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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소통을 위한 창조 공간, 라브리케트리(La Briqueterie)
[공간] 기억과 소통을 위한 창조 공간, 라브리케트리(La Briqueterie)
작성자 : 조경희_파리3대학 영화과 박사과정 2014.05.15

기억과 소통을 위한 창조 공간, 라브리케트리(La Briqueterie)
[공간] 라브리케트리-프랑스 발드마른 안무개발센터


프랑스 발드마른 안무개발센터(CDC: Centre de Développement Chorégraphique)인 라브리케트리(La Briqueterie:벽돌공장)을 방문하기 위해 파리 근교 비트리쉬르센느(Vitry-Sur-Seine)시를 찾았다. 고풍스럽고 화려한 파리와 달리 무미건조한 빌딩과 들과 임대아파트가 즐비한 변두리 풍경이 펼쳐졌다. 역사적으로 제조업이 발달한 이 도시에서 현대무용센터를 찾아간다는 것에 적잖은 어색함이 밀려왔다. 그러나 길에서 마주친 비트리쉬르센느의 주민들은 라브리케트리에 대한 호기심과 자부심을 수줍게 내비쳤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

1867년에 세워진 라브리케트리는 100년 동안 벽돌공장이었고, 재건축을 거쳐 2013년에 안무개발센터로 다시 문을 열었다. 라브리케트리가 위치한 길에 들어서자 벽돌공장의 높은 굴뚝과 옛 흔적을 간직한 건물의 측면이 보였다. 주위가 어두워지면서 얀 토마(Yann Toma)의 설치작품인 <트랜스 코르(TRANScorp: 변형된 신체)>가 건물 주위로 푸른 네온 빛을 뿜어냈다. 이 작품은 라브리케트리 건물의 부활과 에너지를 상징하는 ‘푸른빛’을 통해 안무개발센터로 이어지는 공장의 건재한 생산성을 표현한다. 건물 정면을 마주하자 3400 m2 면적 규모를 지닌 라브리케트리의 단아한 자태가 드러났다. 필립 프로스트(Philippe Prost)의 재건축은 옛 벽돌공장의 뼈대와 벽면을 보존하고 신소재와 나무제재를 덧 붙여 옛 것과 현대 디자인의 조화를 이뤘다.

라브리케트리(La Briqueterie)

라브리케트리의 야경

라브리케트리(La Briqueterie) 라브리케트리의 야경

라브리케트리의 내부로 들어서자 1층 홀에 테이블이 널찍하게 있고 그 주위로 무용수들이 보였다. 그들은 식사 중에도 쉴 새 없이 동작을 만들고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논의하고 있었다. 건물견학은 라브리케트리의 디렉터인 다니엘 파비에(Daniel Favier)의 안내로 이뤄졌다. 건물입구를 기준으로 왼쪽은 층별로 공연기획 및 행정 사무실들이 촘촘히 모여있고, 오른쪽은 무용수들의 작업 공간인 4개의 스튜디오와 최신기술시스템이 구축된 공연장이 있었다. 그 중 1층 홀은 행정사무실과 무용작업공간의 교차로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그는 “행정가들은 무용인들의 창작세계를 이해하고 무용인들 또한 행정가들의 일상과 고민을 알아야 합니다.”라며 이들 간의 일상적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축제풍경@워메들레이드

Ready for Takeoff@애들레이드 프린지

라브리케트리 복도 라브리케트리 스튜디오

라브리케트리는 스튜디오와 공연장 외에도 실내외의 모든 공간이 연습과 공연을 위해 사용되는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일 층과 반 이 층의 공간은 옛 공장의 벽돌 가마터였는데 높고 둥근 천장을 보존하여 최대한 공간을 비워놓았다. 이는 언제든 무용수들이 몸짓을 펼칠 수 있게 하여 최상의 공연을 선보이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극장과 일부 스튜디오들은 기존 건물에 이어진 새 건물에 자리했다. 캐나다식 친환경 난방도 인상적이었다. 라브리케트리 건물은 어느 곳이나 옛 건물과 새 건물의 경계선을 자랑스럽게 드러내고 있었다. 스튜디오 내부 공간은 옛 벽돌공장의 벽면을 보존하면서 최상의 음향과 바닥 시설을 갖췄다. 스튜디오 바닥판은 안전성과 탄력성을 위해 테니스공으로 지탱되는 구조로 지어졌다.

