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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다, 사회로 연극을 바꿀 수 있다
[공간] 연극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다, 사회로 연극을 바꿀 수 있다
작성자 : 김요안_두산아트센터 프로듀서 2013.01.29 아시아 > 한국

연극으로 사회를 바꿀 수 있다, 사회로 연극을 바꿀 수 있다
[집중조명]한영 커넥션 사업 영국 방문 리서치 기관 리뷰3 (Traverse, Young Vic)



출발점은 ’아트 인큐베이팅’에 대한 고민이었다. 두산아트센터에서 2007년부터 아트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지금 이곳에서 내가 동료들과 함께하고 있는 일은 어떤 의미를 가지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것인가에 대한 만 5년의 고민이 책상 위에 수북했다. 지난 5년의 흔적과 앞으로의 방향을 살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영국문화원에서 영국 공연예술계 아트 인큐베이팅 현황에 대한 리서치를 공모했다. 공연 일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긴 출장이 될 이 리서치에 지원했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영국 극장, 작가, 프로듀서는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들과 이야기하는 것은 설레는 일이었지만, 동시에 내 부족함을 드러내는 것이었다. 같은 눈높이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까? 두산아트센터와 리서치 동료들의 격려가 나를 그들의 눈높이로 올려 주리라 믿고 떠났다. 3주 간의 리서치 중 첫 주간은 이번 리서치 동료들과 함께한 공동 리서치였다. 다음 두 주간은 트래버스(Traverse) 극장과 영빅(Young Vic) 극장에서의 각각 1주의 개별 플레이스먼트였다. 나는 운 좋게 영국에서 가장 치열하게 연극 창작의 전통을 일군 2개 제작 극장에서 책상 한 칸을 얻게 되었다. 아마도 나만큼이나 그들에게도 꽤나 불편하고 낯선 바라봄일 것이다. 그곳에서 나는 사회와 대화하며 연극을 바꾸고 다시 사회를 바꾸는 열정적인 극장과 극장 사람들을 만났다.

                                 트래버스 사무실 내 전경  

트래버스(Traverse), 새로운 희곡쓰기로 사회를 새로 써가다

트래버스를 소개하는 말 중의 하나는 ’뉴 라이팅의 진원지’라는 말이다. 1963년 이래로 현재까지 로얄 코트(Royal Court)와 함께 영국 현대희곡 창작을 이끄는 극장으로서, 다양하고 새로운 동시대 신작 개발을 위한 체계적인 작품 개발과정과 젊은 극작가 양성을 위한 폭넓은 프로그램을 구축해온 극장이다. 트래버스를 상징하는 ’뉴 라이팅(New Writing)’은 만 50년의 시간 동안 트래버스 내에서 고유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해 왔는데, 이것은 단순한 희곡쓰기나 작품창작을 넘어, 극장의 정체성과 프로그램을 결정하는 핵심이 되고 있다. ’뉴 라이팅’은 한발 더 나아가 트래버스의 교육 프로그램과 사회 참여로까지 연결되는 고리가 되고 있었다. 트래버스의 ’뉴 라이팅’을 매개로 한 교육 프로그램으로는 클래스 액트(Class Act), 영 라이터 그룹(Young Writers Group), 스크러블(Scribble), 오픈 라이트/아웃 라이트(Open Write/Out Write)가 있다. 클래스 액트는 23년간 운영해온 가장 오래된 교육 프로젝트로, 전문 연출가와 배우들이 지역 학교 학생들과 함께 학생들의 새로운 단막극을 개발하는 작업이다. 최종 결과물은 트래버스 무대 위에 올려지며, 후에 책으로도 발간된다. 현재까지 50개 이상 학교에서 1,200명 이상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영 라이터 그룹은 18~25세 작가들을 위한 2년 과정의 희곡창작 워크숍이며, 전문 극작가들이 주 단위로 극장에서 지도해주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스크러블은 이보다 더 어린 14~17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일 년 과정의 글쓰기 교육프로그램으로 결과물은 인근의 청소년 극장에서 올려질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이러한 젊은 작가 발굴/지원 프로그램은 모두 무료로 이루어지며, 1년 이상의 장기적인 프로그램이다. 특히 극작가를 발굴하고 교육하는 대상을 청소년층으로까지 아래로 넓힌 점은 국내의 희곡 창작 교육이 주로 예술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신진 작가 지원/교육 프로그램은 지역사회 및 기업이 후원하고 있다.

