를 주도할 것이다]]> 아시아가 세계를 주도할 것이다
[동향] 제3회 한-아세안 문화예술포럼 좌담 「미래를 설계하다, 아시아 문화예술네트워크」


제3회 한-아세안 문화예술포럼이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으로 지난 2월 26일, 27일 양일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에는 한국과 아시아, 태평양의 공공·예술 관계자 11개국, 23명이 참여해 ‘아시아 문화예술 교류의 현실과 유통 네트워크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27일 3부에서 진행됐던 「미래를 설계하다, 아시아 문화예술네트워크」 좌담 내용을 소개한다.

사회 아시아의 다양한 기관에서 오신 분들과 아시아문화예술 네트워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겠다. 첫 번째로 아시아의 문화 지원기관에서 문화예술 교류를 담당하는 분들의 활동을 들어보겠다.

벤슨 푸아(이하 ‘벤슨’) 오늘 좌담에 많은 토론자들이 모였는데 우리끼리만 해도 네트워크가 되겠다. 먼저 아시아 네트워크에 도움이 되었던 2개 주요 네트워크 소개하겠다.

우선, 첫번째 네트워크인 아시아태평양 공연예술센터연합(Association of Asia Pcific Performing Arts Centers, 이하 APPAC)에서 나는 10년 동안 의장을 했다. AAPPAC는 처음엔 싱가포르-호주 네트워크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주요 공연 센터가 회원으로 가입하면서 회원 간 성격에 맞게 변모하였다. 시장을 개척하고 교류하는 것이 취지인데, 아직 성공하지는 못했다. 협력과 협업에 대한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는 대화를 통해 적절한 네트워크를 통하지 못하면 침몰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무언가 함께 의견을 모아 해보자고 의견을 나누고 있는 중이다. ’비즈니스 서클’과 총회를 통해 네트워크 미팅을 하는데, 주요한 아티스트를 모시고 작품에 대해 의견을 나누다 하다보면 아티스트 중심으로 진행해야 한다는데 생각이 모아진다. 두번째 네트워크는  국제공연예술협회(ISPA)인데, 이 국제 협회에는 더욱 많은 아시아 인사의 참여가 필요하다. 아시아 출신으로는 내가 최초로 참가했었는데 아직도 외롭다. 아직까지 백인 중심의 협회이고, 한동안 미국 중심이었는데 남아공, 브라질 등으로 개최지를 이동하면서 아프리카와 남미의 회원까지 흡수했다. 그러나 여전히 아시아 멤버가 더 필요한 실정이다.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국가이기 때문에 주변 국가들과 공존한다. 필연적으로 교류가 필요한 국가이기에 글로벌 네트워크, 아시아 네트워크가 더욱 필요하다.

이인권 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 (Federation of Asian Cultural Promotion, FACP)의 아시아 부회장을 작년까지 맡았다. 한-아시아 관계 협회는 15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획자들의 모임체로 결성됐다. 매년 아시아 각국의 도시를 순회하면서 주제를 갖고 총회를 개최하는데 한국에서는 서울 2번, 제주1번, 2008년 전주에서 개최하였다. 국제 도시나 관광 도시 등 접근성이 좋은 도시에서 주로 개최되는데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전주에서 행사가 잘 마무리되었다. 내년도 33차 총회가 충무아트홀주최가 되어 개최될 예정이다.

이종호 이 자리에 참석한 상하이 국제아트페스티벌과 함께 시댄스(서울국제무용제, SIDance)의 아시아공연예술축제연합(Association of Asian Performing Arts Festivals, AAPAF)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2004년 6월 싱가포르 아트페스티벌 당시 주요 페스티벌 감독들이 만나 아시아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마음을 모아 홍콩 아트페스티벌, 싱가포르 아트페스티벌, 상하이 국제아트페스티벌, 자카르타 아트페스티벌 감독이 발기인 역할을 하고, 도쿄페스티벌과 시댄스 등이 스타트 멤버로 참여하였다. AAPAF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페스티벌 간 공동 창작 해외 단체 초청 시 공동 주관 공동 프리젠팅이 목표인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유럽은 비교적 나라도 많고 일하는 시스템도 비슷해 협업이 쉬운데, 아시아는 언어, 경제, 제도 등이 많이 달라 협업이 힘들다. 하지만 10년 동안 AAPAF를 통해서 많은 협조 관계가 이뤄져 왔다. 실례로 시댄스의 경우 아시아 무용축제 프로듀서들과 함께 리틀아시아댄스네트워크(Little Asia Dance Network)를 만들어 활동해 왔다. 구체적인 공동 창작과 해외 작품 투어 등은 구체적으로 잘 진행되었으나,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이를 조금씩 풀어가기 위해 모든 멤버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제프리 아리프 아시아극장협회(Asian Theatre Alliance, ATA)는 2011년 극예술인 총회가 중국 충칭에서 개최되었을 때 ’극예술인 종사자 모두를 대표하는 기관을 만들자’는 제안에서 시작되었다. 아시아극장협회에서는 4가지 단계의 전문가 교류 프로그램을 개최하고 있다. 페스티벌은 처음 중국에서 개최된 후 격년제로 회원국에서 열리며, 비즈니스 차원의 교류로 극장 경연이 진행된다. 또한 각 회원국의 현황에 대해 전시를 진행하는데, 예술 발전 현황 등에 관한 내용으로 연극 관객들과 애호가를 대상으로 한다. 마지막은 좀 더 교육적인 커리큘럼으로 구성된 포럼을 매년 진행한다. 이 4가지가 아시아극장협회가 갖고 있는 목표이다. 아시아극장협회는 예술종사자들의 아이디어 교환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연출가, 극작가, 매니저, 극장 경영진 등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교류할 수 있다. 한편으로 많은 아시아의 희곡을 영어로 번역하길 원하는데 이는 영어권에서도 아시아의 극예술에 대해 잘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아시아 극예술이 모국어로 부족하다는 말이 아니라, 단지 광범위하게 확산시키기 위해 국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세계는 아시아의 예술을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해 아시아와 전 세계를 잇는 역할을 함으로써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연극을 공연하자는 의미이다. 아시아극장협회가 아시아 극예술을 더욱 발전시키고 소개하는데 좋은 역할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독립 운영 개별 지원기관들

이잔 사트리나(이하 ‘이잔’) 말레이시아 예술은 다양한 잠재성을 품고 있다. 간디의 말처럼 우리는 민간과 기업과 정부 간의 연결을 지원한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와의 교류 덕에 2년 동안 한국을 4번이나 오게 되었다. 말레이시아와 한국 간 교류프로그램도 이를 통해 진행되었다. 또한 호주예술위원회와도 비슷한 교류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말은 누구든, 어디서든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개인 자금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현재는 말레이시아 왕실 펀드를 받아서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는 동남아 뿐 아니라 세계의 다양한 국가들과 교류하고 싶다. 말레이 안에서도 동남아 교류 거점이 없는 상태이기에 한국과 함께 시작하려고 한다. 하나의 거점이 없는 상태에서 이 자리에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너무 기쁘다. 어디를 가든 아시아 국가를 알아봐주면 좋겠다.

세실리 쿡(이하 ‘세실리’) 아시아문화위원회(ACC)는 록펠러 재단에 의해 설립되었다. 설립자인 록펠러는 세상을 바꾸는 주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아시아 문화예술에 열정이 컸기 때문에 살아있는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위원회를 설립하여, 지난해 5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동안 6천명이 넘는 예술가를 지원해 왔고, 미국-아시아 간 교류를 도모했다. 작가나 학자들에게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레지던스를 지원했다. 처음 기금이 만들어졌던 80년 초에는 아시아 사람들이 미국에서 활동할 기회가 적어서, 위원회의 기금이 대부분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진출하는 예술가를 대상으로 한 지원이었다. 반대의 지원은 매우 미미했다. 미국 내 정부 차원의 미국 작가지원은 거의 없었다. 즉 미국 작가들이 해외 교류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 아니라 지원이 부족했던 것이다. 따라서 위원회는 장려금 제공 뿐 아니라 이를 주선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즉, 관련된 지원금을 적당한 사람들에게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예술 지원 재한 해외문화원 그룹

라이마 폴커(이하 ‘라이마’) 나는 독일문화원의 프로그램 담당자이다. 독일문화원은 비교적 어려운 시기였던 1952년 독일 문화 예술의 국제교류를 위해 설립되었다. 외교부 산하 기관이지만 활동은 비정부 단체와 비슷하다. 정부와 밀접히 활동하지 않아 오히려 공신력을 얻게 되었다. 독일어 알리기가 주요 미션이며, 이와 함께 문화 프로그램이 주요한 미션이다. 현재 80여 개국 159개의 조직으로 성장하였고, 가장 최근에 세워진 문화원은 미얀마 지부이다. 13년 전까지만 해도 뮌헨 본부가 각 지부와 직접 업무를 진행했으나, 현재는 전체 문화원을 13개의 권역으로 나누어 권역의 지역 본부가 주요한 권한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의사결정이나 파트너 프로젝트 선정도 친밀한 경영이 가능하게 되었다. 중국, 일본, 몽골이 포함된 동아시아 지역은 한국지부가 지역본부이다.

히로유키 고지마 2년 전부터 한국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그 전에는 필리핀 근무를 시작으로 베이징에서 근무해서 주로 아시아 권역에 대해 인연이 깊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은 공공기금 기관으로 일본과 해외의 교류와 우호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예술 및 문화 교류 , 일본어 교육 지원 일본학 지원이 주요한 분야로 이와 관련된 지원금을 운영한다. 기금의 지원과 함께 다양한 전시와 공연 등 다양한 문화활동을 주최한다. 1972년도 최초 설립되어 아시아태평양 권역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14년에는 도쿄에 아시아 센터를 설립할 예정인데 목적은 아시아 간 교류를 위한 것이다. 이를 통해 좀 더 활발한 교류를 희망한다.

콜렛 브레넌(이하 ‘콜렛’) 호주예술위원회는 호주의 대표적인 정부산하 기구이다. 의사결정은 예술가로 구성된 위원회가 한다. 해외 시장 개발업무를 하고 있는데, 해외진출을 위한 기금 지원 활동을 한다. 예술가 이동성 지원 및 해외 아티스트 초청지원이다. 올 봄 개최될 IETM 멜버른 위성 회의는 후원자들의 모임이 될 것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도 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다원적이며 미적으로 역동적인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새로운 전략적인 계획은 새로운 지원제도의 시도이다. 최고의 예술성을 지원하며 대화를 확대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작품의 해외 진출과 시장 개발 중심이었다. 서울아트마켓에는 최대 규모의 호주 델리게이트들이 참가하고 있으며, 아시아 지역 예술가의 호주로의 초청도 활발하다. 여기 모인 전문가 분들 및 해외 기관들이 힘을 합쳐 보다 효과적인 지원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윤철 국제교류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 드리겠다. 타 아시아 국가들과 공연을 통해 작품을 자주 교류하지 않지만 인력 교류를 조금씩 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 가끔 우리의 작품을 보내거나 프로덕션 교류를 하고 있다. 앞으로는 워크숍과 인턴쉽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쌍방향 교류로 전문가나 기술을 교류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류를 나의 임기 중 최대한 많이 하도록 노력하겠다. 국제연극장협회는 유네스코의 60여 회원이 있고, 나는 2008년 이후부터 회장을 맡고 있다. 아시아 문화예술회의를 만들어 비평가를 많이 초청해 왔다. 젊은 평론가 사이에 몇 가지 장점을 갖고 있다. 회장이 되었을 때 중국, 일본, 인도, 이란 등이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교류에서 가장 좋은 점은 우리 젊은 평론가를 소개할 수 있다는 거다. 국제 연극 페스티벌에 20명 정도 초청해 작품을 보고 평론하는 연습을 하는 등 매우 좋은 활동을 하고 있다. 회의는 9월 중국에서 열릴 예정인데 아시아 젊은 평론가를 아직 더 많이 초청하는 것이 목표이다. 아시아 관점의 연극 평론을 많이 알리고 있다. 호주는 아직 포함 하지 않았지만 들어왔으면 좋겠다.

새로운 자본,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서

사회 왜 우리가 아시아에서 교류해야 하는가? 그간 어떤 교류가 있었고, 성공했다면 어떤 사례가 있었는지 혹은 잘 안 되었다면 이유는 무엇이었고, 더 잘하기 위해선 어떤 교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겠다.
벤슨 우린 아시아인이고, 이곳이 우리 본고장이므로 우리의 문화유산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지난 역사와 미디어 작용으로 우리문화에 대한 스스로의 호감이 크지 않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지리적인 상황을 바꿀 수는 없다. 서양 문화권 덕에 얻은 것도 많다. 음식만 하더라도 이태리식, 프랑스식 등 동시대에 공통적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 하지만 식습관에 대한 선호도는 존재할지라도 문화에 대해서는 회귀하기 마련이다.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것은 마치 후퇴하는 것과 같다. 문명화되기 이전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데 누구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가. 나도 아시아에서 자라고 영국에서 공부해서 아시아적 가치관이 있는지 모르겠으나 가치관은 내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교류를 위해서는 진정성이 필요하다. 카드 게임이 아니라 서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라이마 문화가 교류를 위한 훌륭한 매개체다. 글로벌 사회에서 국가 소유권이 바뀌고 있다. 주인의식을 누구나 다 가져야 한다. 아티스트에게 펀딩 지원 시 독일에서도 독일 국적자가 아닌 사람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공방이 오고갔다. 예전에 인도 출신 피아노 조율사들을 데려와 외곽 도시로 모셔 연수를 했고, 현지 신문기자가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 때 기자가 조율사에게 "왜 인도 전통 악기 연주를 하지 않는가"라고 묻자 "세상 사람들이 모두 인도 요가 하지 않습니까?"하고 대답을 한 적이 있다. 왜 아시아일까? 아시아가 엄청난 학습의 장이기 때문이다. 디저털화 관련 사업도 진행 중인데 이 분야에 있어서는 거꾸로 아시아에서 배워 유럽으로 가져가고 있다.

김윤철 나는 ‘왜 아시아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책을 10권 정도 썼다. 조사를 하면서 보니 ‘문화’에 대한 정의가 200개 넘는데 그 중 아이작 로젠버그(Isaac Rosenberg)는 “문화는 사람들이 서로 사고하고, 말하고, 소통하는 방식이다”라고 했다. 서구의 문화와 비교해 보자면 아시아가 덜 세련됐다고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잠재력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래에는 아시아가 막강한 문화예술의 중심이 될 수 있다. 한국 정부도 광주를 문화예술 도시로 조성했고, ‘아시아문화전당’이 2015년에 개관하면 중요한 아시아 문화예술의 플랫폼 역할을 하며,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문화예술에 있어서 아시아가 세계를 주도할 것이라 생각한다. 아시아가 바로 이런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세실리 뉴욕에서 아시아위원회 록펠러 기금이 만들어진 시기는 냉전시대였다. 록펠러는 일본에 호감이 많았다. 그의 시선은 아시아 문화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일본소사이어티 혹은 아시아소사이어티를 열어 아시아 문화의 힘과 아름다움을 소개했다. “‘문화의 상호이해’라는 것은 보험이다. 상당히 흥미롭고 위험한 아시아에서 ‘문화’는 보험의 역할을 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많은 예술가와 학자들이 등장하면서 아시아 작가들도 공부하고, 실습을 하고 있다. 예전처럼 나이가 든 사람들뿐만이 아니라 차세대가 배워서 돌아가 가르치고, 미국의 관점과 시작도 많이 바뀌고 있다. 서양인은 현대와 전통의 이분법이 있다고 생각하고 동시성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아시아에서는 그런 것이 존재한다. 우리는 1970년대에 백남준이라는 젊은 예술가를 관심 갖고 지원했다. 이를 통해 우리 모두 풍요로워 질 수 있고, 아시아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김윤철 다른 관점에서 말하겠다. 아시아는 자본이 있다. 그러나 현재 유럽은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 보인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국제연극평론가협회는 베이징과 인도에서 총회를 개최했었는데 현재 이런 자본을 가지고 있는 국가가 아시아가 많지만 단지 아시아국가에서 돈이 있어 이런 행사들을 주최하는 것은 아니다. 연극적 측면에서 보면 서양에서 극예술을 극단적인 실험적으로 시행하다 더 이상 나아갈 길이 없어 보인다. 이제 아시아 문화로 눈을 돌려 벨리댄싱과 경극을 공부하고, 이들이 아시아 전통 극예술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유혈이 낭자하고 성적인 내용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향을 찾으려고 하는 것 같다. 비연극적인 연극을 찾아, 새로운 컨텐츠를 찾아 아시아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벤슨 슬픈 일은 서양에서 아시아가 새로운 시장이라는 것이다. 뜻은 좋고 뭉치기도 했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이 힘들다. 관료들은 직책이 너무 높아 자존심이 높은 반면 아티스트들은 네트워크를 잘한다. 우리가 만드는 네트워크가 유효하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티스트 통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물론 주체는 네트워크의 목표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메콩에서 활동을 할 때, 페이스북이 없던 시절이었는데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있었다. 온라인 관계와 대면 관계를 이어가자는 것이었다. 플랫폼 구성 후에는 프로젝트가 있어야 더욱 모임이 활발하게 움직였다. 새로운 형태의 모임은 유기적으로 성장하다가 다른 형태로 성장하기도 한다. 인위적으로 만들 순 없다.

라이마 자화자찬 같은데 독일문화원은 아시아와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주요한 사안을 발전시킨 예가 있다. 독일예술위원회가 인도 코트 기관과 협력했다. 예술 관리의 부재에 대한 화두를 가지고 갔던 네트워크인데 최종적으로 아트커넥션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이 프로젝트는 동남아 전체를 아우르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전시를 했었고, 후속으로 이어졌던 댄스커넥션도 성공적이었다. 네트워크가 단지 협회를 만드는 것이 목적일 경우 꼭 성공을 전제로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콜렛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다. 나는 세계 어느 곳을 가든 아티스트 사절단과 동행한다. 여러 명이 함께 가는데 CEO부터 독립 아티스트까지 자비로 데려왔다. 개별 예술가들이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뒀을 때 잃어버렸던 신뢰를 되찾았다. 미심쩍을 수 있다. 우리가 강력해지려면 협력 잘하는 아티스트들과 함께 일하면 되지 않을까.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무엇보다 인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를 알고, 어디에 연락을 취하고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며, 아울러 믿음과 존경심이 중요하다. 이것들이 있다면 유기적으로 저절로 발전될 것이다.

공공의 네트워크와 재정+민간단체의 철학



사회 중요한 것은 ‘아티스트들의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이다. 한편으로 네트워크 유지가 쉽지않다. 왜 어려운지, 어떻게 잘 발전할 수 있는지 관련 사례가 있을까?

세실리 사례를 들자면 자카르타 시장 아티스트들은 관리가 힘들다. 스스로 하게 해야 한다. 개별 예술가에게 투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독립예술가는 여러 어려운 상황이 있다. 하지만 훌륭한 결과를 보여주고, 우리가 일하는 이유의 일부이기도 하다. 큰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지만 미국에서 개인 예술가 투자에 힘을 주려고 한다. 먼저 ‘어떤 네트워크를 원하는가’, ‘목적이 무엇인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 구성원을 선정하고 회의를 주기적으로 열고 하는 등으로 진행해 왔지만 지금은 SNS로도 소통할 수 있다. 네트워크는 자주 사용되는데 반드시 디자인을 먼저 해야 한다. 후원을 어디에서 받을 것인지도 생각해야한다. 그럼 큰 포럼을 열수 있다. 하지만 그 다음 단계로 발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큰 네트워크가 필요 한다.

이인권 아시아 문화예술 협력이나 교류는 지방 특히 전주에서는 ‘전주세계소리축제’를 통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그 중 사례를 하나 얘기하자면 일본국제교류기금으로 한중일 공동 연극을 제작했었다. 아시아 3개국의 예술가들이 함께 참여해 3개국 8개 도시를 순회했다. 보통 수도들에 집중해 국제교류가 많은 편이라 지역으로는 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공동제작 공연은 일본국제교류기금이 많은 재원을 지원해 3개국 언어로 자막이 제작되기도 했다. 그때 나는 물론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감동받았다. 또한 현재 국제교류를 위한 레지던스 프로그램도 많은데 공동 협업해 진행했던 각국 순회 프로그램이 의미가 있었다. 이때 무엇보다 예술가들이 그들의 창의성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종호 한국, 대만, 일본, 홍콩, 싱가폴, 호주, 인도네시아가 참여한 리틀아시아댄스네트워크에서 각국 1명씩 추천받아 공동 창작 혹은 솔로작 공연을 했었다. 철저한 민간 베이스 사업이었다. 정부 공공기관 교류 네트워크 들어보면 지루하고, 불편한 점도 있다. 관변 예술가 즉, 정부 근처의 예술가들을 만나게 된다. 특히 타국의 예술가를 연결하자면 개인적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엉뚱한 욕심들을 가지고 있다. 이 경우 도움받기가 힘들다. 언제나 관변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정부 조직과 재정 그리고 정부가 모르는 민간의 구석구석의 네트워크를 합치면 새로운 필드가 개척될 것이다. 리틀아시아댄스네트워크 같은 경우 규모는 작지만 민간이어서 큰 기관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은 잘 안됐었다. 한군데 모여 연습하기도 힘들고, 나라마다 펀딩 지원 시기도 다르고, 제도도 달랐기 때문에 결국 중단되었다. 이런 자리에 올 때마다 중심이 너무 관공서에 중심이 가있는데 관과 민 사이의 장점을 섞어야 새로운 비전을 열수 있다 생각한다.


이잔 말레이시아공연예술에이전시(My Performing Arts Agency)도 독립기관이다. 우리도 예술에 대한 열정이 많다. 마이파는 국가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나가고 싶다. 옥션을 통해 펀드레이징을 하고, 그것을 예술가들에게 돌아가게 한다. 온라인 시스템도 만들어 그들에게 지원하고 있다. 이것이 사람들이 민간단체가 수행한 일로는 기적적 일이라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공공 기관과 민간이 힘을 합쳐 펀드레이징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지난 보락아츠페스티벌(Borak Arts Festival)에서는 한국과 호주를 포커스 했고, 앞으로는 일본과 프랑스를 포커스할 예정이고, 이어 동남아를 포커스할 것이다. 한 사람이 콩을 굴려주면 모두 달려들어 사람을 모으고 기금을 모아야 한다. 나아가 정부 같은 공공기관의 네트워크와 재정 그리고 민간단체의 섬세한 마음과 개인적 철학을 합쳐지면 돈을 넘어서 새롭고 큰 차원의 협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제3회 한-아세안 문화예술포럼 자료집


일 시 | 2014년 2월 27일(목) 오후 4시
장 소 | 국립중앙박물관 교육동 제1강의실
참석자 | *가나다순
김윤철_(재)국립극단 예술감독
라이마 폴커_주한독일문화원 동아시아지역 문화부장
벤슨 푸아_싱가폴 에스플러네이드 극장 대표
세실리 쿡_아시아문화위원회 뉴욕지부 수석 프로그램 담당관
이인권_아시아문화예술진흥연맹 부회장,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대표
이잔 사트리나_말레이아 공연예술 에이전시 창립자
이종호_아시아연공예술축제연맹 부회장, 서울세계무용축제 예술감독
저 뫼 캬우_만달레이국립대학교 부교수
제프리 아리프_아시아극장협회 임원
콜렛 브레넌_호주예술위원회 시장개발부 총감독
히로유키 고지마_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 소장
사 회 | 김희선_국민대 교수, (재)월드뮤직센터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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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예술을 위한 새로운 이코노미를 구상하며]]> 예술을 위한 새로운 이코노미를 구상하며
[동향] 2014 ISPA(국제공연예술협회) 뉴욕 총회


세계 공연예술 리더가 모이는 국제공연예술협회(International Society for the Performing Arts 이하 ISPA)의 2014년 뉴욕 총회가 ‘예술을 위한 새로운 이코노미를 구상하며(Imaging a NEW ECONOMY for the arts)’ 라는 주제 아래 1월 14일부터 16일 3일간 미국 뉴욕시티 타임즈 센터(The Times Center)와 뱀(BAM)의 하워드 길만 오페라 하우스(Howard Gilman Opera House) 에서 열렸다. 세계의 많은 문화예술 회의체 중에서 단연 두드러진 면모를 보이는 ISPA는 국제화를 통한 문화예술의 다양성을 추구하며, 세계의 유수 문화 인사들이 회원 그리고 조직위로 구성되었다는 점으로도 유명하다. 이례적인 강추위와 폭설로 기상 이변이 나타났지만 행사가 열리는 주간은 초봄 날씨처럼 포근하였다. 아울러 ISPA 조직위의 사려 깊은 배려 덕분에 52 개국 185개 도시, 400여 명의 문화예술 전문가들은 ‘세련된 3일의 뉴욕’을 경험할 수 있었다.

사업으로서의 예술과 책임에 대한 논의

흥미로운 눈빛의 회원들이 뉴욕 타임스 본사 타임스 센터로 속속 모여들면서 ISPA의 첫째 날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뉴욕 총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ISPA CEO, 뉴욕 총회 공동 의장, 이스파 의장의 짧은 개막 축사가 끝나고 뒤이어 ‘뛰어난 인물상’(Distinguished Awards)을 수상한 중국 현대음악 작곡가 탄 둔(Tan Dun)의 기조 연설이 이어졌다. 이후 케네디 센터의 알리시아 아담스(Alicia Adams)가 퍼실리테이터를 맡아 인터뷰 형식을 빌려 그의 탁월한 활동을 집중 조명하였다. 그리고 본격적인 세션이 시작되었는데, 첫 번째로 안정적이며 성공적인 모델을 운영하고 있는(영국 라이브 시어터, 호주 오페라 하우스, 미국 뉴욕 필하모닉) 3명의 발제자가 나와 ‘사업으로서의 예술(The Arts of Business)’이란 주제로 사업에서 운영의 경계, 특별 관리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이에 걸맞은 가장 혁신적인 모델에 대해 논의하였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모더레이터 낸시 야오 마스바흐가 ‘한 번 시작한 일은 끝까지 해야 한다(In for a Penny, in for a Pound)’ 라는 속담을 인용, 유행어에서 기본 소양이 되어버린 ‘책임(Accountability)’의 개념을 탐구하고, 책임을 전략과 연관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현재 주목 받고 있는 후원 기관인 호주예술위원회와 미국 킥스타터(Kickstarter), 미국 도리스 듀크재단 이슬람 권역의 감독들과 대담을 나누었다. 세션 사이에는 매일 15분의 짧은 공연이 있었는데, 5년에 걸친 리서치로 탄생된 탄 둔의 13악장 작곡 <누 슈(Nu Shu): 여성의 비밀 노래(The Secret Songs of Woman)>이 그가 직접 다큐멘팅한 필름과 함께 공연되었다. 중국 후난 지방에서 내려오는 여성들끼리 통용되던 언어가 탄 둔의 지휘 아래 아름다운 영상과 하프 선율로 연주되었는데, 작곡뿐만 아니라 연출에서도 뛰어난 그의 예술성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L) ISPA 이사회 의장 안토니 사전트의 개막식 환영 인사 ⓒ 2014 Joey Stamp
R) ISPA 어워드를 수상한 탄 둔과 케네디 센터의 알리시아 아담스 ⓒ 2014 Joey Stamp

세계 공연 예술 리더들의 다양한 이슈들

둘째 날은 ‘피치 뉴 워크’(Pitch New Works) 로 문을 열었다. 사전 공모와 심사를 통해 선발된 단체가 10개의 흥미로운 작품을 발표했다. 피치 세션은 델리게이트들로 하여금 국제 마켓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기에 앞서 새로운 작업에 착수하고 이를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ISPA의 인기 프로그램이다. 이후 테이블형 부스 전시라고 할 수 있는 프로엑스(ProEX)에서는 한데 모인 델리게이트들이 서로 자유롭게 인사하고 자신의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역시 프로엑스에 참가하였는데, 개최를 곧 앞두고 있는 센터 주관 국제 포럼에 초청 희망 인사를 직접 만나 현장 섭외하게 되는 행운을(!) 경험하니 새삼 ISPA의 방대한 네트워크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세 번째 세션에서는 ‘교실을 넘어서(Beyond the Classroom)’라는 주제로 교육의 역할을 넘어선 예술에 대해 이야기했다. 공공 교육과 예술에 초점을 맞춘, 사회적 기업이면서 외교 수단으로써 효율적인 매개체 역할을 하는 두 가지의 독특한 프로젝트 ‘엘 시스테마’, 이집트 에디오피아 간 ‘나일강 프로젝트’를 소개하였다. 네 번째 세션에서는 스페인의 한 극장에서 시도한 ‘당근 혁명’으로 불리는 ‘당근 티켓’부터 구글 글래스(Google Glass)를 활용한 예술용 어플리케이션 개발 가능성까지, 오늘날 공연예술을 탐험하는데 필요한 최신 도구들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특히 4명의 패널 중 토마스 로즈(Thomas Rhodes)는 구글 글래스 최초의 10,000명 베타 테스터 중 한 명으로 증강 현실 디바이스의 공연예술 활용도 및 가능성을 대표하는 인물로 참여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아울러 페차쿠차(PechaKucha) 스타일 구성으로 패널 당 10분씩 주어진 진행 역시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세션 중간 공연으로 현재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모니카 빌 반즈 컴퍼니(Monica Bill Barnes&Company’s)의 시그니처 피스인 대표작가 공연되었는데, 제임스 브라운의 어깨가 들썩일 정도로 펑크소울 디스코인 <겟 업(Get up)>에 맞춰 두 명의 여성 댄서가 매우 유쾌하고도 코믹한 안무를 다분히 서구적인 코드로 선보였다.

마지막 날은 장소를 옮겨, 브루클린에 위치한 유서 깊고도 선도적인 경영으로 유명한 도시형 예술극장 ‘뱀’(BAM)에서 진행되었다. 다섯 번째 세션에서는 ‘문화 공간: 관계 형성의 장’의 주제로 전례가 없는 속도로 개발되고 탈바꿈하고 있는 문화지구(Cultural disctrict)가 커뮤니티에 중요한 매개체로서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 세 명의 문화지구 개발 선구자들(부동산 전문가, 도시 디자이너, 도시형예술극장장)을 통해 알아보았다. 세션 사이 공연으로 사회적 이슈를 다룬 연극의 선두에 있는 시빌리안(The Civilians)의 <엄청난 방대함 The Great Immesity> 이 선보였는데, 우리가 직면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와 구성원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에 대한 인상 깊은 과제를 남겼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올해 총회의 큰 주제였던 ‘새로운 이코노미’에 적합하게 발전시킬 흥미롭고 유익한 파트너십 논의를 위해 4인의 패널이 모여 ‘크리에이티브 파트너십 다시 생각해보기(Re-thinking creative partnerships)’에 대해 토의하면서 ISPA를 마무리하였다.