끊임없는 예술과 행정의 콜라보레이션

2013년도에 개장한 라브리케트리는 무용인들의 창작공간이며 관객을 만나는 공연장이다. 2003년 발드마른(Val-de-Marne) 도청이 건물을 매입하면서 안무개발센터(CDC) 설립이 결정됐고, 정부와 공동기획으로 현대무용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약 10년에 걸친 준비기간 동안 몇몇 무용수들은 아직은 버려진 것과 다름없는 건물을 훑으며 공간과 소통하는 작업을 가졌다. 당시 이 작업은 사치 노로(Satchie Noro)의 안무와, 에르베 니식(Hervé Nisic)의 연출로 라는 제목의 연작 영상물로 제작되었는데, 그 만큼 라브리케트리에 대한 무용인들의 기대는 컸다. 이 기대와 결실은 라브리케트리가 ‘안무개발센터’로 변화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작년에는 라브리케트리에서 17회 발드마른 무용비엔날레(Biennale de danse Du val de Marne)가 개최되어 2년 마다 현대 무용 축제의 장이 되고 있다. 프랑스 안무개발센터는 1995년 툴루즈를 시작으로 현재 전국에 세워진 11개의 안무개발센터는 1979년 발드마른 무용비엔날레 1회를 기점으로 프랑스 현대 무용계가 일궈낸 결실이다. 파비에는 “안무개발센터는 무용계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설립되었고 2006년 정부로부터 인정받기까지 무용인들과 공연행정가들의 협력으로 이뤄진 성과입니다”라고 그간의 노력을 설명했다.
17회 발드마른 무용비
엔날레 공식포스터

현재 라브리케트리는 발드마른 도청의 전폭적인 재정과 프랑스 수도권 지역문화청인 드락(DRAC: Direction Régionale des Affaires Culturelles)의 지원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국립무용센터(Centre National de Danse)의 지원을 받지만 수직적 구조가 아닌 협력적 관계를 갖고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지역, 국가, 그 경계를 넘어선 소통

라브리케트리는 병원, 발신국, 소방서, 학교 등을 짓는 벽돌 공장으로 오늘날 파리와 근교 도시를 만들어낸 생명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쇄락의 길을 걷고 있던 벽돌공장의 생명성은 자연스럽게 무용수들의 몸짓과 운동으로 부활했다.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라브리케트리에게 있어 기억을 공유한 이 공간과 주변 지역과의 소통은 당연한 예술적 방향으로 보인다.

최근 라브리케트리는 2013년 발드마른 무용 비엔날레에 <몸짓들과 일(Gestes et travail)>을 주제로 도구로 작업하는 동작들을 토대로 작품을 선보였다. 파비에는 “대부분의 주민이 제조업 노동자들이었던 이 지역의 역사에 경이를 표하는 것이며 동시에 무용수들의 창작도 노동자의 작업과 다르지 않음을 표현한 것”이라며 이 작품을 소개했다. 현재는 안무가 실방 그루드(Sylvain Groud)의 지휘 아래 100여명의 지역 시민들이 참여하는 <나는 실방 그루드를 위해 춤춘다(Je danse pour Sylvain Groud)>1) 프로젝트가 준비 중이다.

라브리케트리는 교육 공간으로 쓰기이기도 하는데, 최근엔 무용서적출간에 대한 주제로 학술회가 열렸다. 파리 8대학교의 석사 과정인 ‘몸의 기술과 치료의 세계’의 수업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실방 그루드(Sylvain Groud)의 <나는 실방
그루드를 위해 춤춘다> 연습 장면

‘연약한 신체’를 주제로 비트리쉬르시의 병원, 양로원, 암센터, 장애인 보호 협회 등의 협조로 학업 과정의 작품을 준비하기도 한다. 또한 지역 청소년을 위한 힙합 공연을 통해 젊은 관객에게 몸의 언어를 설명할 기회를 마련한다. 이 밖에도 ‘이웃의 날’에는 피크닉 형태로 진행되는 공연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역 주민들과 만나고 있다. 이와 같이 라브리케트리는 지역사회의 역사, 현재와 소통하는 창작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라브리케트리의 공간은 단지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닌 국가를 넘어서는 것이기도 하다. 레지던스 교환 프로그램을 통해 이곳에 머물면서 라브리케트리의 건축물과 주변 공간에서 영감을 얻고 창작할 기회를 만들고 있다. 현재 캐나다 작가인 조안 자리(Johanne Jarry)는 라브리케트리에 머물며 아뜰리에를 통한 관객과의 만남과 작업을 진행 중이다. 라브리케트리의 스튜디오는 보통 무용수들에게는 2개월, 무용단인 경우는 3년 단위로 대여된다. 파비에는 창작에 있어서 ‘시간적 개념’이 중요하다 말한다. 안무가와 무용수들에게 순차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작품을 개발하기 위한 시간과 장소의 조건은 필수적인데, 그런 의미에서 라브리케트리가 무용인들을 충분한 시간 속에서 오랫동안 맞이하길 바란다. 레지던스 입주는 개별적으로 지원되고 심사를 통해 결정된다.

