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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 전문가들을 통해  해외 공연예술계의 주요 동향 및 이슈를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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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을 거부하는 것도 전통이다”
“전통을 거부하는 것도 전통이다”
작성자 : 정리 : 주소진 _ 예술경영지원센터 국제사업부 2011.11.01 아시아 > 한국

“전통을 거부하는 것도 전통이다”
[포커스] 좌담 - 아시아, 한국 전통음악의 현재와 미래


본 좌담은 2011 서울아트마켓과 ‘한국 음악으로의 여행 2011’(Journey to Korean Music 2011)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세계 월드뮤직 전문가들과 국내 전문가들이 만나 한국음악, 나아가 아시아음악의 가치와 본질을 짚어보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한국 전통음악 전문가 4인이 만나 변화하는 세계음악시장의 흐름과 현황을 통해 한국/아시아 음악의 위치와 가능성을 진단해본다.

일시 | 2011년 10월 13일(목) 오후 2시 30분
장소 | 국립극장 프레스룸
사회 | 윤중강 _ 국악평론가
패널 |
마틴 리버(Maarten Rovers) _ 라사세계문화센터(RASA Centre for World Cultures) 예술감독
랜디 레인-로쉬(Randy Raine-Reusch) _ 레인포레스트월드뮤직페스티벌(Rainforest World Music Festival) 예술감독
윤중강 _ 국악평론가
김규원 _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예술 연구실장

왜 한국 전통음악에 빠져 드는가

 

 

 

윤중강(이하 윤) : 먼저 처음 어떻게 한국 전통음악을 접하게 되었는지 각자의 이야기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마틴 리버(이하 마틴) : 20년 정도 되었다. 어린나이에 아버지를 괴롭히기 위해 불협화음이 들어간 음악을 많이 들었다. 유럽의 클래식음악부터 아방가르드음악, 20세기 음악, 재즈 등에 먼저 심취했다. 미국의 현대 작곡가들의 음악에 심취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슬람, 일본, 한국 등의 동양음악에 접근하게 되었다. 어느 날 우연히 박병천 선생님의 판소리를 듣게 되었는데 기존에 내가 들어오던 음악과 너무 다르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처음 한국 음악을 들었을 때는 소리나 리듬 등 청각적으로 좋았을 뿐 내용이나 줄거리에 대한 이해는 없었다. 지금은 그 내용이나, 판소리의 ‘주고받음’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소리뿐만 아니라 내용적인 측면도 이해하고 있다.

랜디 레인-로쉬(이하 랜디) : 한국 전통음악을 접한 지는 40년 정도 되었다. 당시 녹음되어있던 유네스코 시리즈를 통해서 처음 들었다. 1986년에 밴쿠버에서 김덕수 선생님과 만나 친분을 쌓을 기회가 있었고, 1987년도에 한국공연이 있어 한 달 일정으로 한국에 방문하게 되었다. 한국에 있는 동안 한국 전통음악을 공부하고 싶었고, 김덕수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산조, 시조 등 다양한 한국음악을 접하고 공부할 수 있었다. 공부와 함께 구입할 수 있는 모든 음반들을 구입했다.

나는 현대음악 작곡으로 음악공부를 시작했다. 현대음악은 새로운 소리를 항상 찾는다. 한국 전통음악을 접하면서 표현과 깊이에 감동을 받았다. 고통도 기쁨도 아닌 그 중간 상태의 소리가 마치 천국에서 나는 소리와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직 해외에서 한국 전통음악은 현대음악계나 프리재즈를 하는 아티스트 외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김규원(이하 김): 어렸을 때에는 한국 전통음악에 빠져있는 세대는 아니었다. 사물놀이를 듣는 정도가 다였다. 성인이 되어 본격적으로 듣기 시작했는데 처음 들었을 때 천당과 지옥을 오가듯, 극과 극을 오가는 체험을 하게 되었고 마치 번개를 맞은 것 같았다. 그러면서 급속도로 빠져들었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처럼 한국 전통음악에 빠져들게 되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겠지만 서구인들에게는 한국 전통음악의 어떤 부분이 빠져들게 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 궁금하다.

마틴 :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부분에 공감한다. 한국음악을 진짜로 이해하고 뜻을 알기 위해서는 일정정도 인생의 경험과 성숙이 있어야 귀와 머리와 가슴으로 들을 수 있다. 한국 전통음악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깊이 빠져들게 되는 것은 한국 전통음악이 자연의 소리와 가깝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샤머니즘에 근간이 되는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 전통음악은 바이브레이션을 통해 땅과 몸의 기운을 전하고, 박자는 동물적이고 본능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다. 한국 전통음악의 가치와 본질을 이야기 한다면 자연의 소리, 곧 사람의 소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마틴 리버 랜디 레인-로쉬 윤중강 김규원