인사를 나누는 2014 ISPA 회원들 ⓒ 2014 Joey Stamp              도시형 예술극장 뱀(BAM) 전경

ISPA는 2014 뉴욕 총회를 마친 후, ‘2014년 우리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공연 예술 영역의 전체 생태계에 포함되는 펀딩, 협력, 새로운 모델 및 기타 요소에 대해 조명하였다. 이러한 폭 넓은 토론의 지점들은 우리에게 가능한 가장 넓은 렌즈를 통해 세계 공연예술을 탐험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고 자평했다.


올해 뉴욕 총회에는 총 26명의 발제자와 모더레이터(moderator)가 참가해 행사를 이끌었다. 최신 펀딩 기구의 젊은 프로그램 디렉터(Stephanie Pereira/ Kickstarter)부터 왕실공훈기사(Sir Nicolas Kenyon/the Barbican centre)까지 각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다양한 인물들로 패널들을 구성하였다. 저명 인사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하는 파워. 무엇이 ISPA를 권위 있고 신뢰있게 만들까? ISPA는 185 개 각국의 다양한 지역 공연장, 예술 단체, 아티스트 매니저, 대회, 투자자, 컨설턴트 등 공연 예술계에 종사하는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가 회원으로 되어 있다. 400여 명 문화예술 리더의 글로벌 네트워크이다 보니 회원의 평균 경력이 10년은 훌쩍 뛰어넘는다. 게다가 ISPA는 총회의 조직위(위원,위원장)는 반드시 협회의 회원으로만 구성된다. 문화예술계에서 상당기간 훌륭한 역량과 활동을 펼친 회원에게 조직위에 참여하기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렇듯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소위 ‘공연예술계 어른’들이 주축이 되어 꾸리는 행사이다 보니 논의되는 내용 수준도 감히 최상위급이라고 말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ISPA는 차세대 리더 양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들을 위한 전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ISPA 펠로십(ISPA Fellowship Program)’은 2007년부터 시작된 차세대 리더 어시스트 프로그램으로 ISPA의 광범위하고 값진 국제적 네트워크를 활용, 국제적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까지 41개국 88명의 펠로우를 배출하였고, ISPA 역시 본 펠로십에 $185,000 투자하며 힘을 쏟고 있다. 젊은 예술가 기획자에 대한 애정도 "Who’s Next?" 라는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ISPA 레거시(ISPA Legacy Program)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현재는 중간 관리자 글로벌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에 북미, 남미, 유럽, 퍼시픽 아시아 권역의 담당 기관에 의해 선별된 많은 예술가 기획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서울문화재단이 개별적으로 단기 파일럿 프로그램 ’ISPA_SFAC 레거시 프로그램‘을 운영, 매해 역량 있는 중간관리자들이 이 프로그램에 선발되거나, 참가할 수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문화예술계 장기적 비전과 가이드를 원한다면 ISPA로

규모면에서 보자면 같은 기간에 열리는 APAP의 프로그램이 훨씬 다양하다. 뉴욕 메트로 맵처럼 치밀하게 펼쳐지는 심포지엄, 쇼케이스, 엑스포 등이 쉴 새 없이 돌아가는 APAP 컨퍼런스가 종합선물세트라면, ISPA는 세션과 네트워킹 프로그램 그리고 파티 등의 심플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보다 점잖고 보수적인 성격이 강하다. 현재 자신이 직면한, 그리고 그것을 둘러싼 다양한 문화예술계 이슈를 공유할 생생한 현장 파트너를 만나고 싶다면 APAP을, 그 이슈와 현상을 아울러 토론하고 그에 대한 장기적 비전의 제시, 즉 가이드를 원한다면 ISPA 참가를 추천하고 싶다.

캐피털에서 열린 2014 ISPA 뉴욕 총회의 어워드 디너 ⓒ 2014 Joey Stamp

곧 있을 ISPA의 94번째 총회 즉 2014년의 두 번째 총회는 “예술은 무엇을 움직이는가(What the Arts Move)”라는 주제로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4월 7일-12일 일정으로 열릴 예정이다. 뉴욕 총회와 동일한 포맷에 이틀 간의 아카데미 세션이 더해져 학술적인 성향이 더욱 강화된다. 예술의 영향력은 어디까지 일까?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Basic)". 사람은 예술을 행하고, 그 예술은 사람을 움직인다. 그렇다면 모든 것을 움직일 수 있는 것 아닌가? 첫째 날 탄 둔의 기조 연설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알리시아 아담스가 물었다.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남기고 싶은 한 말씀만 해주세요.” 이에 그는 특유의 온화한 웃음으로 답했다. “즐기세요(Play).” 즐기듯 임하면 변화하지 못할 것은 없다. 참가자들은 문화예술에 있어 경영과 경제, 도구와 역할, 사회와의 상관 관계까지 한 개씩은 떠안을 법한 공공의 고민을 함께 의논하면서 각자의 장애물을 돌파할 만한 아이디어를 갖고 돌아갔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ISPA 뉴욕 총회는 참가자에게 충실한 생산적인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아울러 ISPA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제 회의체에서 활발히 활약하는 국내 예술가와 문화예술 관계자의 모습을 조금 더 자주 볼 수 있길 희망해 본다.


ISPA는 전세계 공연예술 기관과 예술단체 경영인, 공연예술인들이 모인 비영리 네트워크 연합체다. 1949년 설립됐으며 50개국 450명의 회원을 두고 매년 1월 뉴욕에서 정기 총회를 열며, 6월에는 회원국 도시를 순회하며 국제 총회를 개최한다. 2012년 제 26회 국제 총회는 서울문화재단과 공동 주최로 서울에서 열린바 (35개국 400여명 참석)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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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공연에서 공연적인 것으로, 예술에서 예술적인 것으로]]> 공연에서 공연적인 것으로, 예술에서 예술적인 것으로
[동향] 주목해야 할 새로운 공연 경향들 


급진적 또는 전위적인 현대 공연이라고 불리는 포스트드라마 연극 계열의 작품 소개가 빈번해지고 있다. 새로운 종류의 혼란과 발견을 안겨주는 이런 작품들을 어떤 위상에서 어떻게 봐야 할까는 늘 숙제였다. 유럽에 갈 때마다 마주치는 빈도가 점점 잦아지고, 국내에서 공연되기라도 하면 굳이 찾아보게 되면서 그 복합적이면서도 새롭다는 것의 정체가 서서히 밝혀지는 재미가 상당했다. 그러나 이런 흐름도 몇 년을 겪고 나니 새로운 형식과 변화에 대한 욕구로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음을 느낀다. 여기서는 최근에 유럽 예술을 통해 알기 시작한, 그러면서 짐작하게 된 경향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1)

1) 이 글에서 소개하는 내용은 최근 유럽 공연예술의 경향을 요약하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 본인은 주요 페스티벌을 다니며 최신 현황을 갈무리하는 소식통도 아닐 뿐더러 가끔씩 참가하는 불규칙적인 해외 경험으로 전체 지도를 그릴 재주도 없다. 여기서는 개인적으로 호기심 있는 것들을 리서치해 오면서 짐작하고 짜맞추어가고 있는 내용을 발표하는 것이다. 사실 에든버러 페스티벌, 아비뇽 페스티벌과 같은 큰 축제에 가서도 어떤 것이 새로운 경향인지 흐름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파악할 수도 없었다.

감각체계 변화를 노리는 급진적 공연 미학

국내에도 여러 차례 소개되었던 창작 그룹 리미니 프로토콜(Rimini Protokoll)이나 안무가 제롬 벨(Jérôme Bel)의 작품들은 ‘형식적’ 또는 ‘공연 언어적’ 실험을 전면적으로 표명하며 기존 체제와의 단절감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이들은 수년 동안 급진적인 스타일의 대표 주자였고, 몇 년 전에야 겨우 장벽을 넘어 국내에 소개되기 시작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글의 실마리가 출발한다. 이들이 처음 등장했을 때 연극이나 무용 형식을 기대해왔던 이들은 그들의 작품을 잘 알아보지 못했다. 제롬 벨의 <베로니크 두아노(Véronique Doisneau)>는 파리오페라극장이라는 유서 깊고 거대한 무대에 은퇴를 앞둔 발레리나가 달랑 연습복만 입고 등장해서는 개인사를 털어놓는 작품이다. 화려한 테크닉의 발레를 기대했던 관객들은 거의 공백으로 채워진, 볼거리라고는 거의 없는 빈약한 무대에 이만저만 실망했을 것이다. 세계화에 따른 시공간의 압축과 동시성을 극장화한 리미니 프로토콜의 <콜 커타 인 어 박스(Call cutta in a Box)>는 관객이 인도의 콜센터 직원과 통화하는 작품이었다. 가상이지만 안전한 공간인 공연장과 익명의 고객을 다짜고짜 호출하는 ‘세계화’라는 리얼리티와의 간극에서 관객들은 막연히 으쓱거리거나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모호한 대답을 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보기는 봤는데 무엇을 봐야하는지, 내가 겪은 것이 무엇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태도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반응은 바로 공연의 미학적 급진성이 잘 드러난 증거이자 아방가르드 예술이 그토록 줄곧 추구한 미적 감각이 꽃을 피우는 장면이기도 했다.

제롬 벨, <베로니크 두아노> 리미니 프로토콜, <콜 커타 인 어 박스>

리미니 프로토콜이 스스로 명명한 ‘다큐멘터리 연극’ 형식은 수십 편의 작품을 거치면서 이제 유럽에서 만개했다. 그들의 작품은 기존 무대의 언어가 구식이 되고 있음을 체감할 만큼 생산력과 확장성에서 큰 획을 긋고 있고, 2008년에는 유럽 극장이 뽑은 ‘새로운 리얼리티상’을 수상하는 등 이제는 주류가 되었다. <100% 베를린>은 세계 20여 개 도시에서 도시 이름을 바꿔 달며 재생산되고 있는데, 여전한 ‘형식적’ 급진성에도 불구하고 대중적인 호응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2) 제롬 벨 또한 예외는 아닌데 장애인 여러 명이 차례대로 등장해 춤에 대한 생각과 실연(實演)을 보여주는 최근 작품인 <장애극장(Disabled Theatre)>은 유럽 공연예술시장에서 호응이 상당했다. 이제 관객은 정상/비정상의 고정관념을 조롱하며 그것은 우열이 아니라 ‘차이’일 뿐이라고 제안하는 제롬 벨의 작품을 만끽하고 즐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작품이 ‘충분히’ 이해된다는 현상은 역설적으로 그 작가들이 초기의 급진성을 잃어버렸다는 신호가 아닐까. 아니면 이제 관객이 성숙해져서 실험과 전위를 이해할 만큼 문화적으로 성장하게 된 것일까.

2) 올해 <100% 도시>는 그 15번째 도시로 광주를 선정하였는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예술극장이 제작 공연을 맡아 오는 4월에 열릴 예정이다.

리미니 프로토콜 <100% 베를린> 제롬 벨 <장애극장>

자크 랑시에르(Jacques Rancière)는 ‘감각적인 것’이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들리는 것과 들리지 않는 것들인데, 이것을 나누고 할당하고 분배하는 상징 세계의 구성 원리를 재구성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곧 급진적인 것이자 정치적인 것이라 얘기한다. 그는 우리 몸에 익혀진 행위와 말하기의 양식을 나누는 질서는 기존 체제에 의해 생산된 것이며, 예술의 모럴은 이 기존 감각의 분배를 파괴하고 새로운 분배를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식별된다고 말한다. 제롬 벨은 보이는 것과(발레) 보이지 않는 것(현실의 무용수)의 구분을 전복시켜 관객의 감각을 무장해제시키며 감각의 재분배를 쟁취하려는 급진성이 뚜렷했다. 이들에게 전위적이란 이름을 부여한 것은 새로운 형식성을 탐구해서가 아니라 삶의 영역과 상호 관계 속에서 감각 체계의 변화를 노리기 때문이다. 예술 영역의 정치성이 특정 이데올로기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적인 감각체계를 혼란시키고 파열시켜 새로운 종류의 감성적 분배가 가져올 삶의 형식을 만들려는 것에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지금 그에게 아직도 그 힘은 여전한 것일까. 완전히 이해되어 찜찜한 질문을 남기지 않는 작품, 대답이 궁색한 화두를 던져주지 않는 작품이 기성의 질서에 도전을 할 수 있을까. 그동안 맹활약을 했던 작가들이 더 이상 감각적 체계에 혼란을 주지 못하고 있다면 다른 어떤 것이 가능할 수 있을까. 새로운 작가를 통한 갱신만이 해답일까.

관습적인 미적 감각과 수용양식을 걷어치우라

앞선 논의에서 전환하여 최근 2~3년 사이에 발생하기 시작한 또 다른 경향을 살펴보자. 이는 앞에서 언급한 ‘감각적인 것의 재분배’가 아니라 다른 측면에서 시도하고 있는 경향이다. 그 첫 번째로 ‘슈타이리셔 헤르브스트 페스티벌(Steirischer herbst festival)’을 들 수 있는데, 그는 2012년에 <진실은 구체적이다(Truth is Concrete)>라는 타이틀, ‘예술에서의 정치와 정치에서의 예술’이라는 부제로 과감한 기획을 했다. 7일간 150명의 예술가, 활동가, 이론가들이 모여 강의, 공연, 연극, 전시, 토론을 24시간 이어가는 마라톤 캠프가 펼쳐졌다. 전 세계에서 모인 참여자들은 1주일 내내 머물며 예술과 정치, 삶의 변화에 대해 릴레이 발표를 하며 열띤 토론을 펼쳤다.

이 시기는 미국의 월가(Wall Street) 점거 운동, 아랍의 연쇄적인 민주화 운동의 영향이 점층적으로 증폭되던 때였다. 비슷한 때에 개최된 ‘베를린 비엔날레’의 경우도 현대미술 전시보다는 ‘점거(Occupy)’예술을 표방하며 사회변혁을 요구하는 정치적 장에 더 가깝게 보일 정도였다. 현실의 변화 욕구가 예술 현장에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마라톤 캠프에서 참가자들의 발표 사이사이에 벌어지는 공연은 주 무대에서 특별한 세트 전환 없이 이어졌는데, 공연의 준비를 잘했다기보다는 한번 달아오른 열기를 식힐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러했다. 공연은 독립적인 영역을 지닌 객체가 아니라 다양한 예술 장르와 표현의 공동체적 흐름 속에 녹아들어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발표를 공연처럼 웃고 감탄하며 봤고, 공연의 경우는 교감을 위한 애드리브와 관객의 참여로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무색했다. 포스드 엔터테인먼트(Forced Entertainment)의 팀 에첼을 비롯한 20여 공연 팀이 참여했는데, 이들은 1주일 내내 공연과 토론에 참여하는 열기를 보였다.

슈타이리셔 헤르브스트 페스티벌, <진실은 구체적이다>, 24/7 마라톤 캠프

발표 내용은 ‘보고타 시(콜롬비아)의 변화; ‘반(反)선전으로서의 예술’, ‘예술과 범죄. 법의 경계에서’와 같은 정치적 주제와 액티비즘(activism)에 관한 발표, <무기로서의 힙합>, <이중국적의 예술>, <예술 할 시간이 없다고?>, <파업오페라> 등의 공연, ‘게릴라 가드닝’, ‘생물학적 불복종의 정원’과 같은 생태적 주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선보였는데, 학술일변도이거나 일방적인 사례 발표나 강의가 아닌 축제성, 유희성, 상호 교감, 적극적 참여로 이루어진 상호 교류의 장이었다. 주최 측은 누구든 전체 내용을 볼 수 있도록 웹사이트에 일주일간 기록된 영상콘텐츠 전체를 오픈 소스화하여 현장 중심적인 공연 메커니즘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했다.

여기에서 보고 겪은 것을 이름붙이자면 강의나 공연이라기보다는 ‘공연적인 것’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환언해서 강의, 공연, 전시와 같은 문화적 형식이 느슨해지고 상호 영역의 문지방이 낮아졌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보고타의 시장(市長)이 폭력과 경제난으로 폐허가 된 도시를 사활을 걸고 재건하는 사례, 부족한 경찰을 대신해 마임이스트에게 교통 수신호를 맡기는 발상, 래퍼로 성공해 국제사회를 통해 조국인 콩고의 청소년들을 도우려는 음악가, 석유로 부유해진 노르웨이에서 대우가 달라진 예술가의 자화상을 풍자적으로 프레젠테이션하는 사운드 아티스트, 6시간 동안 꼼짝 않고 열렬히 토론하는 정치철학자와 예술가들…. 이런 발표와 논의가 반복되고 밀도가 짙어지면서 현장은 서서히 감각적인 것으로 탈구축되어 갔다. 그러면서 특정 감각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생겨나기 시작했고, 관객과 공연팀은 관습적인 미적 감각과 수용 양식을 걷어치우고 감성을 마음껏 발산하며 교감했다. 하지만 이것을 단순히 며칠간 겪은 일시적인 축제성이고 과잉집중 상태였다고 치부할 수는 없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공연 축제, 문화기획의 관행과 분할선을 의심하고 이를 다르게 감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술과 예술 영역, 인문학과 예술 현장이 분리되어 작동되는 관습이 굉장히 낯설게 보이기 시작했는데, 아마도 세계적인 정치철학자와 토플리스(topless)로 저항운동을 하는 여성운동가 간의 활발하면서도 깊이 있는 토론을 열심히 들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예술’에서 ‘예술적인 것’으로

담론과 예술의 하이브리드라는 주제는 우리 사회에서도 익숙해지고 있고 이를 지식 생산의 주제로 연결시키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보통 이런 방법론을 예술적 연구라 부르는데, 살펴볼 만한 예술적 연구 프로젝트로는 ‘퍼포먼스 매터스(Perfmance Matters)’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09년부터 매년 주제를 바꿔가며 ‘퍼포먼스 아이디어(Performance Idea)’(2009~2010), ‘퍼포먼스 버리기(Trashing Performance)’(2010~2011), ‘퍼포먼스의 잠재성들(Potentials of Performance)’(2011~2012’로 3년에 걸쳐 진행되었다. 이 프로젝트에는 공연예술의 위상이 변화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그에 따른 퍼포먼스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실천 방식을 찾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와 예술가들이 참여했다. ‘퍼포먼스’라는 광범위한 주제를 놓고 수년간 예술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기에 관심이 많다. 이들은 1년간 준비한 프로그램을 1주일 동안 집중적으로 진행하는데, 현장에선 열정적인 학생과 예술가들이 전체 일정에 모두 참여하려는 열의를 보이기 때문에 예술캠프와도 같은 풍경이 연출된다. 이들은 예술과 지식을 육체성, 물체성, 상황성, 수행성의 차원에서 다루고 접근하면서 ‘예술적인 것’이라는 개념을 출현시킨다.

첫해의 주제였던 ‘퍼포먼스 아이디어’는 동시대 예술 행위에 대한 전통적인 이해와 위상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바뀌었는지, 예술을 둘러싼 지식의 체계, 제도가 어떻게 퍼포먼스를 에워싸고 있는지를 탐구했다. 예술가, 지식인, 기획자, 학술계에서 40여 명 이상의 발표자가 참여하여 <창조적 연구>라는 이름과 <종잡을 수 없는 프로그램> 방식을 진행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지식의 교류와 관계를 추구했다. 이러한 주제는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이지만 반면 막연하게 접근하다가 한계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종잡을 수 없는’이라는 수사로 그 현실적 한계와 무모한 도전을 동시에 표현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주요 프로그램 구성은 심포지엄과 워크숍, 공연과 강의, 아카이브, 연구 작업으로 되어 있다. 5일간 개최된 심포지엄의 주제는 ‘다른 지속시간들’, ‘살아있는 아카이브’, ‘상호적인 미학’, ‘수행적인 글쓰기’ 등이었는데 퍼포먼스 예술의 주요한 화두들을 이끌어냈다. 첫날 심포지엄은 시간성이 가속화되고 있는 사회적 흐름에 동조하고 반발하면서 나타나게 된 다양한 퍼포먼스의 양상에 대해 논의했다.

재닌 안토니(Janine Antoni), <응답자 매튜 굴리시와(With Matthew Goulish as respondent)>(2010)

워크숍 프로그램은 주로 신체 언어의 확장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는데, 3명의 아티스트 중 재닌 안토니(Janine Antoni)가 먹고 자고 씻는 일상 행위와 조형(조각)의 언어를 교차시키는 퍼포먼스 작업을 진행했다. 다양하게 마련된 공연은 심포지엄과 강의 프로그램 사이에 주제와 병치되어 진행되기 때문에 담론 과정과 상호적으로 조응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해의 주제인 ‘퍼포먼스 버리기’와 ‘퍼포먼스의 잠재성들’은 제목에서도 암시되듯이 첫해에 제시된 퍼포먼스의 현재성과 한계를 ‘해체’하고 ‘탈구성’하는 서구적 논리 순서를 따라 진행되었다.

아마도 위의 사례에서는 ‘예술’보다 예술‘성’이 더 긴요해 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 새로운 지식을 생산하려는 흐름에서 다양한 예술 형식과 표현들이 경계성의 외투를 벗고 흐물흐물하게 가공되지 않은 채로 지식의 틈을 파고들어 독특한 현상과 경험을 주조해낸다. 또한 이런 과정에서 강렬한 문화적 형식이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한다. 위의 프로젝트는 포럼, 강연, 워크숍, 공연, 전시 등의 단순한 더하기를 넘어 복합적이고 심도 있는 경험을 생산한다. 개별 문화형식을 모아놓은 하이브리드 프로그램이지만 그 내적인 밀도와 강도는 공동적이고 강렬한 문화적 체험으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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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민중의 문화를 알아가기 위해, 그들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민중의 문화를 알아가기 위해, 그들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
[동향] 아랍의 사회문제와 예술


아랍교육·문화·과학기구(Arab League’s Education, Culture, Science and Communication, ALESCO)에 따르면 아랍세계에는 7천만 명의 문맹자들이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문맹률을 보이는 이집트에는 1천7백만 명, 수단, 알제리, 모로코는 그보다 조금 나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 수치들은 아랍계 인구의 약 40%에 해당되는 1억4천만 명이 빈곤의 문턱 아래에서 살고 있다는 유엔개발기구(UNDP)의 자료들을 뒷받침한다. 이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빈곤이 예술창작의 큰 소외를 만들어내고 있다. 인구의 높은 비율이 상징적 그리고 물적인 어떤 부유함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고, 지배 권력은 이 괴리를 전혀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권위적 정치시스템은 가장 큰 폭의 사고의 자율을 선동하는 예술을 특히 위험한 것으로 간주한다. 실제로 많은 예술적 명제들이 사회의 민주화를 요구하며, 나아가 정권들의 정당성을 묻는 것만으로 만족하지는 않는다. 이 예술적 명제들은 허구의 이야기가 만들어내는 ‘예민함(sensible)’이 공정함과 재분배를 더욱 이끌어내도록 한다. 그리고 이 ‘분배’는 명백히 아랍 사회를 관통하는 전체적 불평등성에 반향을 일으킨다.

예술가들과 민중 사이의 단절은 국민들을 무지 속에 남겨두기를 원하는 이들에 의해 인위적으로 유지됐다. 역으로 대부분의 창작자들은 대중으로 남아있기를 애썼다. 그들은 민중주의자가 되지 않으면서 가장 많은 민중들이 그들의 실천들에 접근하게 하기위한 전략들을 개발했다. 이와 같이 이집트의 독립 연극배우인 한산 엘-게레트리(Hanssan El-Geretly)는 전통의 구전에서 마리오네트와 동화(conte)를 끌어와 무대를 만들어냈다. 그럼에도 그의 공연들은 동시대적이지만은 않다. 한산 엘-게레트리의 어떤 아이디어들은 전통적 형태로 다시 돌아오는 한편, 이집트 작가들을 너무 빨리 잊히게도 했다. 그의 동료인 엘-바르샤(El-Warsha)는 가장 낙후된 마을에서 작업을 하는데 작가적 확신을 가지고 마을 사람들과 맞서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문화를 알아가기 위해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을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이런 방식은 분명히 마을주민들의 의식적 자각을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이집트는 거대한 문명이었다. 하지만 역사가 보수주의에 핑계거리를 제공해서는 안됐다. 우리가 미래에 던지는 도전에 반동적인 태도로 답하는 것에 버텨야 했다. 시인 르네 샤르(René Char)가 “우리의 유산은 어떤 유언에도 선행하지 않는다”라고 너무도 멋지게 얘기한 것처럼 말이다. 한산 엘-게레트리(Hanssan El-Geretly)의 작품들은 상상의 힘과 그것이 사람들의 운명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것들에 대해 찬사를 던졌다. 우리는 이 예술가가 <아랍의 봄>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것과 그가 이슬람교도들의 가장 거친 반대파 중의 하나였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엘 바르샤(El Warsha), 정치 캬바레 <상처와 기쁨> | Ⓒroger Anis
이집트 중부의 베니 수이프 지역의 한 마을에서의 공연. 공연은 혁명 이전과 혁명이 진행되는 동안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방문 공연은 혁명에 의해 열린 문화적 지방 분산운동으로 기록됐다.

경제·사회적 배경의 악화는 예술가들의 소외를 가중시키던 양극화 현상의 증대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 악순환은 창조와 민중 사이에 균열을 냈다. 예술적 형식들이 그 자체로 접근불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카이로의 연출가로 20년을 상대적으로 언더그라운드에서 은밀하게 작업해 왔던 하니 엘 메테나위(Hanny El Metennawy)의 경우를 들수 있다. 아주 익살스러운 그의 공연들은 매우 많은 대중들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권력은 하니 엘 메테나위의 ‘메시지’의 정치적이고 시적인 영향력을 감소시키고자 했다.

모로코 안무가 투피크 이제디우(Toufiq Izeddiou)는 선조들의 의식과 수피교도의 최면상태의 예술에서 영감을 얻었다. 하지만 이 작업들은 우리에게 이데올로기적이며 윤리적인 모든 속박으로부터 자유를 주는 오늘날의 육체와 대면케 했다. 그러므로 뿌리내리기(정착)는 전혀 세상과 타자를 향해 문을 여는 것과 이율배반적인 것이 아니다. 투피크 이제디우 작품들에서 예술가의 내밀한 동요는 전통과 현대 사이의 모로코 사회의 집단적 쟁점에 울림을 준다. 신체를 유희와 움직임에 내맡기면서 안무가 이 긴장들을 구조적으로 제시한다. 각각의 문화는 우리 신체의 사용을 겨냥한 사회적, 종교적 그리고 정치적인 금기들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예술가는 이 ‘법칙’의 자의적인 묘사를 강조하며 쾌감을 찾는 영리한 자들이다. 이집트에서 첫 번째 독립 현대 무용단을 만든 카리마 몽수르(Karima Monsour)도 그의 안무작들에서 경작할 수 있는 사회의 ‘살(chair)’들을 구성한다. 이 자유는 대중공간에서 육체적 표현을 더욱 억압하고자 하는 보수주의의 거의 비정상적 편집증과 대조를 이룬다.

또한 튀니지 예술가들은 사회적 변환의 길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엘 테아트로(El Teatro)의 작업과 같이 역사적인 방식들과 함께 젊은 예술가들 또한 가장 금기시되는 주제들에 집중한다. ‘드림시티(Dream city)’를 본뜬 점점 더 많은 기획들이 안무가 셀마(Selma)와 소피안 위씨(Sofiane Ouissi)가 만들어낸 대중들에 집중했다. 이 비엔날레(‘Dream city’)는 특히 튀니지의 회교도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2012년 가을 이슬람주의자들의 압박 하에 행사가 취소가 될 뻔 했다. 하지만 주최 측은 잘 견뎌냈다. 작품들은 회교도들의 사회 내에서 쉽게 해석되었다. 상인들과 거주자들은 이처럼 예술가들과 함께 프로덕션 과정을 함께 공유할 수 있었다. 실시간의 예술에 의해 해석을 하는 방법으로 역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수아드 벤 슬리만(Souad Ben Slimane), <시리즈의 끝> | ⒸKerim Salem
Dream City 2012, 튀니지 메디나, 수크 샤우아키아 입누아라비 공연

예술적인 힘들은 존재하지만 지역의 정치적 권력에 그들을 거의 지지하지 않는다. 그래서 협력 프로젝트들이 불가피하다. EU나 스텝 비욘프(Step Beyonf), 포드재단, 영아랍시어터펀드(Young Arab Theater Fund)와 같은 재단들, 로베르토 시메타펀드(Roberto Cimetta Fund), 아트무브스아프리카(Art Moves Africa)와 같은 지원 단체들의 도움이 정신과 사회 사이의 벽을 허무는 데에 필요한 예술의 유동성을 이끌게 해줄 것이다. 이와 같이 마르세이유의 라프리슈라벨드메(La Belle de Mai)에 의해 시작된 움직임들이 현재는 지중해 너머의 아랍 국가들-이집트, 팔레스타인,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튀니지, 모로코, 알제리, 이라크, 쿠웨이트-의 현대예술 작업의 다양성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작품들이 해석되고, 재생산되며, 어떤 작품들은 2013년 ‘유럽문화수도’로 지정된 마르세이유-프로방스(Marseille-Provence 2013)’를 통해 제작되기도 했다. 이 작품들은 계급투쟁에 대해서, 의식의 자유에 대해서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이와 같은 프로젝트들은 아랍-무슬림 문명이 예술의 현대성과 전혀 양립되지 않는다는 생각들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타렉 바샤(Tarek Bacha) <헬로는 봉쥬르다>, 연출 푸아드 야민(Fouad Yammine) | ⒸSofiane Ben Youssef | 마르세이유 라벨드메(La Belle de Mai)의 히와랏 부문 (2013) 니달 기가(Nidhal Guiga) <프론토 가가>, 연출 무하네드 엘 헤디(Mouhaned El Hedi) | ⒸMed Karim El Amri | 마르세이유 라벨드메(La Belle de Mai)의 히와랏 부문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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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렉처 퍼포먼스’, 베이루트 연극의 실험적 조류]]> ‘렉처 퍼포먼스’, 베이루트 연극의 실험적 조류
[동향] 아쉬칼알완의 홈 워크 스페이스에서 공연된 3개의 ‘렉처 퍼포먼스’


레바논에서 탄생했다고 많이들 말하는 렉처 퍼포먼스(lecture-performance)의 역사를 이 짧은 글에서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아쉬칼알완의 홈 워크스페이스(Ashkal Alwan’s Home Workspace)에서 최근 상연된 공연 세 개를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베이루트의 관객이 이 세 작품, 라비 무르에(Rabih Mroué)의 <화소 처리한 혁명(Pixelated Revolution)>, 마르와 아르사니오스(Marwa Arsanios)의 <곰을 죽여보셨나요? 또는 자밀라 되기(Have you Ever Killed a Bear? or Becoming Jamila)>, 제시카 카즈릭(Jessika Khazrik)의 <매춘이 관광에 미친 영향(The Influence of Prostitution on Tourism)> 모두를 흔히 ‘렉처 퍼포먼스’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이들 아티스트 중 두 명(라비 무르에와 제시카 카즈릭)은 다른 용어를 선호한다. 그리고 이들 작품은 대략 20세에서 50세 사이의 아티스트 세 명이 만들기는 했지만, 이 글에서 강조하는 이들 작품간의 차이점은 세대적인 패러다임을 형성하고자 하는 의도는 아니다. 그보다는, 아쉬칼알완의 홈 워크스페이스에서 최근 2년간 제시된 이 사례들을 통해 하나의 형태로서의 렉처 퍼포먼스의 유연성에 대해 다룸으로써, 작품에 대한 해설을 제공하는 한편, 렉처 퍼포먼스의 정의 내리기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렉처 퍼포먼스의 개괄을 하고자 한다.