1) 매년 9월 프랑스에서는 문화유산의 날(Journee du Patrimoine)을 지정하여 다양한 공연들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9월 20-21일에 열리는데, 이 작품은 ‘문화유산의 날’에 선보일 예정이다.
▲ 라브리케트리의 디렉터, Daniel FAVIER

모든 예술과의 만남을 꿈꾸다

라브리케트리 뿐만 아니라 연극 창작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발드마른은 라브리케트리에게 이 지역 연극단원들과의 공동작업을 가능케 했다. 라브리케트리가 발드마른 극단의 창작실로 사용되면서 무용과 연극의 공동작업이 기획되었다. 파비에는 “우리의 예술적 방향은 연극 뿐 아니라 조형예술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 장르까지 이어진다.”며 다른 예술과의 적극적인 만남에 나설 라브리케트리의 앞날을 전망했다.

라브리케트리의 예술적 방향은 오는 6월 11-15일 까지 5일 동안 열릴 메타모르포즈 페스티벌(Festival Métamorphoses)에서 집약적으로 선보여질 예정이다. 문화공간과 주민의 관계를 주제로 한 유럽연합의 문화프로그램이 기획되었고, 역사의 흔적을 보존하며 새롭게 태어난 3개의 현대 예술 공간이 창작을 위한 주제 공간으로 선정되었다. 주제 공간으로는 라브리케트리를 비롯해 벨기에 레브리지틴느(Les Brigittines-Centre d’Art Contemporain de Mouvement), 폴란드 자멕문화센터 (Centrum Kultury Zamek)가 뽑혔다. 지난 메타모르포즈에 참가하는 유럽 예술가들은 이 세 공간을 중심으로 변화, 일, 종교, 권력을 주제로 무용, 영화, 설치, 회화 작품들을 선보인다. 메타모르포즈 축제는 지난 4월 벨기에 레브리지틴느에서 열렸고, 5월의 폴란드 자멕문화센터를 거쳐 6월에는 라브리케트리로 이어진다. 대부분의 작품은 무료로 진행된다.
메타모르포즈 축제 로고

레브리지틴느(Les Brigittines), 벨기엘

레브리지틴느(Les Brigittines), 벨기엘

레브리지틴느(Les Brigittines), 벨기엘 자멕문화센터(Centrum Kultury Zamek), 폴란드

국가와 예술장르의 경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라브리케트에게 다가올 ‘2015-2016년 한불문화교류’는 관심의 대상이다. 파비에는 뤽 뻬통(Luc Petton)과 익스 니힐로(EX NHILO) 무용단을 통해 이미 한국현대무용의 역량을 익히 알고 있다며, 한국 전통무용을 실험적으로 해석한 ‘새로운 무용’을 선보이고 싶은 바람과 함께 한불문화교류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라브리케트리는 지역의 기억과 흔적을 담은 역사적 건축물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있다. 이는 단순한 과거와 현재의 접합이 아닌 매우 경제적이고 창조적인 기획이었다. 현대무용 작업공간은 창작자의 열의에 비해 늘 충분치 못했고 스튜디오를 마련하기 위한 공간 확보와 재정마련은 결코 쉽지 않았다. 현대무용의 자유로운 몸짓과 소통에 대한 열의는 라브리케트리 공간을 빌러 기억의 의미를 더욱 빛내고 있다. 무용수들이 스튜디오로 돌아간 터라 라브리케트리의 홀에는 어스름한 빛과 정적이 돌았다. 그러나 그 기둥과 벽 사이로 언제든 무용수들의 섬세한 몸짓과 돋움이 솟구칠 것만 같았다.


◎ 사진출처_프랑스 안무개발센터(CDC) 홈페이지


다니엘 파비에(Daniel FAVIER)
현대무용 행정전문가가 되기 전 10여 년간 롤리팡(L’Olifant)의 무용수로 활동했다. 6개 작품을 통해 프랑스와 외국에서 다수의 공연에 참가했다. 이와 병행하여 파리 3대학의 연극 박사준비과정(DEA)을 졸업했다. 국제공연기획에서 다수의 경험을 쌓았고 실력을 인정받았다. ‘Danse verticale Roc’ 무용단 행정담당과 아비뇽 이베르날레 축제 행정전문인, 프로젝트 개발 감독을 거쳐 2009년부터 발드마른 비엔날레 무용축제 디렉터와 라브리케트리 디렉터를 맡고 있다. 현재는 라브리케트리에서 유럽문화프로그램인 <메타모르포즈>, , 국제 교환 레지던스 프로그램, 국제 공동 제작 등을 기획하고 있다. 아비뇽 이베르날레에서 의 제작지휘를 맡고 있다.

기고자프로필

조경희_파리3대학 영화과 박사과정

조경희(CHO Kyoung-hee)는 프랑스에서 영화이론을 전공했으며 국제영화제에서 국내 영화인들의 수행을 담당했다. 파리의 중, 고등학교와 문화원에서 영화상영소개, 대학 학술제와 문화제에서 한국영화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2009-2013년 파리한국영화제(FFCP) 프로그래머로 활동했으며, 현재 학술회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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