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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공연예술 읽기 (III) APAP 컨퍼런스 들여다 보기
 미국공연예술 읽기 (III) APAP 컨퍼런스 들여다 보기
작성자 : 슈퍼관리자 2010.04.19 북미 > 미국

켄 포스터 Ken Fo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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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버 부에나 예술센터 선임 디렉터 Yerba Buena Center for the Arts

 

미국 예술인들에게 1월은 아주 의미 있는 달입니다. 1월은 한 해가 시작되는 달이기도 하지만 아울러 미국 공연기획자 협의회 연례 회의(APAP, Association of Performing Arts Presenters Conference) 가 뉴욕에서 개최되는 달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중에서도 참석하시는 분이 있을 줄로 압니다. APAP 컨퍼런스는 전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 예술인 회의로서, 예술인, 매니저, 프리젠터, 후원인, 컨설턴트, 혹은 그 누구라도 미국의 공연 예술에 관심이 있다면 참석해서 함께 어울리는 장입니다.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APAP 컨퍼런스의 역사는 미국 대학 공연 단체들의, (당시에는 콘서트 매니저라고 불린) 프리젠터들의 연례 회의로부터 시작됩니다. (제가 언젠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당시에 대학의 프리젠터들이 미국의 공연 예술계에서 차지하는 입지는 아주 중요했습니다.) 당시에 회의는 학사 일정이 끝나고 크리스마스 휴가가 시작되는 12월에 개최되었고 개최 장소는 항상 뉴욕이었습니다. 프리젠터들은 한 자리에 모여 정보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다음 시즌 작품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공연의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컨퍼런스도 달라졌습니다. 공연계가 성장하면서 컨퍼런스도 성장했고, 공연계가 다양해지면서 컨퍼런스도 함께 다양해졌습니다. 대학 프리젠터들은 컨퍼런스(와 공연계)에서 여전히 중요한 입지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제 컨퍼런스는 예술인에서 매니저, 프리젠터에 이르기까지, 주요 예술 센터에서 소규모의 자원 단체에 이르기까지 보다 폭넓게 공연계 전체를 아우르게 되었습니다. 실로 놀랍고 활기찬 장으로 거듭난 것입니다
 

그러나, 컨퍼런스에 처음 참석하신다면, 컨퍼런스가 다소 정신 없고 복잡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활동이 펼쳐지는 곳에서 어리둥절하기 쉽상일 것입니다. 따라서 미리 간단히 계획을 짜고 보다 적극적으로 컨퍼런스를 의미 있는 장으로 만들기 위한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느 정도만 미리 준비하신다면 컨퍼런스는 절대로 잊지 못할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컨퍼런스 행사의 정수는 아마도 뉴욕 시 곳곳에서 펼쳐지는 예술가들의 최신작 쇼케이스일 것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예술인들과 공연들로 넘쳐나는 뉴욕시 전체에서 클래식, 현대 공연, 아방가르드, 전통 공연, 심각한 주제의 공연이나 코믹한 주제에 이르기까지 여러분은 거의 모든 장르의 공연을 만나 보실 수 있습니다. 컨퍼런스에서 보낸 쇼케이스 리스트를 보시고 어떤 공연을 관람하고 어떤 경험을 해 볼 것인지 시간을 들여 신중히 결정하십시오. 일단 행사에 참여하시면 시간이 없기 때문에, 뉴욕에 오시기 전에 꼭 미리 결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컨퍼런스의 또 다른 백미는 현재는 엑스포라고 불리는 전시관입니다. 예술인들과 매니저들이 컨퍼런스 기간 동안 부스를 임대해 상주하면서 프리젠터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 때, 프리젠터들은 안면이 있는 예술인과 잘 모르는 예술인 모두와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갖습니다. 뉴욕 힐튼 호텔의 두 층을 전부 임대해 사용하므로 전시관의 공간은 그 규모가 엄청나며 프리젠터들이 매니저와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하루 7-8시간 열려 있습니다.  
 

엑스포가 처음인 사람들에게는 많은 경우 엑스포가 너무 정신 없이 복잡하다고 여겨질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여겨지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컨퍼런스가 처음인 프리젠터의 경우에는 모든 부스를 방문하고 모든 공연이나 작품을 관람하려고 하는데, 사실상 그렇게 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컨퍼런스가 익숙한 프리젠터들은 대게 지인들을 먼저 방문하고 시간이 남으면 새로운 매니저나 예술가들을 만나는 방향으로 시간을 조정합니다. 그러나, 물론, 신인 예술인의 입장에서는 수십 명의 프리젠터들이 잘 아는 예술인들의 부스를 방문하기 위해 자신의 부스는 그냥 지나쳐 가면 상당히 실망스럽긴 할 것 입니다. 여하튼 이렇게 많은 일들이 펼쳐지는 엑스포에서는 쉽사리 어리 둥절 해 질 수 있습니다.  
 