라비 무르에 <화소 처리한 혁명>Home Workspace, 2011

<화소 처리한 혁명>의 경우, 라비 무르에는 ‘렉처 퍼포먼스’보다는 ‘논아카데믹 렉처’(Non-Academic Lecture)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여기에는 어느 정도의 아이러니가 존재한다. 세 작품 모두 대부분의 소재를 학계, 즉 ‘아카데믹 렉처’(academic lecture)에서 얻기 때문이다. <화소 처리한 혁명>에서, 무르에는 높은 플랫폼 위에 놓인 책상에 앉아 잇고 그의 얼굴에는 맥북 화면과 작은 데스크램프에서 나오는 빛이 비친다. 관객은 어둠 속에 앉아있다. 그는 ‘시리아에서의 오늘날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을 스크롤 한다. 이 프레젠테이션 자료에는 유튜브에서 모은 스틸컷 또는 동영상과 영화 선언문이 포함되어 있다. 이 이미지들은 ‘시리아의 국민 기자들’(시위에서 장례식에 이르기까지 어떤 사건이나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는 모든 사람을 포함)이 진행중인 시리아 혁명을 소재로 만들었다. 반면, ‘Dogme 95’라는 제목의 선언문은 도발적인 젊은 덴마크 영화감독들이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이 선언문은 세트, 특수효과, 포스트프로덕션 또는 소품 등의 고비용 기술을 거부하며 영화의 리얼리즘을 높이기 위한 시도였다. 목숨을 걸고 시위를 촬영하며 휴대폰 카메라의 화소 처리한 이미지들을 전파하는 시리아인들에게 무르에는 이러한 영화적 조언을 투영한다. 무르에는, 카메라맨이 자신을 죽이는 사람과 자신의 죽음을 촬영하고 있는 듯한 우발적 영상에 주목한다. 특히 그가 ‘더블 슈팅’(Double Shooting) 이라고 부르는 순간에 초점을 맞춘다. ‘더블 슈팅’은 ‘촬영하다’와 ’총을 쏘다’는 의미를 모두 가진 ‘슈트’(shoot)란 영어단어의 모호함을 이용한 표현이다. 카메라맨은 촬영하고, 군인은 총을 쏘며, 이 유튜브 동영상에서의 짧은 순간 동안 두 사람은 ‘더블 슈팅’이라는 동사의 모호함 속에 갇힌다.

구조적으로 볼 때, 무대, 책상, 노트북 컴퓨터로 이루어진 무대장치, 미리 작성된 연설문을 A4 용지로 출력해서 관객들에게 공식적 어투의 아랍어로 읽어주는 연설, 컴퓨터 프로그램의 선택, 우렁찬 목소리 등, 이 작품의 모든 세팅은 학구적이다. 그리고 동료들에게 새로운 연구를 발표하기 위해 연구자가 제공하는 강연과 매우 흡사하게, 라비 무르에의 ‘논아카데믹 렉처’의 목표는 토론을 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준비한 강연 노트가 끝난 후, 무르에는 퇴장하고 마지막 유튜브 동영상은 계속 상영된다. 조명이 켜진 후에야 관객은 무르에는 더 이상 무대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학계와는 달리, 토론은 강연장 밖에서 이루어져야만 하며, 본인 연구를 발표한 공연자와 직접 토론할 수는 없다.

학구적 강연의 구조를 취한 주요 목적이 단순히 토론을 야기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런 구조는 공연자를 권위적 위치에 놓으려는 작전이기도 하다. 관객은 죽음의 영상들과 영화 선언문을 병치하는 행위의 윤리성에 대해 논쟁할 수밖에 없게 된다. 강연이 시작될 때 “시리아 시위자들은 자신의 죽음을 촬영한다.”라는 말로 이미지들의 미적 측면을 시의적절하게 분석하자, 관객들은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그러나 픽션적 내러티브를 형성하기 위해 이러한 권리를 사용한다면, 아니 활용한다면, 그 인해 결과는 무엇 때문인가? 이는 학구적 장치와 학구적 테크닉(선언문의 분석과 병치되는 이미지들의 분석)에도 불구하고, 무르에가 내러티브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죽음으로 끝나는 내러티브이다. 즉 ‘시리아의 국민 기자’인 카메라맨의 죽음이다. 그러나 이것은 초월성(죽음이 가상적 또는 미적이라는 무르에의 주장)으로 끝나는 내러티브이다. 즉, 해피엔딩이다. 그리고 학구적 장치에 문제가 제기되는 부분은 아마도 이 부분일 것이다. 윤리로 둘러싼 질문을 막다른 골목에 밀어 넣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문은 제기될 수 없고, 제기할 가치가 없을지도 모른다. 반면, 이 공연의 내러티브와 미적 콘텐츠(그 자체로 도발적이고 문제를 제기)는 논의되지 않는다.

마르와 아르사니오스 <곰을 죽여보셨나요? 또는 자밀라 되기> Home Workspace in the context of Home Works 6, 2013

마르와 아르사니오스의 <곰을 죽여보셨나요? 또는 자밀라 되기>에서, 아티스트는 보다 일반적인 용어인 ‘렉처 퍼포먼스’를 채택한다.  이 경우 공연은 학계에서 차용하는 요소가 거의 없고, 사실, ‘렉처’의 어원 중 하나가 ‘읽다’라는 뜻이라는 점에서, 이 공연을 ‘렉처’라고 부르는 것이 적합할 뿐이다. 이 작품에서는 아티스트라기보다는 ‘글 읽어주는 사람’이 의자에 앉아있고, 관객과 본인을 분리하는 책상은 없다. 그리고 저렴하게 제본한 책자를 보며 읽는다. 어떠한 점에서 볼 때, 이 렉처는 스토리텔링 세션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관객은 공연자와 같은 의자에 앉아서 공연자를 반원 대형으로 둘러싸기 때문이다. 무대나 플랫폼은 없으며, 관객과 글 읽는 사람은 같은 높이에 앉는다. 사실 관객은 공연장으로 들어오면서 이 공연의 대본을 받기 때문에, 원한다면 공연자가 텍스트를 읽을 때 눈으로 따라갈 수 있다. 글 읽는 사람은 아티스트가 아니기 때문에, 관객 중 누구나 반원 대형 중앙에 앉아서, 친밀하고 비공식적으로 여겨지는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텍스트를 읽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마저 든다.

렉처 중에, 텍스트의 큐에 따라, 글 읽는 사람은 이미지를 얼굴에 올린다. 이러한 이미지로는 우선 50년대에 활동한 혁명적 알제리인인 자밀라 부히레드(Djamila Bouhired)의 사진이 있다. 사진에서 부히레드는 여성 체 게바라(Ché Guevara) 같은 복장으로, 유격대원 같은 위장용 군복을 입고 있다. 글 읽는 사람이 얼굴에 올리는 다른 이미지로는, 같은 시대의 이집트 여성잡지 ‘알힐랄’(Al-Hilal)의 커버가 있다. 이렇게 공연자가 자료 이미지로 얼굴을 가리는 평범한 행동은, ‘자밀라’가 되려는 아티스트의 시도뿐 아니라 좌파의 잃어버린 유산을 표현한다. 이러한 유산은 도달할 수 없는 전통으로, 아티스트는 이러한 전통을 구현하려고 하지만 헛수고일 뿐이다. 이것은 먼지가 덥인 평면적 가면에 불과하다. 고전 연극의 가면을 상기시키는 가면일 수도 있다. 글 읽는 사람 뒤에 있는 스크린에는 이 젊은 유격대원을 그린 이집트 영화장면이 상영된다.

대본은 자밀라 부히레드의 악명 높은 재판을 다룬 <알제의 전투>(La Batailled’Alger)>에서 영감을 얻은 영화에서 자밀라 부히레드로 분한 젊은 여배우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원래 출연하기로 했던 여배우가 ’범죄자’로 분한다는 것에 대한 도덕적 갈등으로 힘들어하다 출연을 포기했기 때문에 이 여배우가 캐스팅 된 것이 분명했다. 대본에는 이 배우가 자신의 역할을 준비하기 위해 현대 좌파운동에 대하 공부하는 모습에서 자밀라가 되는 순간으로 전환된다. 자밀라가 된 배우는 자밀라의 전기에 나오는 에피소드들을 연기한다. 우선 자밀라가 군사훈련 받는 모습을 연기하고, 자밀라의 가장 유명한 행동(사람이 많은 카페에 폭탄을 설치)을 하는 순간을 연기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젊은 여배우가 이제는 태연해진 베테랑 전투요원이 대화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대본이, 전기와 픽션을 혼합한 문학적 내러티브가 토론을 유발할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어쨌든, 이 주제는 무르에의 <화소 처리한 혁명>처럼 확실히 뉴스거리가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이콘적 인물의 전기에 대한 탐구는, 이제는 묻혀버린 좌파의 유산에 대한 아티스트의 위치를 이해하기 위한 진정한 탐색일 뿐이다. 텍스트를 읽는 일을 공연자에게 넘기는 결정은 흥미롭다. 원래 출연하려던 여배우가 아이콘적 ‘범죄자’를 내러티브에서 그리는 것에 대한 도덕적인 반대와도 매칭된다. 아티스트 본인이 자밀라 연기를 하는 것에 대해 비슷한 도덕적 반대의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재미있게 제시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나 이 결정을 통해 잃은 것도 있다. 제한적으로 사용된 연극적 요소(정적인 세팅의 공연에서 이미지로 얼굴을 가리고, 손가락으로 소리 내고, 발을 구르는 행동)는 아티스트 자신이 이러한 개인적 탐구를 연기한다는 것을 보지 못하는 데 대한 보상이 되기 어렵다.

제시카 카즈릭 <매춘이 관광에 미친 영향> Home Workspace Program 2012-13 Open Studios, 2013

<매춘이 관광에 미친 영향>이라는 작품에 대해 제시카 카즈릭은 ‘공연’이라는 단순한 용어를 선호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사실상 학구적 연구에 기반을 두고 있다. 카즈릭의 어머니가 1979년에 제출한 석사 논문은 어머니가 레바논관광연구소(Lebanese Institute of Tourism) 재학 시절 썼으며, 논문 제목은 매춘이 관광에 미치는 영향이다. ‘렉처’라는 단어를 뺀 것도 정확해 보인다. 왜냐하면 카즈릭은 텍스트를 읽지도 않고, 세팅을 학구적 강연에서 차용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공연 중 카즈릭은 등받이는 있지만 다리가 없는 좌식 의자에 다리를 뻗고 앉아있다. 관객은 카즈릭 주변에 불규칙하게 배치된 쿠션 또는 비슷한 좌식 의자에 앉는다. 카즈릭의 무릎에는 아이패드 미니가 있으며, 카즈릭이 넘기는 사진들은 뒤의 스크린에 투사된다. 그리고 카즈릭은 클립으로 묶은 작은 인덱스 카드를 들고 있다. 사진 속에는 아티스트의 어머니인 조르제트 카람(Georgette Karam)이 다양한 배경 앞에서 자극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 있다. 카즈릭은 손가락으로 사진을 넘기고 확대하거나 태블릿을 뒤집어서 인물과 풍경 사진을 병행해서 보여주며 같은 제목의 논문을 썼으며 비행기 승무원으로 일했던 자신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공연에는 대본이 없으며, 하나의 일화가 끝나갈 무렵 카즈릭은 인덱스 카드를 넘긴 후에 다음 추측으로 넘어간다. 다음 카드를 선택한 후, 카즈릭은 아이패드 사진앨범을 넘기며 적절한 이미지를 찾는다. 이 공연은 한 문서, 즉 논문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 제기로 진행된다. 이러한 면에서 이 공연은 다른 두 작품에도 존재하는 다큐멘터리 요소를 공유한다. 짓궂은 추측들을 통해, 카즈릭은 그 문서에 포함된 가능한 픽션들에 대한 암시를 준다. 카즈릭이 “만약 그렇다면 어떨까……”라는 표현을 반복할 때, 이 문서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 그리고 카즈릭의 문서 해석에 대한 의심은 증폭되기 시작한다. 우선, 관객은 카람이 연구 중에 실제로 매춘부들을 인터뷰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카즈릭의 어머니가 단순히 자신의 상상을 받아 적은 것일까? 이쯤 되면 관객은 카즈릭이 자신의 어머니의 논문이 자전적이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작품의 긴장은 여기에 있다. 즉, 카즈릭은 논문의 수많은 일관성의 부재의 근거가 될 만한 수많은 가능성, 그리고 왜 자신의 어머니가 그렇게도 자주 이 항공사에서 저 항공사로 이직했는지에 대한 수많은 추측들을 검토한다. 그러나 카즈릭은 자신의 어머니가 매춘부였을지도 모른다는 질문은 결국 하지 않는다. 공연 내내, 카즈릭은 더욱더 자극적인 사진을 넘기며, 어머니가 삼류적 배경에서 옷을 벗는 다양한 단계, 자극적인 모습, 그리고 관광 관련 배경 앞에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관객은 카즈릭이 교묘하게 피해 가는 방 안의 코끼리를 분명히 볼 수 있다. 그리고 관객은 카즈릭이 어머니의 수치스러운 과거를 부인하고 있을지도 모르며, 이 문제(즉, 카즈릭의 어머니가 매춘부였음에 틀림없다는 점)의 직면을 피하기 위해 여러 상상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공연의 일화적 구조는 이러한 말해지지 않는 설명으로 인해 응집성을 가진다. 서로 콜라주 된 다양한 조각들을 통해, 관객은 이 단순화된 상상을 역으로 구성한다. 이것은 매우 흥미로운 테크닉으로, 관객이 분명하고 성적인 설명에 자연스럽게 접근하도록 하는 효과를 낸다. 비공식적인 세팅(카즈릭은 좌식 의자에 앉아있고 카즈릭과 관객 사이에는 경계선이 없음)은 카즈릭이 관객을 우월감, 이해, 해석이라는 착각으로 유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통적인 내러티브의 틀을 채택하지 않고 픽션과 상상을 다루는 것은 뛰어난 발상이다. 언어는 어렵다. 비판이론 관련 전문용어로 인해 무거워질 때가 많고, 따라가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측면조차 로코코적인 수식, 즉, 더욱 정교하고 잘못된 상상이 이루어진다는 느낌을 주며, 공연자는 이러한 상상을 마무리하지 못한다. 결국, 정교한 상상, 쉬운 픽션을 만드는 것은 관객뿐이다.

서로 다른 용어에도 불구하고, 세 공연에는 공통점이 있다. 즉 세 작품 모두 다양한 종류의 자료를 검토하며, 이러한 자료로는 항상 사진이 있고, 텍스트가 있는 경우도 많다. 물론 이러한 사진들은 서로 비슷하다기보다는 서로 상당히 다르기는 하다(무르에의 뉴스거리가 될만한 유튜브 동영상에서 아르사니오스의 먼지 쌓인 50년대 잡지 자료에 이르기까지). 공연자들이 연극적 테크닉을 드러내놓고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즉, 공연자는 항상 앉아있고, 대체적으로 정적이다. 그러나 세팅 요소 자체(책상의 존재, 관객의 위치 또는 공연자의 의자 다리의 유무)에서 드라마가 미묘하게 형성된다. 또한 내러티브와의 관계는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학구적 스타일의 이미지 분석 뒤에는 무르에의 관례적인 틀이 숨겨져있다. 그리고 카즈릭은 여유 있고 단편적인 접근법을 취함으로써 내러티브의 개념을 깨고, 내러티브를 관객이 형성하는 상상이라고 한다. 어떤 경우든지, 작품들은 모두 렉처 퍼포먼스에 포함된 방대한 가능성을 확인시킨다. 이러한 가능성들은 베이루트의 렉처 퍼포먼스 베테랑들조차도 아직 숙달하지 못한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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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다음세대를 키워내는 모래바람 속의 오아시스]]> 다음세대를 키워내는 모래바람 속의 오아시스
[동향] 아랍의 현대 공연예술 축제 및 예술공간 - 서아시아


지난 20여 년 동안, 알렉산드리아, 암만, 베이루트, 카이로, 다마스쿠스, 라말라 등 주요 아랍권 국가들에서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기존 축제들과 더불어 연극과 무용 등 현대 공연예술 축제 및 관련 행사들도 꾸준히 성장해 왔다.

이러한 축제들은 각기 다른 고유의 역사와 전통이 있으며, 사회 정치적, 경제적 맥락에서 문화 정치 측면의 니즈와 경향들이 상이하다. 그러나, 이들 공연예술계가 공통의 도전과제를 안고 있는 것 또한 주지의 사실이다. 재원 마련이나 관객 개발의 어려움, 공연시설 부족 등 열악한 조건은 아랍권 현대예술 성장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 및 관심이 결여된 것도 문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아랍 예술계는 주로 예술가들이 스스로 구성한 단체나 비영리 기관, 큐레이터 및 예술 기획자 등이 주도하는 독립 예술 활동을 중심으로 그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예술 활동, 정기 공연 및 축제, 현대예술 전문 공연시설이나 갤러리 개관 등이 이들의 주요한 활동이며, 다양한 형태로 재원을 조달해 재정을 충당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역 내 개인 기부/후원, 범 아랍권의 기금 단체들(청년과 문화 아랍 기금(Arab Fund for Youth and Culture), 알 마우리드 알 태가피(Al-Mawreed Al-thaqafy), 아랍 젊은 연극인 기금(Young Arab Theatre Fund), 아랍 디지털 예술 재단(Arab Digital Expression Foundation), 사파르 기금(Safar Fund))과 해외 단체들(프린스 클라우스 기금(Prince Claus Fund, 네델란드), 포드 재단(Ford Foundation, 미국), 로베르토 시메타 기금(Roberto Cimetta Fund), 시다 기금(Sida Foundation, 스웨덴)), 해외 유럽 기관들의 현지 지원 프로그램 등을 통해 재정을 마련하고 있으며, 공연시설 부족 문제는 예술가들과 문화예술 기획자들이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해소해 나가고 있다.

Beirut Art Center (Lebanon). Photo by Nadim Asfar Al Balad Theatre (Jordan). Photo by Raed Asfour

베이루트에서 팔레스타인까지

레바논은 공공지원이 거의 전무하지만 베이루트는 중동 지역에서 현대예술이 가장 크게 꽃을 피우고 있는 국가이다. 베이루트의 연례 문화예술 행사들은 비영리 단체, 문화예술 센터나 공연장 등을 중심으로 기획된다. 예를 들어, 레바논 조형미술 협회 아시칼 알완(Ashkal Alwan)이 운영하는 복합장르 공연 포럼인 홈 워크 포럼(Home Works Forum)은 전시, 무용과 연극 공연, 영화 및 비디오 상연, 출판, 콘서트, 문화예술 토론회 등으로 구성되며, 예술 연구조사 프로젝트이자 문화예술 연구 단체인 나인티에잇 위크(98 weeks)는 이론과 실제를 공히 아우르는 활동을 펼치며 워크샵과 심포지엄을 개최해 왔다. 조우칵 극단(Zoukak Theatre Company)의 조우칵 사이드워크(Zoukak Sidewalks)는 해외 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예술가와 현지 예술가, 관심있는 관객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장을 열었다. 문화예술 및 레지던시 공간인 알소 지코 하우스(Also Zicco House)는 인 시투 대중 공연(in situ public performances)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베이루트 스트리트 페스티벌(Beirut Street Festival)을 주최해 왔으며, 몬놋 극장(Monnot Theatre)과 같은 공연장에서는 국제 스토리텔링 축제(International Storytelling Festival)를 기획해 왔다. 보다 상징성을 갖는 축제로는 암살된 저널리스트사미르 카시르(Samir Kassir)를 추모하는 베이루트 스프링 페스티벌(Beirut Spring Festival)이 있다. 이 축제는 똘레랑스, 문화 다양성 등과 같은 주제를 바탕으로 국제 프로그램을 기획, 연례 행사로 도시 내에서 개최되고 있다. 그러나, 베이루트 역시 문화예술 시설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운영 비용이 높고 공간 임대 및 토지 매입과 관련된 복잡한 계약 관행때문이다. 레바논의 경우 현대예술을 전문적으로 공연하는 곳은 2008년 개관한 베이루트 아트 센터(Beirut Art Centre)가 유일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예술 단체들은 공간 부족 문제에 나름대로 적응해 왔으며, 이동식 공연을 펼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또, 덕분에 검열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

최근 발발한 전쟁으로 시리아의 문화예술계는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그 결과, 다마스쿠스의 이름있는 행사나 축제들이 제대로 기획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시리아의 독립 문화예술의 성장을 추동한 에티자하트(Ettijahat)와 같은 기관에서 운영하는 우수한 프로그램들은 지속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베이루트는 피난길에 오른 시리아 출신 공연예술가이 활동을 하는 허브로 자리매김되었다. 문화예술 공연조합인 다와르 알 샴스 극장(Dawar al-Shams Theatre)은 샴스(SHAMS)와 함께 100여명 이상의 시리아 예술가들(화가, 배우, 무용가, 극작가)이 함께 펼치는 특별 이벤트를 기획했다. 2013 아랍 댄스 플랫폼(Arab Dance Platform)은 시리아의 안무가와 무용수들이 주로 활동하는 단체이다. 또, 시마 댄스 컴퍼니(Sima Dance Company)와 같은 여타 단체들은 현지의 바벨 극장(Babel Theatre)을 레지던시 공간으로 선정해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사회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이집트의 경우, 카이로는 적극적인 (활동가) 공연예술인들이 수많은 이벤트를 펼치는 장이 되고 있다. 스튜디오 에마드 에디네(Studio Emad Eddine)는 대형 복합장르 현대예술 축제인 다운타운 현대예술 축제(Downtown Contemporary Art Festival: DCAF)를 주관하며, 주제가 있는 현대무용 축제로 하라카(HaRaKa)가 기획하고 연출하는 트랜스댄스(Transdance) 역시 카이로에서 개최된다. 이 축제는 주로 대안적인 안무 및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저항 및 기억을 주제로 하여 관객들의 지적 사고 과정을 자극하고 사고의 깊이를 심화시키는 공연을 펼친다. 그러나, 2000만명이 사는 도시에서 공연장은 턱없이 부족하다. 또, 관객 개발도 저조하며 재정은 대부분 외부 기금을 통해 충당된다. 최근 문을 닫는 공연단체들이 늘어나고 사회 정치적 압박이 가중되면서, 예술가들은 독립 예술 공간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예술인들은 새로운 대안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3주 동안 진행되는 멀티로컬 축제 할 바델(Hal Baddel: 대안 솔루션)은 공연료가 없이 펼쳐지는 이벤트로, 두 명의 젊은 문화예술 활동가들이 음악, 꼭두각시극, 현대무용 등의 장르를 무대에 올리면서 2013년 처음 시작되었다. 또, 젊은 문화예술 운영자들과 무용수들은 부상하는 현대무용을 보다 발전시키기 위해, 기자(Giza)에 EECDS라는 최초의 인디 댄스 스튜디오를 열었으며, 무용 레지던시와 이집트의 무용계를 지원하는 컨템포레리 댄스 나이트(Contemporary Dance Night)에 기금을 지원하기도 했다.
북부 지역인 알렉산드리아(Alexandria)는 문화예술 활동이 드물고 공연도 간헐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이긴 하나 지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Bibliotheca Alexandrina)에서 공연예술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으며, 아이액트(I-act)와 공동으로 독립극단 그룹을 위한 크리에이티브 포럼을 9년 간 운영해 왔다. 현재 아이액트(I-act)는 비전통적인 공간에서 문화예술을 알려내는 백 스트리트 페스티벌(Backstreet Festival)을 기획하고 있는 한편, 실험적인 아트 프로젝트인 이집트의 봄(Egyptian Spring)은 이집트 예술가들 및 해외 예술가들과 함께 도시 주변의 상징적인 장소를 이색적인 공연장으로 바꿔나가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Ahmed El Gendy, < One >(2012),
CDN 2 (Egypt). Photo by Amr El Sawah.
Omar Abi Azar (Lebanon),
< Hamlet-Machine >(2009), Zoukak Theatre Company. Photo by Randa Mirza
Nawal Skandarani,
< harassment@artonly >(2012), Hakaya Festival (Jordan). Photo by Raed Asfour.

연례 국제 연극 축제(International Theatre Festival)가 펼쳐지는 요르단의 암만에서도 연례 무용 축제인 자크하레프 모션 댄스 페스티벌(Zakharef Motion Dance festival)등 무용을 중심으로 한 공연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제 연극 축제는 또한 알 발라드 극장(Al Balad Theatre)과 공동으로 스토리텔링 페스티벌 하카야(Storytelling Festival Hakaya)를 기획해 왔다. 이 극장은 정부 기관인 알 후세인 문화 센터(Al Hussein Cultural Centre)의 외부에서 연극과 무용 공연을 주최하고 있으며, 마칸(Makan)이나 다랏 알 퍼넌(Darat Al-Funun)과 같은 여타의 독립 아트 센터 역시 예술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단, 이 센터들은 설치예술 및 시각 예술, 음악, 사진 등에 집중하고 있다.

한편, 국경 저편의 팔레스타인의 경우, 팝 아트 센터(Popular Art centre)를 통해 생기 넘치고 역동적인 공연예술이 발전해 왔다. 이 센터는 팔레스타인 국제 축제(Palestine International Festival)와 현지의 민속공연에 착목한 전통예술축제를 주관한다. 현대무용 공연 개발에 힘쓰는 최초의 라말라 그룹(First Ramallah Group)인 사레엣 라말라(Sareyyet Ramallah)는 연례 라말라 현대무용 축제(Ramallah Contemporary Dance festival)를 개최해 다양한 현대 무용을 팔레스타인에 소개하고 있다.

경험과 자원을 공유하며 협력

공연예술의 존재감을 강화하고 관객 개발을 증진하기 위해, 독립공연 예술계 종사자들은 경험과 자원을 공유하며 협력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예술가들 간 연대가 강화되고 있으며, 협력적 네트워킹 전략을 통해 아랍권 창작 분야에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아랍 극장 연수 센터(Arab Theatre Training Centre)는 베이루트의 아시칼 알완(Ashkal Alwan)과 카이로의 토우하우스 갤러리(Towhouse Gallery)간 교류 레지던시(mirroring residency) 프로그램과 같은 합작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으며, 댄서리플렉션(Dancereflaction)이나 마사햇(Masahat)과 같은 플랫폼을 통해 베이루트 국제 무용 플랫폼(Beirut International Platform of Dance), 라말라 현대 무용 축제(Ramallah Contemporary Dance Festival), 암만 현대 무용 축제(Amman Contemporary Dance Festival), 시리아의 탄윈 극장 무용 네트워크(Tanween Network for Theatrical Dance) 등을 한데 모으는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 결과, 예술가들은 국경을 넘어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보다 열린 공간에서 공연 예술의 외연을 확장해 가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아랍권의 현대예술 공간이 모순적인 이주 현상과 탈영토화 현상을 통해 고유한 방식으로 틀을 갖추어 나가는데 일조를 했으며 국제 교류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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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아랍의 전통 양식과 현대 공연예술에 미친 영향]]> 아랍의 전통 양식과 현대 공연예술에 미친 영향
[동향] 시리아 전통극 양식에 대한 고찰


사실 19세기말이전 시리아에 희곡과 연극 활동이 존재했는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19세기가 끝나갈 무렵, 다마스쿠스 출신의 부유한 상인 아부깔리 알 깝바니(AbūKhalīl Al-Qabbānī: 1835–1902)가 서양극의 형식을 도입하면서 시리아 극예술이 보다 구체적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알 깝바니는 당시로서는 새로운 장르인 서양 연극을 조부의 집에서 처음으로 공연했는데, 아마도 인근 도시인 베이루트에서 순회공연을 한 프랑스와 이탈리아 극단의 연극에서 영향을 받았거나, 터키어로 번역된 모빌레르(Mobilere)나 라신(Racine) 등 극작가의 시나리오에서 영감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깝바니는 서양의 극 형식을 지극히 현지적인 관점으로 각색하는 역량을 발휘해 독창적인 장르를 완성했다. 깝바니가 직접 쓰고 감독한 극들은 <아라비안 나이트(Arabian Nights)>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로 스토리 구성에 노래와 춤을 가미해 보다 풍부한 오페라타로 재탄생시킨 것이 특징이었다. 또 신비로운 무대 연출을 통해 관객들을 매료시키며 관객들에게 신선하고 새로운 공연이라는 인상을 남겼다.

19세기 아랍 문화에 소개된 근대 연극

당시 관객들은 커피숍 등에서 공연하는 그림자극에 익숙했다. 그러나 막 뒤에서 움직이는 평면적인 인물들이 조명을 통해 등장하는 그림자극과 실제 배우들이 중세시대의 복장을 입고 술탄과 칼리프를 연기하는 연극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깝바니의 연극을 소개한 몇몇 책에서 이미 언급된 것처럼 무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허구로 이해하지 못한 관객들이 위험에 빠진 등장인물을 구하기 위해 무대에 뛰어드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깝바니 연극의 대성은 다마스쿠스의 보수주의자들에게는 위협이 되었다. 오스만제국 정부는 시리아에서 연극 공연을 금지하는 칙령을 발표했고, 깝바니의 실험적 시도도 막을 내리게 된다. 깝바니 극장은 결국 문을 닫게 되고 예술가들도 새로운 예술 사조에 보다 열려있는 카이로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종교 지도자들은 외설로 가득 찬 그림자극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깝바니 연극이 풍기 문란하다고 주장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깝바니가 무대 위에 실제 배우들을 등장시킨 것이 문제가 된 것일까1 ? 아니면 두 번째 공연에서 칼리프인 하룬 알라시드(Caliph Harun Al-Rashid)를 풍자한 것이 이유가 되었을까? 혹은 새로운 문화예술 장르가 선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까?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연극 금지령으로 인해 시리아에 연극을 도입하려 했던 시도는 그 이후 한동안 실현되지 못했다.

(1초창기 깝바니의 연극에는 대머리 남성이 여성의 역할을 했고, 이후에는 기독교와 유대인 여성들이 직접 여성의 역할을 연기했다.)