                                 ’젊은 작가 그룹(young writers group)’을 안내하고 있는 트래버스 홈페이지  

오픈 라이트/아웃 라이트 프로그램은 앞서의 프로그램보다도 더 나아간 사회 참여적인 성격을 띠는데 이 프로그램들은 지역 교도소 수감자를 대상으로 한 희곡 창작 작업으로, 수감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단막극을 창작하게 하고, 이를 트래버스와 교도소에서 공연으로 올리는 프로젝트이다. 이러한 희곡 창작과 연극의 힘에 대한 확신과 열정, 그리고 이를 사회참여로까지 연결시키는 트래버스는 스코틀랜드 지역을 넘어 영국 전역에서 존경받는 극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사회 참여와 뉴 라이팅을 결합한 트래버스만의 신진작가 지원프로그램은 트래버스와 다양한 젊은 극작가를 연결시키는 좋은 바탕이 되고 있으며, 트래버스는 젊은 작가 지원과 신작 개발에 대한 이러한 선도적인 이미지 속에 영국을 넘어 영어권의 젊은 작가에서부터 시작해 중견 협력 작가에게까지 폭넓은 작가풀을 통해 다양한 신작의 시드(seed)를 확보 개발하고 있다. 이러한 트래버스의 신작은 극장의 상임 연출과 협력 연출, 협력 작가와의 협업과 멘토링에 의해 발전되며 이렇게 만들어진 작품은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을 통해 전 세계 공연관계자와 관객에게 선보이게 된다. 연중 이루어지는 다양한 신작 개발의 결과물이 이렇게 프린지 페스티벌이라는 거대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퍼질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다. 프린지 페스티벌과 극장의 신작 개발을 연결 짓는 이러한 전략은 트래버스의 선도적 제작극장으로서의 위치로 더욱 확고하게 만들고 있다. 트래버스는 프린지 페스티벌 외에도 다양한 장르에 걸친 다양한 페스티벌을 주최하고 있는데, 피지컬 시어터/인형극/애니메이션장르 페스티벌인 ’조종하는 시각극장 페스티벌(Manipulate Visual Theatre Festival)’, 어린이극 페스티벌인 ’상상 페스티벌(Imaginate Fesival)’, 무용 및 다원/복합장르를 아우르는 ’트래버스의 가을(Autumn at the Traverse)’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동시대 극의 다양성과 새로운 젊은 예술인들을 포용하고 있다. 올해는 극장 개관 50주년을 맞으며 전 세계 젊은 작가 50명을 공모로 선정하여 1년간 신작을 개발하는 프로젝트도 이벤트로 진행하고 있다.

                                 영빅(young vic) 2013 시즌 작품들  


영빅(Young Vic), 새로운 사회적 관점으로 연극을 새로 연출하다

2차 대전 직후 젊은 관객을 대상으로 한 고전연극 교육기관으로 출발한 영빅은 운영상의 여려 변화를 겪다가, 1970년 현 극장 터인 런던 버러 지역에 젊은 관객과 젊은 연극인 육성을 목적으로 한 새로운 국립극장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2차 대전 전몰지인 버러 커트 지역의 유일한 잔존 건물인 정육점 건물을 증축하여 지었다고 한다. 영빅은 설립 초부터 기존의 고전연극을 새롭게 해석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연극인들과 새로운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으며, 이러한 전통은 현 극장의 신진예술가 지원 및 신작 개발의 전통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로얄 코트 등이 당대 현대 희곡의 발원지로 큰 명성을 얻고 있다면, 영빅은 고전 작품을 새롭게 ’도축해낸’ 젊은 연출가와 배우들을 위한 성지로서 또 다른 명성을 얻고 있다. 영빅의 예술 교육 및 공연 프로그램이 특히 연출가 육성에 큰 장점을 보이는 것은 상당부분 이러한 고전 재창작의 전통에서 비롯된다. 극장의 연출적인 개방성은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수용하기 위해 고전을 동시대적 상황과 인물로 각색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다양하고 과감한 새로운 실험이 함께 이루어진다.

 