한국 전통음악과 월드뮤직의 매력

: 한국에서 한국 전통음악의 가치를 이야기 할 때 ‘흥’ ‘한’ ‘신명’ 이 세 단어를 많이 사용하고 아시아 음악 중에서도 ‘긴장과 이완의 교체가 좀 더 색다르고 재미있는 음악’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랜디 : 마틴이 자연의 소리와 접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월드뮤직을 이야기 할 때도 많이 들을 수 있는 이야기이다. 현대문명에서는 손실된 인간과 자연의 대화가 음악에서 나타나는 순수한 형태의 표현이 음악으로 발현되는 것이다. 그러한 감정적인 표현이 한국 전통음악에서는 특히 많이 나타난다. 이것이 한국 전통음악과 월드뮤직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전통음악은 다른 문화권의 음악과는 다르게 특정 박자나 음정 등 음악의 틀을 깨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틀을 깨는 것 뿐 아니라 그 틀 사이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도 역시 큰 매력이다. 물론 이런 특징은 중국, 일본, 베트남 등의 다른 아시아권 음악에서도 볼 수 있지만, 한국 전통음악만큼 직접적인 표현이 두드러지지는 않는 것 같다. 이러한 감정적인 측면과 마틴이 이야기한 자연의 소리, 리듬의 복잡다양성, 무속의식에 근거를 둔 에너지 등, 이 모든 것을 종합해봤을 때 한국 전통음악이 갖추고 있는 구성은 매우 특별한 것이다.

마틴 : 사실 서구의 현대음악 작곡자나 프리재즈 아티스트들이 한국의 전통음악을 좋아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럽 클래식음악의 전통을 보면 20세기에 들어와서 화음과 박자의 틀에서 벗어나는 좀 더 추상적인 방향으로 발전행보를 보이고 있다. 즉 순수한 음악을 스컬팅(sculpting)하거나,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나 톤 클러스터(tone cluster) 등을 볼 수 있다. 현대 작곡가들의 음악은 전통적인 코트뮤직(court music)하고 접점이 있다. 시조 등 과거의 한국 전통음악을 들어보면 바로 이러한 현대음악과 접점이 있고, 프리재즈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전통음악의 자유로운 리듬감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서구 클래식음악 전통의 끝 지점 혹은 미래의 지점이 곧 아시아, 한국 전통음악의 시작지점과 맞닿아 있어 하나의 순환 고리가 돌아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쩌면 그 두개의 접점을 살펴보면서 ‘전통음악의 미래의 관객이 누구일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한국 전통음악의 가치, 퓨전으로는 느끼기 힘들다

: 20세기 들어서 한국 전통음악은 많이 변해 왔다. 지금은 전통음악이 차지하는 비중보다는 이른바 ‘퓨전국악’이라는 새로운 음악의 비중이 더 높다. 마틴과 랜디가 이야기한 한국 전통음악에 대한 미학적 관점이 모든 퓨전국악에 해당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한국전통음악의 특징을 퓨전국악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한국 전통음악이 우울증이나 심장병 등에 많은 효과 있다는 의학적 연구결과 들이 있다. 이것은 한국 전통음악이 단순히 음악적인 가치뿐 아니라 ‘치유’라는 부분에서도 그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연구들에서 봤을 때도 퓨전국악보다도 보다 원형에 가까운 전통음악에서 이러한 가치가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형태는 전통적이나 그것의 가치에 대한 연구는 현대와 융합하여 고민할 필요가 있다.

마틴 : 동감한다. 퓨전국악이 한국 전통음악과는 다르다는 것, 같은 매력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음악적인 부분의 문제도 있다. 피아노와 전통악기의 협연을 예를 들면 피아노는 작곡을 목적으로 개발된 악기이다. 고정된 세계를 가지고 있고 결국 운신의 폭이 좁은 악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피아노가 한국 전통악기에 맞춰 연주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한국 전통악기들이 피아노에 맞춰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화음을 만들기 위해서 개발된 악기와 그렇지 않은 악기가 화음을 가지고 경쟁하는 것이다. 서구적인 음악을 25줄 가야금으로 듣는 것보다 피아노나 하프로 듣는 것이 훨씬 아름답고 좋을 수밖에 없다. 단순히 장르간의 악기교환만을 추구하는 것 보다는 전통음악의 가치를 생각하고 그것을 살려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랜디 : 서구의 화음이 고정되어 있는 것이라면 한국의 전통음악은 움직이는 것이다. 즉 서구의 음정은 벽에 박아놓은 못과 같고, 아시아, 한국 전통음악은 못의 사이사이를 움직이는 ‘리듬감’이라고 할 수 있다. 서구의 음악은 음정 자체가 음악이지만, 한국의 음악은 ‘음정 간에서 일어나는 것’이 음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둘이 결코 공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적인 둘 간의 불일치 때문에 퓨전음악이 마치 ‘고추 가루 빠진 김치’처럼 매운맛이 없는, 다시 말해 에너지가 다 빠진 밍밍한 절인배추와 같을 수 있다. 서양악기를 도입해서 전통음악의 퓨전을 하기보다는 서양악기가 아닌 기존의 한국 전통악기를 현대적으로 해석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악기와 한국 전통악기를 같이 사용한다면 서양악기가 메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서양악기는 보조적인 위치에 있어야 한다.