한편 그림자극은 실크로드 주변국가들 사이에서 이미 대중화된 극 장르로 시리아의 경우, 집시들을 통해 처음 소개되었다. 시리아에서 그림자극은 터키어로 검은 눈동자를 의미하는 카라고즈(Karagöz)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는데, 검은 눈동자란 이름이 붙게 된 것은 시리아 시내의 커피숍이나 공중목욕탕에서 그림자공연을 펼치는 집시인형극 예술가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집시들은 중앙아시아 지역 출신들로 수크(souk: 시장)나 크고 작은 행사장에서 주로 공연했다. 집시 그림자극은 시리아에서 수세기 동안 공연되었으나 댄스나 곡예, 복술(卜術), 개나 곰, 원숭이 쇼와 같은 대중문화에 비해 뒤쳐져 있었다. 카라고즈의 구성과 시나리오는 대부분 짧고 단순하며 소극(笑劇) 위주였다. 멍청한 노인과 영악한 하인, 성미가 고약한 아내와 허풍쟁이 군인 등의 캐릭터가 고정적으로 출연했다. 또 즉흥 애드리브는 당시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한 맹렬한 풍자로 사회의 각계각층을 우스꽝스럽게 과장한 캐리커처 요소가 많았다. 카라고즈의 관객들은 당시 시리아에 거주했던 다양한 민족과 인종, 즉 카이로, 바그다드, 모로코, 예멘, 수단의 사투리와 발음을 들을 수 있었다.

시리아의 전통 그림자극 ‘카라고즈’  

1960년대 이른바 아름다운 문화적 요소들을 국민들에게 홍보하기 위해 시리아에 문화부(Ministry of Culture and National Guidance)가 개설되면서, 그림자극도 사라지게 되었다. 관객이 남성에 국한되었던 그림자극의 대사가 지나치게 외설적이라는 점이 이유였다. 그림자극 공연이 금지된 것을 넘어 표현의 외설성 때문에 극의 시나리오조차 보관이 금지되었는데 문화부가 그림자극에 대한 문헌 공개와 관련 서적의 출판을 허용했을 당시, 극의 대본에는 외설스러운 표현들이 이미 많이 삭제된 상태였다. 그러나 카라고즈는 여전히 관객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으며 시리아 출신 배우 두라이드 라함(Durayd Lahham)이 시나리오를 쓰고 직접 출연한 코미디 촌극 <가와르의 속임수(The Tricks of Ghawar)> 창작의 영감이 되었다. 이 촌극은 카라고즈의 구성과 바탕을 각색해 제작된 것으로 그림자극의 평면 인물대신 실제 배우가 등장하는 공연이었다. <가와르의 속임수>는 1970년대 시리아 TV에서 방영되었고 높은 시청률 덕분에 이후에도 여러 차례 재방송되었다.

<가와르의 속임수(The Tricks of Ghawar)>  

시리아 ‘카라고즈’의 기원

카라고즈와 지역 오락 문화 간 연결 고리를 찾다 보면 카라고즈가 기원전 4세기 그리스희극의 전통, 로마의 희극작가 플라우투스(Plautus)와 테렌스(Terence), 아텔란파르스, 16세기 이탈리아의 가면 희극 코메디아 델라르테(the Commedia dell’arte)와 연속선 상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시리아 카라고즈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전히 주장이 분분하고, 이러한 연결성에 대해 구체적이면서 정확한 연대 파악이 가능한 이렇다 할 증거가 없긴 하지만, 시리아의 지정학적 위치에서 그 기원을 추정해볼 수 있다. 시리아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3개 대륙이 만나는 곳에 위치하고 있어 인종, 종교와 공동체가 다양하다. 또 수마리아인, 이집트인, 히타이트족, 아시리아인, 바빌로니아인, 카나안인, 페니키아인, 아람인, 페르시아인, 그리스인, 로마인 등이 기원전 3000년부터 줄곧 시리아를 식민지로 삼아왔다. 그래서 시리아는 정복 민족이 도입한 다양한 극 양식에 영향을 받게 되고 대중들도 이에 동화되었다.

보스라(남시리아)의 거대한 로마식 원형극장은 원래의 온전한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어 로마제국 점령기에 이곳에서 공연이 이루어졌음을 잘 보여준다. 무려 15,000여 관객석을 보유하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원형극장인 이곳에서 과연 어떻게 공연이 이루어졌는지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원형극장의 무대에 올랐던 공연들이 이교도의 풍습 및 풍년을 기원하는 제천의식과 연관이 있었다는 추측은 가능하다. 로마가 점령한 여타의 지방들과는 달리, 이러한 의식들이 로마극의 형식, 즉, 비극이나 희극으로 발전하지는 않았지만 이슬람교의 통치 이후 대중적인 오락 문화의 일부로 점차 자리 잡게 되었다.

시리아의 로마식 원형극장 유적  

그렇다면 이렇듯 중요한 제례 의식이 왜 사라지게 되었을까? 학계에서는 이교도의 종교의식이 시리아에서 사장된 것은 이슬람교의 통치가 그 원인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물론 시리아의 역사를 보존하는 학계 문헌들에서 대중문화 형식에 대해 다루지 않은 것도 제례 풍습이 사라진 이유일 수 있다. 다만 시리아 대도시를 방문한 외국인들이 대도시의 생활을 묘사하며 여러 형태의 어릿광대, 마임, 희극공연, 곡예, 역술인, 음유시인들의 모습을 시리아 문화와 타 문화와의 차이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문화는 중세부터 시작되어 영화와 TV가 대중문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게 된 1950년대까지 이 지역 사회상의 일부였다.

시리아의 전통극 형태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또 있다면 바로 스토리텔링(이야기)이다. 스토리텔링은 주로 금식 주간에 커피숍 등에서 공연되었으며, 영웅담이나 기타 민화가 소재가 되었다. 스토리텔러는 청중들 한가운데 놓인 높은 의자에 앉아 무릎 위에 책을 놓고 이야기를 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극적인 억양으로 청중들의 주의를 집중시키며 등장인물들의 힘과 기사도 정신, 영예, 영웅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때로는 청중의 참여를 유도하고 등장인물들이 겪는 고통과 정의를 위한 고군분투의 정신이 관객들에게 전이될 수 있도록 상황에 따라 이야기의 구성을 각색하기도하고, 악기를 연주하거나 이야기 전개 도중 필요한 곳에서 드라마틱한 제스처를 취하면서 이야기의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했다.

그림자극과 마찬가지로 스토리텔링은 현대 시리아인들에게는 다분히 이국적인 극 장르로 호기심의 대상이다. 시리아의 현대극이 과거의 대중문화 형식으로 다시 회귀한 적은 없었으며, 세계 여러 나라의 극예술들과 마찬가지로 기술이 활용되고 주제도 진화되어 왔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 동안 그 뿌리와 정체성, 유산은 여전히 많은 작가와 비평가들 사이에서 논의의 주제가 되어왔다. 다만 현재 아랍 세계에 불고 있는 급진적인 변화의 바람으로 인해 새로운 현실과 여타 정치 경제적 현안들에 밀려 아직까지 논의가 크게 심화되지는 않고 있다. 오늘날 시리아에서는 민주주의와 자유가 가장 시급한 현안이며, 이에 극작가와 배우들도 극예술이 무엇을 대변해야 하는지, 대중들이 원하는 새로운 사회 건설에서 극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보다 깊이 있게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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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공공지원의 부재 속, 대안적 환경 만들기]]> 공공지원의 부재 속, 대안적 환경 만들기
[동향] 아랍의 예술활동 환경과 공공재원, 시리아와 이집트를 중심으로


아랍권 공연예술계에서 신선하고 실험적인 예술활동의 자금조달은 주로 해외 펀드를 통해 이루어지며, 국내 재단의 도움을 받는 경우도 일부 있다. 예술계가 겪고 있는 재원 확보의 어려움은 일반적인 현상으로, 이러한 문제점은 불안정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작품활동을 하는 경우일수록 더욱 심각해진다. 또 아랍권 국가들이 이렇다 할 문화예술 지원정책을 갖추고 있지 않은 점도 공연기획자나 공연자들을 비롯해 문화예술계 전반에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소라 하겠다.

문화예술 활동의 경제적 가치를 제도화하고 집계하며 나아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부분이 아랍권 국가들의 정책 입안 과정에서 주목을 받는 경우는 거의 전무하며, 이로 인해 정부의 문화예술 지원이 상당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결국, 문화예술계는 예술가 개인의 창의성만을 강조하고 이에 의존해 왔으며, 그 결과 개인차원의 노력으로 독립 예술이 융성하게 되었다. 주로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공연계 리더들이 이를 주도하고 있지만, 대게는 재정적자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운영을 해나가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취약한 내부 환경, 더 독립적이거나 국제적인 외연 확대로 극복

영국문화원의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예술 프로그램 매니저 알마 살렘(Alma Salem)은  “그렇다고, 창조 부문의 재원이 모두 소규모 사업이나 마이크로 비즈니스만으로 마련되는 것은 아니다. 적도 부근의 걸프지역은 시각예술이나 음악 산업의 경우 대형 비즈니스 형태로 기획되며, 가치사슬, 즉 유통망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편, 소형 비즈니스는 공급 망의 끝점, 즉 크리에이티브 부문의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창조산업이 성장하는 데 있어, 북반구와 남반구 국가들 간 문화예술적 관계 발전을 위한 투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것도 예술분야 재정 기반 불안정에 큰 몫을 하고 있다. 사실 경제 발전의 단계가 다른 국가들 간의 파트너십에 대해서는 이 지역의 창조 산업 분야 성장을 목표로 한 국제 기금 단체들이 후원을 해왔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시리아의 경우, 스웨덴 국제개발협력기구(The Swedish International Development Cooperation Agency: SIDCA)는 다마스쿠스 오페라하우스(Damascus Opera House: DOH)와 공동으로 2009년 젊은 예술가들이 기획한 다섯 편의 작품에 대해 자금 지원을 한 바 있다. 즉, 다마스쿠스 오페라하우스의 총괄 부서가 이 중 일부 작품들을 직접 후원한 셈이다.

보다 과감한 콘셉트의 현대 예술작품들 몇 편이 추가로 이 기금과 여타 다른 기관들의 후원을 받아 제작되었다. 예를 들어, 아랍문화예술기금(Arab Fund for Arts Culture), 문화자원(The Culture Resource)이란 의미의 이름을 가진 알 마우레드 알 테아쿼피(Al Mawred Al Thaqafy), 네덜란드에 소재한 히보스기금(Hivos Fund) 등이 후원에 동참했다. 아랍문화예술기금은 최근 2013년 우사마 가남(Oussama Ghanam)이 감독한 <핀터스 더 홈커밍(Pinter’s the Home coming)>의 제작을 지원한 바 있다. 아말 옴란(Amal Omran)이 감독한 2010년 작 <다리오포의 외로운 여인(Dario Fo’s A Lone Woman)>은 당시 더 오페라에서 데뷔 공연을 했으나, 작품의 대담성 논란으로 이후 15회 다마스쿠스연극제(Damascus Theater Festival)의 무대에는 오르지 못했다. 연극 담론의 지평을 넓힌 이러한 실험작들이 등장하면서 검열의 잣대가 보다 유연해져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며, 더불어 보다 유연하고 넓어진 틀 안에 담길 보다 많은 작품들의 제작도 필요하게 되었다.

메이 세판(Mey Sefan)은 안무가이자 무용수이고 문화예술기획자이다. 다마스쿠스로 돌아온 이후, 메이 세판은 다마스쿠스의 무용고등기관(High Institute of Dance)에서 작품 활동을 펼쳤다. 또 발레극 탄윈(Tanween for Theatrical Dance)을 설립했으며, 다마스쿠스 현대무용 플랫폼(Damascus Contemporary Dance Platform: 이하 DCDP)의 창립자로, 현재는 DCDP의 감독으로 재직 중이다. 2003년부터 2011년까지 시리아에서 작업하면서, 세판은 본인의 공연, DCDP 워크숍, 무용을 배우는 학생들을 위한 워크숍 등 주요한 세 가지 활동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했다. 물론 이 세 가지 프로젝트에 대한 재원 마련 접근 방식은 각기 다르지만 자금 지원을 받는 경로는 동일하다. 해외문화원이나 각 대사관의 문화부 및 기부 기관들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메이 세판〈초보자를 위한 파괴(Destruction for Beginners)〉
© Yara Seifan - Syria
  조우칵 극단과 문화협회〈Nes bsamne w nes bzeit〉 © Randa Mirza - Lebanon

정치적 불안, 검열, 불투명성 but 대안의 성장

이집트의 독립 예술가들은 자금 문제 이외에도 여러 가지 난제들에 직면해 있다. 재정적 어려움과 사회적 압박으로 아주 불안정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으며, 자신들의 불안정한 경제 상황과 사회적 인식 때문에 미래가 불투명한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재원 마련 측면에서도 자신의 열정과 꿈을 좇고 예술가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자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매우 유망한 아트센터이자 소셜 허브인 테트로 에스켄드리아(Teatro Eskendria)의 회원 아미나 아보도마(Amina Abodoma)는  “공공기금 조달이 아주 어렵다. 공공재원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나, 공모 방식, 자금 지원, 마감 시한, 각 프로젝트의 장르 및 형식 등 세부 사항 등에 있어 제도 운영이 불투명하게 진행되는 것이 가장 주요한 문제이다. 또 최근까지도 독립 예술가들은 반정부적인 좌파 편향을 보인다는 선입관 때문에 무라바크 통치하에서는 이러한 기금 혜택에서도 배제되었다. 따라서 해당 기금은 우파 성향의 친정부 예술가들에게만 주어졌다.”라고 말했다.

단 2007년부터 이집트 해외문화협력부에서 독립 예술 지원에 큰 몫을 해왔는데, 이 기금이 뮤지션들을 중심으로 한 일부 예술가들이 해외 공연할 때 유일한 재원이 되었다. 이집트의 공공기금은 문화부가 단일 채널이 되어 기금 운영을 총괄하며, 집행은 문화부의 여러 산하기관, 해외문화센터나 독립문화 단체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중 가장 활발하고 효과적인 집행기관은 알 마우레드 알 테아쿼피이다. 이곳은 문화부 역할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며 동시에 매우 지역적인 차원에서도 여러 가지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집트의 예술가들이 운용할 수 있는 재원은 중앙정부보다는 대부분 이러한 민간기관에서 조달되며, 여타 아랍권 국가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최근 들어 문화예술인들이 새로운 기업가정신을 통해 부분적으로나마 자금 조달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아랍권 국가 전반의 사회 경제적  사실 상당히 모호하며, 향후 상황 또한 불투명하다. 그런데도 지난 2년 동안 독립 예술계가 크게 성장해왔다는 점, 대안 미디어 역시 활발한 활동을 펼치며 존재감을 두드러지게 보이고 전면적인 변화를 바라는 일반 관객들로부터 인정받게 되었다는 점 등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Sawsan Bou Khaled 〈Performance Alice〉
©Tanya traboulsi - Lebanon
Abdalla Daif 〈pERFORMANCE〉
© Fasel we nwasel - Egypt

아래 표는 아랍문화예술기금(Arab Fund for Arts and Culture: AFAC )의 공연예술 분야 및 영아랍시어터펀드(The Young Arab Theatre Fund: YATF )의 연간 공모와 지원 현황이다.

○ 아랍문화예술기금(AFAC)

연도 지원작품 수혜 국가 지원 예산 규모
2013 15 7 개국: 이집트,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요르단, 튀니스, 모로코 182,000 USD
2012 12 7개국: 튀니스, 이집트, 레바논, 시리아, 팔레스타인, 요르단, 모로코 163,000 USD
2011 10 8개국: 튀니스, 팔레스타인, 시리아, 모로코, 이라크, 이집트, 쿠웨이트,
레바논
109,400 USD
2010 7 6개국: 팔레스타인, 요르단, 레바논, 모로코, 시리아, 이집트 104,500 USD
2009 10 6개국: 시리아, 레바논, 팔레스타인, 튀니지, 모로코, 이집트 130,700 USD
2008 8 3개국: 이집트, 팔레스타인, 레바논 158,400 USD
2007 5 3개국: 레바논, 시리아, 모로코 61,500 USD
7년 합계 67 편 아랍9 개국 909,500 USD

1세부사항문의처: ZenaTakieddine – zena.takieddine@arabculturefund.org


○ 영아랍시어터펀드(YATF)

연도 지원작품 수혜 국가 지원 예산 규모
2013 2 2 개국: 이집트, 레바논 YATF 제작 지원금은
연간 2000 유로에서 5000 유로 사이에서
책정되며, 공모당 3차례, 연간 3차례
지원이 이루어진다.
2012 3 3 개국: 레바논, 팔레스타인, 시리아
2011 6 2 개국: 이집트, 레바논
2010 1 1 개국: 이집트
2009 3 2 개국: 요르단, 이집트
2008 5 4 개국: 레바논, 모로코, 이집트, 팔레스타인
2007 8 4 개국: 모로코, 레바논, 시리아, 이집트
2006 6 3 개국: 이집트, 레바논, 튀니지
2005 7 3 개국: 시리아, 튀니지, 이집트
2004 8 4 개국: 모로코, 튀니지, 이집트, 레바논
2003 3 3 개국: 말리, 이집트, 레바논
2002 2 3 개국: 이집트, 아이보리코스트, 레바논
2000-2001 3 2 개국: 이집트, 레바논
13년 합계 아랍 7개국 및 말리 총56편  

2세부사항문의처: Jumana Al-Yasiri: grants manager- grants@yatfun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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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세계 무대 속 국악의 미래, 세계 관객에게 다가서기]]> 세계 무대 속 국악의 미래, 세계 관객에게 다가서기
[동향] 국악의 세계화를 바라보는 해외 전문가 칼럼


지난 10 월 월드뮤직 전문가 교류지원’행사에 참여 한 후,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KAMS)로부터 ‘세계 무대 속국악의 미래’를 주제로 한 원고를 청탁받았다. ‘글로벌 오디언스와 가까워질 수 있는 방안 및 국악이 지속해야 할 것과 새로이 시도해야 할 것’에 대해 제언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벌써 20 년째 이른바 ‘월드 뮤직 비즈니스’ 업계에 몸담아 왔고 네덜란드에 상당 기간 한국의 전통음악을 소개해 온 필자는 ‘국악의 미래’라는 주제로 글을 쓸 수 있어 영광스러운 한편, 두려움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본 원고에서 필자가 제안하는 내용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이며, 절대적인 해결책이나 대안이 아님을 분명히 밝히면서 글을 시작할까 한다. 약 7년 전부터 한국앙상블은 다양한 페스티벌의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고 유럽 전역에 걸쳐 한국음악을 만날 기회도 많아졌다. 세계 무대에서 한국음악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10년 전과 비교해 볼 때 분명한 진전이 있었다.

월드뮤직 전문가 교류

서양인에게는 다소 생소한 국악의 특성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 국악의 콘텐츠부터 살펴보도록 하겠다. 유럽의 시선으로 볼 때, 국악은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은 아니다. 종교음악이건, 궁중음악, 또는 민속/샤머니즘 음악이건, 국악은 대부분 서양인의 귀에는 다소 생소할 수 있다. 피리나 태평소, 시끄러운 심벌즈나 꽹과리, 지나치게 느린 리듬, 비브라토를 강조하는 특성 등 국악은 피치가 높고 찌르는 듯한 소리를 연출하는 특성이 있어,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전통음악일 수 있으나 서양인들에게는 일종의 아방가르드 음악으로 여겨질 수 있다. 따라서, 국악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외국인들도 국악에 익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국악의 감상법은 다른 음악과는 달라 국악을 감상하려면 국악에 익숙해지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물론, 외국에도 국악을 향유하는 관객층이 없는 것은 아니나 문제는 이러한 관객층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물론 국악 안에서도 풍물이나 사물놀이처럼 비교적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장르가 있다. 그렇다면 KAMS 가 이러한 특정 장르만을 지원해야 할까? 글로벌 관객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보다 ‘서구화’된 음악을 연주해야 할까? 그렇지는 않다. 필자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서구화된 음악’에 대해 먼저 논해 보자. 일부 한국아티스트들로부터 ‘어떤 음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여러 차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필자는 그 질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음악이란 마음에서, 영혼에서 나온다. 음악인 스스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들여다보고 그 음악에 충실한 연주를 해야 한다. 관객들의 취향에 맞춰 자신의 스타일을 바꿔서는 안 된다. 음악은 그런 방법으로 관객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악이 이미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채와 본질로부터 출발

우선 나부터도 서양 스타일의 음악을 들으려고 한국에 오진 않을 것이다. 서양 음악이라면 네덜란드에서도 얼마든지 감상할 수 있으며, 서양 음악을 무대에 올리는 일이 더 쉽고 비용면에서 효과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글로벌 관객을 감안해 서양 음악이나 서구화된 음악을 연주하려 한다면 이는 전 세계의 절반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그것이 불가능하진 않다. 그러나 그 경쟁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아무도 시도할 수 없는 독보적이고 차별화된 음악을 연주해야 한다. 오히려 필자는 국악이 이미 가지고 있는 고유의 색채와 본질에 더 밀접한 음악을 권하고 싶다. 외국에서 국악을 전문적으로 연주하는 이는 없다. 국악은 그 자체로 충분히 개성이 있다. 그것만으로도 국악은 이미 경쟁력이 있다. 복잡한 리듬, 깊은 비브라토, 산조, 시나위, 궁중음악에서 나타나는 음과 음 사이의 포즈 등 국악은 진정 차별화된 음악이다. 이러한 요소들에 착목해 보자. 서양 음악과의 융합을 시도하면 한국음악만의 고유성이 희석될 뿐이다. 또, 물론 개인적인 소견이지만, 이런 경우 대게는 국악이 다소 평범해져 버리기 일쑤다. 서양인들은 뭔가 색다른 것들에 대해 흥미를 느끼는 경향이 있는데, 국악이 바로 이러한 니즈를 충족시켜 줄 수 있다. 특히, 바쁜 현대인의 삶 속에서 느린 리듬, 산조 및 궁중음악의 독특한 구성은 일부 청자층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최근 서구에서 슬로우푸드 바람이 분 것처럼 언젠가는 ‘슬로우 뮤직’의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이로써,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된 것 같다. 현재 KAMS 는 보편적인 장르와 다소 생소한 장르모두를 지원한다는 점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다양한 마켓과 관객에게 접근하는 다양한 방식을 모색해야

물론 콘텐츠 이외의 음악 시장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글로벌 관객들에게 다가서려면 첫째, 다양한 마켓에 접근하는 방식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월드 뮤직의 공연 양상을 보면 국악은 주로 야외 페스티벌의 무대에 오른다. 최근 들어 많은 한국의 국악 팀들이 다양한 페스티벌에 참여하고 있으며, 풍물과 사물놀이 팀이 이 중 다수이다. 바로 이런 방식이 국악이 더 많은 관객을 만나는 방식이다. 그러나 사실 (야외) 페스티벌을 찾는 관객들은 국악을 ‘진정으로 향유하는’ 층은 아닌 것 같다. 공연 자체를 즐기기는 하지만, 국악 공연을 감상하기 위해 굳이 티켓을 살 정도의 열정은 없는 것이다. 둘째, 한국음악을 선보일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일부 전문적인 월드뮤직 공연계를 제외하고는 국악을 정기적으로 공연하는 곳이 많지 않으며, 정기 공연을 하는 곳에서도 국악을 감상하는 관객이 많지 않아 기껏해야 일 년에 3-4 차례 정도 국악 공연을 기획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러한 실내 공연을 찾는 사람들은 음악의 애호가들로 국악을 진정으로 즐기는 사람들이다. 어쨌든 국악 콘서트는 대게 적자로 운영된다. 최근 들어, 국악을 실내 페스티벌에 초청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국악이 정기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오디언스 확보가 급선무이며, 이를 위해서는 서구 공연기획자나 기획사들, 한국의 뮤지션들, 매니저들, 기관이 서로 협력해야 한다. 그렇다면어떤 협력이 가능할까?

 
먼저 인도의 힌두스타니(Hindustani) 고전 음악을 예로 들어 보겠다. 최근 들어, 그 열기가 좀 사그라지긴 했으나, 힌두스타니 고전 음악은 서구 세계에서 인정받았던 최초의 아시아 음악 스타일 중 하나이다. 힌두스타니 클래식도 결코 쉬운 음악은 아니다. 분명히 학습을 통해 감상법을 익혀야 하는 음악이다. 그러나 시타르 연주가인 라비 샹카르(Ravi Shankar)가 서양 음악의 거장들이 공연하는 서구 팝&락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했고, 비틀즈나 롤링스톤스와 같은 유명 밴드들이 자신들의 음악에 시타르를 접목시키기 시작하면서 인도 음악의 전통적인 선율 양식인 라가(Raga)가 글로벌 관객들의 호응을 얻게 되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시대가 다르다. 당시에는 사랑과 평화를 노래하던 시대였다. 유럽과 미국을 순례한 인도의 철학자들과 인도 철학이 시대를 풍미하며 인도의 고전 음악에도 힘을 실어 주었다. 지금도 국악과 같은 새로운 장르가 당시의 인도 음악처럼 서구 세계를 공명하리라 장담할 순 없다. 또, 거문고나 해금, 아쟁을 자신의 음악에 한 요소로 접목시켜 향후 5년 이내에 국악의 시대를 열어 줄 유명 뮤지션들이나 작곡가들이 딱히 떠오르지도 않는다. 그러나 누가 알겠는가? 미래를 단정지을 수는 없다. 국악의 세계화는 힌두스타니와는 달리 좀 더 천천히 개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국악에 우호적인 오피니언 리더들과 매체 운영자들을 발굴해야

우선 유럽에서 국악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공중파 방송이나 라디오를 통해 국악이 소개되는 경우는 거의 전무하며, 레코드숍에서도 아주 전문화된 형태의 싱글 앨범을 제외하고 국악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따라서, 국악에 심취한 기자들과 매체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라디오나 TV, 인터넷, 잡지, 신문 등 전국 차원의 채널 기자들을 확보해서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국악을 알려야 한다. 이런 기자들은 이른바‘미디어 대사’의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와는 별도로 국악이 해외 관객들에게 다가설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져야 한다. 단순히 유통사들을 발굴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발매된 음악의 가사와 내용 설명을 영어로 번역해 유통시킬 필요가 있다. 언론은 정보가 필요하다. 아티스트와 매니저들을 비롯해 한국인 국악 관계자들이 영어로 소통할 수 있다면 그것 역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할 필요는 없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이상 완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어차피 없다.

해외의 아티스트나 관계 기관들과 협업을 하고 교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최근 한국에 갔을 때, 판소리와 플라멩코 협업 프로젝트를 본적이 있다. 좋은 현상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국악은 성격이 완전히 다른 장소에서 혹은 페스티벌에서 공연될 수 있다. 바로 이런 방식으로 국악은 다양한 시장에 진출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외국인들도 국악의 악기와 소리에 익숙해질 수 있다. 물론 음악의 질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우수한 판소리단을 선별해야 함은 물론 이에 필적할만한 우수한 플라멩코 팀을 찾아야 한다. 보다 작은 규모로 진행되는 다른 형태의 협업에서도 이 원칙은 변함없이 적용된다. 또, 협업 때문에 국악이 국악의 본질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협업이 본 의도대로 진행되지 못한다면, 당장 중단하는 편이 낫다. 음악적으로 충분한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는 공연은 차라리 무대에 올리지 않는 편이 바람직하다.


국악을 정기적으로 선 보일 수 있는 믿을 만한 공연 기획사와 적극적인 기획자들과 지속적인 교류 네트워크를 갖는 것도 중요하다. ‘미디어 대사’와 마찬가지로, 기획자들 역시 홍보대사가 될 수 있다. 유럽시장에 대해서는 이 부분의 중요성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며, KAMS가 유럽월드뮤직축제포럼(European Forum of Worldwide Music Festivals, EFWMF)과 같은 국제 음악 축제와 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유럽 재즈네트워크(European Jazz Network, EJN)와 같은 여타 다른 네트워크들도 있으며, 그 밖에도 국가적 차원이나 지역적 차원에서 형성된 네트워크들도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현재 유럽에서는 세계 음악을 위한 새로운 네트워크들도 생겨나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레몬(Lemon)이라는 네트워크이다. 미국이나 아시아에도 이런 새로운 흐름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만약 이미 형성된 신생 네트워크를 찾기 힘들다면, 월드 뮤직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스스로 이러한 네트워크를 아시아에서 만들어 나가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이젠 유럽이나 미국보다 아시아의 자금동원력이 더 좋은 편이며, 아시아에서도 ‘월드 뮤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기획자나 기획사들 역시 팝&락 페스티벌과 같은 규모 있는 페스티벌 혹은 다른 여러 형태의 페스티벌에 국악을 소개하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국악이 현대음악 페스티벌이나 재즈 즉흥연주 페스티벌, 미니멀뮤직 페스티벌, 심지어 언더그라운드 페스티벌 등에서 공연을 하는 경우도 있다. 모두 오디언스층이 기존과는 아주 다르다. 또, 각국에 주재하는 한국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한인 커뮤니티에 접촉해 보는 것도 한국인들 입장에서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그 밖에 삼성, LG, 현대, 기아와 같은 대기업들 역시 국악의 대사 역할을 해 줄 수 있다. 대만과 같은 나라들을 보면 파리에 대만 문화센터를 운영하는 등 유럽에 사무소를 개소해 대만의 음악이 글로벌 오디언스를 만나는 플랫폼을 마련해 왔다. 그 밖에 독일 문화원(Goethe Institute)과 프랑스 문화원(Institute Français) 등도 자국의 음악을 해외에 알리는 데 일조해 왔다. 다만, 실제 운영 비용이 수익을 초과할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이다.

요약해 보면 우선 콘텐츠의 경우, 서구화된 국악이 아닌 국악 고유의 개성을 충분히 살린 음악 생산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또, 양질의 음악 창작에 집중하자.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거두게 될 것이다. 또, 각 국가 및 지역별로 지속 가능하고 믿을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기획사나 기획자들뿐만 아니라 언론이나 레코드 유통사들과의 네트워크도 중요하다. 이들이 국악의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이들을 통해 다양한 음악 시장과 공연 무대에 국악을 선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양질의 국제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도 중요하다. 단, 한국음악의 색채가 사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국 대사관과 기업들의 지원을 받아 글로벌 관객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두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분명히 국악을 위한 무대와 세계가 있다는 점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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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현대적인,혼재된,다중적인!-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연극의 개척자들]]> 현대적인, 혼재된, 다중적인! -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연극의 개척자들
[동향] 말레이시아의 크리셴 짓, 싱가포르의 쿠오 파오 쿤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현대연극은 공연에 쓰이는 연극 언어(performance vocabulary)와 대사(spoken languages)의 다중성으로 규정할 수 있으며, 이는 풍부한 문화적 다원성을 반영한다. 이 두 나라의 다인종, 다종교, 다언어 국민 구성은 한때 역사를 공유했었기에 두 나라 모두 다양성을 인정하는 다문화 정책을 발전시켰고, 다문화의 중요성을 국가적, 문화적 정체성에 반영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극 역시 여기서 발생하는 융합과 긴장을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스타일과 접근법(전통적, 현대적, 사실주의적, 비사실주의적, 문화간, 학제 간, 다언어적 등)을 이용하는 한편, 다양한 언어(영어, 말레이어, 중국어, 타밀어)의 관습을 유지, 발전시키면서, 이러한 문화들의 뒤섞임과 콜라주를 반영해 왔다.