신인 예술인이라면 예를 들면 KAMS 와 같은 기존의 단체와 소위 합동 (collective)” 부스 형태로 함께 상주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되면 KAMS를 찾은 프리젠터들이 행사에 참여하는 다른 예술인들과 함께 여러분도 만날 기회가 만들어 지게 됩니다. , 여러분은 이를 통해 다른 예술인들과 경쟁하게 된다기 보다는, 한국 공연 예술에 대한 프리젠터의 관심을 충분히 활용해 교류할 수 있고 별도의 부스를 개설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만일 어떤 이유에서건 KAMS 부스에 참가하지 못하거나 혹은 참가하고 싶지 않다면, 다른 예술인이나 단체와 합동 부스를 설치하는 편이 좋습니다. 어찌 됐건, 여러분이 이번 방문이 첫 컨퍼런스 참여라도 너무 실망하지 마십시오. 참여하는 해가 거듭될수록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잡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첫 방문을 미래에 대한 투자라고 여기고 다음을 기약하시기 바랍니다

 

쇼케이스와 엑스포가 컨퍼런스의 꽃이긴 하지만 그 밖에도 다양한 행사가 많이 진행됩니다. 예술인과 매니저, 프리젠터가 흥미를 느끼는 주제를 중심으로 전문성 개발(Professional development) 세션도 마련되며, 동료들과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리셉션, 모임 등과 같은 장도 준비됩니다. 그러나 물론 여러분이 컨퍼런스에 처음 오신 거라면, 남들은 서로 잘 아는 것 같은데 본인만 아무도 모른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 모두 처음에는 그런 느낌을 경험한 적이 있다는 점을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자신을 소개하고 주변 분위기를 살피다 보면 친절하고 여러분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이제 여러분은 네트워크를 개발하기 시작한 셈입니다. 네트워크 개발은 결국 예술 공연 분야에서는 성공의 열쇠입니다. 여기서 만나는 사람들이 결국 여러분이 앞으로 만나고 함께 일하게 될, 또 오랫동안 교류를 이어나가면 더욱 좋을, 그런 동료들이 될 것 입니다. 사실 이러한 교류의 시작을 APAP 컨퍼런스에서 시작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외국인인 여러분의 참여는 특히나 그 의미가 특별합니다. 사실 과거에는 컨퍼런스가 미국인들만의 행사였습니다. 그러나 지난 수년 간 컨퍼런스는 많은 변화를 겪었고 이제 전 세계의 많은 예술인 동료들이 함께 하는 장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여러분만이 외국인일 거라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분과 여러분의 작품은 많은 프리젠터들의 큰 주목을 받게 될 것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인들의 외국 작품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여러분과 여러분의 문화에 대해 보다 많이 알고자 합니다. 따라서, 스스로가 한국의 문화 홍보 대사라는 생각으로 한국 문화를 알릴 수 있는 준비를 해 오셨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에게 가장 중요한 컨퍼런스의 의미 중 하나로 여러분들에게 꼭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컨퍼런스를 통해 미국의 공연 예술계의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향후 트렌드를 예측하며 가능성들을 타진해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컨퍼런스에 가면 저는 상당 시간을 세계 각지에서 온 프리젠터, 예술인, 매니저 등과 이들의 나라나 전 세계의 상황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보냅니다. 그렇게 하면서 공연 예술인들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고, 어떻게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춰 갈 수 있을 것인가 가늠해 보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교류를 통해 제가 이번 회의에서 무엇을 배웠을까요
 

우선, 오늘날 우리가 안고 있는 경제 위기와 그로 인한 문제점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컨퍼런스 참가는 여러 모로 생각할 거리를 주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같습니다. 여러 동료들과 대화하면서 얼마나 많은 예술 단체들이 문을 닫을 위험에 처해 있는지 알게 되었으며, 사실 우리 공연예술계는 거의 항상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것 같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30년 간 컨퍼런스에 참여해 오면서 이번 위기 만큼 단체 해체의 조짐이 두드러진 회의도 처음인 것 같습니다. 사실 한치 앞의 미래도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확실한 점은 재정이 튼실하지 못한 단체는 사라지고 오직 몇몇 단체만이 살아남게 될 거 라는 예감입니다. 물론 아주 미국적인 사고 방식일 수도 있습니다. 다윈의 진화론처럼, 경제적 약육강식 이론으로 비춰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지금까지 우리가 예술의 생태계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우리가 이러한 고민을 진지하게 해 보게 된 것 같습니다.   
 