영빅 제작 공연 <인형의 집(A Doll’s House)>
포스터, Photo © Johan Persson

영빅 taking part

사회적 참여에 적극적인 영빅 예술감독인 데이비드 랜(David Lan)은 영빅의 미션을 ’지금과 미래의 위대한 관객을 위한 위대한 연극 제작’에 두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와 국제적인 이슈, 소수자에 대한 소재도 과감하게 수용한다. 420석의 중극장과 2개의 소극장을 갖춘 영빅은 이러한 극장의 미션을 구현할 수 있도록 모든 공연에 있어 자유롭게 연출이 가능한 오픈무대를 제공하며, 객석도 공연별로 각각의 무대 디자인과 연출에 맞도록 직접 단을 쌓아 만드는 방식으로 설치한다. 교육 프로그램은 영빅의 시작이 교육 프로그램에서부터였던 만큼, 독자적으로 오랜 시간 구축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있다. 이를 전담하는 부서는 테이킹 파트(Taking Part)라는 팀으로 연중 독자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테이킹 파트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 중 특히 흥미로운 프로그램은 학교연극축제(Schools’ Theatre Festival)와 투 버러 프로젝트(Two Boroughs Project), 연출가 네트워크(Directors Network) 프로그램이다.
학교연극축제는 인근 지역 학교를 대상으로 매년 진행하는 프로젝트이며 매년 14개 학교가 이 축제를 통해 영빅 메인극장에서 공연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제작 과정에 영빅의 공연 전문스탭이 지원하며, 진행과정은 단편 다큐멘터리로 제작되기도 한다. 투 버러 프로젝트는 영빅의 대표 관객 개발 프로그램이다. 극장 인접 지역인 램버스(Lambeth)와 서더크(Southwark) 두 개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무료 관극의 기회를 제공하며 민간재단의 후원금을 통해 전체 박스의 10%에 달하는 양의 무료 관극 티켓 구입가를 해결한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새로운 지역 잠재관객에게 첫 무료 관극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며, 이 프로그램을 통해 영빅은 인근 지역 내 탄탄한 관객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나아가 지역 내의 약물중독자 등을 위한 연극 연계 재활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연출가 네트워크 프로그램은 젊은 예술가를 지원하는 핵심 프로그램으로, 특히 커리어 초기에 어려움을 겪는 젊은 연출가들을 위해 네트워크를 구성 지원하며, 무료로 공간과 정보 및 연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할인된 공연 관람 기회와 비평 포럼 등을 마련한다. 현재 800명 이상의 젊은 연출가가 참여하며, 영빅의 주요한 공연 모니터이자 잠재적인 육성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영빅은 이러한 확장된 교육과 사회참여 프로그램, 예술가 네트워크 지원을 통해 새로운 공연을 이끌고 수용할 젊은 예술가와 젊은 관객을 양성하고 있다. 이러한 영빅의 시도는 장기적으로 지역 사회와 젊은 예술가들의 바람을 새로운 연극에 반영하여 연극 자체를 바꾸게 하는 강력한 힘으로 작용하게 된다.


극장, 오래된 미래

트래버스와 영빅, 두 개의 다른 극장을 오가며 경험한 시간은 두산아트센터에서 진행하고 있는 현 아트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대해 다시금 바라볼 수 있게 해준 소중한 기회였다. 그들이 오랜 시간 쌓아올린 ’사회를 통해 연극을 바꾸고, 연극을 통해 사회를 바꾸는 전통’은 우리에게는 ’오래된 미래’처럼 보이는 것들이다. ’연극은 사회를 바꿀 수 있는가?’, ’사회는 연극을 바꿀 수 있는가?’ 해묵은 질문에 두 극장은 분명 "그렇다"라고 답한다. 멀리서 바라본 두산아트센터에서 나와 동료들의 흔적은 어떤 과거이고 현재이며, 미래일 까? 3주간의 리서치는 모든 답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맞는 길이라도 앞으로 오래 더 가야한다는 것만은 분명한 진실일 것이다. 다만, 우리는 그들보다 좀 더 빨리 걸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인답게.


"예술이란 사람들 간의 끊임없는 다층의 대화이다.
당신이 끼어들지 않는다면
그 대화는 당신 없이 진행될 것이다."


영빅 예술감독 데이비드 랜

-인터뷰 집의 케이트 틴들(Kate Tyndall)이 진행한 데이비드 랜 인터뷰에서




관련링크

스크러블 프로그램 유튜브 영상 바로가기

영빅에서 제작된 흥미로운 작업들은 디지털 씨어터라는 사업을 통해 단편영화로 제작되어 젊은 관객에게 새로운 콘텐츠로 제공되기도 한다. 2012년 연극으로 올려져 호평받은 <인형의 집>은 가디언과 함께 단편 영화로 제작되었다. 관련 가디언(Guardian)지 영상 바로가기

기고자프로필

김요안_두산아트센터 프로듀서

김요안은 광고회사 오리콤 AE, 공연기획사 악어컴퍼니 기획, 동숭아트센터 씨어터컴퍼니 프로듀서를 거쳐, 2007년 개관부터 두산아트센터의 공연 프로듀서로서 재직하고 있다. 아트 인큐베이팅을 주 업무로 하고 있으며, 아트 인큐베이팅에 관심 있는 국내외 단체들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잠재력 있는 창작자와 단체를 연결하고, 새로운 작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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