말레이시아의 크리셴 짓(Krishen Jit, 1939-2005)과 싱가포르의 쿠오 파오 쿤(Kuo Pao Kun, 1939-2002)은 콘텍스트를 바탕으로 한 학제 간, 다문화적 연극 접근법의 형성에 선구자적 역할을 한 연극인들이다. 이들은 연극계에서 인정받는 원로로서 다양한 문화적 형식과 연극 언어(theatre vocabulary), 스타일(가령, 전통 그림자 인형극, 무술, 메소드 연기, 브레히트적 낯설게하기(Brechtian defamiliarisation) 등)을 실험했고 다양한 문화가 뒤섞인 현대 사회의 심오한 표현법을 발전시켰다. 이들의 연극은 다양한 지역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이러한 다중적 요소들이 합쳐짐으로써 동시대의 변화에 맞춰 의식적으로 조율되었다. 따라서 이들의 작업은 지역 연극(local theatre)에 대한 새로운 비전의 발전에 중대한 역할을 했으며, 차이에 천착하는 연극의 제작과 교육, 연구에 있어 철학적이고 과정중심적(process-based)인 실행을 심화시키는 데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이는 다중성(multiplicity)과 계속되는 변화(ongoing change)라는 환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크리셴 짓 Five Arts Centre 쿠오 파오 쿤 courtesy of Intercultural Theatre Institute

영국령 말레이반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인도 펀자브 출신 이민자 상인이었던 부모에게서 태어난 크리셴 짓은 문화적 다양성, 변화, 분쟁을 둘러싼 이슈들을 표현하고 탐구하는 연극을 발전시키는 데 헌신했다. 식민지적 대도시 환경의 비즈니스 중심부인 바투 로드(Batu Road)에서 자란 짓은 카바레 공연뿐만 아니라 거리에서 공연된 중국 경극, 힌두 영화, 말레이 야외 전통극 방사완(Bansawan)을 보며 매우 다양한 문화적 영향에 노출되었다. 나중에 그의 모교인 빅토리아 연극원(the Drama Society of the Victoria Institution)에 참여하여, 영국의 정통 희곡들을 접하면서 연극에 대한 지평을 넓혔다. 이처럼 말레이시아 문화를 구성했던 폭넓은 요소들의 뒤섞임에 관한 인식은 이러한 다양성과 개방성을 허용하는 지역적 연극을 만드려는 그의 시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따라서, 그에게 있어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와 같은 사회의 다문화주의는 단지 ‘사회집단간(between bodies)’이 아닌 ‘사회집단들 안에서(within bodies)’ 경험할 수 있는 것이었고 이 점은 문화들 사이의, 그리고 문화들 내의, 미적, 역사적 요소들의 병치를 가능하게 했다.1)

쿠오 파오 쿤도 역시 잦은 변화와 문화적 다중성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그는 중국 허베이(Hebei)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베이징과 홍콩에서 잠시 머문 후, 열 살 난 어린 소년이었을 때 마침내 아버지와 함께 살기 위해 싱가포르로 이주했다. 장성한 후에는 학업과 일을 위해 호주로 갔다가 싱가포르에 돌아와 정착했다. 쿠오는 그 후에도 극작가와 연출가로서 일하며, 세계의 여러 지역을 여행하고, 그 과정에서 ‘차이’와 계속적으로 직면하며 자신이 문화의 ‘주변부(margins)’에 있다는 강한 인식을 갖게 된다. 이 주변부는 ‘’미지의’ 그리고 ’불가사의한’ 경험들을 표현하기 위한 연극 언어를 발명하고픈 강한 욕망이 항시 존재하는 곳이었다.2) 쿠오는 싱가포르에서 다양한 아시아 문화권에서 온 이민자들로 구성된 사회에 다중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열린 문화(Open Culture)’를 형성하는 과제에 특히 신경을 썼다.

환원주의적(reductive)이고 융통성 없는 규범과 맞서기 위해, 인종, 젠더, 언어, 계층, 종교와 같은 지금까지 인식된 공식적인 문화적 경계들을 가로질러 작업하는 일은 짓과 쿠오가 그들이 처한 환경(contexts)에 대응하여 발전시킨 연극적 비전에서 중대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들은 문화적 평등의 가능성을 억누르던 선입견과 편견에 저항하며 공존과 상호의존을 강조하고자 다양한 문화사에서 가져온 요소들을 병치 및 교차시키는 연극적 접근법을 발전시켰다. 여기에는 흔히 서로 상관없고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지던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및 서구 문화의 여러 측면들을 콜라주하고 중첩시키는 것도 포함한다. 이들은 공연에서 일상생활의 일부인 상호작용과 뒤섞임을 보여줌으로써 문화를 두서없지만 서로 연관된 것으로서 대안적으로 바라보기를 제안했다.


배우들이 각기 다른 언어로 말하는 다언어극은 뒤섞인 공연 언어를 창조했으며, 다문화 사회가 어떤 방식으로 연결과 소통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단들에 익숙해져 있는지를 묘사하는 가장 효과적일 것이다. 1988년 초연된 <고양이를 찾고 있는 엄마(Mama looking for Her Cat)>는 쿠오의 주요 작품으로 싱가포르 최초의 다언어극이었으며, 언어의 정치학을 이용하여 근대화의 압력 속에서 증가하는 세대 갈등 문제를 다루었다.3) 이와 비슷하게, 짓이 고안한 다언어극인 <미국: 액션과 이미지(US: Actions and Images)>는 1995년 초연되었으며 현대의 도시화와 인종 간 격차와 씨름하는 말레이시아 젊은이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정체성과 가족사에 관한 인식을 살펴보았다.4) 몇몇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들은 말레이시아인이거나 싱가포르인이라는 사실이 어째서 여러 문화들의 공존을 인정하는 것인지, 그리고 역사, 문화적 소멸에 대한 두려움 없이 꾸준히 변화에 적응하고, 다른 측면들을 통합할 수 있는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인지 표현했다.

쿠오 파오 <고양이를 찾고 있는 엄마> (1988)Copyright The Theatre Practice Ltd.

크리셴 짓 < A Chance Encounter > (1999)Five Arts Centre

짓과 쿠오는 연극을 콘텍스트를 바탕으로 한 토착적 문화 개념을 발전시키기 위한 창의적이고 권력을 부여하는 공간으로 여겼다. 새롭게 형성된 포스트 민지 국가의 대중 지식인으로서, 이들의 정치는 서구중심적 ’진보’ 개념에서 멀어지고, 대신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의 특수성을 표현하는 지역적 미학과 공연 전통에 관심을 두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정치, 사회, 교육, 문화적 영역에서 서구가 미친 깊고 중대한 영향에 대한 이들의 인식은 서구 문화의 여러 측면들을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압도되지는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들은 전통과 현대, 아시아와 서구, 민속과 고전, 사실주의와 표현주의(양극의 대립축으로서가 아니라 다중적이고 뒤섞이고 현대적인 것이 의미하는 바에 대한 구체화 및 규정의 방식들을 찾을 수 있는 원천으로서)를 가지고 폭넓은 실험을 했다. 쿠오의 연극 <라오 지우(Lao Jiu)>는 싱가포르에 팽배해진 합리주의적 경제적 물질만능주의에서 비롯된 실용주의로 인한 중국 인형극 형식의 쇠퇴를 표현했다.5) 마찬가지로 1984년과 1994년 짓이 공연한 K.S. 마니암(K.S.Maniam)의 <끈(The Cord)>은 인종, 계층, 젠더 간 문화적 갈등이 말레이시아의 경제적 부와 효율화된 문화적 합리주의를 향한 국가 전반의 진보와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다루려는 시도였다.6)

짓과 쿠오의 작품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두 사람의 때 이른 죽음이 있을 때까지, 각각의 연극 커뮤니티에서 현대적 실험주의의 관행을 정착시켰고 미래의 연극인들에게 중대한 토대를 마련했다. 대중 지식인으로서 존경받았던 이들의 예술과 사회를 비롯해 더 큰 이슈들과 관련된 견해는 이들이 남긴 예술과 문화에 대한 저술은 지속적으로 영감을 불러일으켰다.7)



  • 주석

  • 1) 크리셴 짓은 2004년 인터뷰에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심지어 인도 은 사회에서도 다문화주의는 사회집단 사이에서가 아니라 사회집단 내에서 경험된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 2) Kuo, P.K.; <주변부에서의 본 이미지: 쿠오 파오 쿤 극 모음집> ’머리말’; (Times Books International, Singapore, 2000); p. 8
  • 3) 싱가포르의 다언어극과 쿠오의 중대한 공헌에 관한 추가적 논의는 다음을 참조한다. Quah, S.R.; ’상상하기, 재현하기, 구성하기: 싱가포르 다언어극 연습’, <현대성과 직면하기: 자아, 정체성, 커뮤니티> (The Esplanade Co. Ltd., Singapore, 2004);p.11-24)
  • 4) 말레이시어 연극에서 문화적 차이에 관한 공연을 하는데 발생하는 문제들에 관한 짓의 접근법에 관한 논의는 다음을 참조한다. Rajendran, C. and Wee, C.J. W-L.; ‘Krishen Jit의 연극: 다문화 국가 말레이시아에서 차이의 공연에 관한 정치학’, < The Drama Review (TDR) Volume 51 Number 2 (T194) Summer 2007 >, (MIT Press, Cambridge MA), p.11-23
  • 5) 현대 싱가포르에 대한 Kuo의 견해의 연극적 표현에 관한 논의는 다음을 참조한다. Wee, C.J. W-L; ‘Kuo Pao Kun의 현대 연극 개론’ < Kuo Pao Kun 전집: 볼륨 4 - 영어 연극 > C.J.W-L. Wee 편역; (The Theatre Practice and Global Publishing, Singapore, 2012) p. xi-xxx
  • 6) 코스모폴리탄 문화와 현대적 변화에 대한 Jit의 연극에 관해서는 다음을 참조한다. Rajendran, C; ‘코스모폴리탄적 충돌과 콜라주를 공연하기: 말레이시아에서 ’이방인’에 관한 Krishen Jit의 공연’ <문명의 교차로에서의 정체성: 아시아의 민족성, 민족주의, 세계화> Erich Kolig, Vivienne SM Angeles and Sam Wong 편역; (Amsterdam University Press, Amsterdam, 2009) p.173-194
  • 7) 짓의 일련의 저작물에 관해서는 다음을 참조한다. Rowland, K. (편저.); 크리셴 짓의 비범한 견해 – 글 모음집; (Contemporary Asian Art Centre, Singapore, 2003). 쿠오의 저작물은 다음을 참조한다. Kuo, P. K., 쿠오 파오 쿤 작품 전집 – 볼륨 7: 비평과 연설, Tan Beng Luan 편집 (World Scientific Publishing, Singapore,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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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말레이시아 공연예술계의 ‘다음’은?]]> 말레이시아 공연예술계의 ‘다음’은?
[동향] 말레이시아 공연예술의 건강한 담소 ‘보락 아츠 시리즈’


지난 6월 15일-1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연예술센터(KLPAC)에서 예술 관계자 및 비즈니스 리더들을 위한 ‘보락 아츠 시리즈(Borak Arts Series)’ 컨퍼런스가 개최되었다. ‘보락’은 ‘담소’를 뜻하는 말레이어로, 말 그대로 공공과 민간 영역, 창조산업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뜻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

말레이시아에 부는 변화의 바람

현재 말레이시아 문화예술계는 큰 변화를 맞고 있다. 지난 5월 말레이시아의 정보통신문화부와 관광부가 1987년의 전신을 이어 받아 다시 관광문화부로 재구성되었다. 현지 문화예술계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광과 문화의 재결합이라며 크게 반기고 있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정부도 공연예술을 지원하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말레이시아 관광문화부 산하의 국립문화예술부(National Department for Culture and Arts, JKKN)는 올해 초 국립창조산업정책(National Creative Industry Policy)의 일환으로 자국의 공연예술 활성화를 위해 약 14억원의 기금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 기금은 공연장이나 장비 대여의 일부 금액을 대신 지급하는 제작비 지원부터 창작 지원, 관객 개발, 역량 강화 등 총 5개의 부문으로 나뉘며, 예술가 및 공연예술 관계자들이 직접 지원하는 말레이시아 최초의 오픈 공모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민간 공연예술 분야에 정부 지원이 없던 말레이시아에서 최근의 변화들은 두 팔을 들고 반길만한 일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개최된 ‘보락 아츠 시리즈’는 더 의미심장한 시도로 느껴졌다.

경계를 허물고 대화를 시도하다

이틀에 걸쳐 진행된 컨퍼런스는 정부기관부터 공공, 민간, 기업 등 각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주제의 세션과 네트워킹 프로그램으로 진행되었다. 사회 혹은 발제로 초청된 전문가 수만 약 50여명에 달하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틀 꼬박 진행된 컨퍼런스장의 열기 또한 뜨거웠다.

말레이시아 국립문화예술부의 놀리자 로플리 국장의 개회사와 관광문화부의 옹홍펭 사무국장의 기조연설로 시작된 첫 날 행사에는 예술로 인한 국가의 변화, 도시의 활성화, 기업의 예술 지원을 주제로 한 토론 세션이 마련되었다. 국가의 변화 세션에서는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호주예술위원회, 말레이시아 국립문화예술부 관계자가 참석해 각국의 상황과 각 기관의 역할 등을 소개했다. 도시의 활성화 부문에서는 페낭 공연예술센터(PenangPAC)의 총괄프로듀서 파리다 메리칸(Faridah Merican), 말레이시아무용연맹(MyDance Alliance) 대표 Bilqis Hijjas, labDNA의 공동대표 나니 카하(Nani Kahar)가 참석해 각각 말레이시아 대표 공연예술 축제 창설의 필요성, 진취적 홍보와 마케팅 등을 통한 쿠알라룸푸르 공연예술의 활성화, 그리고 쇼핑과 예술을 융합해 일상생활 속에서 일종의 창조적 허브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퍼블리카(Publika)의 사례가 각각 소개되었다.
이 외에도 창조적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한 아크람칸 무용단의 프로듀서인 파룩 차우드리의 영상 발제, 국제협력, 청소년 참여, 예술 지원 등 총 7개의 주제로 진행된 소규모 라운드테이블 형식의 티 네트워킹 세션이 열렸다.

개막 기조 연설에 나선 로폴리 국장 말레이시아 전통 무용극 막용(Mak yong)

말레이시아, 한류에 주목하다

둘째 날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정재왈 대표의 ‘한류, 경계를 넘어’ 스페셜 세션으로 시작되었다.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드라마와 K-Pop 등 상업적 문화 콘텐츠를 중심으로 시작되어 오늘날 문화예술, 더 나아가 한국문화 일반으로 확장되고 있는 한류의 변천 과정이 소개되었다.

한류를 주제로 특별 연설하는 정재왈 대표

이어 문화교류, 컨텐츠의 상업화, 예술의 지속가능성, 예술의 신세계 등을 주제로 한 토론 세션 등이 진행되었다. 특히 문화교류 세션에서는 말레이시아 국립예술대학(ASWARA)의 무용학장, 호주 스트레인지 프룻의 크레이티브 디렉터, 일본국제교류기금 쿠알라룸푸르문화센터 예술교류부장이 참석해 말레이시아 무용수들의 해외 진출, 스트레인지 프룻과 한국 노름마치 간의 협업 프로젝트 <비나리: 용의 노래>, 일본과 말레이시아 간의 예술 교류 사례 등을 각각 소개했다.

또한 ‘예술이 지속가능한가?‘라는 주제로 진행된 토론 세션에서는 말레이시아 총리 직속 기관 PEMANDU의 커뮤니케이션 및 인프라스트럭쳐부장과 말레이시아 국립예술대학 무용학장, 팬 프로덕션의 총괄 프로듀서, 인스턴트 카페 씨어터 컴퍼니의 예술감독이 자리해 정부의 공연예술 지원에 대한 찬반 토론을 벌였다.

공식 세션이 모두 종료된 후 컨퍼런스의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더 적게 말하고 많이 행동하라’라는 공연예술 타운홀 시간에는 말레이시아의 공연예술 발전을 위해 필요한 사안들을 자유롭게 논의하고 이를 단기, 중기, 장기적 관점에서 정리해보는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말레이시아 예술계의 더 나은 생태환경 조성을 위하여

이번 보락 아츠 시리즈를 주관한 말레이시아 공연예술 에이전시(MYPAA)의 창립자 이잔 사트리나는 민간, 공공, 창조산업 세 영역 간의 더욱 활발한 소통과 이해가 필요하다며, 각 영역 간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허물고 서로 간의 건강한 대화를 통해 말레이시아 예술의 더 나은 생태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이번 컨퍼런스를 개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틀간의 컨퍼런스 동안 패널과 청중이 모두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개진하며 토론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말레이시아 공연예술계의 ‘다음’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되었다. 지금까지 민간, 공공, 기업 등 각각의 영역이 서로 다른 그림을 그려왔다면, 이제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눈을 맞추고 얘기를 해보자며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건강한 대화야말로 변화를 만들어가는 첫 걸음이 아닐까.

인스턴트 카페 씨어터 컴퍼니의 예술감독 조 쿠카타스는 “서로에게 귀 기울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이런 기회가 마련된 것은 분명 고무적”이라며, 향후 이런 대화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락 아츠 시리즈는 2013년을 시작으로, 앞으로 매년 연례 컨퍼런스로 개최될 예정이다. 올해 컨퍼런스에서 한국과 호주의 공연예술을 소개했듯이, 매년 2개 국가씩 포커스 지역을 설정해 말레이시아 국내 관계자들과 해외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보락 아츠 시리즈는 말레이시아 공연예술 에이전시가 주관하고, 국립문화예술부, 관광문화부 등의 후원으로 개최되었다.

보락 아츠 시리즈 웹페이지 : http://mypaa.com.my/borak-arts/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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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2013년 봄, 뉴욕은 프롬펜이 되다.]]> 2013년 봄, 뉴욕은 프롬펜이 되다.
[동향] 뉴욕을 찾은 대규모 캄보디아 예술 축제, 시즌오브캄보디아


지난 4월과 5월 두 달간 뉴욕에서는 전통과 현대, 시각과 공연예술 등 캄보디아 예술을 총망라한 축제가 사상 최초로 개최되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125명의 예술인들이 뉴욕시 전역의 30개 기관에서 공연이나 전시를 가졌다. 브루클린 음악 아카데미(Brooklyn Academy of Music, BAM)에서 메트로폴리탄 뮤지엄(Metropolitan Museum), 조이스 씨어터(Joyce theatre), 아시아 소사이어티(Asia Society) 및 시내 곳곳의 갤러리에 이르기까지 빈자리 없이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킬링필드’라는 재앙이 지나간 자리에 다시 돋아난 예술

이번 ‘시즌오브캄보디아 예술제’(Season of Cambodia: A Living Arts Festival)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심장하다. 많은 이들이 캄보디아 예술의 다양성과 기예에 놀라워하기도 했으나, 무엇보다도 두 달간 펼쳐진 이번 행사를 통해 가장 분명히 드러난 사실은 온갖 수단을 동원한 대량 학살에도 불구하고 캄보디아의 풍요로운 예술적 삶을 전멸시키려던 독재자 폴 포트의 시도는 실패했다는 것이다.

또한 캄보디아는 단지 십여 년에 불구한 짧은 기간 동안 800년 역사의 빛나는 문화를 소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무용과 시각예술 등 현대 예술 분야에서도 새롭고 중대한 성장을 일구었다. 이 두 분야는 이미 싱가포르나 베이징, 서울의 예술과 비견될 정도이다.

여기에서 약간의 역사적 배경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캄보디아 문화의 뿌리를 추적해보면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캄보디아 문화의 상당 부분이 인도 남부로부터 인도네시아의 무역로를 거쳐 전해진 힌두 브라만교도의 흔적들이 강하게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캄보디아의 문화는 프랑스 식민시대의 방치에서 벗어나 1956년 후로는 자랑스러운 독립국가의 필수적인 요소로 떠오르고, 1960년대에 접어들면 현대 시기의 정점에 달했다.

지난 4월 뉴요커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캄보디아 문화의 정체성의 핵심은 로밤 보란(robam borann)으로 알려진 전통무용 양식이다. 이는 앙코르(Angkor)에서 신들을 위해, 그리고 나중에는 왕궁에서만 제한적으로 공연되었던 힌두 서사시 라마야나(Ramayana) 이야기를 우아하게 재현한 것이다.

이 무용양식은 수세기에 걸쳐 등장했지만,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형식은 작고한 노로돔 시하누크(Norodom Sihanouk) 국왕의 어머니로, 캄보디아 로얄 발레단을 창설한 시소와트 코싸마크(Sisowath Kossamak)비가 1960년대 여러 편의 새로운 작품을 안무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코싸마크는 로밤 보란을 민주화했다 할 수 있다. 그녀는 무용수들에게 공무원의 직위를 수여하는 한편, 로밤 보란을 왕궁 밖 일반 사회로 가지고 나왔다.

로얄 발레 캄보디아, BAM

크메르 아츠 앙상블, 조이스 극장

그녀의 창작품 중 <압사라 메라(Apsara Mera)>라는 춤은 많은 이들에게 전통양식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졌으며, 또 당시 가장 훌륭한 무용수이자 자신의 손녀였던 노로돔 부파 데비(Norodom Buppa Devi) 공주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제 60대인 그 공주가 바로 현재 로얄 발레단의 감독이다. 그녀의 업적들이 이루어진 산실은 활기를 되찾은 프놈펜의 왕립예술대(Royal University of Fine Arts)로, 이곳에서 여섯 살 이상 무용수들이 매일 연습에 임하고 있다. 뉴욕의 관객들은 현재 파리에 거주 중인 찹 참로은(Chap Chamroeun)과 뉴질랜드에서 캄보디아로 막 돌아온 체이 소피아(Chey Sophea) 등 최상으로 선발된 캐스팅의 <압사라 메라> 공연을 브루클린음악아카데미에서 즐길 수 있었다. 노로돔 부파 데비 공주는 공연 며칠 전 링컨센터에서 로밤 보란에 대해 인터뷰를 하며 관객들에게 1968년 당시 자신의 공연 영상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브루클린음악아카데미에서 조이스 극장으로, 캄보디아를 품은 뉴욕

조이스 씨어터는 크메르 예술 아카데미(Khmer Arts Academy, KAA)의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 아카데미는 로얄 발레단의 전통무용수였던 소필린 체암 샤피로(Sophiline Cheam Shapiro)가 창설한 민간 전통무용단이다. <오델로(Samritachek)>나 모차르트의 <마법의 피리(Pamina Devi)> 초기작들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크메르 예술 아카데미는 고전뿐만 아니라 현지 민간설화, 서구의 연극이나 오페라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뚜렷이 현대적으로 각색하는 작업을 전문으로 한다.

라마 왕자의 사랑과 시타의 구출을 다룬 라마야나 이야기는 캄보디아의 주된 문화적 서사로 다양한 형식으로 재현되었다. 이번 축제 관객들 중 상당수가 꼽은 하이라이트는 시암 레압(Siam Reap)에 위치한 와트 보(Wat Bo) 사원의 대규모 그림자 인형극단(스베아크 톰, sbeak thom)의 공연이었다. 인형극단은 맨하튼 남단에 위치한 세계무역센터의 키 큰 야자수들이 적당히 우거진 거대한 아트리움에서 두 번의 공연을 펼쳤다.

와트 보 그림자 극단

암리타 퍼포밍 아츠, 구겐하임미술관

캄보디아에서 컨템포러리 공연의 등장한 더딘 편이었다. 크메르 루즈 정권 아래 너무 많은 것을 잃었던 탓에 문화예술 분야의 혁신이 우선 과제로 다루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비정부단체 암리타 퍼포밍 아츠(Amrita Performing Arts)의 노력으로 무용수들은 캄보디아만의 독특한 현대적 안무 스타일을 천천히 찾아갈 수 있었다.

암리타 퍼포밍 아츠에게 영감의 계기가 되었던 것은 전 로얄발레단 단원으로 현재 파리에 거주 중인 크메르계 프랑스인 안무가 엠마뉴엘 푸온(Emmanuèle Phuon)의 작품들을 기획하면서였다. 작업의 결과물은 안무가가 크메로피디스(Khmeropedies)라고 지칭한 원숭이 춤동작에 기반한 작품 셋이었다. 이 중 마지막 작품은 구겐하임 뮤지엄에서 공연되었으며, 뉴욕타임즈로부터 극찬의 리뷰를 얻어냈다.

이 단체들은 전 세계 곳곳으로 투어를 다녔지만, 뉴욕에서만 이렇게 극적으로 작업의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캄보디아 문화예술의 회복은 폭넓고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들이 이끌어낸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열쇠를 쥐고 있던 것은 캄보디아인들 이었지만, 1993년 총선 이후 문호개방을 통해 캄보디아로 들어온 재정적 지원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일이다.

유네스코(UNESCO)는 캄보디아의 전통무용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으며, 아시아예술위원회(Asia Arts Council), 포드재단(Ford Foundation) 및 록펠러 재단(Rockefeller Foundation)은 수많은 전통 장르들을 계승시키고 희미한 기억의 형태로만 존재하던 작품들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멘토쉽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캄보디아가 주도하고, 뉴욕의 다양한 민간 공간과 펀딩의 결합으로 실현

‘시즌오브캄보디아’ 행사의 주된 주관기관은 비정부기구인 캄보디안 리빙 아츠(Cambodian Living Arts, CLA)로, 존 버트(John Burt) 대표가 약 십 년 전 이 축제를 처음 구상했다. 하지만 축제예산의 상당부분을 기금으로 마련한 것은 캄보디아인 사무총장 플루엔 프림(Phlouen Prim)으로, 이렇게 재정적으로 힘든 시기에 이는 상당한 성과였다. . CLA는 캄보디아 전역에 흩어져 생존해 있는 음악가들의 소생을 위해 창설되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1960년대의 인기스타였다. “대가인 스승들이 음식이나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도 받지 못하고 가난하고 병약한 상태로 길거리에서 살고 있었다”고 초른-폰드는 전한다.

이러한 노력의 결실이 뉴욕에서 선보여진 것이다. 아른은 와테렉 앙상블(Waterek Ensemble)과 함께 링컨센터(Lincoln Centre)에서 공연했는데, 이 앙상블은 멕 뿐만 아니라 차페이(chapei, 번역자주: 현이 두 개인 기타와 비슷한 캄보디아 전통악기) 연주가인 콩 네이(Kong Nay) 등 프놈펜에 기반한 캄보디아인 음악가들로 구성되었다. 초른-폰드는 백여 명의 음악가들이 서로의 자녀에게 다양한 분야의 음악을 가르쳐 주는 긴밀한 공동체를 구성하였다.

마지막으로, ‘시즌오브캄보디아’ 행사 조직위는 공연과 함께 폭넓은 인문학 프로그램을 통해 토론을 이끄는 데도 힘썼다. 캄보디아의 삶과 문화예술에 대한 권위 있는 발제자들의 강연과 심포지엄을 마련해 이 매혹적인 나라의 미스터리들을 풀어내고자 했다. 여러 워크숍에서 화해의 과정에 있어 중요한 도구인 기억의 문제를 다루었다. 이번 축제행사를 통해, 캄보디아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이미 많은 일들을 이룩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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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인종과 국경을 초월하는 삶에 대한 믿음]]>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는 삶에 대한 믿음
[집중조명_작품] 브라질 쿠리치바 페스티벌 판소리만들기 자 <억척가> 공연


2012년 10월,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초대를 받아 서울아트마켓에 방문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재)예술경영지원센터와 교류를 진행해 왔고, 여러 차례 서울아트마켓에 초대를 받아왔지만 바쁜 업무 일정과 너무 먼 브라질에서 한국까지의 거리 때문에 이제서야 이 감사한 초대를 수락할 수 있었다. 다문화국가인 브라질에 살고 있음에도, 한국에 도착했을 때 브라질과 다르면서도 비슷한 모습들에 깜짝 놀랐다. 아시아에 있는 듯 하다가도, 어느 때는 상파울루의 한인타운인 봉헤치로(Bom Retiro)에 있는 듯이 느껴지기도 했다.


삶에 대한 공연은 인종과 국경을 초월한다.

서울아트마켓에서 놀라운 공연들을 많이 관람했다. 그렇지만 ‘판소리만들기 자’의 <판소리브레히트 억척가>에서 이 작품의 소리꾼이자 배우인 이자람을 처음 봤을 때, 그 놀라움은 더욱 커졌다. 이 예술가가 지닌 힘, 그리고 한국 전통문화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정교한 작품을 거리낌 없이 조합했다는 사실은 실로 대단했다. 더군다나 그녀의 공연에는 연주자 세 명으로 구성된 밴드가 함께하고 있었다. 아주 감동적이고 매혹적인,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공연이었다. 나는 이 공연을 브라질로 가져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감동을 브라질사람들과 공유해야 했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센터스테이지 코리아’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으며, 상파울루 세스크(SESC, 상업사회복지센터)와 함께 우리는 쿠리치바 페스티벌(Festival de Curitiba)에 <판소리브레히트 억척가>를 초청하게 되었다.

공연장에서 세트, 조명, 음향이 함께하는 <판소리 브레히트 억척가>는 서울에서 본 쇼케이스보다 훨씬 더 놀라운 공연이었다. 자신만의 새로운 ‘억척어멈’을 공연하는 2시간 반 동안 소리꾼 이자람은 그야말로 빛나는 존재였다. 관객들 또한 완전히 공연에 몰입하고 있었다. 이자람은 내게 특별한 느낌들을 전해주었다. 그 중 하나는 내가 오랫동안 가져왔던 신념인 삶에 대한 공연은 인종과 국경을 초월한다는 믿음이며, 다른 하나는 내가 아직 이러한 공연들을 찾아내고 대중 앞에 소개하여 <판소리 브레히트 억척가>를 관람하는 것 같은 특별한 경험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자신감이다.

판소리만들기 자 <억척가> (사진제공 LG아트센터)

 

판소리만들기 자 <억척가> (사진제공 LG아트센터)

판소리만들기 자 <억척가> (사진제공 LG아트센터)

<판소리 브레히트 억척가>는 원작인 브레히트의 작품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과 크게 두 가지 면에서 다르다. 첫 번째로, 판소리는 17세기에 한국에서 생겨난 장르로서 노래와 해설로 이루어진 공연으로, 보통 한 명의 고수(북 치는 사람)와 소리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때때로 한 명이 그 두 가지를 함께 하기도 한다. <판소리 브레히트 억척가>는 ‘판소리만들기 자’를 위해 한 명의 화자와 세 명의 연주자를 포함하는 형식으로 새롭게 구성되었다.