: 서양과 한국 전통악기의 구조적 불일치를 이야기 했다. 그렇다면 아시아의 전통악기간의 결합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마틴 : 한국과 아시아 악기간의 결합은 새로운 시너지를 이룰 수 있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화와 서구화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음악을 서구화 한다는 것은 어쩌면 현대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구시대적으로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 서구 전통음악의 틀에서 벗어난다면 아시아의 서로 다른 음악스타일이 기존에 역사적인 연계가 없다 하더라도 다양한 청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가능성은 크다고 생각한다. 현재 월드 뮤직씬을 보면 유럽음악과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이슬람 음악 등의 접목이 아닌 아시아와 이슬람, 이슬람과 아프리카 등 다양한 음악적 접목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변화는 퓨전음악에 있어서 전환기라고 할 수 있다. 시대가 시작되고 있고 우리는 지금 그러한 전환기에 있는 것이다.

범아시아적 음악시장의 허브역할

랜디 : 많은 월드뮤직인들이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새로운 접근법을 믿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많은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있다.

마틴 : 그러한 변화에 있어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이 서구적인 악보에서 벗어나 유기적으로 만나고 인연을 맺어가며 서로 예술적 영감을 주고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젊은 음악가들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했으면 한다. ‘전통’이라는 단어는 라틴어의 어원에 여러 가지 뜻이 있지만 결국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 전통을 거부하는 것도 전통이다.

랜디 :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은 월드뮤직 시장에서 굉장히 노출이 적다. 지금은 인터넷의 발달로 거의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의외로 한국의 젊은 전통음악은 듣기가 어렵다. 월드뮤직엑스포(WOMEX)의 홈페이지나 많은 월드뮤직관련 축제와 행사들의 웹사이트를 보면 많은 음원이나 비디오자료를 볼 수 있지만 한국의 젊은 전통음악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 한국사회의 경우 전통음악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다른 문화요소에 대해서도 고립에서 이제 막 벗어나려는 시작단계이다. 한가지에만 집중되는, 특히 주류문화에 집중해 왔었다. 지금까지는 한국사회 안에서 전통을 지켜나가기 위한 노력에 집중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서구에 대해서 우리 것을 지켜야 한다는 것에 집중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제는 한 단계 나아가서 서구와의 만남을 기성세대가 주선하고 그러한 장을 만드는 일을 해야 할 때이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세계 젊은 전통예술가들이 만날 수 있는 월드뮤직계의 우드스탁(Woodstock)과 같은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마틴 : 한국 전통음악의 본질이나 가치 등에 대해 아직 제대로 정의된 적이 없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러한 면에서 한국의 젊은 전통 음악가들이 아름답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시들어 버리는 화병의 꽃이 아닌 튼튼한 뿌리와 많은 줄기와 잎들을 가진 나무와 같았으면 좋겠다. 한국 전통음악의 가치나 본질에 대해 제대로 보여주고 지켜가면서 새로운 줄기를 뻗어가는 진정한 나무가 되어야 한다.

: 이번 서울아트마켓의 주제와도 맞닿아있듯이 최근 세계는 아시아 주목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영화나 드라마, 코리안 팝 등은 이미 해외에서 관심을 넘어 실질적인 성과들을 거두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 중 한국이 주축이 되어 중국, 일본 등의 아시아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을 통한 해외진출을 모색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있다.

마틴 : 한국과 네덜란드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주변에 3대 강대국에 둘러 싸여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일본, 중국, 러시아에 네덜란드는 영국, 독일 프랑스가 있다. 강대국들은 그들 간의 경쟁구도가 있고 그런 경쟁에서 지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경쟁국이 아닌 예를 들면 네덜란드와는 협력 등 함께 하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실제로 네덜란드는 현재 유럽 팝음악 시장의 중심지가 되었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쟁구도에서 네덜란드는 지리적으로 유리한 지점에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가 팝음악시장의 중심지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네덜란드의 팝음악이 다른 유럽 다른 국가에 수출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한국 그리고 서울아트마켓이 앞으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꺼라 생각한다. 범아시아적인 음악시장의 허브역할을 자처해나가면서 한국의 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해나가는 것이다.

랜디 : 현대 전통음악에 있어 중국은 아직 깨어나지 않았고,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한국이 플랫폼이 된다면 좋은 교류의 장이 될 것이다. 아시아의 음악가들이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장만 마련을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기대된다. 일본,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북부, 베트남의 소수민족의 음악가 등과 한국의 전통 음악가들이 만나 협업한다면 새로운 음악이 탄생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 시작하는 사람은 악어 떼 사이를 걸어가는 장님과 같이 어렵고 험난한 길이 될 수도 있다. 발가락을 몇 개 물리겠지만 결국 정말 멋진 것이 만들어 질 수 있을 것이다.

마틴 : 10시간을 이야기해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다. 오늘 이 자리가 시작이라 생각한다. 오늘과 같은 자리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져 한국 전통음악과 아시아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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