또 한가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이번 컨퍼런스의 쇼케이스나 공연을 관람할 때 느꼈던 것이지만 공연의 수준과 질이 기대만큼은 훌륭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제 소견으로는 미국의 정치 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흥미로운 신작을 개발하는데 다소 간의 정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미국의 예술은 늘 정세나 경제 상황과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으며 사실 최근 미국의 전체적인 상황이 불안정합니다. 따라서, 어려운 경제 상황과 맞물려 예술 개발에 일정 정도 정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우리 예술인들이 현재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궁극적으로 이러한 시기를 극복하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다만 현재로서는 창작의 슬럼프 상태인 것 같습니다
 

저는 현재 상황에서 변화를 꺼려하는 프리젠터들을 보면서 또한 창작의 슬럼프를 보았습니다. 현재 상황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새로운 시도나 실험을 하는데 큰 위험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은 지금이 오히려 좋은 시기인데도 말이죠. 그래서 예술인들과 마찬가지로 프리젠터들은 자신들이 이미 아는, 즉 검증된 것들만을 공연하려 하고 있는데, 상황을 감안한다고 해도, 이는 예술인과 관객에게는 좋지 않습니다. 이러한 경향 또한 향후 몇 년 안에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또,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물론, 그렇다고 컨퍼런스의 모든 상황이 그토록 정체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들도 나왔습니다. 프리젠터와 예술인들에게는 테크놀로지는 여전히게임 체인저로 남아 있습니다. 많은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기술 변화의 빠른 속도가 던져 주는 도전과 기회를 이해하고 탐구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습니다. 최근 소개된 애플사의 아이패드 (iPad)는 이러한 변화와 그것이 예술에 미치는 영향을 잘 반영하는 대표적인 아이템입니다. 우선, 아이패드는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우리에게 수많은 기회를 열어줍니다. 휴대폰보다 크고 노트북보다 다재 다능한 태블랫(tablet)” 타입의 아이패드는 예술인들과 프리젠터들이 보다 정교한 방식으로 정보를 표현하는 포맷을 통해 예술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패드의 다이내미즘은 정태적이라기 보다는 다이내믹한 공연 예술의 성격과도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예술 표현의 아주 적절한 수단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 제품은 3월에 출시되는데, 저는 이 제품이 예술의 공연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애플사가 내가 속한 단체인 the Yerba Buena Center for the Arts (YBCA)를 자사의 신제품 아이패드 발표 장소로 선택한 것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예술계에서도 우리 단체는 예술 혁신의 메카로 알려져 있어, 정확히 애플이 찾는 이미지와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사실 애플은 자신들이 기술과 예술의 분기점에 서고 싶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애플의 입장은 바로 우리 공연 예술가가 추구하는 지향점이기도 합니다. 아직 우리가 어떻게 혁신을 일굴 것인가 명확한 상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애플의 혁신은 예술의 미래를 확실히 제시했습니다. 기술의 발전은 정보 교류 속도의 진화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마치 예술 센터와 같이, 기술은 빠른 속도로 창작과 혁신의 로커스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트렌드는 언뜻 보기에는 기술의 기회와는 상반되어 보이는 것으로서, 관객들이 점점 더 의미 있는 라이브 아트의 경험을 갈구한다는 것입니다.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미국인들은 물질적 부를 획득한다고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 관객들은 자신의 삶에 의미가 있는, 자신들도 함께 참여하는 경험을 찾고 있습니다. 사실 안타깝게도 지난 십여 년 간 미국은 부를 축적해 왔지만 미국 문화는 질적으로라기 보다는 양적으로만 부피가 늘어갔습니다. 그러나, 경기 침체로 이러한 경향을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물질적 수단은 감소시키되,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고 나누는 경험을 하고 싶어 한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향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공연을 창작할 수 있는 예술 프리젠터에게는 유리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공연을 더욱 즐기고 또 자신들이 경험한 예술의 가치를 그 어느 때 보다 높이 평가하는 관객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경제가 개선되어도 이러한 경향을 지속할 수 있는 방식을 모색하는 한, 이러한 경향은 우리에게 큰 선물이 될 것 입니다.   
 

늘 그렇듯이, 컨퍼런스는 저에게 아주 멋진 경험이었습니다. 컨퍼런스는 예술인 동료들이 다시 만나고, 공연을 감상하고, 계약을 체결하며, 전 세계의 공연 예술 현황을 파악하는 기회의 장입니다. 가능하다면 여러분도 2011 1월 뉴욕에서 다시 개최될 APAP 컨퍼런스에 오실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절대로 실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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