두 번째는, 원작의 배경이 ‘30년 전쟁’인 것과 달리 이자람의 버전에서는 중국의 삼국시대(위, 촉, 오)에 일어난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은 현재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한국은 남북 대치상황에 있고, 남한은 군사독재를 거쳤다. 브레히트는 전쟁터에서 행상을 하며 살다가 세 자식을 잃고 인생에 환멸을 느낀 어머니의 삶을 이야기한다. 이자람은 약 15명의 배역을 홀로 연기하며, 한국의 현 상황을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한다. 이자람은 북한이 항상 위협을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으며, 그녀와 같은 세대에게 전쟁은 확실한 개념이 아니라고 말한다. 서른셋의 이자람은 전쟁과 독재를 많이 겪어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부모 세대를 통해서 그러한 고통들을 어렴풋이 느낄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그러한 간접 경험들을 통해서 새로운 무언가를 창작해 내는 일, 즉 브레히트에게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내는 일이었을 것이다. 전쟁과 독재가 뚜렷한 기억이 아님에도 이자람은 자신의 방식인 판소리로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나아가 자신의 소망을 보여주기 원했다. 이로써 원작에는 없었던 ‘희망’에 좀 더 포커스가 맞춰지고, 유머도 가미되었다.

신세대 판소리 소리꾼의 열정

사실 판소리는 (한국에서도) 외면당하고 있다. 젊은 세대는 판소리가 지루하고 따분한 장르라고 여기고 있다. 이자람은 판소리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판소리에 사용되는 언어는 독특하고 특별하고 강하며, 시간을 함축적으로 표현한다. 또한 어느 짧은 순간, 판소리는 인체의 한계를 시험한다. 그리고 다음 순간, 또 다음 순간, 몇 시간 동안이나 이러한 상태가 유지되며 호흡 역시 음악의 강약을 따라간다. 이자람은 공연을 할 때면 언제나 응급차가 대기하고 있다고 했다. 공연 중에 힘을 전부 모두 쏟아내기 때문이다. 관객석에서도 그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다.

<판소리 브레히트 억척가>가 ‘판소리만들기 자’와 이자람의 겨우 두 번째 작품이라는 사실은 믿기 어렵다. 그녀의 전작은 역시 브레히트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사천가>라는 작품이다. 이렇게 훌륭한 배우/소리꾼은 살면서 몇 번 보지 못했다. 또한 이렇게 놀라운 경험 또한 별로 없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단순히 단어를 말하는 것을 뛰어넘는 무언가가 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열정의 호흡 같아서, 그 목소리를 듣고 있는 동안만큼은 현실을 잊은 채 그 목소리에만 귀 기울이게 된다. 이자람의 공연을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녀의 공연에는 마술 같은 것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그녀는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점이 공연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사람은 누구든지, 어디서든지 비슷하게 살아가며, 인간의 본성은 기본적으로 같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런 점이 인생의 흥미로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에서 그녀가 어떻게 자신만의 방식, 자신만의 유머를 구성해 내는지를 볼 수 있었다.

공연에 참여한 판소리만들기 자 멤버들과 셀소 큐리

공연에 참여한 판소리만들기 자 멤버들과 셀소 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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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소규모 페스티벌들의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소규모 페스티벌들의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동향] 영국의 페스티벌 동향  


세계 각국의 페스티벌이 여름을 채비하고 있다. 이미 메이저 간판 페스티벌들은 저마다 프로그램들을 일찌감치 발표한지 오래이다. 영국의 대표적인 페스티벌인 에든버러 페스티벌은 3월 23일 티켓 박스를 오픈했다. 유럽 전체를 페스티벌의 천국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니지만, 영국은 특히 그렇다. 1945년 2차 대전이 끝난 이후 아트 페스티벌은 영국 문화계의 가장 두드러진 현상이자 주류로 등장해서 짧은 시간 내에 초고속으로 성장했다. 매년 5백 군데가 넘는 지역에서 크고 작은 페스티벌들이 개최되며, 커뮤니티 축제, 카니발과 같은 1일 페스티벌이 개최되는 곳도 무려 1백 군데가 넘는다. 그 규모와 내용은 물론 천차만별이다. 런던이나 에든버러처럼 다양한 공연장을 제대로 갖춘 대 도시들이 주로 주최하는, 오페라나 대형 콘서트 위주로 돌아가는 페스티벌도 있지만 체계적인 공간이 따로 필요 없는 길거리 연극이나 스트리트 댄스 페스티벌, 야외에서 미술작업과 음악공연을 동시에 진행하는 멀티 공연예술 프로젝트와 같은 축제들도 소도시의 명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이다. 도시 전체가 고서점으로 유명한 헤이 온 와이(Hay-on-wye)는 도시의 특성을 살려 매년 북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에든버러 페스티벌 사무국


페스티벌, 도시 재생 사업을 위한 하나의 전략

이런 문화 예술 페스티벌의 초고속 성장에는 풍부한 금전적인 지원이 뒤따랐던 것이 사실이다. 영국 문화정책의 주체로 널리 알려져 있는 영국예술위원회( Art Council England )가 애초에 페스티벌을 독려할 때 주목했던 것은 그 교육적인 효용성이었다. 실제로 초창기 페스티벌 프로그램에는 예술 교육 콘텐츠가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또한 페스티벌은 동시대 예술의 육성을 위해 신작 위촉과 초연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이러한 신작 소개 기능은 메이저 페스티벌들의 경우 매해 세계 초연 프로젝트를 간판으로 내걸면서 하나의 트렌드로 정착되었다.

페스티벌 열풍이 대도시를 넘어서 중소 도시로 확대되면서, 관료들은 예술의 또 다른 중요한 기능, 즉 경제적 부가가치를 눈여겨보게 되었다. 평소 아무도 방문하지 않던 조용하고 평범한 마을에 축제를 유치한 뒤 관광객이 증가해 지역 경제에 큰 이바지를 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페스티벌은 도시 재생 사업을 위한 하나의 전략으로 부각되었다. 사족이지만, 축제의 이러한 경제적 기능을 최초로 적용한 사례로 바이로이트 바그너 축제극장을 들 수 있다. 당시 바그너의 축제극장을 유치하기 위해 바이로이트는 뮌헨을 비롯한 내로라하는 독일의 대도시와 경쟁해야만 했다. 축제극장을 세우면 바그너의 오페라를 보러 관광객들이 몰려들 것이라는 생각에 바이로이트 지역 유지들은 다른 도시보다 현저하게 월등한 조건을 바그너에게 제시했고, 바그너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 결과 19세기까지 문화적으로 아무 것도 내세울 것 없던 일개 소도시에 불과했던 바이로이트는 오늘날 정말로 바그너의 이름을 대표하는 문화도시로 우뚝 서게 되었다.

헤이온와이(Hay-on-wye)


지역사회에 기반한 페스티벌로의 변모

하지만 영국 경제가 침몰하면서, 페스티벌 부흥에도 커다란 먹구름이 끼었다. 페스티벌을 유지해주었던 예술위원회의 지원예산과 각 지방 자치단체의 예술지원 보조금이 대폭 삭감되면서 페스티벌들은 한정된 예산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혈전을 벌여야 할 처지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들의 경제적 처지는 영국 문화예술 전문 통계조사단체인 <컬처 벤치마크(Culture Benchmark)>가 공개한 자료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010년과 2011년 23개 영국 내 페스티벌 단체들을 조사한 결과 예술위원회로부터의 재정보조는 28.7%에서 22.9%로, 각 지역 자치단체로부터의 지원금은 18.1%에서 15.7%로 현저하게 떨어졌다. 그런데 이 통계 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예술위원회의 페스티벌에 대한 재정지원이 전체 예술기관에 대한 평균 재정지원(약 40%)보다 낮다는 점, 그리고 각 지방자체단체의 지원이 국가 차원의 재정지원(약 13%)보다 높다는 사실이다. 이는 각 지역에서 개최되는 페스티벌들이 중앙정부보다 지역 자치단체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20세기 국가적인 차원에서 주도되던 영국의 페스티벌 사업이 21세기 들어서는 지역 사업으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페스티벌 단체들의 규모의 변화이다. 물론 자치단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공간 협찬을 받는 20-30명 규모의 페스티벌 단체도 존재하지만, 압도적인 수의 페스티벌들은 다섯 명이나 혹은 그보다도 적은 스태프를 둔 영세한 단체에 의해 제작되며 프로그램 개발을 비롯한 페스티벌 진행의 대부분을 프리랜서나 자원봉사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이 의미하는 바는 자명하다. 전국 각지에서 펼쳐지는 페스티벌들이 ’예술’ 그 자체보다는 각 지역사회의 특색에 기반한 하나의 ’이벤트’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사회를 이해하고, 지방자치단체장 및 의회와 긴밀한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하면서 지방색을 최대한 노출하는 다양한 방식이 페스티벌을 통해 시도되고 있다. 이런 경우 페스티벌은 아무리 규모가 작더라도 그 지역성 때문에 자치단체로부터 예산을 확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역을 대표하는 축제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지대한 충성심은 물론 빼놓을 수 없는 덤이다.

<세멜레워크(Semele Walk)>, 루드게르 엔겔스 연출, 2013 통영국제음악제 개막작 ©최명만


통영국제음악제와 통영굴축제

사실, 한국에도 이러한 페스티벌이 몇 군데 존재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통영에서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가 이러한 요소에 모두 부합하는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음대 하나 없는, 음악적으로는 불모지에 가까웠던 이 도시는 윤이상이라는 통영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의 네임 밸류를 내세워 정통성을 확보했다. 프로그래밍은 지역이 아닌 외부출신들의 전문가들이 담당했지만 시청과 시민들의 협조는 대단히 모범적이었다. 10여 년 전 2회에 걸친 시범행사를 거처 공식적으로 축제가 시작되었을 때 통영 시청은 외부 관광객 안내를 위한 지침을 전 시민에게 알렸으며, 물론 시민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동참했다(국내에 페스티벌 자원봉사 제도가 하나의 동아리처럼 체계적으로 조직되었던 것도 이 통영 국제음악제가 최초였다). 음악제가 세계적 수준의 프로그램은 물론, 관광객들은 또한 비슷한 시기에 해안가에서 개최되는 굴 축제를 놓치려들지 않는다. 일개 지역 토착행사였던 통영 굴 축제는 이제 전국적인 명물이 되었다.

하지만 이처럼 지방자치단체와 연계된 대규모 행사가 아닌 영세 예술단체들에게 한국 땅은 여전히 척박한 불모지나 다름없다. 영국과 달리 지방으로 갈수록 그들이 설 자리는 더더욱 좁아지는 형편이다. 예술적 깊이나 대중성을 떠나 겉으로 드러나는 외형과 밥그릇 싸움에만 치중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안이한 안목 때문일 것이다. 지역의 특색을 살리는 콘텐츠 개발과 페스티벌 전문 인력 도입,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에 대한 시 의회와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가 없이는 예술은 그 어느 땅에서건 더 이상 즐거운 축제일 수 없다.

<참고기사>
Smaller arts festivals: what is the most sustainable business model?(theguard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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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예술의 가치는 경제논리로 정당화 될 수 있는가]]>

예술의 가치는 경제논리로 정당화 될 수 있는가
[동향] 아일랜드 예술위원회의 ’예술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 대한 단상 


지난 2012년 아일랜드 예술위원회는 <아일랜드 예술의 경제적 효과 측정>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에 앞서 2009년과 2011년에도 같은 내용의 보고서가 발간된 바 있다. 영국에서 1988년 존 마이어스코프의 <영국 예술 경제적인 중요성> 보고서 크게 주목을 받은 이후, 여러 나라의 중앙정부, 지방정부 그리고 예술지원기관 등이 비슷한 보고서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들어서는 예술과 문화산업 전반을 포함한 창조산업의 경제효과를 측정하는 보고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예술의 직·간접적인 경제적 가치를 산출함으로써 공공예술지원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은 예술을 경제의 논리로 설명하는 신자유주의 문화정책의 반영이며, 한편으로는 그에 대한 예술계의 자구책이라고도 볼 수도 있다. 아일랜드 예술위원회의 경우,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아일랜드 경제가 심각한 불황의 길로 접어든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예술의 경제효과 보고서를 발간한다는 것이 의미심장하다.

경제 위기에 따른 불안정한 예술입지의 타개책?

1990년대에서 2007년까지 호황을 누리던 이 나라의 경제는 가계부채의 증가, 부동산 거품, 금융권의 단기 해외자본 의존 심화라는 위험요소가 미국 발 금융위기와 만나면서 급격하게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경기불황 속에 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었으며, ’세대 이민’ (generation emigration)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다수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미국, 영국, 호주로 향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통계청에 의하면 2012년 4월까지 1년간 총 8만 7천명(전체 인구의 2%)가 해외로 이민을 갔다(2013년 3월 17일자 옵저버). 2012년 11월 현재 청년실업률이 약 30%로 그리스와 스페인(약 50%), 포르투갈(약 38%), 이탈리아(약 37%)의 뒤를 쫒고 있다(2012년 10월 31일자 가디언).

  아일랜드 예술의 해외홍보기관 컬쳐 아일랜드(Culture Ireland) 홈페이지


아일랜드 정부는 강력한 긴축정책을 도입했고, 모든 공공정책 분야에서 정부지출이 삭감되었다. 문화예술계도 예외는 될 수 없었다. 2009년 아일랜드 정부는 경제학자 콜름 매카씨가 이끄는 위원회에 정부의 지출긴축방안을 도출하라고 용역을 주었고, 이에 매카씨는 문화지원을 3,700만유로 가량 삭감하고 예술위원회의 현재 연간 예산인 7,300만 유로를 6,100만 유로 줄일 것을 제안했다. 또한 아일랜드 문화부내에 별도의 예술부(Arts Ministry)가 필요한지 의문을 제기하며 예술부를 폐지할 것을 권고했고, 아일랜드 예술의 해외홍보기관인 컬쳐 아일랜드( Culture Ireland )의 폐지도 제안했다. 이에 맞서 예술위원회 위원장인 팻 모일란(Pat Moylan)은 예술위원회의 7,300만유로를 지출함으로써 직, 간접적으로 3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그 결과 650만유로를 세수의 형태로 정부에 돌려준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아일랜드 예술계에서는 대대적인 문화예산삭감 반대 캠페인과 로비가 벌어졌고 예술위원회는 물론, 예술차관, 유명 예술인들이 다수 참여해서 예술의 문화적, 교육적,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인 가치를 주장했다. 그 결과, 문화예산은 작은 규모(6%)로 삭감되었고, 예술위원회의 예산도 6,920만 유로 선으로 정해졌으며 컬쳐 아일랜드(Culture Ireland)도 살아남았다. 그 이후에도 정부의 예술지원금 삭감을 둘러싼 예술계의 불만을 사라지지 않았으며, 2010년에도 한차례의 대대적인 캠페인이 있었다. 이 캠페인에서 강조된 것은 경기침체와 더불어 공공예술지원 삭감으로 예술가들의 수입이 줄어들어서 예술가의 삶이 더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경제논리≠예술지원의 정당성

아일랜드예술위원회(the Arts Council of Ireland) 홈페이지


2009년, 2011년 그리고 2012년 아일랜드 예술위원회가 발간한 예술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는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즉 예술지원 삭감이라는 지속적인 위협에 대면한 예술위원회와 예술계가 경제의 논리를 통해 예술지원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이다. 2012년 보고서는 정부의 예술위원회 지원은 고용창출, 부가가지 창출, 세수 증대에 크게 기여한다고 주장한다. 즉, 2011년 예술위원회의 지출(5,970만유로)를 통해 총 2,267명의 직간접 고용유발효과가 있었고 아일랜드 정부는 약 4,200만유로의 세수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더 나아가 전체 예술부문은 7억 1,300만유로의 총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약 2만 1천명의 직간접 고용을 유발했다고 밝힌다. 예술과 문화산업을 포함한 창조산업은 총 46억 4,500만유로의 총부가가치를 약 7만 7천명의 고용을 창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가 암시하는 바는, 아일랜드 경제가 불황을 겪을 때야 말로 예술의 경제적 가치가 두드러져 보인다는 것이다. 큰 자본과 투자 없이도 손쉽게 고용효과와 부가가치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0년 아일랜드 예술위원회와 북아일랜드 예술위원회가 공동으로 발간한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예술가의 생계와 근로조건> 보고서를 보면 이야기가 좀 다르다. 이 보고서는 두 지역 예술가들의 교육수준, 소득, 근로형태, 실업 등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담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부분은 아일랜드 예술가들의 소득이 별로 높지 않다는 점이다. 2008년 현재 설문조사에 응한 예술가들의 절반이 8천유로이하의 연수입을 올리며, 전체의 25%는 연소득이 1,600유로 이하였다. 또한 전체의 23%에 해당하는 예술가는 전년도에 실업상태였고, 예술가로서 하는 일 중 절반에 대해서는 소득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예술계에 존재하는 일거리가 불규칙적인 고용/근로와 저임금에 기반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위의 두 보고서 간의 큰 간극을 볼 수 있다. 예술이 고용 및 총부가가치 창출에 효과적인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많은 수의 예술가는 공적지원제도(금전적 지원, 교육, 기반시설 면에서)없이는 예술가로서 생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예술의 경제적인 효과는 공공지원을 전제하고 있으며, 따라서 단순한 경제논리에 의해 예술의 가치를 평가하고 옹호하는 것에는 큰 함정이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참고사이트>
http://www.artscouncil.ie/en/publications/research_publications.aspx
http://www.guardian.co.uk/news/datablog/2012/oct/31/europe-unemployment-rate-by-country-eurozone#data.
http://www.thestage.co.uk/news/2009/10/irish-arts-world-launches-preemptive-strike-against-arts-cuts/
http://www.thestage.co.uk/news/2009/12/irish-arts-sector-emerges-almost-unscathed-from-budget-cuts/
http://www.artscouncil-ni.org/departs/strategy/reports/LWCA%20Study%20NI%20Full%20Version%20(with%20preface.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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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현대 아랍 연극의 발전과정]]>

현대 아랍 연극의 발전과정
[동향] 중동 공연예술 특집 1  


아랍 고유의 연극적 요소

아랍 세계에서 현대적 의미의 연극이 처음 공연된 것은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 기간 중이었다. 당시 이집트에 주둔한 프랑스 군인들을 위문하러 온 코미디 프랑세즈의 공연을 어깨너머로 보면서 아랍인들은 처음으로 서구 연극에 접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런 현대 드라마가 전적으로 서구에서 도입된 것은 사실이나 아랍인들 사이에 드라마적 전통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연극적 요소를 가진 아랍의 문학 유산으로 대중적인 중세 연애 서사시의 드라마적 암송, 타으지야(Ta’ziya : 위로, 위안)라 불리는 종교 수난극, 그림자놀이극, 카라고즈(Qaraqoz:인형극)등을 들 수가 있다. 먼저 중세 연애 서사시의 드라마적 암송이란 ’시인’이 찻집의 손님들 앞에서 간단한 악기에 맞추어 운문과 산문이 섞인 이야기들을 극적으로 읊은 것을 말한다.

아랍 공연포스터와 극작가들 ©Cairo Opera House


드라마에 보다 가까운 타으지야(Ta’ziya)는 종교 수난극으로 정통 칼리파 시대의 4대 칼리파 알리(’Alī)의 아들이며 무함마드의 손자인 후세인(Ḥsayn)이 우마이야 통치 가문에 의해 680년 카르발라 전투에서 당한 학살을 추모하는 내용이다. 이 극은 알리를 추종하는 시아파(이슬람교의 양대 정파(政派)중 하나로 알리 가문의 추종자들) 무슬림(이슬람교를 믿는 신자)들에 의해 후세인이 이슬람력으로 정월인 무하람(Muḥarram) 3일부터 우마이야왕조의 칼리프 야지드(Yazīd)에 대항하여 싸우다 카르발라 전투에서 패한 애도의 날인 10일까지 공연되었다. 그림자극 (Khayāl al-Ẓill)은 그 기원이 인도라는 견해와 중국이라는 견해 두 가지가 있으나 12-13세기 중국에서 이집트로 유입되어 파티마왕조에서 성행하다가 오토만 터키 지배하에서 쇠퇴하였다는 것이 일반적인 정설이다. 한편, 19세기 이집트에는 카라고즈(Qaraqoz)라고 불리는 영국의 펀치 앤드 쥬디(Punch and Judy) 같은 터키어의 익살 인형극이 하층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이상 아랍 문화유산 속에서의 연극적 요소들을 살펴보았으나, 아랍 문학사 측면에서 볼 때 그들 문학의 주류는 시였고, 그 외 다른 장르, 특히 드라마는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 그 이유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아랍인들은 A.D. 9,10세기에 희랍철학 및 의학서적들을 아랍어로 번역․소개하면서 희랍의 드라마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아랍인들의 시에 대한 정열과 자부심이 다른 예술 분야에 대한 상대적 무관심을 야기한 점, 또한 유일신 알라가 아닌 많은 신들과 신화가 등장하는 희랍 드라마는 이슬람 신앙과 상치된 점, 여성도 대중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하는 연극예술의 본질이 이슬람문화의 토양에서는 발붙이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환경적 요인 또한 간과될 수 없는데 물과 목초를 찾아 유목 생활을 했던 이슬람 이전의 베드윈 사회에서는 무대예술이 뿌리를 내릴 안정성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다.

카이로오페라하우스 홈페이지 이미지 ©Cairo Opera House


현대 아랍 연극의 태동과 발달

현대 아랍 연극이 서구로부터 들어온 건, 레바논에서는 마룬 알-낙까쉬(Marūn al-Naqqāsh, 1817~1855)가 1847년에, 이집트에서는 1870년 야으꿉 산누(Ya’qūb Ṣannu’, 1839~1912)에 의해 각각 별도로 도입했다. 하지만 이는 양 지역이 아랍 연극 발전에 있어 이분된 상태였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초창기에는 레반트 지역(현재 레바논, 시리아 지역을 일컫는 용어) 출신 극작가들이 이집트에서 활동했기에 두 지역은 아랍 극예술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마룬 알-낙까쉬와 야으꿉 산누 모두 이탈리아의 오페라 작품에 강하게 고무되었으며, 또한 유럽의 연극 특히 프랑스의 희극에 영향을 받았다. 초기 아랍 연극의 선구자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레반트 지역 연극인들

마룬 알-낙까쉬: 사업차 유럽을 왕래하며던 그는 당시 이탈리아에서 절정기를 맞고 있었던 연극과 오페라를 관람한 후, 이런 극예술이 당시 조국의 사회 개혁을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 확신하였다. 1847년 마룬 알-낙까쉬는 몰리에르에게 영향을 받아 최초의 아랍 희곡인 뮤지컬 코미디극을 쓰고 연출도 한다. 그러나 마룬 알-낙까쉬는 38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하는데, 그 후 1876년 그의 조카인 살림 알-나까쉬(Salīm al-Naqqash, ?~1884)가 삼촌의 유업을 이었다.

아흐마드 아부 칼릴 알-깝바니(1833~1902): 그는 시리아 출신으로 마룬 알-낙까쉬의 연극 활동에 자극을 받아 1870년대에 다마스쿠스에서 극장을 세우고 연극 활동을 하였으며, 오늘날 시리아 연극의 아버지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연극 활동은 연극을 탐탁치않게 보았던 이슬람 보수주의자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으며 이어 오스만 터키 정부로부터 극장 폐쇄 명령을 받기에 이른다. 결국 알-깝바니는 1884년 자신의 극단을 데리고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로 건너가 그곳에서 연극 활동을 재개하여 20년 동안 활기찬 공연 활동을 전개하였다. 배우이며 가수이자 동시에 극작가였던 알-깝바니의 공적은 연극예술에 한 투철한 인식을 가지고 아랍 문학 유산을 극화하려고 노력했다는 것과, 무엇보다도 탁월한 음악적 재능을 갖고 이집트는 물론 아랍 세계에 음악극을 대중 속에 뿌리내리게 했다는 것을 들 수 있다.

사아다 알라 완누스(Sa’dallah Wannous, 1941~1998): 그는 1960년대부터 활동한 극작가이자 연극 이론가로, 그로 인해 아랍 연극은 세계적 수준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1960년대 당시 아랍세계는 몇 개로 나누어져 있었고, 특히 민족주의로 인하여 서로 극심히 싸우는 양상은 너무도 침울한 상황이었다. 특히 이스라엘과의 1967년 전쟁에서의 아랍 패배의 충격은 아랍 정치연극이 출현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당시 유럽의 브레히트와 같은 정치적 극작가들에게서 영향을 받아 연극이 아랍의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정치 연극을 소개했다. 완누스는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시도하려는 일환으로 즉흥연기, 라이브 음악과 노래, 스토리텔링 그리고 관중들과의 직접 대화 등을 소개했다. 이러한 가장 인상적인 방법을 통해, 그는 청중들에게 연극 관람 후 자유롭게 주제를 토의하고 구두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관객들의 참여는 그 연극에 대한 평가와 비평 그리고 소규모의 사회적 현상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2) 이집트 연극인들

유럽 연극이 이집트에 처음 소개된 것은 프랑스가 이집트를 점령하였던 짧은 기간(1798~1801)동안이었다. 1798년 이집트는 나폴레옹의 침공과 그에 따른 서구 문물의 도입으로 그 문화적 토대에 일대 변혁이 일어났다. 인쇄술을 비롯한 과학기술이 도입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집트에 주둔하던 프랑스 군대를 위문하고자 프랑스 희극이 카이로에서 공연되었는데, 이는 이집트인들의 주목을 끌었다. 이집트에 세워진 최초의 극장은 아즈바키야 극장(Azbakiyya Theater)으로 1868년 외국 회사에 의해 세워졌고, 그 후 1869년 ’카이로오페라하우스(Cairo Opera House)’가 설립되고 많은 극장들이 들어섰다. 이때의 극장들은 외국 관광객들을 수용하기 위해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에 중점적으로 건립되었다. 이 당시 이집트에서 연극을 이끌었던 인물은 야으꿉 산누와 오스만 잘랄이 대표적이다.

야으꿉 산누: 이집트 연극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는 일찍이 이탈리아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8개 국어가 넘는 많은 외국어에 정통했다. 그는 연극이 현대 이집트의 문예부흥에서 담당할 문학적 역할을 깊이 확신한 후, 1870년 자신의 제자들로 극단을 구성하여 공연하였다. 야으꿉 산누는 ’이집트의 몰리에르’로 칭호를 받았으나, 사회와 정부에 대한 비판적 내용을 담은 작품으로 인해 당시 이집트의 통치자였던 케디브의 분노를 일으키게 된다. 1872년 그의 극장은 폐쇄당하고, 얼마 후 프랑스로 추방되면서 그의 연극 인생은 막을 내리게 된다. 야으꿉 산누가 쓴 32편의 작품은 현실에 반항하는 이집트 농민과 민중의 삶, 서구식 풍속을 맹목적으로 모방하는 어리석음, 여성의 의견을 무시하고 미리 정해놓은 결혼, 엉터리 의료행위, 케디브의 폭정을 폭로하는 내용들이 주류를 이룬다. 또한 이집트 방언을 사용하고 이집트적 주제에 대한 그의 관심은 그를 ’이집트인을 위한 이집트’운동의 핵심에 위치하게 하였으며, 이집트 민족 연극의 설립자로 평가받게 하였다.

무함마드 오스만 잘랄(1829~1894): 그는 당시 유럽 문화의 역작들을 아랍어로 번역하는 중추기관이었던 번역학교(Madrasat al-Alsun) 출신으로 몰리에르의 희극들과 라신느의 비극들을 이집트 구어체와 구어체 민요시 자잘(Zajal)로 번역하였다. 잘랄이 작품들을 번역하면서 중점을 둔 것은, 원작 본문을 아랍시 운율에 맞추거나 구어체 아랍어로 옮겨 표현하는 것 외에 번역물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할 만큼 배경, 인물, 장면이 이집트에 맞도록 이집트화하여 프랑스 극을 그 언어와 정서면에서 완전한 이집트 극으로 재창조하는 것이었다. 잘랄의 활동은 그 시대에 분명 굉장한 행동이며, 그를 전술한 야으꿉 산누와 함께 이집트 연극의 발전을 이끈 양대 산맥으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타우피끄 알-하킴(1898 또는 1904~1987): 타우피끄 알-하킴은 20세기 아랍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중 한 사람으로 평가되는데, 특히 연극 부문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수행한 ’아랍 희곡의 완성자’로 불린다. 1925년 법학 박사과정 수학을 위해 파리로 유학간 알-하킴은 그곳에서 서구문화를 접하며, 특히 드라마가 지닌 역할과 역량을 깨닫고 그것을 조국인 이집트 사회에 적용해 보기로 결심, 1928년 법학 공부를 중단한 채 카이로로 돌아왔다. 알-하킴은 70여 편의 희곡 작품을 썼는데, 그의 작품들은 비평가들에 따라 주지극, 사회극, 부조리극 등으로 구분된다. 그는 아랍 세계에서 처음으로 주지적, 철학적 주제의 희곡을 썼으며, 작가 스스로가 자신의 희곡의 뿌리가 유럽 주지극의 전통에 있음을 밝혔다.

1934년 이집트 정부는 연극 지원책의 하나로 국립극단을 창단하고 1935년 타우픽 알-하킴의 첫 번째 희곡 <동굴속의 사람들(Ahl al-Kahf)>(1933)을 개관 기념 작품으로 공연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 이 작품 외에도 그의 작품들은 그 복잡성으로 인해 무대 공연에서는 성공을 거두지 못하였다. 그 이유는 알-하킴의 수준 높은 작품을 상연하기에는 무리가 따랐으며, 관객들 또한 이 작품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 데 있었다. 알-하킴은 현대 아랍문학에서 희곡의 위상을 확립하는 데 그 어느 극작가보다 많은 기여를 했다. 유럽에서 수학한 그는 서구 문화와 자신의 문화가 충돌하는 것을 인정하였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이집트적인 시각으로 서구의 희곡을 적용하였다. 그는 감정에 호소하기보다는 지성을 바탕으로 한 희곡을 썼으며 이는 현대 아랍희곡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지금까지 아랍 현대연극의 초기 발전 과정에 대해 살펴보았다. 역사적으로 볼 때 아랍인들은 그들의 불안정한 유목생활과 이슬람문화의 영향 등으로 드라마가 크게 발달하지는 못했으나, 서구의 드라마를 도입한 초기 아랍 연극인들은, 그것을 그들의 문화에 접목시켜 아랍화하는데 성공하였다. 초기 현대 아랍 연극이 이집트를 중심으로 발전된 이유는 초기 레반트 연극인들이 보다 자유로운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이집트로 넘어와 연극 활동을 펼쳤으며, 많은 개화된 이집트 지식인들이 연극 활동에 적극 참여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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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아시아를 여행하는 예술가들을 위한 안내서]]>

아시아를 여행하는 예술가들을 위한 안내서
[동향] 아시아유럽재단의 <모빌리티 펀딩 가이드 Mobility Funding Guides> 


2011년 봄, 요코하마 공연예술 회의(TPAM)와 함께 개최된 IETM 위성회의에서는 아시아 지역의 예술 교류 활성화에 대한 토론이 열렸다.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동시에 아시아 국가 간의 역내 교류도 증가함에 따라, 다양한 요구사항과 의견들이 제시 되었고, 현황의 파악과 환경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닿았다. 이동성 제고를 위해, 무엇보다 아시아의 국제교류를 지원하는 다양한 제도와 프로그램에 접근성과 신뢰성을 갖춘 검증된 정보체계 구축이 요구되었다.

이러한 요구들을 수용하여, 아시아유럽재단(ASEF)이 아시아-유럽의 문화예술포털인 컬쳐360(culture360.org)에 조사를 의뢰하여 <모빌리티 펀딩 가이드 Mobility Funding Guides>를 출간했다. <모빌리티 펀딩 가이드>는 예술가들의 이동성을 돕는, 즉 국제교류를 지원하는 기금, 프로그램, 기관 등이 소개되어 있는 안내서이다. 레지던시, 행사 참여 지원금, 리서치 및 장학기금, 시장개발 지원금, 프로젝트 및 작품 제작 지원금 등이 가이드에 수록되어 있다.

<모빌리티 펀딩 가이드 Mobility Funding Guides>


조사는 온오프라인을 통한 자료조사를 거쳐 기본 리스트를 작성한 후, 각 국의 문화부나 예술기관을 통한 감수를 진행한 후, 온라인 서베이를 통해 리스트에 누락된 지원 기관과 프로그램을 보완하는 과정을 거쳤다. 또한 일부 지원제도는 지원주체에 서면 확인작업을 통해 검증하였다. 특히 한국의 지원제도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협력기관으로써 조사를 위임받아 진행했다.

가이드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해당하는 18개 국의 예술가를 대상으로 하는 국제교류 지원 기관과 프로그램이 수록 되었다.

조사 대상 국가
-브루나이 -한국 -필리핀
-캄보디아 -라오스 -싱가포르
-중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 -몽고 -호주
-인도네시아 -미얀마 -뉴질랜드
-일본 -파키스탄 -태국
<모빌리티 펀딩 가이드 Mobility Funding Guides>

조사를 통해 최종 170개 기관의 245개 지원프로그램이 리스트에 올랐다. 국가별로는 호주가 36개 기관이 56개 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하여 국제교류 지원이 가장 많았으며, 일본과 한국이 그 뒤를 이었다.

제도의 운영 목적별로 분류를 하면, 우리나라의 문예진흥기금이나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시장개발 지원제도처럼 자국의 예술가들의 해외 방문 또는 해외 예술가의 자국 초청에 맞춰져 있는 경우가 다수이지만, 권역의 교류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국적의 지원자를 수용하는 국제기구나 민간예술재단의 지원 프로그램들도 다수 수록되어 있다.

싱가포르, 홍콩 등을 제외한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국가와 중국, 남아시아 국가들의 지원프로그램은 대부분 자국적의 지원기관이 아닌 유럽이나 미국 등 해외 기관의 지원 프로그램에 의존하고 있었다. 국가 주도의 지원제도는 자국 예술의 해외 프로모션에 집중하고 있었으며, 호주, 일본, 한국의 지원 제도는 상대적으로 현대예술의 해외 시장개발에, 기타 국가의 지원 제도는 전통예술을 소개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국제 기구나 민간 예술재단의 지원제도는 작품의 교류 보다는 예술가의 방문 프로그램과 조사연구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았다.

장르적으로는 시각 분야의 지원제도의 비율이 가장 높았는데, 이는 조사 대상에서 레지던스의 숫자가 많았고, 많은 수가 시각예술분야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모빌리티 펀딩 가이드>는 총 21개의 챕터로 이루어져 있다. 첫번째 챕터는 조사의개요, 두번째부터 열아홉번째는 국가별 챕터로 각 국가의 예술가가 지원할수 있는 프로그램이 수록되었고, 마지막 두 챕터는 ’Focus on Asia’’Open to Any Nationality’로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들이 지원할수 있는 지원제도를 수록하였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예술가는 한국 부분에 수록된 지원제도를 살펴보면 되지만, 상대 국가의 교류 파트너가 있어, 공동재원마련이 필요한 경우는 파트너의 국가의 챕터의 지원 제도를 살펴보는 것이 좋다. 각 리스트에는 지원기관의 소개, 지원 프로그램의 개요, 지원의 목적, 지원내용 등이 간략히 소개되어 있다.

이번 조사는 20123월에서 5월 사이에 진행되었으며, 매년 2회 정기 최신화 조사가 지속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참고>
컬쳐360 : 아시아 모빌리티 펀딩 가이드
온더무브: 유럽 모비릴티 펀딩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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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TPAM의 젊은 실험]]>

TPAM의 젊은 실험
[동향] 2013 요코하마 공연예술미팅(TPAM) 리뷰 


요코하마 공연예술회의(Performing Arts Meeting in Yokohama: 이하 TPAM)는 1995년에 설립된 국제공연예술아트마켓이다. 도쿄에서 시작된 도쿄공연예술마켓(Tokyo Performing Arts Market)이 2011년 요코하마로 이전하였고 이름도 ’마켓’에서 ’미팅’으로 바뀌면서 ’요코하마 공연예술미팅’으로 개칭했지만 브랜드화된 TPAM 이라는 명칭은 유지해오고 있다.

YCC(요코하마 창작센터, Yokohama Creativity Center), 1층:정보데스크, 2층:콘퍼런스홀로 사용


금년 TPAM 기간은 약 10여 일이었고(2013. 2. 9~17) 40여 개의 공연과 쇼케이스, 그 외에도 거의 매일 콘퍼런스, 스피드 미팅, 토론과 회의가 개최되었다. TPAM은 그동안 표면적으로 내세웠던 ’견본시’의 명분을 버리고 정보교환, 상호학습, 교류, 네트워크 구축을 강조하는 ’미팅’이라는 간판으로 바꿔 달았다. 그전과 프로그램 구조가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성격은 완연히 달라졌다. 이전 같으면 상당한 규모로 치러졌을 전시 부스는 30여 개 단체로 축소되어 행사 말미에 오픈되었고, 그 대신 다양한 만남과 회의, 그리고 공연 관람과 작가와의 대화가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민간 전문가들의 교류에 국고가 꾸준히 지원된다는 점이 반가웠다. 참가자들은 공연 작품을 사고파는 부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활동을 표현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친구를 만들고, 아시아와 유럽의 공연 동향을 파악하기에 분주해 보였다.


YCC 1층 정보데스크 전경

전시 부스, 뱅크아트 스튜디오 2층

이번 TPAM에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두 가지인데, 2011년부터 진행된 일본 공연예술계의 세대교체의 징후가 뚜렷해졌다는 점과, 후쿠시마 지진이 예술계에 미친 진폭이 생각보다 깊다는 것이었다. 2011년 요코하마로 개최도시를 옮기면서 쇼케이스 중심으로 진행되던 프로그램에 ’TPAM Direction’이라는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보통 3명의 젊은 프로듀서나 감독을 선임해 자신이 제작하거나 선택한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이들이 선정한 10개의 작품이 TPAM 프로그램의 상단 페이지를 채우는데, 무엇보다 이 젊은 제작자들의 뚜렷한 개성과 성향이 드러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서울아트마켓에서도 ’팸스초이스(PAMS Choice)’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분야별로 그해의 작품을 선정해 쇼케이스를 보여주지만 이는 추천된 작품을 심사해서 선별하는 쪽이다. TPAM 디렉션에서 선정된 디렉터들은 스스로 작품선택에 대한 주도권과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독특했다.

주로 30대의 젊은 감독이 선임되어 몇 개의 작품을 선택하거나 제작하는데 이를 통해 ’젊은 감독’들이 성장하고 육성된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는 젊은 연출가나 안무가와 같은 예술가를 육성하는 것과는 다르다. 특정분야의 예술가가 아니라 다원적이고 탈장르화되어 가는 컨템퍼러리 공연을 발굴해 내고 제작할 수 있는 프로듀서들, 나아가서는 미래의 일본 공연예술계의 주요한 예술감독들이 성장하는 인큐베이터인 것이다. 3명의 디렉터 중 유카코 오구라는 3년째, 카츠히로 오히라는 2년째 이 디렉션 프로그램을 맡아오고 있다. 이들은 3작품 정도를 TPAM에서 올리고 있는데, 젊은 감독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쏟을 수 있는 규모로 보였다. 수십 개의 작품을 올리며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페스티벌이나 지역주민의 대중적 기호에 맞춰야 하는 아트센터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의 예술적 지향과 능력을 집중하고 발휘하기에 좋은 기회가 아닐까? 이렇다 보니 선택한 작품의 경향도 아주 뚜렷해지고 있다고 한다. 유카코 오구라의 경우 전통적 무대공간을 벗어난 형식의 퍼포먼스, 텍스트의 완결된 서사보다는 우연적이고 사건성을 강조하는 <추가 커튼콜(Extra Curtain Call)>, <악어는 어디에?(Where is crocodile?)>와 같은 작품을 선보였다. 카츠히로 오히라는 장소 특정성을 기억의 이미지와 접목시키는 <보 야 트 오 수 루(Bo Ya tt O Su Ru)>라는 작품과 관객 한 명을 전신마비 환자로 초대해 체험케 하며 관객성의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는 <차이트게버(Zeitgeber)>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신진 공연예술 그룹이 주도하는 커뮤니티 예술


개막식, 뱅크아트 스튜디오 2층

TPAM Exchange-스피드 네트워킹, 뱅크아트 스튜디오 2층

젊은 그룹들의 약진은 ’온 팸(ON-PAM: Open Network for Performing Arts Management)’이라는 네트워크 모임에서도 뚜렷했다. 일본 전국에서 공연페스티벌이나 제작을 하는 디렉터 13명이 주축이 되어 발족식과 공식미팅을 TPAM의 공식행사로 개최했다. 오픈네트워크라는 용어는 리더가 있는 조직구조나 일시적으로 조직되어 프로젝트가 끝나면 흩어지는 컨소시엄을 지양하고 서로 다른 활동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멤버들이 모여서 수평적 네트워크를 이루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명칭이다. 회원들은 매년 회원비를 내고 일 년에 몇 번의 정기위원회를 열고 활동결과를 리포트로 낸다. 위원회 구성은 문화정책위원회, 국제교류위원회, 커뮤니티기반활동 협력위원회로 구성되는데 이 위원회의 세 가지 성격이 구성원들의 경향과 특징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우선 민간에서 현장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문화정책을 개발하고 연구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향의 그룹이 등장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은 이질적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활동을 해온 이들이니 만큼 서로의 분야에 관용성이 높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민감한 예술적 화제 보다는 정책적 사안들을 공유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공연예술과 관련된 극장법, 예술위원회, 펀딩시스템 더 나아가 예술표현의 자유와 같은 이슈에 참여적으로 활약하고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공연예술’이라는 넓은 영역이 과연 정체성이 다른 이들의 결속력에 충분한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는가라는 점과 정책개발이라는 사안이 어떻게 구성원간의 구체적인 논의대상이 될 것인가가 이 그룹을 지속하는 데에 관건이 될 것이다.

Open Network symposium, 2월 13일 YCC 2층


한편 이 구성원들의 차별점은 국제 네트워크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교토에서 국제공연예술 페스티벌을 맡고 있는 ’교토 실험(Kyoto Experiment)’ 프로그램 디렉터인 하시모토 유스케, 한국의 공연창작집단 뛰다와 몇 년째 교류 활동을 해온 ’버드 시어터(Bird Theater)’의 사이토 케이, 탈장르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제작하는 프로듀서 집단인 ’프리코그(Precog)’ 의 나카무라 아카네 등이 주축 멤버다. 이들은 주요 국제페스티벌과 공연예술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네트워크가 있고 이를 오픈네트워크의 멤버들과 공유하면서 일본공연예술의 성장을 이끌어가겠다는 것이다. 외국어 능력도 대부분 갖추고 있어 이미 TPAM에서도 대부분의 주요한 회의와 미팅들을 주도해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예술활동이 활발해져 가고 있다는 점인데 그 이유로 후쿠오카 지진이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 심지어 오픈네트워크의 출범의 계기에도 각자의 개별적인 작업에 매몰되지 말고 같이 모여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역할을 해보자는 공감대가 배경에 있었다고 한다. 그 사회적인 역할이 네트워크 모임으로 이어지고 커뮤니티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어느 정도로 개연성이 있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저기서 징후가 포착되기는 했다.

신진 공연예술 그룹이 주도하는 커뮤니티 예술

 

노리미주 아메야(Norimizu Ameya)라는 감독과의 대화
행사 중에 ’노리미주 아메야(Norimizu Ameya)라는 감독과의 대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2010년과 2011년에 TPAM 디렉션에 여러 작품을 선보였던 나카무라 아카네(Nakamura Akane)가 대담을 했다. 아메야는 아방가르드 음악작업을 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 <이리쿠치데쿠치(Irikuchidekuchi)>(2012년 쿠니사키 아트프로젝트) 프로젝트와 <블루 시트(Blue Sheet)>(2013.1. 이와키 소고고등학교 퍼포먼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두 프로젝트를 영상으로 보여주고 대담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리쿠치데쿠치>는 1300년간 지역에서 성스러운 산으로 불려온 곳을 참여 작가와 일반인이 함께 리서치하고 탐사하는 현장 프로젝트였다. 단순히 자연과 생태에 대한 취향적 관심을 넘어 오래된 절터를 탐험하고 전설을 들려주기도 하고, 전통 옷을 입은 지역주민과 아이들이 등장해 구전된 의식을 치르면서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노리미주 아메야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은 흡입력이 상당해서 영상으로도 농밀한 힘이 담겨 있었다.

두 번째 프로젝트인 <블루 시트>는 후쿠시마에서 43km 떨어진 지역의 고등학생들과 만든 퍼포먼스였다. 이들은 한신 대지진 전후로 태어난 세대이고 2011년 후쿠시마 지진 때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치른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 성장하며 겪은 짝사랑 같은 개인사와 자연의 격변을 겪으면서 체험한 이야기들을 긴 대화 과정을 통해 발견해내고, 이를 학생들 스스로 재구성한 퍼포먼스였다. 노리미주는 이들의 이야기를 구성적으로 과도하게 완성하지 않고, 파편적이고 반복적으로 운율화하는 방법으로 연출했는데 결과적으로 상당히 시적이고 울림이 있는 작품이 되었다. 공연하는 학생과 관람객인 학부모들이 모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대담자였던 나카무라 아카네 또한 이러한 리서치를 바탕에 둔 커뮤니티 작업에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젊은 그룹에서 제작자로서 두각을 나타내 온 그녀의 작품리스트에도 점점 커뮤니티나 생태적인 색채가 짙어져 가고 있었다. 2012년 식물과 인간의 관계를 탐색한 니시하라 세이준의 작품과 자전거로 끌고 다니는 움직이는 집을 통해 소유와 주거의 문제를 다루는 사카구치 쿄헤이의 작품 등을 디렉팅하며 그녀의 성향을 뚜렷히 해왔다. TPAM Direction  작품보기

2012년에는 직접적으로 자연재해를 다루는 작품이 많았다고 하는데, 금년에는 다소 추상화되어 현실적 위험이 무의식화되거나 다른 경향으로 점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였다. 생태나 자연을 다루거나 커뮤니티에 대한 급격한 관심으로 확장되는 작품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점만큼 인상 깊었던 것은 일본 공연예술에서 국제교류의 대표적인 윈도우 역할을 해온 TPAM이 주도적으로 세대교체를 주도하고 노력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TPAM은 젊은 그룹에 포커스를 맞추고 대부분의 주요한 장을 그들의 활동과 성장을 위해 기꺼이 내어 주고 있었다. 과연 이 젊은 실험이 자연재해와 경제 침체 속에서 따스한 봄날을 맞이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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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2012 전주세계소리축제]]> 2012 전주세계소리축제
[동향]2012 전주세계소리축제 리뷰 (송라인즈 2012.9.12 기사)


K-팝인 ‘강남스타일’의 세계적인 성공은 아마도 노래 자체보다 더 큰 이슈가 된 것 같다. 나는 버스와 택시에서 나오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손목을 앞에다 가로지르고 웃기는 걸음으로 춤을 추는 사람들과 미국 투어중인 가수 싸이의 뉴스를 봤다. 세계가 한국음악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 전혀 한국답지 않는 노래라는 것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지.

나는 가장 한국적인 음악을 찾기 위해 전주세계소리축제에 갔었다. 전주는 스페인의 안달루시아에 비유할 수 있는 한국의 서남쪽 전라도에 위치한 도시이다. 전주는 음식과 더불어 전통음악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그 전통음악은 ‘판소리’로 흔히 민속 오페라로 비유되지만 플라멩코에 더욱 가까운 형식을 가지고 있다. 축제에서조차도 ‘세계음악’ 소리 프론티어 경쟁 부문에 참가한 밴드 하나가 그들의 공연에서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싸이를 흉내 내는 춤을 추는 리드싱어의 모습을 보았다. 그들은 수상하지 못했다.

 

안숙선, 2012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

축제의 오프닝 무대는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판소리 창자 안숙선이 노래하고 백 여 명의 제자들이 가야금 연주를 동시에 펼치는 무대였다. 그것은 놀라운 공연이었다. 그들은 모두 화려한 치마를 입고, 연주에 따라 그들의 팔을 다 같이 들어올리기도 하면서 하나가 되어 연주를 했다. 안숙선과 마지막 12명의 가야금 연주자들은 눈이 볼 수 있는 최대한 멀리까지 돌아보며 연주자들과 합류하기 위해 무대단상에 올랐다. 그것은 한국이 헐리우드와 만나는 순간 인듯 초현실적인 모습이었다. 하지만 또 한편 이상하게도 북한의 평양에서 열리는 놀라운 매스게임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파두 가수 클라우디아 오로라(claudia aurora) 공연 모습

푸에르토리코에서 온 이제 50살이 된 살사 밴드 엘 그랜 콤보(El Gran Combo)와 이제는 영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포르투갈 파두(fado) 가수 클라우디아 오로라(Claude Aurora)와 같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공연도 전주세계소리축제에 포함됐다. 전주 도심의 전통가옥 안뜰에서 클라우디아 오로라의 전통적인 파두 무대와 그녀가 자작곡한 노래들은 공연장에 가득 찬 관객들 앞에서 공연됐다. 그러나 내가 여기서 흥미를 가진 것은 판소리와 한국 전통음악들이고 그것들이 공연되는 훌륭한 장소들이다.

일요일에 나는 놀라운 판소리 공연의 현장에 있었다. 그것은 판소리가 하나의 어렵고, 엄격한 예술 양식의 하나라는 생각을 완전히 뒤집은 공연이었다. 공연은 재미있었고, 영상에 자막과 함께 소개 돼 이야기를 따라가기에 쉬웠다. 억누를 수 없는 에너지를 지닌 채수정의 역작이었다. 기대하지 않았던 손님인 심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일요일 저녁에는 기와가 떨어질 만큼 억수 같은 빗소리 밑에서 노래를 해야 했던 젊은 판소리 가수들의 공연에 참석했다. 전통적으로 판소리 창자들은 폭포수 밑에서 노래를 하면서 수련을 하는데 그래서인지 이 공연이 기이하게도 그들에게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았다.

인간무문화재 김일구 산조 연주 장면


전주세계소리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내가 이전에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악기 연주자의 공연이었다. 그의 이름은 김일구로 한국의 놀라운 굽은 모양의 현악기 아쟁의 연주자이다. 그 소리는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솔로 악기 연주라고 하기엔 부적합한 폭이 넓은 비브라토에 매우 거칠고, 긁어대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의 연주는 첫 타음으로 바로 우리를 끌어당겼다. 그것은 느린 소용돌이 시냇물처럼 물의 흐름이 멈췄다가는 다시 회오리를 치는 것처럼 연주됐다. 그의 강렬한 연주 색채로부터 이 시냇물을 연상시키고 있을 때,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우리가 안에서 조용히 있는 공간의 지붕 위로 내리는 빗방울은 내가 여태까지 했던 음악적인 경험 중 가장 훌륭한 것 중의 하나를 만들고 있었다. 공연 후 관객의 환호는 클래식 리사이틀 공연장보다는 마치 올림픽경기장에서와 같은 환호같이 엄청났다. 나는 나중에 연주자 김일구가 인간문화재 중의 한명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스타가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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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산타클로스의 나라 핀란드에서 펼쳐지는 춤의 함성 ‘Ice Hot 2012’]]> 산타클로스의 나라 핀란드에서 펼쳐지는 춤의 함성 ’Ice Hot 2012’
[동향]Ice Hot 2012 리뷰


눈의 나라에서 펼쳐진 ’뜨거운 이성(理性)’의 향연

핀란드 헬싱키에서 펼쳐진 제2회 ’아이스 핫(Ice Hot) 2012’는 ’차가운 열정’, ’뜨거운 이성(理性)’을 상징하는 행사명처럼 빙하를 맴돈 청정기류속의 신선한 춤향기를 전한 겨울의 축제였다. 이 행사에 참가한 세계의 예술인들은 도시를 새하얗게 덮은 채 반짝반짝 빛나는 눈 속에서 한데 어울려 얼음처럼 맑고 은빛 눈처럼 고고한 예술혼을 논했고, 동시대의 춤을 고민했다. 아이스 핫은 전 세계 무용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펼쳐지는 노르딕 댄스 플랫폼으로 우수한 무용공연과 쇼케이스, 포럼, 네트워킹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노르딕 지역의 현대무용을 소개하는 행사이다. 주로 북유럽국가인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아이슬랜드, 핀란드 등 5개국의 무용단체들이 참가하며, 이 국가들은 노르딕 위원회(Nordic Council)를 통해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협력 체계를 이루고 있다. 노르딕 문화기금(Nordic Culture Fund), 노르딕 컬쳐 포인트(Nordic Culture Point), 스웨덴예술위원회(Swedish Arts Council) 등 기금을 지원받아 운영되며, 각 무용단이 부스를 마련하는 댄스마켓과 달리 플랫폼의 개념을 지향하며 상업성을 넘어 자연스런 교류를 지향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Ice Hot 2012 포스터

’아이스 핫(Ice Hot)’은 ’아이스’와 ’핫’, 정 반대의 이미지를 담은 풍경들이 조합된 행사제목부터 유쾌하고 자유롭다. 격년제로 열리는 이 행사는 2010년 12월 스웨덴에서 첫 회를 유치한 후 지난 2012년12월12~15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두 번째 축제를 마련했다, 제 1회 아이스 핫이 열린 스웨덴 스톡홀름에서는 21개 공연, 12개 프리젠테이션 공연, 2개의 포럼 등이 진행됐다. 이번에는 총 33개의 공연 단체가 참가했고 41개국에서 300여명의 춤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교류의 현장을 화끈하게 달구었다. 2014년에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개최될 예정이라고 한다. 특히 이번에 한국 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정재왈)가 지난 2010년부터 3년 동안 진행해 온 핀란드와의 교류프로그램을 점검하고 두 나라간의 내일을 위한 교류와 소통을 담은 발표의 자리가 있었다. 2012년 12월14일 복합문화공간인 키아스마의 1층 세미나실에서 마련된 인포셀 ’한국-핀란드 교류성과 보고회’는 한국-핀란드가 진행한 예술교류현장과 과제를 점검하고 두 나라간의 무용인들이 하나의 완벽한 춤 예술을 위해 고민하는 포럼이었다. 이날 발표자로 참가한 임은아 지식정보팀장은 지난 3년 동안 두 나라의 활동상황을 영상으로 구성해 무용수들의 자유로운 언어소통 없이 움직임만으로 공감대가 형성되는 작업이야말로 춤의 진정성을 가장 정확하게 입증했음을 알려준 발제에 참가자들의 뜨거운 박수가 이어졌다.

 

댄스 인포 핀란드(Dance Info Finland)의 사나 리콜라(Sanna Rekola)의 환영사, ⓒHanna Koikkalainen   씨어터 아카데미에 마련된 인포 데스크, ⓒHanna Koikkalainen

이번 아이스 핫의 경우 단센스 후스 스톡홀름(스웨덴), 단세할레르네(덴마크), 단센스 후스 오슬로(노르웨이), 퍼포밍 아츠 아이슬란드(아이슬란드) 등의 기관이 협력하여 개최됐다. 크리스마스 휴가를 맞아 도심을 떠나는 사람들로 인해 한산한 도시의 거리를 춤으로 채우는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다른 유럽 국가들이 여름축제를 통해 바캉스 떠나는 이들을 사로잡듯 이국의 무용인들을 눈의 나라로 초대하는 셈이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댄스인포 핀란드(Dance Info Finland)는 핀란드 내 무용전문 민간 지원기관으로 자국의 무용 관련 부분의 해외교류와 진출을 지원하고, 핀란드의 댄스 정보를 제작, 제공해 해외에 핀란드 댄스를 홍보한다. 또 춤 관련 통계를 수집 및 발행하고, 컨설팅 등도 담당한다.

 

’늦은 밤 미팅 포인트(Late Night Meeting Point)’ 토크, ⓒHanna Koikkalainen

핀란드 헬싱키 행사 현장

이번 ’아이스핫’은 4일 동안 매일 5-8개의 공연이 헬싱키 전역에 흩어져있는 7개의 공연장에서 이어졌다. 본부역할을 하는 시어터 아카데미, 조디악, 키아스마, 루미, 시티 시어터 등에서 3개의 개막식 공연과 33개의 선정 공연 등 총 36개의 공연이 마련됐다. 또한 행사에서 주목받는 나라들의 춤에 다가가는 소통의 통로 겸 교류의 폭을 넓히기 위한 발표장인 ’인포 셀’, 하루의 공연이 끝난 후 춤 유통자들이 모여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정보를 교환하는 ’늦은 밤 미팅 포인트(Late Night Meeting Point)’ 토크, 한 자리에서 젊은 무용수들의 실험작품이 15분씩 짧게 1시간 정도 이어지는 ’더 더 더(More More More)’도 눈길을 끌었다.

공연을 이루는 ’공연자’ ’관객’ ’유통자’의 3대 조건 중에 이번 행사의 초점은 공연 공급을 담당하는 공연 ’유통’에 맞춰졌다.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북유럽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교류목록에 올리기 위해 모인 세계의 춤 관계자들만 세계 40개국의 300여명이다. 주로 춤 기획자와 유통자들인 이들은 자비로 숙박비를 해결하고 85유로의 참가비를 지불하는 등 ’핫’한 자발성을 자랑하며 행사를 찾았다. 행사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번 행사에 선정된 무용팀들 역시 각 공연장마다 관객이 아닌 문화 빠꼼이들이 객석을 차지했기 때문에 작품에 임하는 각오와 열기가 남달랐을 것이다. 본부격인 시어터 아카데미 1층 로비는 각 국의 무용단을 홍보하는 팸플릿과 DVD가 끊임없이 제공돼 행사의 취지를 십분 살렸다.

, Tero Saarinen ⓒSakari Viika


 

격년제로 열리는 만큼 첫 회에 이어 이번에는 더욱 많은 단체가 참가신청을 했고, 5개국에서 신청한 총 200개의 작품가운데 21개 작품만이 뽑혔다. 지난해 3월 세계 무용계에서 인정받는 3명의 무용인들이 함께 모여 선택한 작품들은 기존 미주지역이나 서부 유럽에서 이루어지는 무용작품들과 차별화된 성향을 보여주었다. 특히 한국 한국공연예술센터 안애순 당시 예술감독이 3명 중 한명의 심사위원으로 활약해 한국무용계의 위상을 입증했다. 안애순 감독외에 베를린 탄츠임어게스트 예술감독인 앙드레 테리아 울트, 브라질 댄스페스티벌 감독인 에드와르도 보니토 등 세계적인 무용인들이 심사한 작품들은 북유럽 현대무용의 현주소를 축제기간인 4일 동안 고스란히 보여준다. 선정된 주요무용단체는 핀란드 Liisa Pentti+Co, Eeva`Muilu Milja Sarkola, 스웨덴 Eva Ingermasson Dance Production, 핀란드 헬싱키댄스컴퍼니, 덴마크 Marie Topp, Kitt Johnson X-Act, 노르웨이 Winter Guests, 카르트 블랑슈 등을 꼽을 수 있다. 개막식에는 내한했던 핀란드 무용단인 테로 사리넨 무용단을 비롯 수잔 라이노넨 무용단, 카투넨 콜렉티브 등 3개 무용단이 초청됐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한국-핀란드 커넥션’ 발표

 

인포셀에서 한국-핀란드 커넥션 사업을 발표중인 임은아 팀장(국제사업부 지식정보팀)

한국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아이스핫 중 포럼 성격인 ’인포 셀’에 참가해 한-핀 커넥션 및 우수프로젝트사례를 소개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서울아트마켓을 통해 2007년부터 국제교류의 다각적 채널을 확대해왔고, 그중 2009년부터 핀란드와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는 공연예술 글로벌역량강화사업(커넥션사업)의 일환인 의 파트너 기관으로 핀란드가 참여했다. 한국-핀란드 국제교류사업은 3년 전인 2010년 공연예술 글로벌역량강화사업의 일환인 이 시작돼 비약적인 발전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핀란드의 댄스인포핀란드는 양국 무용전문가간의 협력 프로젝트를 활성화하기 위해 (한국-핀란드 공연예술 글로벌역량강화사업)을 진행해왔다.

임은아 팀장(국제사업부 지식정보팀)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10년에는 양국 무용전문가 7인(무용수, 안무가, 기획자, 축제감독 등)을 공동으로 선발한 후 핀란드 무용전문가 7인이 한국을 방문, 한국의 무용전문가 7인과 리서치 워크숍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2011년은 양국 무용전문가 7인을 공동으로 선발해 8월 핀란드 헬싱키페스티벌 참가 등 등 리서치 프로그램에 한국 참가자들이 동참했고, 10월 서울아트마켓 참가 등 리서치 프로그램에는 핀란드 참가자들이 나서는 등 양국 무용전문가들의 리서치 프로그램이 적극적으로 이뤄졌다. 2012년 4월에는 2개년 리서치 협력프로젝트 중 심사를 통해 3개의 우수 프로젝트가 선정됐다. 한국 참가자의 프로젝트 개발에 필요한 사업비 일부를 지원하되, 이 중 1개의 프로젝트는 댄스인포핀란드에서 매칭으로 핀란드 참가자에게도 사업비를 지원했다.

 

<더블 익스포저(Double Exposure)>

이외에 한국과 핀란드가 공동제작한 <더블 익스포저(Double Exposure)> 사례도 성공적으로 꼽힌다. <더블 익스포저>는 한국의 안성수픽업그룹과 핀란드의 비주얼시어터단체 WHS 단체가 공동추진한 1차 협업 공연인데, 2012년 10월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안성수 안무, WHS 의 저글링단원인 빌 왈로(Ville Walo)와 안성수픽업그룹 단원들과 함께 공연하는 공동제작 작품으로 초연됐다. 핀란드 현지 연습 공간 및 숙박비는 핀란드 스토아 센터(Stoa Center)에서 제공했고 핀란드 초연은 8월 헬싱키 페스티벌(8월 18일~22일), 한국 초연은 10월 서울세계무용축제(10월 13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각각 이뤄졌다.

북유럽 권역은 서유럽 권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 공연예술계에 덜 알려져 있지만, 타 문화권과의 교류에 적극적이고 기금 운영도 활성화된 편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작업을 지속적으로 타진해왔고 가장 적극적이었던 핀란드와의 교류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특히 교류와 소통을 키워드로 하는 국제협력사업은 우리 공연계의 중요 과제인 만큼 이 시도는 자체만으로도 귀한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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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2012 커넥션박스(공연예술 글로벌역량강화 사업 학술행사)


2012년 12월 12일과 13일, 이틀에 걸쳐 ‘2012 커넥션박스(공연예술 글로벌역량강화 사업 학술행사)’가 인천 아트플랫폼에서 개최되었다. 커넥션 박스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2010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커넥션사업의 참가자 및 공연관계자를 대상으로 국제협력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이다. 12일에 학술행사가 진행되었고, 13일에는 인천의 문화공간을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본고에서는 12일 학술행사를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이번 학술행사에서는 커넥션 사업의 진행상황과 2012년 커넥션 사업의 사례공유, 커넥션사업의 향후 발전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국제협력 프로젝트의 발전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했다. 70여명의 참석자들은 다른 단체 및 기획자의 사례를 주의 깊게 듣고 각 프로젝트들의 추진경과에 대해 세부적으로 공유하며 국제협력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하였다.행사는 ‘세션1 추진경과’, ‘세션2 사례발표’, ‘세션3 향후 계획’에 대해 발표하였고, 저녁에는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에서 가수 하림의 진행으로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2012 커넥션박스 행사가 진행되었던 인천아트플랫폼   질문 중인 한-핀 커넥션 2011 참가자 이정화

주제별 접근보다 공동관심사 중심의 접근으로

세션 1에서는 한국-핀란드 커넥션, 한국-호주 커넥션, 한국-영국 커넥션 3개 사업의 추진 경과에 대해 발표하였다. 먼저 댄스인포핀란드와 협력 하에 진행되는 한-핀 커넥션의 경우, ‘무용’이라는 공동 관심사가 분명한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의견조율이 용이하고 서로 자연스럽게 융화된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2010년도에는 핀란드와 한국의 무용전문가 각7명 총 14인을 선발해 블로그를 통해 참가자 개인, 한-핀 무용에 대해 소개하였고, 10월 서울아트마켓기간에 핀란드 전문가들이 한국에 방문해 한국 공연 현황에 대해 리서치 하는 시간을 가졌다. 2011년도에는 한국과 핀란드 무용 전문가들 14인을 선발해 8월에 핀란드를 방문해 헬싱키 페스티벌에 참가하여 핀란드 공연현황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했고, 10월에 한국 서울아트마켓에 참가해 리서치를 진행했다. 그리고 2012년도에는 2010~11년에 진행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국제협력 프로젝트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단체, 기획자를 선발해 지원했다. 결과적으로 박나훈 무용단(한국)과 사리 팜그렌(핀란드)이 함께 무용공연을 제작하고 있고 내년에 핀란드에서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이어 한-호 커넥션은 호주예술위원회와 협력으로 2011년에 시작되어 예술가들끼리의 예술 교류를 통한 작품제작을 지원했다. ‘비나리 용의 노래’가 대표적인 작품이다. 무속의식에서 영감을 받아 시작한 공연인데, 한국 노름마치와 호주 스트레인지 푸르트가 공동제작하고 있다. 이외에도 극단 우투리와 NYPD의 협력작업, 아시아나우와 렉스온더월의 협력작업, 극단 노뜰과 토니 얍 컴퍼니의 협력작업을 활발하게 지원하고 있다. 또한 멜버른 커넥션박스도 개최하여 여러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확장시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영 커넥션은 2010년에는 프로듀서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2011년에는 페스티벌 프로그래머들을 중심으로 진행했는데 올해는 지난 2년 동안과 다르게, 직종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주제를 중심으로 진행했다. 아티스트 인큐베이션, 예술가 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하는 기관이나 관련 전문가들과 협의하여 프로그램을 준비하기로 하고, 대대적인 공모를 하여 최종적으로 영국 참가자는 3인, 한국 참가자 3인이 선발되었다. 10월 서울아트마켓에 영국 참가자들이 방문하여 다양한 한국공연예술계 관계자들과 협력 가능한 부분을 모색했으며, 11월에는 한국 참가자들이 영국을 방문하여 3~7일간 기관에서 직접 일하며 시스템을 지켜볼 수 있도록 했다. 참가한 사람들이 양국의 방문을 통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관계를 구축해 나갈 수 있도록 한 것은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주제별로 접근하는 것이 다양한 요구를 채우기에 한계가 있었던 점이 지적됐고, 대안으로 공동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중심으로 진행한 후, 단계적으로 주제를 심화시키는 방법이 제안됐다.

인천아트플랫폼 전시를 관람중인 참가자들

서로의 기대를 맞추고 조율하는 것이 비결

세션 2에서는 2012년 시행된 국제협력 프로젝트 4개의 사례발표가 있었다. 한-호 커넥션의 노름마치 & 스트레인지 프루트는 서울아트마켓에서 만나 2010년부터 협력작업을 해왔다. 노름마치는 한국전통음악 단체이며, 스트레인지 프루트는 무브먼트 중심의 단체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고 했다. 양국을 오가며 한국의 민속의식에 기반해 스토리텔링을 만들었고, 서로의 간극을 조금씩 좁혀나가는 힘겨운 작업을 계속했다. 레지던시와 창작을 위한 1차 단계가 끝났고, 현재 제작 단계에 있으며 빠르면 2013년도에 공연을 선보이게 될 것이다.

한-핀 커넥션의 안성수 픽업그룹 & WHS 역시 서울아트마켓에서 만나 커넥션 사업을 통해 협력작업을 발전시켰다. 예술가들이 서로의 작업을 보고 관심이 있어 작품개발에 동의했고, 지원금 유무에 관계없이 제작에 합의했다. 충분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작품제작을 완료했고, 여러 축제들의 초청을 받아 투어 공연을 진행 중이다.

한-영 Korea-UK Jazz Band는 한국 전통음악과 재즈가 혼합된 레퍼토리 개발을 주목적으로 하고, 더불어 한국음악을 해외시장에 소개하려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했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의 해외네트워크와 기존의 해외매니지먼트 노하우를 이용해 충분한 리서치를 진행하였다. 음악적인 부분에서는 다른 장르와 다르게 훨씬 용이한 부분이 있다. 서로 온라인을 이용해 작품을 충분히 공유한 후 만났기 때문에 단 며칠 만에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왔고 2013년 해외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프린지네트워크는 2006년도에 서울 프린지 축제에 참여했던 예술가 양지원과 호프칭앙이 서로에게 관심을 표하며 국제협력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두 예술가 모두 출생지와 거주지가 다르며 집, 도시, 고향이라는 소재에 대해 천착하고 있었다. 서로의 고향, 도시, 거주지를 방문하며 어떤 형태로 작품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이 진행되었고, ‘트래블링 홈타운’이라는 제목으로 올해 7월 두산아트센터에서 비공개 쇼케이스를 마쳤다. 올해 홍콩, 마카오 등지에서 투어공연을 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사례에서 처음 기대했던 바와 실행할 수 있는 것 사이에서 타협을 해나가는 것이 힘들었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반면 솔직하게 서로를 마주보며 서로의 간극을 좁히고, 서로의 기대를 맞춰나가고 조율하는 것이 국제협력프로젝트를 성공시키는 비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제 때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자의 욕심으로 제대로 맺고 끊지 못한 채 실행할 수 없는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하다 보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물론 모두의 과정은 다르겠지만, 목적을 분명하게 하고, 예술가와 기획자 모두 스스로 그 과정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국적 프로젝트 ’트래블링 홈타운’ 사례를 설명하는 서울 프린지 네트워크 오성화 대표


목적을 분명히 해야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세션 3은 커넥션 사업의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였다. 2012년은 4개의 커넥션 사업이 진행되었고, 2013년에는 프랑스 문화원과 협력 하에 한국-프랑스 커넥션이 추가될 예정이다. 커넥션 사업에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4P, 즉 ‘파트너 Partner’, ‘참가자 Participant’, ‘프로모션 Promotion’, ‘과정 Process’ 이다. 파트너를 발굴하는 작업이 쉽지가 않아서 다른 국내 공연예술관계자들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진행되어왔던 작업들을 결과물로 공유하는 프로모션이 이와 더불어 중요하다. 프로세스는 참가자들이 만나 어떤 과정을 만들어가야 할지 고민하는 것을 뜻한다. 현장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빠르게 사업에 반영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의견들이 많았다.

포럼 중간 중간에 참가자들의 열띤 토론도 이어졌다. 아시아나우의 최석규 대표는 커넥션 사업이 시장개발이 목적인지, 작품개발이 목적인지, 양국의 이해도 증진을 위한 것인지 각 사업별 목적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작품개발단계는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작품제작을 목적으로 하는 참가자들에게는 다음 단계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가 줄 수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프로듀서들은 큰 문제없이 제작단계로 진행할 수 있지만, 예술가들이 중심이 되어 진행하는 경우 작품제작 지원을 받지 못해 리서치 단계에서 끝나버리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LIG의 조성주 예술감독은 사업 참가자들이 자신이 왜 국제협력프로젝트를 개발하고자 하는지 그 목적을 분명하게 해야 커넥션 사업에 참가했을 때 그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각 국가의 참가자들이 철저하게 준비하고 충분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참가했을 때 그 다음 단계가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친교중인 커넥션박스 참가자들


 

올해 커넥션 박스에서는 한국 참가자들의 의견을 공유할 수 있어 좋았지만, 상대적으로 해외참가자들의 의견을 들을 수 없어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해외참가자들이 한국에서 어떤 것을 보고 느꼈는지, 이 사업을 통해 그들은 얼마만큼 한국 공연 현황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는지 그 변화에 대해 궁금하다. 다음 커넥션 박스에는 해외참가자들의 생생한 의견도 들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관련기사 링크

[리뷰] 공연예술 글로벌역량강화 학술행사 ‘2011 커넥션박스’ (2011.12.29) 바로가기]]>
theApro <![CDATA[[동향] 음악의 본질은 장르, 지역, 관습과 문화를 뛰어넘는다]]> 음악의 본질은 장르, 지역, 관습과 문화를 뛰어넘는다
[동향
] 2012 월드뮤직 전문잡지 송라인이 뽑은 베스트 월드뮤직 페스티벌 리뷰


한 우리의 음악이 ’국악’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기 시작한 지도 꽤 많은 세월이 흘렀다. 2000년대 이전의 우리 음악은 비교적 추상적인 모습으로 막연하게 소개되고 있었고, ’월드뮤직(World Music)’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던 80년대 중반 이후에도 산조, 판소리, 그리고 사물놀이 등 순수 전통 음악 일부에 국한해 존재감만 알려져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우리의 음악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인터넷의 본격적인 보급으로 세계 음악 애호가들은 보다 손쉽게 새로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음악 산업은 음반 수익보다 온라인, 저작권 등 보다 다양한 수익 형태를 추구하는 형태로 급속하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또한 국악이라는 이름의 우리 음악이 월드뮤직이라는 용어 속에서, 전통음악뿐만 아니라 전통에 기반을 둔 현대 창작 음악까지, 하나의 지역 장르로 인식되면서 급속히 관심을 얻어갔다. 세계 여러 지역과 비교해 보면 우리의 음악은 세계 여타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그 관심이 빈약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판도의 변화가 감지됨과 동시에, 세계 음악 애호가들과 음악 산업 종사자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의 음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우리 음악이 세계에 알려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조건과 기회가 무르익는 동시에, 2000년대 들어 우리의 음악은 본격적으로 그 실체를 본격적으로 해외에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우리 음악이 해외에 알려질 수 있었던 여러 기회들은 명맥만 유지되었던 기존 상황과 놓고 볼 때, 최근 수 년 동안 우리나라 연주자들이 세계 유수의 음악 축제에 공식 또는 비공식 초청을 받아 해외에서 연주하는 기회를 보다 많이, 그리고 자주 얻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이것은 단순히 우리의 음악이 해외에 알려질 수 있는 조건이 다양해진 이유도 있지만, 우리의 음악을 통해 한국의 역사와 문화, 관습, 그리고 예술 등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높아진 것을 반영하는 것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

단순한 음악공연의 나열이 아닌, 다양한 문화 공유로서의 축제

전통 음악이건 현대 창작 음악이건, ’국악’으로 통칭해 불릴 수 있는 우리의 음악을 세계 음악 시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알리려면, 세계 유수의 음악 축제에 우리의 연주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가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또한 여러 과정과 경로를 통해 ’음악만 잘하면 된다’는 관념에서 벗어나 과연 해외 음악 애호가들과 음악 산업 종사자들, 그리고 각 음악 축제 관련자들이 어떤 면을 관심 있게 지켜보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단 공통적인 추세로는, 세계 유명 음악 축제들은 대부분 장르를 보다 세부적으로 나누어 축제의 성격을 확실히 규정짓거나, 또는 커다란 주제를 가지고 장르를 넘어 확실한 전달력을 가지고 있다는 특성이 있다. 그리고 단순히 음악이라는 예술 형태를 연주자와 관객들이 공유한다는 차원을 넘어, 그 속에서 역사, 관습과 언어 등 특정 문화 또는 다양한 문화 형태를 공유하기도 한다. 이처럼 각 축제들의 성향을 잘 파악한다면, 우리 음악 연주자들에게는 세계 진출의 좋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고, 음악 애호가들에게는 보다 다양한 음악과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관문이 바로 세계 유명 축제들일 것이다. 물론 이런 축제들을 살펴보면, 극동 아시아에 자리 잡고 있는 우리나라의 물리적,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면을 감안하더라도, 지난 2012년 4월 영국 월드뮤직 전문 잡지 송라인즈(Songlines)가 84호에서 선정, 공개한 세계 유수의 음악 축제들의 목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송라인즈는 영국 내 10개의 여름 음악 축제 명단과 함께 최우수 국제 음악 축제 25개의 목록을 함께 공개했는데, 이 목록은 세계 진출을 모색하는 아티스트들이나 음악-공연 산업 종사자들, 그리고 관련 학생들에게는 하나의 지침이 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들일 것이다. 특히 이 송라인즈에서 선정한 음악 축제들은 일관된 공통점이 있다. 단순히 음악 공연의 나열이 아니라, 공연의 취지와 성격, 축제 내용 등이 잘 꾸려져 있다는 점이다.

Songlines 25 of the Best International Festivals 발표가 실린 Songlines 2012년 6월호(#84) 표지

Songlines Top 10 UK Summer Festivals (2012년 4월27일자 송라인즈 발표)

먼저 송라인즈가 선정한 영국 여름 축제들 열 개 의 목록을 보자.

Songlines Top 10 UK Summer Festivals

Africa Oyé
Big Session Festival
Cambridge Folk Festival
HebCelt Festival
Larmer Tree Festival
Latitude Festival
Norfolk & Norwich Festival
Rhythms of the World
Shrewsbury Folk Festival
WOMAD Charlton Park

Songlines 25 of the Best International Festivals

Africa Festival, Germany
Chicago World Music Festival, USA
Druga Godba, Slovenia
Essaouira Gnawa & World Music Festival, Morocco
Ethno Port, Poland
Fes Festival of Sacred Music, Morocco
Festival on the Niger, Mali
FMM Sines, Portugal
Førde Traditional and World Music Festival, Norway
Guca Trumpet Festival, Serbia
Jeonju International Sori Festival, South Korea
Jodhpur RIFF, India
Kriol Jazz Festival, Cape Verde
La Grande Rencontre, Québec
Musiques Metisses, France
Oslo World Music Festival, Norway
Rainforest World Music Festival, Borneo
Sakifo Festival, La Réunion
Sauti za Busara, Zanzibar
Savannah Music Festival, USA
Sfinks Festival, Belgium
Sommelo Festival, Finland
Sziget, Hungary
Warsaw Cross Cultural Festival, Poland
WOMADelaide, Austra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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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뮤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먼저 ’워마드 페스티벌WOMAD’로 잘 알려져 있는 워마드 찰튼 파크(WOMAD Charlton Park)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70년대부터 태동하기 시작해 80년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개최되었던 워마드 페스티벌의 현재 이름이다. 오랫동안 레딩(Reading)에서 개최되던 이 축제가 최근에는 찰튼 파크로 자리를 옮겨 행사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워마드 아델라이드WOMADelide’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서 매년 벌어지는 워마드 가운데 일종의 메인 이벤트라고도 할 수 있는 워마드 찰튼 파크는 우리가 앞으로도 꾸준히 눈여겨봐야 할 가장 중요한 월드뮤직 페스티벌이다. 워마드 찰튼 파크에 이어 ’세계의 리듬 축제(Rhythms of the World)’와 ’라티튜드 페스티벌(Latitude Festival)’ 역시 음악 애호가라면 낯설지 않은 영국 내 유명 음악 축제들이다. 특히 세계의 리듬 축제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이미 친숙한 아프리카 전통 리듬이 어떻게 다양하게 변모했는지를 읽을 수 있는 축제이다. 이와 비슷한 ’아프리카 오예(Africa Oyé)’ 역시 송라인즈에서 선정한 또 하나의 아프리카 음악 축제이기도 하다.

영국에서 선정한 자국의 음악 축제인 것을 감안할 때, 축제의 이름만 놓고 본다면 ’캠브리지 포크 페스티벌(Cambridge Folk Festival)’이나 ’노포크 & 놀위치 페스티벌(Norfolk & Norwich Festival)’, ’쉬류즈베리 포크 페스티벌(Shrewsbury Folk Festival)’ 등도 눈여겨봐야 할 축제들이다. 그러나 이름에서 오는 ’영국 전통’ 페스티벌의 선입관과는 달리, 이 음악 축제들은 전통 음악에 기반을 둔 세계 곳곳의 연주자들이 초청되며, 해마다 다양한 지역 음악이 일관된 주제를 통해 소개되고 있고, 영국 각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음악의 다양성을 소개한다는 취지로 이 축제들이 구성되어 있음을 이해한다면 좋을 것이다. 특정 지역이나 장르만을 고집하거나, 지나치게 비대해지면서 축제 본연의 성격을 잃은 채 변질되는 세계 유수의 페스티벌을 생각해볼 때, 본래의 색채를 잃지 않으면서도 다양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런 면에서 이 열 개의 영국 내 축제들은 매년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다양한 기획과 치밀한 축제 운영의 묘가 더해졌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2012 전주소리축제 포스터

송라인즈 세계 음악 축제 중 유일한 한국의 축제, ’전주세계소리축제’

송라인즈의 선정 기준과 내용을 국제 음악 축제로 적용한다면 그 답은 더욱 명확해진다. 세계 음악 축제들 가운데 선정된 스물다섯 개의 축제들은, ’국제 음악 축제(International Music Festival)’이라는 기치를 내 건 것에는 공통된 특성이 있지만, 이런 주제를 그 지역 음악과 문화적 전통과 결합해 매년 확장, 발전시킨다는 점을 주안점으로 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여러 전통 음악 축제들 가운데 송라인즈가 ’전주세계소리축제(Jeonju International Sori Festival)’를 선정한 이유를 점검해보면, 여전한 행사 운영 미숙을 비롯한 몇 가지 문제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래의 가치와 행사 내용에 주안점을 둔 부분에 후한 점수를 주었음을 알 수 있다. 어떤 음악 축제든지, 본연의 기치를 잃지 않고 일관된 주제-전주세계소리축제는 항상 우리의 소리를 알차게 기획해왔다-를 오랜 세월동안 꾸준히 지속적으로 이어간다는 점은 전주 세계 소리 축제 이외에도 우리나라에서 매년 개최되는 여러 지방 자치단체 음악 예술 행사에서 곱씹어봐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송라인즈 관계자는 제한된 시간과 물리적 여건(영국과 한국의 거리 등)을 감안할 때 때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음악 축제를 전부 돌아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국 내 명성과 행사 일정 등을 감안해 전주세계소리축제는 결코 세계 유수의 국제 음악 축제와 어깨를 견주어 훌륭한 행사임은 부인할 필요가 없으며,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2012 레인포레스트 월드뮤직 페스티벌 포스터 2012 시카고 월드뮤직 페스티벌 로고

그 외의 주목해야 할 ’국제 음악 축제’

전주세계소리축제가 한국인의 손으로 한국 전통 음악의 권위를 만든 자랑스러운 축제라면, 송라인즈 축제 목록에는 지역 음악을 특화한 축제에서 벗어나 세계의 음악을 아우르는 이름 그대로의 ’국제 음악 축제’들도 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 보르네오 섬에서 개최되는 ’레인포레스트 월드뮤직 페스티벌(Rainforest World Music Festival)’, 벨기에의 ’스핑크스 페스티벌(Sfinks Festival)’, 미국 ’시카고 월드뮤직 페스티벌(Chicago World Music Festival)’은 명성 이상으로 알찬 내용을 자랑하는 굴지의 음악 축제이며, 워마드 페스티벌의 국제판 중 가장 오랜 전통과 내용을 자랑하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워마델라이드(WOMADelaide)’ 역시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음악 축제이다. 언급한 축제들 이외에도 장르의 특성을 극대화시킨 음악 축제들이 있는가 하면, 지역의 전통 음악과 세계의 음악을 한자리에 아우르는 음악 축제들도 발견할 수 있으며, 대한민국 전주와 판소리라는 등식보다는 특정 지역의 음악을 전혀 다른 곳에서 활성화시킨 축제들도 발견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연주자들 가운데에는 80년대 이후 ’김덕수 사물놀이패’를 시작으로, 2000년대 초반 ’들소리(Dulsori)’를 거쳐 이제 상당히 많은 국내 유명 연주자들이 세계 유수의 음악 축제에 초정되어 무대에 서고 있다. 그 가운데에는 송라인즈에서 선정한 영국 10대 음악 축제와 25개의 국제 음악 축제 무대를 비롯해 이 목록에 미처 선정되지 않은 여러 유명 축제들 - 월드뮤직 엑스포라 불리는 ’워멕스WOMEX’ 등이 있으며, 실제로 우리의 음악이 행사 개막 연주회로 선정되어 ’바람곶’, ’토리 앙상블’, ’비빙’, ’거문고팩토리’ 등이 워멕스 공식 개막 행사로 초청받아 연주한 전례가 있다.

2012 레인포레스트 월드뮤직 페스티벌 포스터 2012 시카고 월드뮤직 페스티벌 로고

우리의 음악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국제적인 음악 축제는 반드시 특정 지역과 장르에 국한되지 않으며, 세계 진출을 꿈꾸는 우리의 연주자들은 이런 국제 음악 축제의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대중음악 축제였던 1967년 ’몬테레이 팝 페스티벌(Monterey Pop Festival)’에서는 인디아의 전통 음악 공연 - 절대로 퓨전 형태도 아니었던 ’라비 샹카르(Ravi Shankar)’의 ’라가(Raga)’ 공연이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음악의 본질에 관한 접근은 장르나 지역, 관습과 문화를 뛰어넘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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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한국은 다문화사회로서 진입되었고, 지금이 바로 다문화 음악을 이야기 할 시기]]> 한국은 다문화사회로서 진입되었고, 지금이 바로 다문화 음악을 이야기 할 시기
[포커스] 세계음악 학회 리뷰


한국에도 ‘다문화 사회’가 시작 되었다. 최근에는 그와 관련된 정부의 정책이 논의되기도 하고, ‘다문화주의, 동서 석학에게 묻다’와 같은 주제의 학술대회가 개최되는 일이 빈번해졌다. 음악계에서도 ‘다문화 사회와 음악’이라는 주제로 지난 11월 17일 북촌창우극장에서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김희선 학술대회 조직위원장 인사 ©나승열 문화체육관광부 김재원 예술정책관님 축사 ©나승열
강선대 월드뮤직센터 재단 이사장 개회사 ©나승열

다문화 사회의 사전적 의미는 ‘한 국가나 한 사회 속에 다른 인종·민족·계급 등 여러 집단이 지닌 문화가 함께 존재하는 사회’이다. 한국은 다문화 가정의 구성원 수가 2007년에 100만 명을 넘었고, 그 후 계속 증가하여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 <통계월보>에 의하면 국내 이주민은 1,437,576명(2012. 8.31)이다. 이와 같은 통계는 한국인 다문화사회로 전환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재단법인)월드뮤직센터와 세계음악학회의 공동 주최로 개최된 이번 학술대회는 ‘다문화 사회와 음악’이라는 큰 주제 속에서 ‘글로벌 현황과 우리의 실천적 과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되었다. 국내외 6명의 학자의 주제발표가 3개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되었으며, 3명의 토론자의 날카로운 질의가 있었고, 한국음악이론가는 물론, 음악인류학, 음악사회학, 음악교육학, 종족음악학 등 다방면의 학자와 일반인들이 참여 하였다.

다문화 사회와 음악의 글로벌 양상

제1부에서는 글로벌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2명의 미국학자가 초청되었고, ‘다문화 사회와 음악의 글로벌 양상’이 소개되었다. 피츠버그대학교의 앤드류 와인트럽 교수(Andrew Weintraub, University of Pittsburgh)는 "다름을 구성하기: 인도네시아와 미국에서 음악과 다문화주의(Making a Difference: Music and Multiculturalism in Indonesia and the United States)"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이 논문은 미국과 인도네시아에서 행해지고 있는 다문화 주의에 관한 담론과 관습에 관한 연구이다. 다문화주의가 무엇인지, 언제, 그리고 왜 생겨났는지, 누가 다문화주의를 만들었으며, 누구를 위해 그것이 실행되었는지 보여주었다. 앤드류 교수는 ‘문화’를 ‘정치’의 영역으로 보았으며, 음악적 사례를 영상으로 제시하였는데 아주 흥미로운 프레젠테이션이었다.

한편, 하트포트 대학교의 앤써니 라우치 교수(Anthony T. Rauche, University of Hartford)의 발표 논문은 "이태리계 미국인의 음악: 21세기 새 질서에서 구세계 정체성과 커뮤니티(Italian American Music: Old World Identity and Community in the 21st Century New World)"으로, 이태리 이민자들이 구축한 미국속의 이태리 음악 문화의 연구이다. 이태리 계 미국인들이 구축한 노래 전통과 음악활동, 그리고 대중음악이 그들의 민족적 공통체적 정체성을 상징하는데 있어서 강력한 문화적 힘이 되어 왔다는 사실을 주장하였다.

 

앤드류 와인트럽 피츠버그대학 교수 발표 ©나승열 앤써니 라우치 하트포드 대학 교수 발표 ©나승열

앤드류와 앤써니 교수가 논문에서 제시한 미국과 인도네시아의 사례는 ‘다문화사회는 우리에게 어떤 생각의 전환을 요구하는지’, ‘다문화 사회의 음악적 양상은 어떠한 방식으로 전개되고 어떠한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등의 숙제를 갖고 있는 한국의 다문화 사회에 좋은 사례를 제시하였다.

한국의 다문화 음악의 실행과 적극적 실천

강연희 박사와 김희선(국민대학교) 교수의 논문은 한국의 다문화 음악의 실행과 실천을 모색한 논문이다. 강연희 박사는 그동안 이주민 음악활동에 대하여 가장 왕성한 연구를 하고 있는 학자이다. 베트남 이주민을 중심으로 음악활동에 대한 음악사회학적인 연구를 한 강박사의 논문은 베트남 이주민의 음악활동 현장조사를 통해서 이들의 음악활동 기회와 등장배경을 조명하였고, 더 나아가 음악활동과 국내 사회와의 관계를 음악사회학적인 시작으로 바라본 연구결과물이다. 결혼이민자와 이주노동자,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베트남음악이 국내에 소개되었지만, 결론적으로 아직은 한국문화에 직접적인 변화는 없다는 것을 피력하였다. 그의 발표를 들으며 우리의 <아리랑>처럼 베트남 국민들을 대표하는 민요가 궁금해졌으며, 우리가 진정한 다문화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타 민족’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해야할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한 논문이다.

토론 (1부) ©나승열

김희선 교수의 논문은 월드뮤직의 개념과 전 세계적 흐름을 살피고, 한국에서의 전개양상과 그 문화적 의미를 고찰한 연구이다. 월드뮤직이 세계음악계에 새롭게 부각되고 있고, 한국에도 최근 ‘월드뮤직’이라는 범주가 급부상하고 있는 현실에서 그 의미와 향후의 전개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 논문은 매우 시의 적절한 논문이다. 토론자인 이용식 전남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월드뮤직’은 실제로 아직도 그 정체성이 모호하고 아직도 혼동 상태라는 지적과 함께 한국음악계에서 문화적 전통성과 범세계적 흐름을 조화시키는 ‘월드뮤직’이 자리 잡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에 대한 날카로운 문제제기를 하였다.

한국 다문화 음악교육의 현황 및 전망

한국의 다문화 사회의 진입은 음악교육의 내용을 바꾸었다. 민경훈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는 “다문화교육으로서 음악교육의 필요성과 역할”을, 세계음악학회 회장 박미경 교수는 “세계음악연구와 다문화음악교육, 그 만남의 지점”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이 두 편의 논문은 한국 다문화 음악교육의 현황 및 전망을 연구한 성과물이다.

세계화를 추구하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고려해 보면, 다양한 음악문화를 담아내는 음악교육 필요성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21세기의 다문화 음악교육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와 문화의 다양성이 충분히 수용되도록 그 내용을 확대시키는 추세이다. 민경훈 교수의 논문은 타문화를 이해하고, 세계화에 바탕을 둔 다문화 음악교육을 거론했으며, 다문화 음악교육의 접근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토론 (2부) ©나승열



박미경 교수의 발표논문은 세계음악연구와 다문화 음악교육과의 만남의 지점에 대한 연구이다. 특히 한국의 다문화 음악교육에 관한 선행 연구를 조사하였고, 통계와 함께 특징을 분석하였다. 박교수의 논문은 다문화 음악교육의 현 시점을 파악하는데 매우 유용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연구이다.

하지만 다문화 음악교육 문제를 다루면서 국제결혼으로 태어나 초등학교에 입학한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배려한 다문화 음악교육에 관련된 내용의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움이다. 최근 3~4년 동안 외국인과 결혼하는 수가 전체 결혼자의 10%를 넘고 있으며, 또한 매년 3만 명 이상의 동남아 여성들이 한국인과 결혼을 하면서 다문화 가정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엄마 나라의 음악문화를 음악 교과에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이 바로 다문화 사회와 음악의 기능을 논의할 시기

오랫동안 단일민족으로 정체성을 강조해 왔던 한국은 이제 점차 다문화 사회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화의 추세에 따른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단일민족의 신화를 굳건히 지켜 온 문화전통과 민족 정체성에 근본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개최된 세계음악학회의 2012 국제학술대회 시의 적절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학회에서는 다문화 사회가 가진 다양한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관점의 변화가, 음악의 변화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음이 확인되었으며, 다문화 사회로서의 한국의 음악 문제가 다각도로 논의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다.

참석자 사진 ©나승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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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Apro <![CDATA[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다]]> 내일은 더 나아질 것이다
[포커스]발칸반도의 공연예술 트렌드와 이슈


지난 10월 진행된 ‘서울아트마켓(PAMS, Performing Arts Market in Seoul)'에서 동유럽 포커스 세션이 마련되어 동유럽 지역의 공연예술의 현황과 이슈를 살펴보고 국내 전문가들과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